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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부인과] 02
S#1. 수술실
윤진 전신마취중이다. 응급상황이므로 전신마취가 빠르다. 눈 마주치거나 의식 가물거릴 일 없이 그냥 마취 중.
혜영 : (들어와 수술복 위에 수술가운 입으며, 윤진 쪽 보는데)
경우E : 출혈이 있는데 바로 오지 않고 있다가 쓰러졌답니다.
정과장 : (피범벅 속에서 아기를 꺼내지 못하고 있다)
혜영 : (정과장과 자리 바꾸면서) 정신들 차려. 지금 뭐하는 거야. 메스! 인버티드 티 인씨 젼 넣습니다.
경우 : 출혈이 더 심해질 텐데요.
혜영 : 출혈이고 뭐고 아기부터 꺼내야지! (레지던트들에게)
경우 : 티라입니다. (티라이)
혜영 : (비장하게 자궁을 확 절제해 공간을 확보하고 팔을 깊이 넣어 잠시 멈춘다. 양간의 정지시간... 아기 위치를 찾는 듯)
윤진E : 얼마나 지체되면 태아가 위험해지는 건가요?
혜영 : (뱃속에 손을 넣어 정지시간인 느낌. 그 상태로 정지 시간. 잡았다! 아기를 꺼내 올리는.
그러나 아기 이미 축 늘어져 새파랗게 질려 나온다. 태반박리가 된 지 좀 된 것)
경우 : (당황한 레지던트 석션도 안 하고 애기를 옮기지도 못 하고 있다)
혜영 : 코드 안 짤라, 정신 차려 뭐해! 안 옮기고. 애고 산모고 다 포기할거야? (자신이 건네준다)
영미 : (아기를 받는다) 애기 얼굴이 좀...
경우 : (넘겨다보며 놀라는데) ?
혜영 : (딱 잘라) 호들갑 떨지 마.
정과장 : (옆에서 아기를 보며) 알고 있었어요? 신생아실에서는 누가 내려오나? 연락됐어요?
혜영 : (침착한 대응)
워머나 인큐베이터 대기 중이고 수술 막 너머 윤진의 얼굴이 보이고.
소아과레지 : 아프가 숫치 2 아직 울음소리도 들리지 않습니다.
그 때 마스크 쓰고 들어오는 사람, 상식. 소아과레지 아기를 건네받고 상식에게 뭔가 이야기한다.
아기 울음소리 없다. 색깔 푸르다. 근육에 힘없다. 아기 얼굴에 산소 대준다.
소아과레지와 영미 아기 자극한다. 아기 코에 카테터 넣는다. (자극하기 위해서)
소아과 레지 청진하고 있는데 상식 들어온다.
소아과레지 : 크라잉 없고 하트레이트 (심박동수) 60회입니다. 세튜레이션 60입니다. 아스픽시아입니다.
상식 : (인투베이션 한다) 블레이드! (그 다음) 튜브! 엠부 연결하세요.
소아과레지 : (상식을 보며 고개 끄덕끄덕)
영미 : 세튜레이션 70입니다.
엠부 짜면서 인큐베이터에 넣는다.
혜영 잠시 뒤돌아서 아기 쪽을 본다. 상식과 잠시 눈 마주친다.
서로를 알아봤는지 못 알아 봤는지 눈이 마주치는 두 사람.
산모 급속하게 나빠지는 상태 기계음 들린다.
혜영E : 힘을 내요. 제발. 당신이 살아야 아기를 키우지.
간절한 눈빛의 혜영과 이를 보는 상식의 눈.
혜영 : (피범벅 속에서 출혈을 잡으며) 피! 피! 더 걸어.
윤진 의식 불명으로 빠져 들고 피가 혜영의 얼굴로 튀어 오르고.
혜영 : 아기는 소아과에 맡기고 수술에 집중해.
경우 : 네...
S#2. 신생아 중환자실
아기가 도착하자 민간호사 포함한 간호사들 우루루 달려든다.
벤틸레이터 연결, 포타블 엑스레이로 촬영. 탯줄 부위로 카테터 넣는다.
심전도 몸에 붙인다. 심박동수에 따라 ‘삑 삑’ 소리 들리기 시작.
민간호사 : 세튜레이션 80입니다.
S#3. 수술실
사색이 되어가는 정과장.
흔들림 없이 수술에 집중하는 혜영.
혜영 : 태반 떼어냅니다. 블리딩 심할 겁니다.
경우 : 뿌리가 깊은데 절제 안하시구요?
혜영 : 첫 애 상태 봤잖아.
경우 : 그래도... 퍼크레타인데...
여전히 태반 떼어내면서.
마취 : (놀라고)
경우 : (놀란다)
정과장 : 자궁을 못 살리면 환자만이라도 살려요... 이 환자 누군지 알잖아?
혜영 태반 절제한다. 피 많이 난다.
마취 기계에서 경고음 나온다. 모니터에 산모 심박동수 130, 혈압 70/40 보인다.
마취과 : (수술팀에게) 위험합니다. 바이탈 떨어집니다.
경우 : 너무 위험합니다, 출혈이 멎질 않는데.
혜영 : (간호사에게) 블리딩 많아서 오피 필드 안 보여. 석션 하나 더 연결 해주세요!
마취과 : 선생님! 먼저 옥시토신 주세요! 곧 블리딩 잡겠습니다.
찾았다. (자궁 동맥을 찾았다)
혜영 자궁동맥을 묶는다. 태반 일부만 박리.
마취 기계에서 삐삐 소리 잦아들고. 심박동수 100회, 혈압 90/50 보인다.
혜영 : 됐어... 이제 됐어... 상태 좋아지면 자궁수축제 달아주세요.
S#4. 회의실
텅 비어있다.
S#5. 수술실 앞
정과장 : 도대체 전화를 왜 꺼놓은 겁니까? 분명히 그 날 수술도 같이 서포트 하라 그랬잖아요.
VIP 예정일이 다가오면 저녁 약속도 안 잡고 술자리도 취소해야지. 도대체 뭘 배우고 온 겁니까?
혜영 : 죄송합니다.
정과장 : 아기 상태는 도대체 어쩔 거냐구? 에잇. (가버린다)
S#6. 수술실 근처
혜영 수술장에서 걸어오면서 모자 벗는데.
서진 : 수고했어. 결국 해냈군. 역시 서혜영이야.
혜영 : (감흥 없는) 그 말을 들으면 마약 맞은 것처럼 기운 나던 때가 있었죠. 그 약발 이제 다 됐나 봐요.
혜영 스쳐간다. 그 뒷모습 보는 서진 뭔가 불안하게 내려앉는다.
S#7. 병원 로비 현관
취재진이 몰려와 있다.
취재진1 : 이곳은 아나운서 출신 이윤진씨가 출산을 한 것으로 알려져 있는 강북 한국병원의 다산센터입니다. (연예가 프로)
취재진2 : (등등등) 현재 이윤진씨는 아 잠시만요.
그 틈을 비집고 출근중인 수선생과 재석 영미.
수선생 붙잡혀 인터뷰해도 좋을 듯. (여전히 현란한 수선생 패션. 컨셉은 알아서)
S#8. VIP 병실
멍하니 누운 윤진.
S#9. 분만실 스테이션
한 쪽에서 컴퓨터로 뭔가 하고 있는 경우.
수선생 들어오며.
E전화
수선생 : 네 분만실입니다. 네? 어디 신문요? 아 모르겠습니다. 네 모릅니다. 아이구 징한 것들.
영미 : 그러게요. 너무 불쌍해요. 유명하다구 좋은 것만도 아닌가 봐요.
수선생 : 세상에 공짜 없어. 돈 벌고 유명해지는 대가로 입방아에 올라 안주거리가 되든지,
그런 거 싫음 조용히 민간인으로 살아야지. 병원 평가가 낼모렌데 그때까지 저렇게 죽치구 있음 어떡하니?
영미 : 설마요.
수선생 : 니들 환자 권리 장전 다 외웠어?
간호들 : 아직이요. 네. (하는 중에)
E 전화벨
수선생 : 네. (그냥 뚝) 징그러 징그러.
S#10. 신생아 중환자실
상식 밤새 간호한 듯 수척한 얼굴. 모니터에서 경고음 들린다. 새츄레이션 80으로 떨어진다.
상식 벤틸레이터 조정한다. 경고음 사라진다.
상식 : 유린 얼마나 나왔어요?
민간호사 : 10CC요.
상식 : 에이비쥐에이 나갈께요. 포타블 불러주세요. 인판토 나갈께요.
민간호사 : 네.
상식 아기 보며 웃어준다.
S#11. 신생아 중환자실 앞
혜영 수술장에서 복도를 걸어오는 중이고 윤진모와 윤진을 스쳐 지나가면서 그들의 대화를 듣게 된다.
윤진 : 내가 여길 왜 와. 안 봐요 나. (돌아서고)
윤진모 : 니 속으로 난 니 새끼를 천덕꾸러기 만들래. 그 집안에서 끼고 키울 거 같니?
윤진 : 버리더라도 시설이라도 하나 지어서 이름이라도 붙여서 버리겠지. 지들 손으로 버리게 두세요.
(윤진 혜영 보자 외면하고 돌아서고)
상식 : (신생아 중환자실에서 나오다가 돌아서는 그녀 본다) 어 윤진씨.
(윤진에게) 현재 아기 상태는 어느 정도 안정 되었습니다. 출생 직후 호흡부전이 있었지만
약물 투여 후에 호흡은 잘 유지되고 있습니다. 아무래도 미숙아이고 발육 부전까지 있어 속단하기는 이르지만
아기가 잘 버텨주고 있습니다. 아직 인공호흡 기를 달고 있지만 자발호흡이 있기 때문에 이대로만 가 준다면
며칠 안에 뗄 수 있을 것 같습니다. 다운증후군 확진을 위해서 검사가 나갔고 내일 쯤 결과를 알 수 있을 겁니다.
심장 기형이 있지만 심하지 않기 때문에 당장 치료가 필요하진 않습니다.
윤진 : 고마울 거 같으세요?
