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혁기 중국의 도시화 경험
“중국을 제대로 알고 대처하자”는 주장이 갈수록 빈번하고 강하게 제기되고 있다. 응당 그렇게 해야 한다. 그런데 그게 쉬운 일이 아니다. 우선, 광활한 국토와 14억에 달하는 인구를 보유한 큰나라(大國)이고, 장구한 역사 기간을 거쳐오면서 각 지역별로 자연환경, 민족, 문화, 사회풍습, 정치·경제제도 등의 차이가 매우 크다. 게다가 근대 이후 반봉건체제에서 사회주의체제로, 그리고 다시 “중국 특색의 사회주의체제”로 전환 중에 있고, 최근에는 개혁개방 이후 이룩한 양적 성장의 바탕 위에서 경제정책기조를 중저속 성장으로 변속하는 ‘신상태(新常態: New Normal)’로 전환하고, 밖으로 는 ‘육상 및 해상 신 실크로드(一帶一路)’ 건설과 해외특구 건설 등을 추진하는 과정에서 수많은 문제들이 얽혀있기 때문이다. 이 글에서는 ‘중국 제대로 알기’를 위해, 1978년 중국공산당(이하 ‘중공’)이 개혁개방을 공표한 이후 진행된 ‘도시화’ 진행과정을 농촌과 도시, 농업과 비(非)농업(공업과 서비스업), 농민과 시민 간의 관계라는 관점에서 주요 변화동향과 문제 중심으로 분석·고찰하고자 한다.
...
도농이원구조가 유지된 채로 개혁개방 정책이 농촌과 농업에서 도시와 공업으로 확대 추진되면서 도농 간 격차는 급속하게 확대되었고, 삼농 문제가 돌출 심화되었다. 이 중 대표적인 문제가 ‘농민공(農民工)’문제다. ‘농민공’이란 도시로 진입하여 주로 건설현장의 잡부나 보모, 유흥업소 종업원 등 도시내 비공식 부문의 비정규직이나 계절성 노동에 종사하면서 도시 내 그늘지대에 거주하며 떠돌고 있는 농민군체(農民群體)를 가리킨다. 2015년 말 중국 내 농민공 수는 2억 7,747만 명으로 전년대비 1.3% 증가했고, 이중 1980~90년대 이후에 출생한 소위 ‘신세대(新生代) 농민공’ 비중이 약 70%를 점했다.
현재까지도 중국에서 호적제도는 농민과 시민의 신분을 구분하고, 나아가 그 신분을 후대까지 세습시키고 있다. 즉, ‘농민공’이 장기간 도시에 거주한다 해도 도시호구를 획득하기는 매우 어렵다. 게다가 도시에서 태어나고 성장한 ‘농민공’ 자녀들은 “신세대 농민공”으로 농민공 신분을 이어받는다. 이들은 같은 일을 해도 도시호구를 가진 시민 노동자보다 보수가 적고, 사회보장 대상자 범위에서도 제외된다. 오히려 ‘농민공’이기 때 문에 깔보는 시선과 차별 대우까지 감수해야 한다. 도시민 앞에서 스스로 움츠러들고, 자신이 ‘비천한 농민신분’임을 스스로 자각하고 인정하게 된다. 이들은 도시호구를 가진 사람들을 ‘그들 도시사람’이라 부르고, 자신은 ‘우리 외지농민’이라 부른다. 스스로 자신을 도시의 국외자로 여기고, 종 종 자조적으로 “우리는 농민 아니냐?”라고 말하면서 의사표현이나 행동에 도 소극적이다. 이들의 실제 노동시간은 노동법이 규정한 시간을 초과한 다. 상하이의 4개 건설공사장 노동 농민공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에 의하 면, 1년 365일 휴일 없이 일하고, 하루 노동시간은 10시간을 넘으며, 야간작 업도 자주 있다.이외에도작업장안전보장,임금체불,보험등의문제도 있다.
한편, 도시정부 입장에서는 도시 노동자들이 꺼리고 기피하는 일을 저임 노동력으로 해결할 필요성 때문에 농민의 도시진입에 대한 규제를 완화하고, 심지어 통로나 구멍을 열어두기도 한다. 농촌정부도 농민공들이 도시로 가서 벌어오는 돈이 지역경제에 도움이 되므로, 농민의 도시 유출 을 적극적으로 규제할 이유가 없다.
도농이원제 호적제도에 대한 비판과 반발이 갈수록 빈번해지고 사회· 정치적 문제로 확대되면서 중국 정부는 각급 지방정부와 도시정부가 도농 이원제호적제도를 취소 또는 변경할수 있도록 허용하고 있다.그에따라 최근에 허베이(河北), 랴오닝(遼寧), 산동, 광시(廣西), 총칭(重慶) 등 12개 성(자치구, 직할시)급 지방정부가 농업호구와 비농업호구 이원제 호구 성격 구분을 취소하고, 도시와 농촌의 호구등기제도를 통일하여 ‘거민호구(居民戶口)’라 통칭하고 있다. 이 외에 베이징과 상하이는 농업인구를 비농업인구로 전 환하는 제한조건을 완화했고, 광동성의 포산(佛山), 선전, 중산 등지에서는 도시화 수준이 비교적 높은 농촌지구의 주민들을 포괄적으로 비농업호구 로 전환해주었다.
농촌은 도시보다 낙후하고 농민은 도시주민보다 가난한 상황, 그리고 공업화와 도시화 과정에서 돌출되는 삼농 문제는 중국만의 문제는 아니 다. 그러나 ‘중국 특색’의 농촌 문제는 개혁개방 이전 계획경제체제 시기 부터 형성·심화되어왔다. 이중에서도 핵심 문제는 ‘시민’과 ‘농민’을 구분 하고 있는 호적제도와 농민의 토지사용권(경작권)에 대한 재산권 행사상의 제한이라 할 수 있다. 따라서 중국 정부가 목표로 하는 ‘신형도시화’ 또는 ‘중국 특색의 도시화’ 추진을 위한 선결과제는 ‘중국 특색의 농촌 문제’ 안 에 내제된 호적제도와 농민의 토지사용권 문제 해결방안 마련이 될 것이다.
첫댓글 https://www.aladin.co.kr/m/mproduct.aspx?ItemId=127686031 도시로 읽는 현대중국 2: 개혁기:1949년 이후 지금까지 현대 중국을 만들어온 중심축 ''도시'', 역사비평사, 김도경, 노수연, 박인성, 박철현(엮음), 신현방, 윤종석, 이선화, 이성호, 이승욱, 장정아, 장호준, 정규식, 조문영, 조성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