칠꽃과 칡 이야기
칡꽃이 한창 피는 계절이다.
크다란 잎 아래 가려 잘 보이지 않아 지나쳐버리곤 한다.
하지만 자세히 보면 자홍색 꽃이 예쁘다.
사진: 칡꽃(09.8.5. 울산)
긴 꽃자루에 여러 개의 꽃이 달려 아래에서 꽃이 피기 시작하여 위로 올라가며 핀다.
하나하나는 빨리 져버리지만 전체적으로 오래 피어 있는 것 같이 보인다.
꽃 하나를 자세히 보면 예쁘게 생긴 꽃이다. 향기도 좋다.
칡은 하나 버릴 것 없이 유용하게 쓰인다.
칡꽃은 갈화라 하여 말려두었다가 차로 마시면 좋다. 특히 갈화차는 주독을 풀어주며 술을 빨리 깨게하는 효능이 뛰어나다.
술을 자주 먹는 사람들은 이 꽃을 따서 말려 두기를 권한다.
여성에도 좋다. 흔히 갱년기 여성이 산부인과에 가면 콩을 많이 먹으라는 말을 듣게 된다.
칡은 에스트로겐이 콩의 10배 정도 들어 있기 때문에 여성의 노화와 갱년기를 늦출 수 있는 것이다.
칡꽃을 따다 칡술을 만들어 먹어도 좋다.
칡꽃을 꼭지째 따서 아랫부분의 시들고 변색된 꽃은 훑어버리고 깨끗히 씻는다.
씻을 때는 벌레 등을 없애기 위해 엷은 소금물에 몇 분 담궈두었다가 꺼내 다시 맑은 물에 가시어 그늘에서 말려 이용한다.
어느 정도 꾸들꾸들하도록 말린 꽃에 담금용 소주를 부어두면 갈화주가 된다.
발효액을 담궈 먹어도 된다. 씻은 후 물끼가 없을 정도로 약간 마르면 담는다.
무게 비율로 꽃과 설탕을 1:1로 담아 용기에 넣어 3개월 정도 숙성시킨 후에 걸러 다시 6개월 정도 더 2차 숙성시키면 좋은 발효액이 된다.
많이만 딸 수 있다면 활짝핀 꽃 송이만 골라 이용한다면 더 좋지 않을까 생각한다.
어린 순은 갈용이라 하여 나물로 먹을 수 있다. 봄철 순 쪽에 자라는 순한 잎을 따 데쳐 나물로 이용한다.
뿌리는 갈근이라 하여 겨울에 캐서 얇게 썰어 잘 말려 두었다가 차, 달임약, 술, 발효액으로 이용하면 된다.
생칡즙은 칡뿌리를 생으로 짠 것으로 역시 숙취에 좋다.
하지만 길거리 파는 것은 캔 칡이 오래 되어 변질되었거나 위생 상태가 별로 좋지 않은 경우도 있으니 유의해야겠다.
오래 두고 먹으려면 제탕원에 맡겨 칡농축액으로 만들어 두면 일년내내 먹을 수 있다.
뿌리를 짓이겨 물에 여러번 담가 앙금을 가라 앉힌 것을 갈분이 하는데 녹말이다.
요즘은 감자로 녹말을 얻은 것을 그 이름을 따 갈분이라 하는데 진짜 갈분이 서럽겠다.
덩굴줄기는 예전에 묶기용 끈, 밧줄, 닻줄, 심지어 주낚용 줄로 사용되었단다.
그리고 생활용품인 삼태기, 바구니 등도 만들어 사용했다.
또한 줄기를 여름철 중복 무렵에 채취하여 삶은 다음 껍질을 벗겨 이것으로 섬유(실)를 얻어 짠 옷감을 갈포라 한다.
이 갈포는 하얀 섬유로서 천이 눈처럼 희고 반짝반짝 윤이 나는 천이기 때문에 예부터 옷 가운데 최상품으로 첬단다.
나도 그렇고, 요즘 사람들 대부분 이야기만 들었지 갈포옷을 입어보기는 고사하고 구경도 못해봤을 것이다.
줄기 껍질의 섬유질을 이용해 만든 종이를 갈포지라 하는데, 이 역시 진짜 갈포지는 요즘 구경하기 어렵다.