상식 : ...
윤진 : 자식을 살려주셨다는데 왜 하나도 고맙지가 않죠?
상식 : 고마우라고 하는 일이 아닙니다.
S#12. 신생아 중환자실
외할머니 윤진 아기 본다. 주사줄과 연결된 주사액 따위를 심란한 마음으로 본다.
S#13. 혜영의 진료실
차간호사 : 김연임 환자 또 왔는데요. 어떡할까요?
혜영 : 들어오라 그러세요. (뭔가 생각하는 표정)
연임 : 같은 여자끼리 이건 진짜 너무하지 않아요? 결혼 6년 만에 어렵게 생긴 애라구요.
근데 누구 앤지도 모르고 그냥 수술해치울 순 없잖아요? 그렇다고 남의 애 낳고 애 데리고 덜렁 이혼당하란 말이에요?
지금 남의 인생 말아먹겠단 소리 아니냐구요. (어거지)
혜영 : (어이없으나) 검사했는데, 태아가 남편과 혈액형이 다르면 어쩌실 거예요? 남편 버리고 그 남자한테 갈 거예요?
연임 : ...아아뇨. 오래 기다리긴 했죠. 정말 오래 기다렸어요. 그리고 그 남자도 나한테 잘 하긴 해요.
같이 있으면 재밌고 황홀하고... 궁합도 잘 맞고.
혜영 : 퍼펙트하구만.
연임 : 근데 그런 남잔 지 좋을 때만 그러는 거예요. 나를 위해서가 아니라 저 좋을 때만.
선생님 내가 좀 놀아봐서 아는데, 그 남자는 애 아빠로는 물론이고 남편으로도 황이에요...
남편애가 아니면 아이한텐 미안하지만 유산 됐다 그럴 거예요. 낳고 싶지만 근데 그래도 그 남잔 아니에요.
우리 남편 보시면 알겠지만 저 밖에 몰라요. 솔직히 잘 모르겠어요.
남편한테 충성할지 한 눈 평생 안 팔지 그건 모르겠는데 아무튼 그 남자하구 엮이면 인생 꼬인다는 건 알아요.
생활능력도 없이 덜렁 남의 핏줄 데리고 이혼당하고 살 수도 없잖아요.
혜영 : 보호자 동의가 필요합니다.
연임 : 누굴 놀려요? 여태 해 줄 것처럼 들어놓고.
혜영 : 잘 들으세요. 이 검사는 단지 쉬운 검사가 아니에요. 태아의 제대혈 탯줄에 주사를 찔러 넣어야 하고
그 과정에서 위험이 따라요. 그런데 단지 누구 앤지 알기 위해 더구나 낙태를 할 것인지 아닌지 감별하기 위한 목적으로
그 시술을 해달란 거잖아요?
연임 : 내가 지금 낙태하기 위해 몇 번씩 여길 왔다구 생각하세요? 7년 만에 겨우 생긴 애 라구요.
남편과 상관없이 애 낳을 능력 있음 좋겠지만 그게 안 되잖아요. 난 이 아이를 살리기 위해 검사를 요구하는 거예요.
혜영 : ...
연임 : 벌써 21주거든요. 더 미룰 수도 없다구요. 선생님이 검사를 안 해주면 지금 당장 여기서 나가는 대로
곧장 다른 병원 가서 수술 받을 거예요. 거짓말 같죠?? 협박 같죠? 천만에요.
난 애 땜에 인생 망칠 생각 없거든요. 그래도 선생님이 검사해주면 이 아이가 살 확률이 반은 되지 않겠어요?
나도 살리고 싶다구요. (절박, 약간의 절규와 협박) 내가 여기서 나가잖아요. 그럼 선생님도 공범이에요. (발딱 일어난다)
혜영 : (잠시 생각) 남편 집에 있어요? 집을 비웠다면 다른 직계가족의 동의도 가능해요.
연임 : 지금 바람 폈다고 동네방네 소문낼 일 있어요?
혜영 : 전화동의도 동일한 효력이 있구요.
연임 : (잠깐 혜영의 의도를 갑자기 눈이 초롱초롱해지면서) 전화도 된다구요. 남편인 줄 어떻게 알아?
(갑자기 번뜩) 아~ 아... 아 (날아갈 듯) 오우 선생님 사랑해요~ 내가 왜 진작 그 생각을 못했지~!
선생님 지금 검사받을 수 있죠? 동의야 당장 받으면 되지. 근데 (머뭇) 선생님 제 남편 얼굴 기억하세요?
혜영 : 아뇨.
S#14. 치료실
배를 드러내고 태아의 혈액 채취 중... (20주 태아 탯줄에 바늘 꼽는 건 엄청 어려운 일이라고 합니다)
긴장하는 김연임. 초음파를 보며 태아를 붙잡아 주사를 찌르는 혜영.
혜영 : (랩핑해서 건네주며) 검사실로.
연임 : 오래 걸려요?
혜영 : 다른 결과는 며칠 걸리지만 혈액형 정도는 몇 시간이면 됩니다.
연임 : ...고마워요.
혜영 : ...남편이 동의하셨으니 해드렸지만, 시술 부작용이 없는 걸 다행으로 아세요.
S#15. 복도
간호사 검사실에서 결과지를 들고 온다.
복도에 앉아 있던 연임 벌떡 일어나고 결과 가지고 들어가면.
S#16. 진료실
혜영 결과지를 보고 있다. 연임 긴장해서 침을 꼴깍 삼킨다.
혜영 : 오형이네.
연임 : (놀래서) 정말요? 고맙습니다. 고맙습니다. 하느님 부처님 너무너무 고맙습니다. (눈물이 왈칵)
혜영 : 축하해요. 진심으로. (그녀가 진심으로 부럽다)
S#17. 병원 현관 (저녁)
한산한. 기자단 2,3명만 있고.
연임 : (통화중) 자기 일찍 들어와. 어어 나 자기가 끓인 해물탕 먹고 싶어어엉.
애인 : (쓸쓸한 표정으로 담배 꺼낸다) 야 면전에서 너무한 거 아니냐?
연임 : (전화 끊고) 니 애였음? 낳아서 들쳐 안구 니 집에 찾아가면 어쩔 뻔 했어?
애인 : 나두 식겁했다. (담배 꺼낸다) 가는 길에 내려줄게.
연임 : 아냐 됐어. 나 택시 타고 갈게. 오늘 고마웠어.
애인 : 앞으로 못 보겠지?
연임 : 잘 가.
한산한 기자단 보며.
연임 : 어제만 해도 난리난리더니만, 걔도 불쌍하게 됐구만.
S#18. 병실
텅 비 침대. 주사줄도 다 빼놓은 채 없어진 윤진.
혜영 주위를 둘러본다. VIP 병실에서 보이는 저 쪽 건물 옥상 정도.
S#19. 복도
혜영 서둘러 복도를 달려간다. 상식 머리에 까치집 짓고 나오다 혜영 본다.
혜영 : 이윤진 환자 못 봤어요?
같이 서둘러 뛰거나 걷거나.
수선생, 영미 경우, 지나가고.
상식 : (뒤에서 따라오며) 어어 뛰지 마세요. (영미, 수선생, 경우가 쳐다본다)
혜영 : (뭐야?의 얼굴로 힐끗 일별하거나 말거나)
상식 : (나름대로 소리 죽여) 임신 초기잖아요?
혜영 : 아예 광고를 하시지. (무시하고 올라간다)
S#20. 옥상
옥상에서 내려다보는 바닥 아찔하다.
옥상 쪽으로 올라온 두 사람 주위를 둘러보는데 윤진 난간에 올라와 있다.
윤진 : 세상인심 참 야박하죠. 어제까진 VIP라고 소장님까지 나와서 접대했는데.
하긴 남편조차 대리인 통해서 연락을 하네.
혜영 : 그만 내려가요. 차요.
윤진 : (혜영에게) ...왜 살리셨나요? (상식에게) 왜 그렇게 정성을 들이세요? 모르시겠어요? 아무도 보러오지 않는다구요.
상식 : 애가 엄마보다 강하군요.
윤진 : (본다)
상식 : 아기는 밤새 사투를 벌였어요. 심장기형이 있었고 폐 성숙도 덜 돼서 호흡조차 하는 것도 힘들었지만
아프다고 말 한마디 못하면서도 결국 버텨냈어요. 지금 아기는 잘 했다고 장하다고 격려해 줄 사람이 필요하다구요.
윤진 : 대리인더러 하라면 되겠네. 애 아버지가 대리인을 보냈다니까요.
먼저 내려갈게요. 이혼 서류 보냈다니 가서 받아야잖아요.
혜영,상식 : (밤새 살려냈으나 최악의 상황에 미묘하게 남겨진 두 사람)
저만큼 가고 있는 윤진의 뒷모습.
상식 : (혜영 위로한답시고) 나한테 한 말이니까 신경 쓰지 마세요.
혜영 : (그냥 쌩하고 빠른 걸음으로 간다)
상식 : (벙)
혜영 앞서 가는 윤진에게 다가가 팔을 휙 잡는다.
상식 본다.
혜영 : 한 번만 보세요.
윤진 : 싫어요.
혜영 : 누가 당신더러 키우래?
윤진 : (노려보고)
혜영 : 죽을 고비 넘기며 버티는 애한테 엄마 얼굴 한 번쯤 보여줘도 되잖아.
세상 사람들 한텐 그렇게 인심 좋게 보여줬으면서 자식한테 그렇게 인색해야겠냐구.
윤진 : 그 사람들은 나한테 돈과 명예를 줬지만. 애는 나한테 뭘 주는데요? 죄책감? 부담감? 양심의 가책? (가소롭다는 듯)
혜영 : (선뜻 답 못하는데)
상식 : 안도감이요.
혜영,윤진 : (의외의 발언에 대한 리액션)
상식E : 보이지 않으면 훨씬 더 끔찍한 상상을 하게 되요. 두려움이 훨씬 크게 느껴지죠.
상식 : 그러나 막상 마주서면 그 걱정은 반으로 줄고 부딪혀 또 반으로 줄죠. 아이가 누구 닮았는지 궁금하지 않아요?
