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순 선생님의 정년 퇴임 소식을 접하고

[율리오]

섬마을 총각 선생님!

저 나이 52살 선생님의 퇴임 소식을 접하고 세월을 뒤로 돌려 어린 시절 선생님과 함께 했던 아름다운 섬마을에 동심으로 돌아가 있습니다.

섬 속의 작은 마을 경북 울릉군 서면 학포초등학교 6학년과 5학년이 같은 교실을 사용하고 한분의 담임선생님과 공부하는 모습이 담긴 표현으로 6학년 2분의 1반, 이렇게 우리 반 이름을 붙여 놓고 보니 더욱더 작아 보이는 학교의 규모가 가슴에 와 닿습니다.

11명(손호익, 이상흠, 김성곤, 박유래, 우영자, 김영숙, 이경옥, 남복희, 추경희, 최옥선, 김외숙)의 6학년 2분의 1반 친구들을 대신하여 건강하신 모습으로 40여년의 교직생활을 영예롭게 퇴임하시는 선생님께 인사 올립니다.

본토의 동쪽 섬 속에 서쪽 바다가 탁 트인 운동장에서 바라보면 무척이나 저녁노을이 아름다운 동네에서 우리는 함께 많이 놀고 적게 공부하는 6학년 시절을 보냈습니다.

우리와 함께하며 아름다운 심성으로 키워준 담임선생님, 아득한 40년 전의 우리 선생님의 모습을 되뇌어 봅니다.

자그마한 선생님, 털이 많은 선생님, 총각 선생님, 우리 집에 하숙하신 선생님, 그 시절의 어린 마음속의 기억들입니다.

우리 친구들이 우리 담임선생님을 더 좋아하고 기억에 간직하는 것들은 우리가 배운 국어 산수 자연 등 책속의 공부를 익히게 해 줘서가 아니라, 굽이굽이 산길을 지나 개울을 건너 한 시간에서 두 시간씩 작은 걸음으로 등하교를 했던 힘든 여건에서 벗어나 우리 동네에서 학교를 다닐 수 있을 때 만난 선생님이기 때문이며, 11명 우리 친구들의 가정과 가족들을 한 가족처럼 함께한 선생님이시기 때문이며, 우리가 기억하는 것들을 선생님도 기억하고 계시기 때문입니다.

동쪽 섬 울릉도(鬱陵島), 답답할 울(鬱)자로 표현하여 오지의 소통되지 않는 섬이라는 인식에서, 우리는 울(鬱)자를 울창하고, 다채롭고, 꽉 막힌 수평선이 아니라 탁 트인 수평선을 바라보며 넓은 가슴을 가질 수 있도록 어린 심성을 돌보아 주신 선생님의 정성어린 돌보심이 있었다는 것을 떠올리고 가슴이 뜨거워짐을 느끼게 됩니다.

선생님과 함께한 짧은 1년의 6학년 생활이 우리 친구들의 반백년 삶에 따뜻한 성품과 기다림과 인내함을 익히게 하는 초석이 되었고 작은 기쁨에도 행복해 하는 아름다운 심성을 가질 수 있는 토대가 되었습니다.

개인의 소중한 삶을 향하여 걸어가고 있는 저와 친구들의 진정한 행복의 기준이 어린 시절 우리 모두가 함께한 시간들을 소중히 생각하는 모습에서 느낄 수 있습니다. 나의 고향과 너의 고향이 같고 가슴에 안고 있는 추억이 같은 친구들을 만나면 항상 반갑고 행복합니다.

작은 섬 어린이들은 곤궁한 생활이었지만 선생님과 함께해서 행복했습니다.

선생님의 학포초등학교 1회 졸업생 제자들은 그때 못살고 어려웠던 시절을 추억으로 행복하게 이야기 합니다.

