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또(도시락)

한편의 "말죽거리"의 영화처럼
과거 70년대 학창 시절하면 모두가 어려웠던 시절이었던 것 같습니다.
"배고픔의 추억"
먹성이 한창인 학창시절에
"변또"하면 이런 저런 추억이 모두에게 있겠지요?
너나 할것없이 모두가 가방에 노랑 사각 모양의 변또를 가지고 다녔으니까요.
반찬이라곤 김치,깍두기,멸치조림, 단무지,
한두가지의 반찬을 가지고 보리밥에 맛있게 먹던 추억이 있습니다.
좀 잘 살면 쌀밥이었구요...
때론 개구장이면, 아니 도시락을 싸올 형편이 안되었으면,
변또를 싸온 친구에게 다가가 숫가락만 들고 다니며, 변또 뚜껑을 빌려서,
밥한술, 반찬 한술 떠다가 흔들어 먹으면 맛이는 비빔밥이 되곤했습니다.
그렇게 배를 채울수 있는 점심시간이 기다려 지던것이 나만이 아닐것입니다.
그시절에 그것이 부끄럼이 아니고 웃으며 넘길수 있는 추억이 아니었을까요?
겨울철엔
조개탄을 쓰는 난로위에 변또를 벽돌 쌓듯이 올려놓으면
난로 앞에 앉은 학생은 맨 아래 도시락이 타지 않도록
부지런히 도시락 위치를 바꾸어 놓는게 일이었습니다.
때론 맛있는 누룽지가 되면 맛이게 나누어 먹던 생각이 납니다.
나에게도 "변또"하면 잊혀지지 않는 추억이 있습니다.
그리고 꼭 만나고 싶은 사람이 있습니다.
고2,
무척이나 어려운 시절이었습니다.
사업실패로 가사가 급격히 기울었습니다,
고등학교를 더 이상 다닐수 없을정도로 어려웠습니다.
학교 통학은 뺑차(무료 승차)로 타고 다녀야했으니,
변또 싸가지고 다는것은 생각지도 못했습니다.
그러니 점심시간이면 숫가락들고 이학생 저학생 돌아다니며
도시락 뚜껑을 빌려 한두 숫갈씩 뺏어 넣어 비빔밥을 만들어 허기진 배를 채우곤 했습니다.

어느날인가
4교시가 체육시간으로 기억합니다.
무척이나 배가 고팠어요.
운동장에서 수업이 끝나기 전에 교실에 들어와
어느 학생 도시락을 조금 먹을 맘으로 뚜껑을 열어보았습니다.
그런데 뜻밖에 쌀밥에 동그란 소새지를 겨란으로 튀긴 반찬이었습니다.
어찌나 맛있는지, 맘은 한두 숫깔만 먹어야지 하는데, 그것이 맘처럼 잘 안되었습니다.
너무 맛있어서 그만 절반정도, 아마도 그이상 먹지 않았나, 좀 지나치게 먹어던 것 같습니다.
도시락 뚜껑을 덮어 놓고 아무일 없었던것 처럼 맨 뒤의 내책상에 앉아 있었지요...

잠시뒤 교실 앞에서 누군가 큰소리가 낳어요..
" 야 !!! 누가 내 도시락 이렇게 했어.. 자수안해??? XXXX놈아 XXXXX"
큰소리를 지르는 쪽을 보니 아까 내가 도시락을 먹은 학급생이었습니다.
한마디로 열받쳐 있던 것이었습니다.
뭔가 잘못되어 가는것 같았습니다. 피할 상황도 아니고,
" 야! 내가 했다,., 그만해라.."
" 뭐!! 다 먹어라! XXXX놈아" 하며 도시락을 나에게 던져 버렸습니다.
순간 교실안은 그와 나만있는것 같은 긴장감이 흘렀습니다.
모든 학생이 나를 보는것 같은데,,, 눈동자들이 그렇게 크게 보인적이 없었습니다.
챙피하기도 하고, 모멸감을 느끼기도 하고, 뭔가 모욕감마져 느꼈습니다.
사과해야 마땅한데 오히려 적반하장이라할까? 힘으로 누루고 싶었습니다.
그래 순간적으로 단순 대화가 오갔습니다.
" ㅇㅇㅇ 야 너 죽을래!!! "
" 그래 XXX 놈아"
" 뭐 !! 나가자!! 따라와 !!!"
" 어쭈!! 그래 너 죽었다!!"
그래서 우리는 여의도 백사장으로 갔습니다.
그 학급 친구도 분기 탱천하여 갔습니다.
교복 상의와 모자를 벗어 버리고
백사장에서 1:1로 치구박았습니다,,,
한두대 치구 박으니,
그 당시엔 축구를 한 몸이니 상대가 되지 않았습니다.
"운덕아 졌다."
그 한마디에 싸움은 멈쳤습니다.
왔던길을 걸으며 사과를 했습니다.
" 미안하다. 괜찮나 ?"
" 아냐! 내가 미안하다. 괜찮다."
우리는 그렇게 화해를 했습니다.
다시 학교로 돌아와 굼굼해 하는 학급 친구들을 뒤로하고
아무일 없던것 처럼 지낸 생각이 납니다.
그리고 30년이 훨씬 지났습니다.
그런데 요사이 그 친구가 자꾸 생각이 납니다.
아마도 동문이니 다시 만나겠지요.
꼭 한번 찾아서라도 만나보고 싶습니다.
그리고 변또 이야기하며 식사 한번 제대로 사고 싶습니다.
변한 모습에 서로가 한참 생각을 더듬어야 하겠지요.
이제는 그 친구도 머리가 많이 희어졌겠지요.
아마도 공부도 잘 한 친구였으니,
중년의 멋있는 모습이 되어 있겠지요....
첫댓글
형님 오랜만이네요..형님때나 저희때나 도시락 깨 먹는건 변함이 없었네요. 그것도 체육시간 또는 교련시간..저희땐 매점이용을 자주 했는데.. 띵띵 불은 라면에 뜨거운 스프물만 부었는데도 그 땐 어찌나 맛있던지..도시락 싸온 친구 라면 사주고 같이 라면국물에 밥 말아먹고...쩝쩝 그런데 그 때가 왜 자꾸 그리워질까요
추억이 되서일까요
아 생각난다. 지금도 반지하 매점,,, 거기서 라면 엄청 먹었는디,,, 덜익은라면, 띵띵 불어터진 라면,,, 배고프니 라면 국물,,, 끝내줬지.... 지금도 그 매점 그대로 있을까??
형님 함 가서 그때 그라면 함 먹어볼까예
함 좋지?? 아직도 있을까???
올해 안으로 꼭 만날려구 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