윤진 : (흔들리는 표정)
S#21. 복도
혜영 내려가다 허리가 아픈지 잠시 주춤.
상식 어 하고 신경 쓰이지만 혜영 곧 반듯하게 서서 간다.
S#22. NICU (밤)
주사 줄에 연결된 애처로운 팔뚝과 여러 가지 장치가 달린 채 할딱이는 아기.
윤진 아기를 무심하게 보고 서 있다.
E 그때 삐삐 울리는 세츄레이션 음.
상식 바로 달려와 조치를 취하고 윤진 한 발작 물러서 그 모습 본다.
윤진, 그때 아기와 시선 마주친다. 아기가 웃는 듯.
윤진 : (순간 쿵 하고 전기가 오는 듯한. 갑자기 눈물이 막 흐른다)
상식 혜영 본다.
S#23. 주차장+로비 (새벽)
윤진 몰래 퇴원중이다. 가방을 든 윤진모와 모자 쓴 윤진 나간다.
출근하던 혜영, 윤진과 스쳐지나간다. 윤진 눈 마주치고 시선을 주고 받는다. 순간 여러 가지가 교차하는 느낌.
윤진 가볍게 고개 살짝. 저 쪽에서 기다리는 차에 오르는 윤진.
상식 2층에서 신문 보며 내려다보는 중, 신문엔 윤진과 재벌의 이별 소식이 크게 있다.
광영, 상식의 시전 따라 같이 내려다보며.
광영E : 다시 올까요?
상식 : (표정, 불안이 아닌 약간의 희망이 있는)
페이드아웃.
S#24. 혜영집 앞 (아침)
혜영 문 열고 나오는데 상식 자전거 열쇠 풀고 있다. 서로 놀란다.
상식 : 아, 여기 사시는구나. (집을 보고)
혜영 : 네, 안녕하세요. (어정쩡하게 인사)
재석E : 아 날씨 춥다! 좋은 아침!
두사람 : (돌아보면)
재석 : 왜 이렇게 놀래? 아 몰랐어? 병원에서 여기 타운 전체 개발한 거.
관리하기 쉬우라고 블록으로 묶어줬을걸. 병원서 보자. (먼저 가버리고)
뻘쭘 남겨진 두 사람.
상식 : 자주 부딪힌다 했더니 이유가 있었군요. 몸은 좀 어떠세요?
혜영 : (거슬린다) 남 걱정 말고, 선생님 애나 챙기시죠.
상식 : 내 애요? 아 그건요 제가 그 날 병원에 갔던 건 (걸리는 게 없으니 웃으면서 답변)
혜영 : 선생님. 전 남의 사생활에 관심 없어요. 업소에 갔든, 매춘을 했든, 성병에 걸렸든, 아이 수술비를 들고 왔든
전혀 관심 없거든요.
상식 : (이건 관심 없다는 말 치곤 너무 상세하게 기억하고 있는데?)
혜영 : 업무로 부딪혀야 하는 사이니까 일만 했으면 좋겠어요.
상식 : 아 네.
혜영 : 그러니 앞으로 선생님도 제 임신에 신경 꺼주세요. 부탁드립니다.
상식 : 아 네... 근데 제가 그 날 병원에 갔던 건요. 동생한테 재검을 해보라고
혜영 : 관심 없습니다. (깍쟁이처럼 말고 적당한 미소와 함께 쉬크하게) 그럼. (먼저 휭 가버리고)
남겨진 상식 약간 무안하고 억울한 기분으로 혜영 본다.
S#25. 병원 일각
옹기종기 모여서 원장과 인부의 설명 듣고 있다.
수선생 : (인부에게 눈을 찡긋하며) 원장님 거수로 해요.
인부 : (알아듣고) 아 그거 좋겠네. 원장님 다수결로 합니다.
주임과장 : 알았어. 정수기 위치가 말야 여기로 오면 전기를 이리 끌어와야 되는데
인부 : (정리하며) 여기가 좋다고 생각하시는 분.
일동 : (다 손 영미만 빼고 4대 1 정도)
수선생 : (영미 쿡 찌른다)
인부 : 여기다 하죠.
일행 : (휴~ 돌아서려는데)
주임과장 : 잠깐. 소수의 의견을 묵살하는 태도 좋지 않아. 김영미 선생은 왜 여기다 두면 안 된다고 생각하지?
영미 : 여기는 쓰레기통 옆이라서.
일동 : (영미 죽이고 싶다...)
주임과장 : (흡족한 얼굴로 다시 고민 시작한다) 내 말이 그 말이야...
인부 : 야 짐 빼 짐 빼.
주임과장 : ?
인부 : 직원분들끼리 회의 하시고 결정 다 하면 그 때 연락 주세요.
매일 한 번씩 공사를 중단시키면 저는 다른 공사 다 펑크 내요?
상식 : (지나간다)
주임과장 : 이 선생!
상식 : 네.
주임과장 : 이리 좀 와 봐. 이 선생이 수맥 자리 같은 거 좀 볼 줄 알지?
상식 : 네. 생활 풍수에서 정수기는 물이니까 굳이 따지자면요...
일행들 그 사이에 슬금슬금 빠져 나온다.
S#26. 엘리베이터 앞
수선생 : (영미에게) 눈치도 없다. 거기서 왜 손을 들어.
아이구... 저 선생님은 너보다 더 하다. 왜 저기 붙들려서 저러는 거니? 진짜 뭐 좀 아는 거니?
S#27. 로비
상식 : 가만 있자, 여기가 서쪽이고 저쪽이 북쪽이니까 저기는 안되구요.
인부 : (짐 싸기 시작)
재석 : (에이 저 눈치 없는 인간) 어이 이 선생님 컨퍼런스 갑시다? (빼내 주려는)
상식 : 아 네. 여기나 저기로 하시면 돼요. (따라가는)
주임과장 : 어어 그래. 여기가 지금 서쪽이고 북쪽이면 그래 저기야 저기.
(위치를 본다. 왠지 그 공간이 비어 있는 데다 그럴싸해 보인다)
S#28. 분만실 스테이션
수선생 : 아무래도 신입들은 그 날 근무를 바꿀까봐. 아무래도 불안해.
몇몇 안되요, 바꿔요 등등의 반응 엇갈리고.
수선생 : 환자 권리장전 다 외웠어?
일동 : ...
수선생 : 대표로 골라서 보낼 수 있으면 나도 이 고생 안해. 평가단이 무작위로 찍어다가 시킨다잖니.
오후에 다시 체크할거야.
S#29. 주산기 컨퍼런스 장
화면 띄우고 컨퍼런스 중이거나 끝났거나.
혜영, 상식도 있든지.
센터장 : 아시다시피 오늘 내일 이틀간 병원평가가 있습니다.
지난번 병원 평가에서 우리 병원이 본원이나 분당 한국병원은 물론
동급의 인근 병원인 삼미, 한강 병원에 비해 점수가 낮았어요.
주임과장 : 성적이 공개가 되는 것도 물론 중요하지만, 평가만을 위해서가 아니라
우리 병원의 질적 향상을 위한 노력이니만큼 의료진 모두가 적극 협조해 주세요.
센터장 : (지켜본다)
주임과장 : 환자 권리 장전 다 외웠어요? (경우 본다)
경우 : (버벅거리며) 모든 환자는 자신의 권리에 대해... 권리에 대해...
주임과장 : (정태중 본다)
정태중레지 : 모든 환자는 인간으로서 관심과 사랑과 존중을 아니 사랑 빼고,
한 바퀴 돌았고 젊은 인턴, 레지던트들 고개 숙이고 있다.
주임과장E : 모든 환자는 인간으로서 관심과 존중을 받을 권리가 있습니다.
모든 환자는 의료진의 성실한 대우를 받을 권리가 있습니다.
모든 환자는 담당 의료진의 전문분야에 대하여 알 권리가 있습니다.
모든 환자는 새로운 의학적 시도나 교육의 참여 여부를 선택할 권리가 있습니다.
모든 환자는 의료진으로부터 자신의 질병, 치료계획 및 예후에 대한 설명을 들을 권리가 있습니다.
모든 환자는 의료행위에 대한 설명을 듣고 시행여부를 선택할 권리가 있습니다.
모든 환자는 진료와 관련하여 알려진 사생활의 비밀을 보장 받을 권리가 있습니다.
일동 : (기죽고)
주임과장 : 자 나도 외웠는데 나보다 총기 좋고 젊은 여러분도 외우실 거라고 믿고 이만 나가보겠습니다.
(나가려다) 아! 제일 중요한 것은 원내 방제실 전화 번호니까, 그것만이라도 제발 외우세요.
불났을 때, 어디로 연락합니까?
일동 : 1009번!
S#30. 병원 평가 준비씬
사무직이나 행정직 직원들이 서류를 준비하는 모습이라든지.
수선생 여기저기 다니면서 참견하고.
사방에 손을 잘 씻자 붙어 있고. 손 씻는 용기들도 깨끗하게.
냉장고 열면 약품들 가지런하게 따로 따로 정리된 채 붙어 있고 등등. 분만실 내의 준비씬 보여진다.
S#31. 병원 일각
혜영이 걸어오다가 멈춘다.
서진 : (혜영이 서운한 거 안다. 무심한 듯 풀어주려는 시도) 이따 밥 먹자. 점심시간이 12시 부턴가?
혜영 : (본다) 분만이 많아서요.
서진 : 웬만하면 시간 좀 내지. 본원에 올라가는 문제로 상의 좀 하자. (둘러보며) 여긴 너 하고 안 어울려.
혜영 : (미소) 전 여기 맘에 들어요.
서진 : (잠시 당황, 이렇게 나올 줄 몰랐다) 뭐가 맘에 드는데?
혜영 : 비밀번호 바꿔요. 이제 그만 오세요.
서진 : (정말 당황)
센터장E : 이게 누구야? 본원 진료부원장님이 여긴 웬일이야?
혜영 : (돌아보면서 표정)
수선생, 영미 등등 일행과 같이 오는 원장.