자주 만나지는 못하지만 대소사에서 또는 모임에서 만나면 우리만의 독특한 기억들을 밤새 이야기하며, 그때 우리 만남의 명분이 같은 동네 같은 선생님과 함께했던 것 이 됩니다. 이야기 메들리 속에는 선생님과의 추억을 이야기 합니다.

성곤 이는 학교에 오지 않고 고기 잡으러 갔다고 선생님께서 성고기라 별명을 붙여 줬다는 이야기를 하고 경옥 이는 본토에서 오신 선생님을 좋아했는지 멍하니 저녁노을을 보고 선생님을 생각했다는 이야기, 조숙한 여자 친구들의 기억에 선생님께서 우리 누나를 좋아했다는 이야기 등 등.

추억으로는 아름답지만 맞닥뜨린 현실이라 생각하면 얼마나 힘든 시기였을까?

너무나도 오지 중의 오지에 오신 선생님, 먹을거리도 없고 볼 것은 망망대해 너무나도 외로웠던 20대 중반의 총각 선생님!

이렇게 되뇌고 보면 지금 내 자신이 외로워지는 것을 느끼게 되는데 그런 시작을 바탕으로 40년 세월이 흘러 영예로운 퇴임과 새로운 인생 출발을 하시는 선생님. 지난 세월 파도를 가르는 역동의 세월을 뒤로하고 순풍에 돛단 듯이 여유로운 새 인생을 강건하게 출발하시길 기도합니다.

이제 현실로 돌아와 선생님의 섬마을 제자 10명 모두는 일찍 고향에서 떠나와 각지에서 일가를 이루고 행복하고 여유로운 삶을 살고 있습니다.

가끔씩 만나 나누는 정담 속에 고향 마을의 이모저모가 그려지고, 우리의 삶속에 화제가 옮겨지면 그간 살아온 모습을 허심 없이 이야기하는 우리 친구들 모두가 함께해서 행복해지는 만남입니다.

지난주 5월 7일 경옥이는 아들을 장가보내 며느리를 새 식구로 맞아 들였고 우리 친구들은 이 기회에 수원에서 만나 결혼식에 참석하고 수원화성을 걸으며 소중한 시간을 만들었습니다. 복희는 남편이 영종도 공항에 근무하여 인천에 살고, 영숙이는 남편이 수성구청 공무원이라 대구에서 살고, 영자는 남편의 사업체가 부산에 있고, 상흠이는 건축사로 성곤이 옥선이도 대구에서 살고 있습니다. 외숙이는 구미에서 경희는 경주에서 모두가 자신의 중년을 관리하고 있습니다.

저 또한 일녀 일남의 자녀와 마음이 넉넉한 아내와 일가를 이루고 열심히 살고 있습니다.

너무 오랜 시간 무심하게 찾아뵙지 못하고 지냈는데 선생님의 퇴임 시기가 다가왔다는 소식을 접하고 세월의 흐름을 망각하고 바쁘게 살아온 저의 생활을 반성하게 됩니다.

선생님의 초임시절 우리와 함께한 기억을 더듬고 선생님의 교직 중 첫 졸업생 제자인 우리 10명(1명 천국) 친구들은 늘 선생님을 사랑합니다.

2011. 5. 21. 토요일. 제자 박유래 배상

※ 참고로 조순 선생님은 현제 금호초등학교 교장선생님으로 재직하고 계시며 8월말로 정년퇴임     을 하신다는 소식입니다.

[서정열]

친구야 ! 선생님에대한 좋은 추억과 그리움 정말 가슴에 와닫는구나...아무튼 좋은글 잘읽고 연락한번 해볼께
고향말로 쇗 바람이 불어 날씨가 쌀쌀하네 건강조심 하그레이.....

[nawon]

유래야 니 글솜씨가 보통이 아이다 좋은글 잘읽고간다 니가쓴 글을읽으니 옛날의 어린시절 울릉도 생각이나내 정말 좋은 선생님이었구나
니가또 멋진제자다 유래야 자주만나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