무스탕 왕궁 앞에 자리 잡은 로만탕 게스트하우스는 로만탕에서 가장 멋지다. 2층의 미음(ㅁ)자형으로 되어있고 한 눈에 로만탕의 전경을 바라볼 수 있다. 로만탕 게스트하우스의 사람 좋게 생긴 주인집 아저씨는 이곳에서 가장 부자인 것 같다. 사륜구동 찝차도 한 대 운행하고 있고 왕궁 바로 앞에 옛날 집도 있다. 옛날 집의 가장 깊숙한 곳에는 오래된 공예품들이 전시되어 있는 전시장이 있다. 섬세하고 오래된 공예품들은 한 눈에 봐도 범상치 않은 물건들이다. 아마 세상에 내려오면 한 몫 단단히 할 수 있는 작품들이다. 이런 물건은 사람들이 그에게 팔아달라고 맡겨 놓았다고 한다. 좋은 주인을 만나면 그 물건들은 세상에 나와 그 진가를 드러내게 될 것이다. 그러나 로만탕 게스트하우스의 가장 빛나는 보물은 솔로미라고 할 수 있다. 솔로미는 게스트하우스에서 일하고 있는 여인이다. 언제나 웃는 얼굴로 찾아오는 손님들에게 최대의 서비스를 제공한다. 주인집 아주머니는 무뚝뚝하고 쫀쫀한 인상이지만, 솔로미는 찌아 한 잔, 뜨거운 물 한 잔도 가득 넘치도록 따라준다. 솔로미는 아침 일찍부터 일어나 청소를 시작한다. 빗자루로 2층부터 시작하여 1층까지 말끔히 쓸고 물을 뿌려 게스트하우스를 정화시킨다. 그런 다음 밭에서 뽑아온 배추를 다듬고 감자를 삶아 커리를 만든다. 솔로미가 콩으로 만든 스프인 네팔 전통음식인 달은 고소하고 감칠맛이 난다. 솔로미는 하루 종일 쉴 틈이 없다. 침대 시트를 빨아 널고 방마다 청소를 해야 한다. 그가 쉬는 때는 모든 일이 끝나고 방으로 돌아갈 때이다. 나는 솔로미에게 내 배낭의 떨어진 고리를 기워달라고 부탁을 한다. 인도 히말라야에서 말을 타다가 떨어진 고리를 아내가 기웠지만 다시 떨어지려고 한다. 이 배낭을 가지고는 남은 일정을 소화해내기가 어렵고, 나는 계속해서 히말라야를 주유해야 하기에 튼튼한 배낭이 필요하다. 솔로미는 바늘에 검정 실을 꿰어 정성껏 튼튼하게 여러 번 겹쳐서 꿰매어 준다. 나는 깔끔하게 기워진 배낭에 만족한다. 앞으로 많은 날들을 이 배낭을 메고 여행을 하게 될 것이다. 솔로미는 나이가 마흔세 살임에도 자녀가 없다. 내가 예쁘다고 칭찬을 하면 이렇게 나이가 먹었는데 뭐가 예쁘냐고 얼굴이 붉어진다. 이제 사흘 밤을 지내고 우리는 오늘 아침 로만탕을 떠나게 된다. 알고 보니 솔로미는 독실한 크리스천이고 남편에게 버림받아 이제 예수님을 신랑삼고 여기에서 이렇게 살아가고 있는 것이다. 우리는 솔로미의 손에 성경을 쥐어주며 축복을 기도해준다. 솔로미는 우리와의 헤어짐을 아쉬워하며 눈물을 흘린다. 우리도 솔로미와 함께 눈시울이 뜨거워진다. 솔로미의 눈물은 무엇을 의미하는 것일까? 만나면 헤어지는 것이 인생사이고 영원히 같이 살 수 없는 것이 우리의 삶이기에 사는 날 동안 사랑을 나누며 아름다운 만남을 만들어가는 것이 우리의 행복일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