서진 : 아 오랜만이네.
센터장 : 연락도 없이 여긴 웬일?
서진 : 아... (당황하는)
병원평가 자료 움직이는 모습이나 공사중인 센터와 누군가 들고 있는 확장 개소 홍보자료 보인다.
서진 : 병원평가 준비는 어떻게 되고 있나 해서 왔지.
일동 : 아아... (수긍)
센터장 : 여기까지 신경 쓰고 높은 자리에 가더니 사람이 참 달라졌어.
서진 : 그럼 나중에 또 봐요. (혜영에게) 공사는 잘 된 거 같은데?
센터장 : 주임과장이 고생 좀 했어. (등등 가면서)
S#32. 분만실 스테이션
수선생 : 정말 병원 평가 땜에 온 거 맞나? 비밀번호를 바꾼다는 건 알고 있다 소리지?
영미 : 그렇죠.
수선생 : 둘이 사귀나?
재석 : (누구 말인지 모르고) 깨졌다 소리네.
수선생 : 어 그렇지. 근데 깨지려면 일단 사귀었어야 되는 거지?
재석 : 암튼 불가사의해. 애가 넷인데 어떻게 남한테 신경 쓸 에너지가 남아있지?
수선생 : 에너지가 아니고 직감이라구.
혜영 : (들어온다)
일동 : (뚝 말 그친다)
혜영 : 회진갑시다.
경우 : (컴퓨터 앞에 있다가 따라 일어난다)
수선생 : (경우가 가고 난 자리 보면, 화면에 띄워진 커플링 사이트) 돈 많나봐?
영미 : (나오면서) 누가요?
수선생 : 안선생 말야.
영미 : 돈 없어요.
수선생 : 연애하지?
영미 : 아니에요. (손사래 치는데)
수선생 : (화면 보면서) 안선생 말야. 요새 연애하는 거 같더니 오늘 같은 날 커플링을 보고 있네.
근데 무슨 커플링이 이렇게 비싸니? 결혼반진가?
영미 : (하면서 사이트 본다) 어머 이쁘다.
수선생 : 연애하는 거 맞다니까.
영미 : 아니라니까요.
수선생 : 너 말구 안선생 말야.
영미 : (골라놓은 커플링 넋을 잃고 본다) 이게 젤 이쁘죠?
수선생 : (얘 왜 이래 하는 표정으로 본다)
영미 : (행복에 가득 찬 모습으로)
수선생 : (의혹이 가득 찬 표정으로)
S#33. 병실
산모들 방 혜영 회진중이다. 벽에 모유수유 권장하는 포스터나 그림 붙여있고. 아기들 다 옆에 놓고 있는 방.
산모 : 아아아 (아기를 배 위에 올리고 참고 젖 물리지만 아기 제대로 빨지 못하는 거 당연하고)
선생님 저 수술한지 이제 이틀째에요. 앉지도 못하겠는데 꼭 모유수유를 해야 되요? (울상) 애가 잘 빠는 것도 아니고.
혜영 : 힘들면 할 수 없죠. 산모 몸부터 챙기세요.
센터장 : (들어온다)
산모2 : 선생님 저는 젖이 안 나오는데 애기 분유 좀 주면 안돼요? (애가 칭얼칭얼 배고파서)
산모3 : 선생님 저도요.
혜영 : (돌아보면)
산모2 : 젖이 아예 안 나오는 걸 어떡해요? 이틀째 굶겼어요. 어떡해요?
센터장 : 그래도 아이가 분유를 먼저 빨기 시작하면 빠는 힘이 약해서 모유 수유에 실패하게 되니까 좀 더 노력해보자구요,
다 아기를 위해서 하는 노력이니까.
모유가 얼마나 좋은지, 그 좋은 모유 수유 성공을 위해 병원이 얼마나 노력하고
산모와 아이에게 도움을 주려는 전문 인력이 있는지를 안내하는 포스터 따위가 붙어있다.
S#34. 신생아실
상식 들어온다.
상식 : 어떤 애기?
영미 : 어 선생님 이 애기요. 탈수 진단을 해주셔야 분유 수유가 가능하거든요.
상식 : (아기 이리저리 살펴본다. 스킨 등등) 탈수 아닌데?
영미 : 그럼 어떡해요? 애는 이렇게 배고파서 우는데?
상식 : 분유를 못 먹게 하는 게 빠는 훈련이 안 될까봐 그러는 건데,
분유를 젖병에 먹이지 말고, 그냥 숟가락으로 먹이면 되잖아.
영미 : 안돼요 선생님. 탈수 진단 해주시든지, 아님 포도당이라도 처방 해주세요.
모유 수유 100%가 아니면 감점의 요인이 돼요.
상식 : 소변은?
영미 : 소변양도 작죠. 몇 시간째 젖지도 않아요.
상식 : 애를 굶길 수도 없고... 이거야 원.
아, 병원에서 주는 건 안 되도 보호자가 사다 먹이는 건 괜찮죠? 사다 먹이라고 해.
영미 : 그걸 내놓고 말할 수는 또 없어요... 그냥 사다 먹이면 그건 우리가 시킨 게 아니니까 별 문제가 안 되는데. 어떡할까요?
상식 : 탈수 진단 받자고 애 배를 곯려요? 차라리 그럼 포도당을 좀 먹여요.
혜영 : (들어온다)
상식 : (눈 마주치고 가볍게 인사하고 나간다)
S#35. 분만실 스테이션
영미 : (애기 안고 주사기로 포도당 먹이고 있다)
혜영 : 지금 포도당 먹이는 거에요? 애기들은 소아과에 좀 봐달라고 하세요.
영미 : 왔다 가셨는데요. 몇 시간 두면 탈수 진단 가능하긴 한데, 애기가 너무 힘들어 한다구 포도당 처방하고 가셨어요.
혜영 : 분유는 안 되고 포도당은 된대요? 그래서 애한테 포도당을 처방한 거에요? 나 참. (기가 막혀)
수선생 : 우리 병원 방침이 그래요. 모유 수유를 100% 시도하지 않으면 병원 평가에서 점수가 깎이거든요.
그리고 애기가 분유를 먼저 쉽게 빨기 시작하면 엄마 젖 빠는 걸 힘들어해서 모유수유도 실패하잖아요.
혜영 : 분유 사다 먹이는 엄마도 있던데? 힌트를 좀 주세요.
영미 : 말을 했는데 얘네 엄마만 못 알아들어요.
혜영 : (애 보면서) 니 팔자두 참...
S#36. 병원 로비
병원 로비부터 뭔가 심상찮게 준비된 듯 한 모습.
광이 나도록 청소가 끝난 바닥이라든지 원장과 실갱이 하던 곳도 공사 다 끝나고 산뜻하게 마무리된 모습.
안내 데스크의 산뜻한 준비. 누군가를 기다리는 일부 직원들.
평가단이 현관에 도착하고 서진이 그들 중 누군가와 악수를 나누며 로비를 안내한다.
S#37. 분만실 스테이션
E 전화벨
수선생 : 환자를 가장한 전화도 온대! 전화 잘 받아.
영미 : 네 분만실 간호사 김영미입니다. 네네. 네? 어딘데요? 안선생님 블리딩 환자라는데요.
S#38. 응급실 앞
경우 기다리다가 환자 경미 내리는 것 돕는다.
S#39. 환자용 엘리베이터
열리면서 환자 경미가 여러 의료진에게 둘러싸여 실려 들어간다.
경우 침대위에서 자궁을 손으로 틀어막은 자세다.
S#40. 수술실
손을 빼려 하면 출혈이 엄청나다. 15명 정도의 사람들이 매달려 환자와 씨름중이다.
응급상황으로 여러 명이 분주하게 뛰어다니고 움직이는 중. 목에 라인 잡아 수혈 들어가는 중.
마취과 : (목덜미에 씨라인 잡는 중이다)
경우E : (수술 동의서 급하게 읽어주면서) 산모는 급속 분만 후 자궁 출혈로 지금 적혈구 숫치가 3.8로
긴급 자궁 절제술 들어가야 합니다. 동의하시면 싸인하세요.
경미남편E : (정색하면서) 그건 곤란합니다.
S#41. 복도
레지1 : ?
남편 : 자궁을 뗀다는 데 어떻게 싸인을 해요?
경우 : (어이없고) 싸인을 하셔야 수술을 하죠.
남편과 친정모 마주본다.
친정모 : 자궁을 떼는 것 밖에 방법이 없어요?
경우 : 네.
친정모 : 어떡하나 이서방. 어 어떡하면 좋나. (눈치 보며) 그래도 애는 건강하니까...
남편 : (한숨)
친정모 : 애가 딸인게 좀 그렇긴 해도... 방법이 없다는데 어떡하겠나...
경우 : 빨리 수술하지 않으면 생명이 위급할 수도 있습니다.
남편 : 겁주지 마세요.
경우 : 아니 제가 겁주는 게 아니구요, 지금 응급 상황이거든요.
남편 : 난 지금 그런 말 안 들려요.
아이1 : 할머니. (치마에 매달린다)
시모 : (저 쪽에서 나타나서 오면서) 아니 이게 무슨 일이야? 뭐 애를 낳다 어떻게 돼?
남편 : 자궁 수축이 안돼서 자궁을 떼내야 한다는 데요.
시모 : 밭 매다가 애 낳는 시절도 아니고 출혈 하나 못 잡아 자궁을 뗀다는 게 말이 되나? 어?
경우 : 지금 응급 상황이거든요!
시모 : 자궁으로 가는 혈관 묶는 거 그건 어따 쓰고.
경우 : 저기요. 출혈이 적으면 시도해볼 수 있는데 며느님은 지금 그 단계가 아니거든요!
시모 : (핸드폰을 신경질적으로 탁 접으며) 느이 외삼촌은 왜 통화가 안되는 거니 대체.
조카 : 할머니 무서워.
조카2 : (할머니 치마꼬리 잡는다) 비켜.