한방에서 갈근탕이 유명하다.
갈근이 주 재료이고 대추, 생강, 계피, 작약, 감초 등이 들어가는데, 대용으로 갈화차나 갈근을 다려 먹어도 좋다.
무독이므로 장기 복용해도 된단다.
칡은 콩과 칡속 덩굴성 나무로 우리나라에 한 종류 뿐이다.
암칡이니 숫칡이니 하는 것은 캘 때 뿌리가 알뿌리인가 아닌가에 따라 부르는 것이지 암 수가 따로 있는 것이 아니다.
칡은 하나 버릴 것 없이 좋은 것이지만, 다른 문제가 있다.
요즘은 칡이 너무 많이 번식하여 생태계에 문제를 일으킨다.
칡넝쿨이 있는 곳에는 아무 식물도 자라지 못한다.
덩굴이 식물체에 올라 타 넓은 잎으로 햇빛을 가려 버리니 그 아래 살아갈 식물이 없을 것이다.
풀은 물론이고 나무도 고사하고 만다.
특히 관목인 작은 나무들은 칡넝쿨이 덮이기 시작하면 몇해 못살고 죽고 만다.
예전에는 사료용으로 베는 바람에 덜 했지만 요즘은 양지바른 비탈에 온통 칡넝쿨이다.
칡은 제거해도 좀처럼 없앨 수 없다.
넝쿨의 마디마디에서 뿌리가 내리기 때문에 제초제도 잘 듣지 않는다.
우리는 갈등이란 말을 많이 사용한다.
갈등이란 개인이나 집단 사이에 목표나 이해관계가 달라 서로 적대시하거나 불화를 일으키는 상태를 말한다.
갈은 칡을 말하고 등은 등나무를 말한다.
칡은 왼쪽으로 감아 올라가고, 등나무는 오른쪽으로 감아 올라간다.
서로 다른 방향으로 감기니 칡과 등나무가 한 줄기를 타고 올라가면 엉키고 성킨다.
정말 이 둘이 모이면 갈등이 생기겠다.
그러면 왼쪽으로 감는 것은 어떻게 감기는 것일까. 또 오른쪽으로 감기는 것은?
시계방향이니 시계 반대방향이니 하는 것도 위 아래 보는 위치에 따라 달라 또 헷갈게 만든다.
이렇게 해보자.
위로 자라는 덩굴 앞에 서보라. 그리고 손바닥이 나에게 향하게 하고 주먹을 쥐어보라. 엄지손가락이 가리키는
방향이 덩굴이 올라가는 방향이다.
오른손을 쥐었을 때 엄지의 방향으로 덩굴이 자라면 오른쪽감기식물, 왼손을 쥐었을 때 그 방향이라면 왼쪽감기식물이 된다.
이렇게 일정한 방향이 정해진 식물이 있는가하면, 인동덩굴 처럼 왼쪽감기인 것도 오른쪽감기인 것도 함께 갖고있는 식물도 있다.
갈등 얘기를 하다 글이 길어졌다.
칡은 어디에나 많은 개체이니 여러분들은 이를 잘 이용해 건강에 도움을 얻기 바라는 마음이다.
지난 겨울 캔 칡뿌리 옆지기가 들고.... 한컷
글, 사진 : 송안(포박)
첫댓글 칡꽃은 이쁜데 칡넝쿨은 다큰 고목들도 감아서 고사시켜 애물단지입니다. 한번 번식을 하면 제거하기가 여간 힘이 든답니다. 그래도 자연의 섭리인데 전전긍긍하고 있답니다. ^^
갈등에 대해 잘 배웠습니다...감사합니다..
처음 칡순을 따서 100일간 숙성 후 음용했더니 괜찮았어요. 효소는 오래될 수록 좋다는 얘기 들었지만 또 도움이 되어서 감사드려요
네.새롭게 배워갑니다. 고마워요.
정성스런 글 잘 보고 갑니다~~~
구경잘 했습니다.
많이 배우고 또감합니다
그냥 산림 유해식물로만 생각했었는데 이렇게 상세한 지식을 배워 갑니다. 감사합니다.
자상한 해설 감사드립니다.
칡에 대한 자세한 설명 고맙습니다 좋은 공부가 되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