시모 : (시끄럽다는 듯 애들을 내려다보는데)
친정모 : (눈치 보면서) 에미 조카들인데 맡길 사람이 없어서 데리고 나왔는데 이렇게 조르네. 저리 좀 가서 놀아.
경우 : (거의 울 지경이다) 아 빨리 수술 안하면 목숨이 위험하다니까요.
시모 : 얘 2대 독자에요! 딸 하나 낳고 자궁을 뗀다는 게 말이나 돼요? 당신 같으면 그렇게 얼씨구나 뚝딱 떼 내겠어?
혜영 : 안경우 선생 지금 뭐하는 거야?
경우 : (미치겠다) 선생님. 여기 남편분께서 독자라고... 아들 낳아야 된다고.
남편 : 이번에 딸을 낳았는데요. 제가 아들을 못 낳으면
혜영 : (표정 변화 없이) 등신... 그래서 환자를 죽이자고? (레지던트에게 하는 말 같으나 남편이 뜨끔한 상황)
남편 : 헉!
혜영 : (퍼미션 용지 받아 들고) 아들이 필요하세요?
남편 : 네. (알아주니 반가운) 제가 3대 독자라
혜영 : 잘 들으세요. 혈색소 수치가 2.8 자궁을 절제해도 생존 확률은 50% 이하.
더구나 보호자가 동의서에 싸인 안하시는 덕분에 시간이 자꾸 지체되고 출혈은 계속 되고 있으니 20% 미만이에요.
남편 : ...
혜영 : 나는 일단 환자를 살려야겠어요. 살려놓고 그 담에 이혼을 하든 대리모를 들이든 고민하세요.
어차피 자궁 절제 안 하면 출혈과다로 사망인데, 아들 못 낳는 건 마찬가지고
그럼 고민할 것도 없이 새장가 들어야 되잖아요?
남편 : 헉.
혜영 : 싸인하세요.
모두 : (기가 질린다)
남편 : (동의서에 싸인한다) ...
혜영 : (레지던트한테 동의서 용지 던져주면서) 이렇게 한심한 짓 다신 하지마. (들어가고)
재석 : (상식과 같이 보고 있든 다른 곳이든) 꼭 살려야겠는데? 못 살리면 완전히 뒤집어 쓰겠어.
인턴 : 좀 과격하시네요.
상식 : 초응급이잖아. 저 정도 사명감은 당연한 거지.
재석과 인턴 상식을 어이없이 본다.
상식 그들을 의식하지 않고, 혜영이 진심으로 할 일 했다는 듯 뿌듯하게 보고 있다.
서진 평가단과 함께 오다가 모여서 상식 일행을 본다. 그리고 그들이 보는 혜영을 보고 다시 그들을 본다.
평가단 그 광경 목격하지만 민망하므로 중간에 조용히 돌아선다.
처음엔 사람 없었으나 구경거리에 환자며 보호자들 모여있는 상황.
시모 : (전화 받으며) 아 여보세요. 그래. 여기 5층인데... 어 그래. 누굴 찾아?
서혜영 선생이 누구야? 꼭 그 양반한테 수술 부탁하라는데?
경우 : 저 분이 서혜영 선생님이세요.
남편 : 원래 저렇게 비인간적이에요? 아니 말이 그렇잖아. 마누라 자궁 떼면 이혼을 하라는 둥 대리모를 들이라는 둥.
같은 여자가 너무하네.
친정모 : 그럼요. 무슨 말을 저렇게 무섭게 하나 그래... 이혼을 하라니...
시모 : 대 끊을 순 없잖니. 난 저 말도 일리가 있어 보이는구나...
S#42. 분만실 스테이션
영미 : 너무하네요 진짜.
수선생 : 진짜 대박 대박. 저런 무대뽀 처음 봐.
영미 : 저런 사람을 어떻게 믿고.
수선생 : 앞으로 어떻게 같이 일해야 할지 무서워 죽겠다.
영미 : 그게 할 소리에요? (동시에)
수선생 : 그게 할 소리야? (동시에)
영미 : 그런 말 안 들려요. 겁주지 마세요. (흉내 내면서) 부인이 죽어 가는데 남편이란 사람이 그게 할 소리에요?
수선생 : (서로 다른 사람 얘기 중이었다) 병원 평가단 앞에서 그게 무슨 짓이야?
감점 당해 등급 낮게 나오면 월급 깎이고 30분 일찍 출근하고 그거 누가 해야 되는데? 간호과만 죽어나는 거야.
영미 : 일단 환자는 살려야 되잖아요.
수선생 : 살려. 누가 말리니. 근데 그렇게 평가단 앞에서 과격하게 살려야 되는 거니?
아우 아우 뒷골이야. 아유 뒷골 내 혈압...
S#43. 수술실
혜영 : 비피는?
레지 : 70/40입니다.
혜영 : 지금부터 긴급 자궁절제 시작합니다. 바이탈 잘 잡아주세요.
수술과정 일반 제왕절개와는 달리 세로로 배를 쨉니다. (배꼽 아래부터 일직선으로)
피부 지방 근막 근육 복막 순서로 열고 복강 내가 보여집니다. 이제 자궁 밑 부분만 몸에 붙어있습니다.
커다란 클램프로 자궁 목을 잡고 자릅니다. 남은 밑둥을 suture 합니다. 등등...
경우 : 괜찮을까요?
혜영 : 글쎄. 너무 먼 거리에서 온데다 지체까지 돼서.
경우 : 시어머니가 보통 아니겠던데.
혜영 : ?
경우 : 살려놨는데 이혼이나 안 당할지.
혜영 : 이혼해도 하나 아까울 거 없겠드만... 애 낳는 기계 취급에 마마보이 남편에...
경우 : 애들은 어쩌구요.
혜영 : 그건 걔들 팔자고.
인턴 : 너무하세요.
혜영 : 인생이 원래 그런 거야.
인턴 : 이번이 첫애 아니에요?
경우 : 셋째야.
인턴 : 네?
경우 : 여자는 재혼이야. 시어머닌 모른다더라. 입단속 잘 해.
인턴 : 아 머리 뽀개지겠어요. 웬놈의 비밀이 이렇게 많냐고요.
S#44. 수술 참관실
서진과 평가단 수술 참관하는.
서진, 혜영의 수술하는 모습을 아련하게 본다.
S#45. 수술실
혜영의 수술 장면.
S#46. 수술장 밖
혜영 수술 마치고 나타난다.
남편 : ?
혜영 : (지나치려)
친정모 : 어떻게 결국 자궁을 떼냈습니까?
혜영 : 네.
친정모 : 아이고 부처님...
시모 : (싸늘하게 본다)
남편 : (기운 없다) 수술은 잘 됐나요?
혜영 : 일단 출혈은 잡았습니다만 지켜봐야 합니다.
아이들 : (음료수를 빨대로 쪽쪽 소리 내어 마시고 있다)
시모 : (애들을 보면서) 남들은 다 낳는 아들을 못 낳는구나...
친정모 : (아이들이 내는 소리가 눈치 보인다) 아 그만 마셔.
아이1 : 엄마는?
남편 : (긴장해서 애들 본다)
친정모 : 아 엄마는 직장 갔잖아... 왜 여기서 찾구 그래 이리줘. (음료수 캔 뺏는다)
아이1 : 아직 남았단 말야.
친정모 : 그만 좀 마셔 응. 이따 또 사준다구.
아이1 : 징징.
시모 : 아유. (부채질 하면서) 나는 이만 들어갈란다.
친정모 : 가시게요 사부인.
시모 : 있음 뭐하겠어요. (쳐다보지도 않고) 넌 눈밑이 그게 뭐니? 애는 니가 낳니?
혜영 : (그들을 스쳐 지나온다)
S#47. 중환자실
혜영과 경우 경미를 보는 중이다.
경우 : 총 RBC 15파인트, FFP 4파인트, 혈소판 20파인트 들어갔으며 현재 헤모글로빈은 12.0 어제는 12.5 였습니다.
혜영 : 오늘 total I/O는?
경우 : 2300에 1500입니다.
혜영 : 폐부종 안 오게 신경써야 돼. 필요하면 라식스 쓰고...
S#48. 중환자실 밖
경미 남편과 친정모 기다리고 있다.
혜영 : (지나쳐 오는데)
남편 : 애들은 어떻게 하구 오셨어요?
친정모 : 즈 고모가... (보구 있어)
남편 : 그 전남편이란 사람은 왜 갑자기 애들을 못 키운다고 그러는 거래요?
친정모 : 재혼 한다구. 여자가... 애들은 죽어도 못 키운다고...
남편 : ...
친정모 : 애 내놓으라고 그 난리 칠 적에는 죽어도 못 준다고 버티더니
이제와 재혼해 잘 사는 애한테 애를 키우라고 보내면 우짜란 말이고. (눈치 안 볼 수 없고)
남편 : (한숨) 저희 어머니하고 마주칠 수 있으니까 애들은 병원에 데려오지 마세요.
친정모 : 그래야지. 갑자기 애들을 맡길 데도 없고... (혜영을 보고) 깨어났습니까?
혜영 : 의식은 돌아 왔는데 더 지켜봐야 합니다. 합병증이 올 수도 있고.
남편 : (한숨 내쉬는)
친정모 : 합병증이요?
혜영 : 폐부종이 올 수도 있고 여러 가지로 상태가 좋은 편은 아니라서, 안심하긴 이르네요.
친정모 : ...자네가 2대 독자에 딸 하나 낳고 애가 저 지경이 돼서 내가 면목이 없네...
남편 : ...
S#49. 분만실 스테이션
재석 평가단에 잡혀 오다가.
재석 : 저는 급한 분만이 있어서 이만.
평가단 : (뻔히 보이지만 그냥 보내줄 수밖에)
평가단 다시 경우에게 뭐 물어보려는데.
E 응급콜
경우 : 응급실 콜이라서. (도망간다)
무심하게 차트 보는 혜영 발견.
평가단 환자 처치에 대한 구술 질문 혜영 막힘없는 답변.
S#50. 응급실
쌍둥엄마가 실려 들어오고 경우가 맞고.
쌍둥아빠 : 쌍둥인데요. 전에 다니던 병원에서 전치태반이라고 진통 오면 큰 병원 가라고 해서요.
그리고 쌍둥이 중 한 명이 아직 좀 작다고 했는데.
경우 : 아 네.
쌍둥아빠 : 위험한가요?
경우 : 산모분 힘 주지 마세요. 참으세요. 응급수술 할 거니까, 얼른 가서 수속하세요.
(데스크에서 전화한다) 네 선생님. 저 안경운데요.
S#51. 분만실 스테이션
재석과 분식이나 짜장면 같은 식사를 시켜 먹으려던 혜영. 젓가락 놓고 일어난다.
재석 : (자신도 일어나 냉장고 열고 두유 하나 꺼내주면서) 마셔.
혜영 : (받아들고 가면서) 고마워. (마시면서 이동)
수선생 : 엄청 챙기네?
재석 : (대수롭지 않게, 변명도 아니고 그저 혜영을 잘 알뿐) 쟤 배고프면 포악해져. 수술실 애들이 무슨 죄야.
S#52. 수술실
제왕절개 중인 혜영.
혜영 : (배 가르면서) 소아과에 왔어요?
소아레지 : 네, 왔습니다.
혜영 배를 가르면서 아이를 꺼낸다.
이간호사 : (마스크 쓴 채 아기를 받아 워머에 갖다 놓고) //
(처치하면서 신생아 목에 호흡기 대고 빨아내고 팔찌 채우고 씻어 주면서 숫자 불러준다) 아들입니다.
혜영 : (두 번째 아이 꺼내다가 자기도 모르게 소스라치게 놀란다)
경우 : 왜? 헉.
영미 : (아기 받으러 혜영과 경우의 표정에 놀라고) 어머나.
혜영 : 조용히 하세요.
쌍둥엄마 : 왜요? 선생님.
혜영 : 아닙니다. 아기가 울지 않아서요. (아기 넘겨주고) NICU 과장님 좀 연결 해봐요.
소아레지 : 네. 산부인과 수술실입니다. 네 잠시만요.
혜영 : 아기 사진 찍어두세요.
소아레지 : 과장님 여기 5번 수술방인데요 (콜한다) 과장님이 직접 오셔야 할 것 같답니다.
// 한 쪽에서 아기를 처치하는 영미 손이 덜덜 떨린다. 소아과 레지도 안절부절 못한다.
영미 : 이 아기는 어떻게 할까요?
혜영 : 절차대로 엄마 가슴에 대주세요.
영미 : 네. (떨리는 목소리로) 몇 년 몇 월 몇 일 몇 시 산모 아무개의 아기입니다. 아들입니다. (가슴에 대준다)
쌍둥엄마 : 다른 아기는요? 잘못됐나요?
영미 : (답 못하고)
혜영 : 산모분 그 아기는 신생아 선생님이 먼저 보실 거에요. 그리고 보여 드릴 테니까 걱정 마세요.
그 때 문이 열리면서 상식이 들어온다.
상식 : (들어와 아기를 본다. 나직하게) ...아... 이런.
S#53. 신생아 중환자실
상식 아기 보는 중. 간호사들 무서워한다.
민간호 : 어머.
상식 : 이치오시스예요. 그 중에서도 제일 심한 종류...
민간호 : 치료가 되요? 선생님?
상식 : (고개 젓는다)
민간호 : 불쌍해서 어뜩해. 저런 애 본 적 있으세요?
상식 : 나도 책에서만 봤어요.
전화 온다.
민간호 : 산부인과 수술 끝났다는데요.
상식 : 어 대기실로 간다 그래요. (한숨)
평가단 와서 체크.
S#54, 상담실
혜영 두 손을 마주 잡고 앉아 있다. 나름 놀랜 가슴 진정 중.
상식 혜영과 눈이 마주친다. 나름 놀랬지만 진정하려 노력중이라는 걸 안다.
상식 뜨거운 차 혜영에게 건네준다.
상식 : 좀 진정될 거에요.
혜영 : 아기는요?
상식 : 응급처치는 했는데, 간호사들이 무서워해서... 많이 놀래셨죠?
혜영 : 좀.
상식 : (이렇게 심한 경우는 처음이다 등의 말을 하려는데)
그 때 보호자가 온다.
쌍둥아빠 : 괜찮나요? 애들은요? 한 놈이 좀 작다고 했었는데.
혜영 : 산모는 무사합니다...
쌍둥아빠 : 애들은요?
혜영 : 소아과 선생님이 설명해 주실 텐데...
상식 : (들어온다) 앉으시죠. 설명하겠습니다. 작은 아이는 건강합니다. 2.0킬로면 요즘에는 뭐 별 문제없다고 봐야죠.
쌍둥아빠 : (긴장)
상식 : 큰 아이는 상태가 많이 안 좋습니다.
쌍둥아빠 : 살아있나요?
상식 : 네...
S#55. 신생아 중환자실
아직 아기는 안 보고 있는 상황.
쌍둥아빠 : 그렇게 열심히 산부인괄 다녔는데...
혜영 : 산전진단에서는 발견하기 힘든 병이에요.
적나라하게 보이는 아기 상태. 이치오시스. 피부각화 최악의 상태로 파충류 비슷한 상태. (아주 잠깐 보여준다)
쌍둥아빠 심하게 쇼크 받는다.
쌍둥아빠 : (경악과 공포 뒷걸음질 외면) 제 아이가 맞습니까?
상식 : 맞습니다.
쌍둥아빠 약간 진정됐다.
상식 : 어린선에도 심하고 경한 형태가 있는데... 이 아기는 가장 심각한 경우에요.
피부가 제 기능을 못해 세균에 감염되기 쉽죠.
쌍둥아빠 : 평생 이렇게 살아야 하나요 그럼?
상식 : 평생이요?
쌍둥아빠 : 저런 사람을 제 평생 본 적이 없어요. 평생 저러고 사나요?
상식 : 평생이죠.
쌍둥아빠 : 허, 정말.
상식 : 평생이라고 해야 길어야 한두달입니다.
쌍둥아빠 : (뭐라 말할 수 없는 기분, 다행이라고 해야 할지 아니라고 해야 할지)
S#56. 회복실
쌍둥엄마가 누워 있고 신생아 한 명을 데려다 놨다.
혜영과 레지들 들어오자 산모 궁금해 하며 쳐다본다.
쌍둥엄마 : 작은 애는요? 왜 말을 안 해주죠?
혜영 : (남편 본다. 남편 고개 젓는다) 아직 상태가 안정이 안 돼서요. 엄마를 볼 수가 없어요.
쌍둥엄마 : 그럼 제가 가서 보면 되잖아요. 면회가 안돼요 선생님? 저 괜찮거든요.
혜영 : 아직 애기가 많이 힘든 상태라서요. 배는 안 아파요??
쌍둥엄마 : 이거 아픈 거야 아무것도 아니죠... 우리 애가 어떤지도 모르는 거에 비하면요.
혜영 : 남편분이 대신 열심히 보살피고 있으니까 산모는 몸부터 잘 추스르세요.
S#57. 식당
밥을 푸는 혜영. 맞은편에서 밥 푸는 상식. 혜영 눈치채지 못하고.
혜영 빈자리 가서 맞은편에 앉는 상식.
상식 : 산모는요?
혜영 : 작은애를 찾아요. 아마 NICU로 갈지도 모르겠어요.
상식 : 면회 오면 뭐라고 해야 할지, 어떡해야 할지. 그 전에 귀뜸을 해줘야 할 텐데... 어떡할까요?
혜영 : (밥 먹는다) ...제가 하죠.
상식 : 입덧은 좀 나아졌어요?
혜영 : ...덕분에요...
재석 : (저 쪽에서 식판 들고 오다가) 누가 입덧해?
혜영 : 나.
상식 : (눈치 채고 입 다물고)
재석 : 환영회 이따가 하려는데 괜찮지?
혜영 : 누구 환영회?
재석 : 너?
혜영 : 내 환영회를 왜 니 맘대로 잡니?
재석 : 지금 물어 보잖아. 난 니가 와서 너무 너무 환영하는 마음이 넘쳐나는데, 넌 안 그런 거 같다?
혜영 : 어.
재석 : 싸가지 없는 기집애. 정떨어지게 말하는 건 하나도 안 변했네.
아~ 내가 얘 등판에 점이 삼각형인거 까지 아는 사이거든요.
혜영 : 너 점 얘기 한 번만 더 하면?
상식 : 같은 수영장 다니셨나부죠?
재석 : 그 정도가 아니고요. 아 얘하고 내가 유치원 초등학교, 고등학교 동창.
상식 : 아~
재석 : 짝도 두 번이나 했지? 추억이 새록새록 떠오른다.
혜영 : 추억 좋아하시네.
재석 : (아련한 눈빛으로) 애들한테 맞고 울고 있으면 두둥 나타나서 구해주고.
혜영 : 그걸 자랑이라고. 너 여기서까지 니 사고 친 뒤치다꺼리 하라고 하면 의절해 버릴 꺼야.
재석 : 주로 얘가 구해줬죠 나를...
상식 : 푸. (밥 먹다 말고 웃는다)
재석 : 결국 니가 온 거냐? 이은미는 펠로우 더 한다며?
혜영 : 무급으로 더 하겠대.
재석 : 역시 갑부 딸은 다르구나? 어? 그냥 끝까지 돈으로 버티네.
너도 다리라도 분지르고 버티지 그랬어? 그러고도 남을 애가 선선하게 온 게 수상하다?
E 혜영이 전화 울린다.
혜영 : 네. 어 알았어. 먼저 갈게. (식판 들고 서둘러 뛰어 간다)
상식 : 어어 뛰지 마세요.
혜영 : (못 듣고 뛰어가는)
재석 : 별 염려를 다 하시네. 병원 평가에서 신생아실은 무풍지댄가요?
상식 : 아직 안 왔어요.
재석 : 난 괜히 어슬렁거리다 잡혀서 질문 받을까봐. 화장실도 못가고 있는데...
상식 : (웃는다) 왔다 갔어요.
S#58. 중환자실
경미 기도삽관 중. 폐부종으로 산소포화도 하강. 혈압 떨어짐. 맥박수 상승. 경고음 삑삑.
혜영 급하게 들어온다.
혜영 : 도파랑 도부타 로딩하고 내과 불러서 도와달라고 해!
경우 : 네.
혜영 : 카디오마이오패씨인가? 그럼 예후가 안 좋은데...
경우 : 에코 해달라고 할까요?
혜영 : 그래. 가족들 어딨어요?
초 응급 상태다. 심정지가 오거나 등등 응급 상황.
경우와 혜영의 응급처치 중.
친정모 : 아이고 박복한 것... 박복한 것...
경미남편이 면회중이다.
남편 : 미안해 여보... 미안해. 내가 못난 놈이었어. 우리 짱구는 어쩌라고... 나더러 어떻게 키우라고 이러는 거야...
일어나 여보 어. 선생님 살려주세요. 자궁이 없어도 애 더 못 낳아도 상관없으니까 살려만 주세요. 네.
혜영 : ...
남편 : 저 땜에 이런 거죠? 제가 지체만 안 했어도... 수술이 늦어서 이런 거에요?
혜영 : 그것도 일부분 이유가 됩니다. 오늘을 넘기기 힘들 수도 있습니다.
남편 : (벙)
아이들 : 엄마.
남편 : (벙해서 보면)
아이들 : (가운 입고 들어와 엄마에게 매달린다)
아이2 : 엄마 자는 거야? (작은 애는 물정 모르고)
아이1 : 엄마 일어나 엄마. (큰 아이는 엄마가 위독하다는 것을 안다)
경우 : 이렇게 면회를 단체로 하시면
혜영 : 놔둬요...
친정모 : 아이고 이것아. 생떼 같은 자식들 두고 어떻게 눈을 감을라고 이러니 어.
아이2 : 엄마 어디 아퍼??
아이1 : 엄마 엄마...
시모E : 엄마라니?
일동 : (경악해서 돌아보면)
시모 : (새파랗게 질린 얼굴로 아이들과 며느리, 아들과 친정모를 보고 있다. 옆에는 시부도 서 있다) 누가 엄마라는 게냐?
아이1 : (눈치 말짱해서) 엄마가 아니고 이몬데...
아이2 : 우리 엄마잖아...
시모 : (싸늘한 눈길로 아들과 친정모를 본다) 이게 어찌된 일인지 설명해주시겠습니까 사부인?
남편 : 엄마 나가서 얘기해 나가서.
시모 : 나가긴 어딜 나가. (작은 아이1에게) 얘! 엄마가 누구라고?
아이2 : (손가락으로 엄마를 가리킨다)
시모 경악하는 표정과 일동의 반응들.
S#59. 복도
시모 : (바르르 떨면서) 내 집안을 박살내도 분수가 있지. 어디서 그지 같은 게 내 아들을 꼬여내.
친정동생 : 사부인 말씀이 지나치시네요. 그지 같은 거라뇨.
시모 : 지나치다니? 누가 지나친지 길을 막고 물어봐요.
애를 둘씩이나 낳고는 처녀인 척 우리 아들 꼬여내 총각 결혼한 게 사기결혼인지 아닌지.
친정동생 : 형부는 알고 있었거든요.
시모 : (두둥) 사실이냐?
남편 : 엄마...
시모 : 이런 반푼이 같은 놈.
시부 : 진정해요... 진정하라구. 지금 그게 문제가 아니잖아. 새 애기가 지금 위독하다잖소.
복도에 환자 보호자 간호사들까지 구경났다.
시모 : (그들을 보고 창피해하기는 커녕) 내 아들 곱게 키워 전문직 만들었는데
이제 와 애가 둘이나 딸린 이혼녀라는데 진정하게 생겼어요?
혜영과 병원 식구들 시선으로 그들이 보인다. 쉽게 끝날 거 같지 않다.
혜영 차트 보면서 체크하고 저들의 대화가 더 이상 들리지 않는 듯하다.
혜영 : 경비실에 전화 했어?
경우 : 했습니다.
평가단이 지나치다 그 모습을 목격한다. 병원 직원 얼굴 사색이 된다.
상식 아이 둘이 두려워 벽에 붙이 있는 모습을 본다.
혜영의 눈에 상식 직원에게 뭐라고 귀뜸하고 아이 둘을 챙겨 진료실로 들어가는 모습이 보인다.
친정모 : 사부인 제가 그 동안 많이 참았는데 저도 할 말은 해야겠습니다.
시모 : 뭐라구요?
친정모 : 우리 애가 막말로 이혼녀인거 숨기고 싶어 숨겼습니까?
허서방한테 사실대로 말하고 난 이 결혼 못한다고 했는데 매달리고 매달려서 결혼했던 겁니다.
집안 볼 거 없다고 반대하고 수모 주고 그거 다 참고 견딘 앱니다.
그런데 애 낳다가 저렇게 쓰러져 자궁까지 들어내고, 사람이 죽어 갑니다.
죽어가는 마당에 죽을 죄인한테도 이러시는 게 아니지요. 그래도 댁의 손녀딸을 낳은 에밉니다.
시모 : 잘난 내 아들 애 딸린 홀아비 만들어놓고도 할 말이 있으세요?
친정모 : 피가 철철 난다고 자궁 떼야 한다는데 아들 낳겠다고 동의서에 싸인 안 하고 시간 보내다가 저 지경 된 게 아니냐구요.
선생님 아닙니까? 아니에요? 거기다 수술도 들어가기 전에 대리모를 들이겠다는 둥 사람이면 그러는 거 아니지요.
시모 : 대리모 얘기는 여기 의사선생님이 먼저 꺼낸 겁니다.
그리고 수술이 지체 돼서 저 애가 저렇게 됐답니까. 선생님 말 좀 해보세요. 어디서 생사람을 잡아요, 잡길.
시부 : 진정해요. 이런다고 뭐가 달라지나.
시모 : 당신이나 진정해.
시부 : (찔끔)
남편 : 다들 왜 이러세요. 진짜 누구 미치는 거 보려고 이러세요!
S#60. 상식의 진료실
아이 둘 앉히고 컴퓨터 구름 사진 보여주며 설명해주는 상식.
상식 : 이 구름은
아이1 : 비늘같네.
상식 : 그렇지. 비늘구름이라고 하는데 이게 비가 오기 전에 나타나는 구름이야.
S#61. 복도
경비업체 사람들 시부시모 데리고 내려간다.
경비E : 이러시면 환자들에게 불안감을 조성하시는 겁니다. 내려가 주셔야겠습니다.
친정동생 : (음료수 따서 건네주며) 그렇게까지 말 할게 뭐 있어.
친정모 : 말두 마라. 내가 그동안 눈꼴시어도 누구 땜에 참았는데? 니 언니 그동안 수모 받고 살았을 게 뻔하잖니.
남편 : 죄송합니다.
친정모 : 자네가 죄송할 게 뭐 있나... 자네도 불쌍하고 저 어린 것들도 불쌍하고... 애들은 어디 갔어?
평가단 복도의 남편에게 질문.
평가1 : 보호자분께 질문 좀 하겠습니다. 혹시 환자 권리에 대해서 알고 계십니까?
경미 남편과 친정모, 혜영의 리액션 나와도 좋고.
평가1 : 의료진으로부터 수술 전후 위험성이나 향후 치료계획이나 예후에 대해 충분히 들었습니까?
남편 : 네.
평가1 : 의료행위 설명을 듣고 시행여부를 선택할 권리를 들었습니까?
남편 : (망설인다) ...네.
평가1E : 진료와 관련하여 알려진 사생활의 비밀을 보장 받을 권리가 있습니다. 알고 계셨습니까?
남편 : (절망스러운 얼굴) 아뇨 아뇨 아뇨 제가 죽일 놈이에요.
S#62. 상식의 진료실
담요 덮고 자고 있는 아이들. 옆에서 공부 중이던 상식.
친정모 : 고맙습니다 선생님.
상식 : 애들이 고생이네요.
친정모 : 지 엄마 임종도 못 지키면 한 될까봐 데려왔어요.
상식 : 그렇죠.
친정모 : 그동안 애들이 눈치 보면서 엄마라고 부르지도 못한 거 보면 내 가슴에서 불이 올라오는데... (울컥)
평가단 열린 문 사이로 그 모습 본다.
S#63. 복도
문자가 띵 온다. 영미 문자 확인한다. ‘할 말 있어. 계단에서 봐.’
S#64. 계단
들어오는 영미 팔을 낚아챈다. 경우다.
영미 : 아 깜짝이야.
영미 약간의 기대와 함께 경우를 본다.
영미 : 누가 보면 어쩌려구.
경우 : 여긴 잘 안 오는 데야 괜찮아. 할 말이 있어서.
영미 : 뭔데요? (빤히)
경우 : (잠깐 맘이 약해져서) 오늘 약속 취소해야 할 거 같은데. 몸이 좀 안 좋아서...
영미 : (이마에 손 대보려 하든지, 안쓰러워서) 어뜩해.
누군가 계단을 후다닥 내려오는 인기척.
재석 : (나타나서) 어, 둘이 여기서 뭐하는 거야?
영미 : 아 전 엘리베이터가 안 와서 계단으로 내려가던 길이에요.
경우 : 전 전화 좀--
재석 : (대수롭지 않게 보면서) 여기서 연애 한다면 누가 잡아먹어? 이따 서선생 환영회 하는데 장소는 알지?
둘 : 네.
재석 : (나가고)
영미 : 이따 환영회는 올 거에요?
경우 : 응.
수선생E : 김영미 어디 갔어. 318호 라인 좀 잡아야 되는데.
영미 : 아 저 가봐야 겠어요.
S#65. 병실
영미 병실에서 주사 바늘로 혈관 잡는다.
영미 : 아이구 많이 부으셨네. (여기저기 보다가 적당한 곳 찾는다)
이간호 : 아우 혈관이 다 터져서 얼마나 어려운데요.
영미 : (한 번에 자리 찾아 꽂는다)
환자 : 이 아가씬 한 번에 잘만 놓는데 뭔 혈관 타령이야?
이간호 : 얘는 신생아 중환자실에서 (손가락 보이면서) 요만한 애기 팔뚝에 주사 놓던 애라구요.
영미 : (주사 챙겨 들고 나간다)
S#66. 중환자실
경미의 바이탈 싸인들.
혜영 안도의 한숨 내쉰다. 경미 의식이 돌아온 듯. (하지만 아직 인튜베이션 중)
혜영 : 정신이 드세요?
경미 : (끄덕 끄덕)
S#67. 중환자실 밖
혜영 홀가분한 마음으로 친정모와 남편에게 말을 건넨다.
혜영 : 안심하셔도 될 거 같아요.
남편 : 그래요?
친정모 : 아이고 감사합니다. 감사합니다.
혜영 : 면회 가능할 테니까 들어가 보세요.
혜영 스쳐 지나오는데 기세 등등 들어오는 시어머니.
남편 : 장모님. (조용하게)
친정모 : 왜 그러나. (하다가 시모 보며 할 말 없다)
남편 : 엄마!
시모 : 당장 이혼해라! 알았어?
친정모 : 사부인 왜 이러십니까.
그 사이 아이 둘 잽싸게 엄마에게 간다.
S#68. 중환자실
뛰어 들어오며 엄마 외치는 아이들. 엄마 눈물짓고, 꼬마들 운다.
창 밖에 상식 V자 그리면 막내 울다가 웃으며 V.
놓치지 않고 보는 평가위원들 미소.
S#69. 신생아 중환자실 앞
쌍둥엄마 간호사들과 실갱이 중이다.
쌍둥엄마 : 우리 애 보러 왔다니까요. 나 우리 애 한 번도 못 봤어요. 장애아여도 괜찮아요. 팔 다리 없어도 괜찮다니까요?
면회시간 맞잖아요. 그거 맞춰서 온 거에요 저.
상식과 혜영 쌍둥아빠 오다가 쌍둥엄마를 본다.
병원 오다가 민망한 장면에 고개 돌리려다 지켜본다. (평가가 아닌 가슴 아픔)
쌍둥엄마 : (혜영에게) 왜 다들 슬슬 피하고 말도 속 시원하게 안 해줘요?
우리 애 살아 있다면서요? 선생님 내가 엄만데 왜 안 보여줘요? 나 몸 추스르면 괜찮다고 하셨잖아요.
나 팔다리 없어도 괜찮아요. 잘 키울 수 있어요. 혹시 다운증후군이에요? 그럼 어때요 형도 있는데... (너무 절실하다)
쌍둥아빠 : 여보. (안는다)
쌍둥엄마 : 비켜. 난 괜찮거든.
상식 : 어머니. 죄송합니다. 아이는 편안하게 갔습니다.
쌍둥엄마 : 헉. (숨을 못 쉬는)
상식 : 최선을 다 했습니다만... 아기가 워낙 심각했어요.
혜영 : (산모를 안는다) 숨쉬세요 숨쉬라구요. 호흡하세요. 힘내서 아기 보셔야죠.
쌍둥엄마 : (호흡하지 못하고 쓰러질 듯. 가슴 미어진다. 호흡이 안정되자) 나 우리 아기 볼래요.
살아생전 한 번 안아주지도 못한 우리애기 안아볼래요. 마지막 가는 애기 옷이라도 입혀줄래요.
보여주세요. 보여주세요.
쌍둥아빠 : 내가 안아 줬어 여보. 내 품에서 갔어. 평온하게 아프지 않게... 그렇게 갔어 여보.
내가 우리 아기 꼭 안아 줬으니까... 외롭지 않게 갔으니까 걱정마.
쌍둥엄마 : (오열하는 미칠 거 같은) 얼마나 무서웠을까 혼자 가는 길이 얼마나 무서울까.
이 모자라도 좀 씌워주지... (손에 작은 흰 모자 들고 울다가 놓치는)
쌍둥엄마의 우는 등이나 흰 모자 등이 어렴풋하게 아주 아주 어렴풋하게.
격리실에 있던 이치오시스 아기의 시선으로 본다면 이렇게 보일 거라는 정도의 어렴풋함으로
엄마와 아버지의 뒷모습이 흐리게 보인다.
혜영 : (가슴이 아프다)
상식 : (역시 아픈)
쌍둥엄마는 옮겨졌고.
S#70. 신생아 중환자실 격리실
쌍둥아빠가 들어오다 멈춰 서 있었다.
쌍둥아빠 : 제가 모진 거 압니다. 그래도 치료해도 어차피 못 살 거 보면 가슴만 아플 겁니다. 충격도 오래 갈 거고.
그러니 그냥 죽었다고 퇴원 시키고 제가 가끔 와서 보겠습니다.
상식 : ...
쌍둥아빠 : 대신 최선을 다해서 치료해주세요. 이 아이도 살려고 나온 거니까 치료 하지 말라고는 안 할 겁니다.
최선을 다해 주시되 고통스럽지 않게 해주세요.
상식 : 네.
쌍둥아빠 : 자주 오진 못해도 저 혼자 안고 가겠습니다. 애 엄마한테 비밀로 해주셔서 감사합니다.
(아버지 나가려다) 아 이걸 좀 씌워줄 수 있을까요?
상식 : (받아서 본다) 감염의 우려가 있어서, 씌울 순 없고, 소독 후에... 지금은 그냥 여기 얹어 두겠습니다.
쌍둥아빠 : (인큐베이터 위에 올려진 모자에 시선 주고 아웃)
S#71. 옥상
혜영 : 아기는 어떤 걸 택하고 싶어 했을지 모르겠어요.
이 아기는 출생신고도 하지 않을 테고 이름도 없이 누구의 아기로 불리다가 갈 테죠.
내가 어떤 아이였는지 어떤 모습이었는지, 엄마 기억에 조차 남지 못한 채로,
존재조차 완벽하게 비밀인 운명과, 평생 가슴 아파할지도 모를 모습으로 남는 것. 아버지가 대신 선택했잖아요.
그렇지만 나 때문에 엄마가 가슴 아픈 건 원치 않았을 거예요.
상식 : 일부러 가슴 아프게 하려고 태어나는 사람이 어딨어요. 원래 아기들이란 배려 같은 거 안 해도 되는 존재잖아요.
양보나 배려는 엄마나 아빠가 일방적으로 하도록 되어 있는 거예요.
혜영 : (그런 상식을 본다. 자판기 커피 들고서)
S#72. 병원 앞 (오후, 저녁)
병원 평가단 병원 현관을 나가는.
서진 평가원 누군가와 악수. 센터장, 주임과장 등 정중히 배웅한다.
서진 잠시 멈춰 병원을 올려다보는. 이층 복도를 걸어가는 혜영 허리 굽히거나 벽을 집는다.
서진 눈빛이 변하고.
S#73. 분만실 스테이션
주임과장 : 수고들 했어요.
수선생 : 드디어 끝났네. 하루가 열흘 같아요.
주임과장 : 뭐 이렇게 준비하면서 부족한 것도 채우고 그러는 거지. 다들 수고 많았어요.
S#74. 신생아 중환자실 근처
나오는 상식. 서진 주위 사람 때문에 신경쓰여 혜영에게 가지 못하는데.
상식이 먼저 걸어오다가 배를 움켜쥐고 걷는 혜영을 발견한다. 뛰어가는 상식.
상식 : (상태 안 좋다 느끼고) 산과로 갈까요? 어떤 선생님한테 가면 되죠?
혜영 : 안돼요. (단호)
S#75. 혜영의 진료실
혜영 진찰대에 눕는다. 커텐 친다. 혜영 배를 올리고.
혜영 : 거기 젤 있죠. 그거 발라서 쓰실 줄 알죠?
상식 : (초음파 기계 들고 젤 바른다) 좀 차가워요.
혜영 : 모니터 이쪽으로 돌려주세요.
상식 : (초음파 진찰하면)
혜영 : 좀 더 아랫배쪽으로요 그렇죠.
상식 : (초음파에 집중)
혜영 : (모니터에 집중)
상식 : 어 뛴다.
혜영 : (심장이 뛴다. 멍하게 보며)
상식 : 임신초기에 먹지도 못하면서 고로는 3박자를 다 갖춘 겁니다.
혜영 : 내가 산부인과 의사예요.
상식 : 아버지가 소아과 의사면 애들이 방치되죠. 산부인과 여선생님들도 산전진찰도 제대로 못 받던데.
혜영 : 할 수 없잖아요. 연수 간 선생 올 때까진 무리하게 될 수밖에 없죠.
상식 : 그래도 조심하셔야지.
혜영 : 휴지나 주세요.
상식 : 알려지길 원치 않으시는 거 같으니까 말하지 않을게요. 걱정 마세요.
혜영 : 걱정 안하는데?
상식 : 네?
혜영 : 죄 지은 것도 아니고 단지 사생활일 뿐이잖아요. 이런 거 떠들고 다니는 쪽이 우스운 거 아닌가?
상식 : 아~ 네. (벙찌지만 맞는 얘기. 초음파 기계 껍질 벗겨 휴지통에 걸쳐놓고 휴지 한 장 뽑아 닦아주려)
혜영 : (벙쪄 있다가 휴지 뺏어 자신의 배를 슥슥 닦는다)
상식 : (잠시 어쩔 줄 모르는)
혜영 : (일어나 옷매무새 가다듬는다)
상식 : (뻘쭘 괜히 의식되는)
혜영 : (일어나고) 부탁인데 앞으론 나한테 신경 꺼주세요. 임산부 대접 내가 원하질 않아요.
상식 : (혜영 보는)
혜영 : (보다가 눈길 피하는)
그 때 초음파실 밖에서 소리가 들리고 두 사람 긴장감 속에서 눈길 마주치고 혜영 당황하고.
누군가 초음파실 커텐을 휙 열면서 들어오려는 중.
상식 급하게 혜영을 가려주면서 허둥대며 혜영과 그 쪽을 쳐다보면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