쉽게 살려하니 어렵고 괴로운 것입니다” / 지관 스님
서울 강남 봉은사(주지 원혜스님)는 지난 2일
조계종 총무원장 지관스님을 법사로 초청해
정초산림기도법회를 봉행했다.
사부대중 1000여명이 운집한 가운데 열린 이날 법회에서
총무원장 지관스님은 “쉽게 살려니까 인생이 어렵고 괴롭다”며
“진정한 불교적 삶은 주어진 여건 내에서 매사에
최선을 다하는 것”이라고 불자들의 정진을 당부했다.
법문 내용을 요약 정리했다.
“대충 살겠다고 하면 매사가 괴롭습니다
악한 마음 내기보다 착한 마음 내기 어렵고
게으르기는 부지런하기보다 쉽습니다.
그러나 쉬운 만큼 공덕은 없습니다.”
병술년 새해를 맞이했습니다.
오늘이 벌써 닷새째입니다.
법당에 앉아 작년을 돌이켜보고 금년을 살아갈 마음의 힘이
솟아오르도록 하는 것이 정초기도의 참뜻입니다.
그렇게 살아야 뜻있는 생을 살아갈 수 있습니다.
곧 봄이 오고 산하에 꽃이 필 것입니다.
때가 되면 알아서 피는 것이라고 여기기 쉽지만 아닙니다.
지금 이 순간에도 작년에 피어난 가지에서 다시 피기 위해
최선을 다하고 있습니다.
그런 마음을 닮아야 합니다.
방대한 부처님 말씀 가운데 유언에 해당하는 〈유교경〉을 바탕으로,
새해 가져야할 마음가짐에 대해 이야기하고자 합니다.
누구에게나 삶은 괴롭고 어렵습니다.
그럼에도 역경을 슬기롭게 이겨내며 꿋꿋하게 살아가야 참된
불자입니다.
좌절하거나 심지어 생명을 포기한다면 옳지 못할 뿐만 아니라
죄가 됩니다.
살다보면 여러 가지 어려움이 닥칠 수 있습니다.
쉽게 살려니까 어렵습니다.
어렵게 살려면 쉽습니다.
‘호귀학도난(豪貴學道難).’
‘돈이 많고 지위가 높은 사람이 도를 배우기 어렵다’는 뜻입니다.
부족함이 없으면 절대 종교에 귀의하지 않습니다.
남보다 우월하다고 여기는 마음의 크기만큼 남을 무시하게 됩니다.
돈도 많고 몸도 건강하고 아는 것도 많고 말도 잘하는 사람에게
겸손과 하심을 기대하긴 어려운 법입니다.
이러한 자만심이 인생을 그르치는 독이 됩니다.
지금 잘 산다고 영원히 잘 사는 게 아닙니다.
이번 생에만 윤택한 것일 뿐입니다.
막대한 재산이라도 ‘내것’이 아니라 잠시 내게 맡겨진
것일 뿐입니다. 죽으면 사라집니다.
그럼에도 죽어서도 재산을 가져가겠다는 부질없는 욕심과 집착에
괴롭습니다.
‘제멸아만난(除滅我慢難).’
아만심을 없애기가 참으로 힘듭니다.
‘잘난 체’, ‘돈 있는 체’ 모든 ‘~체’ 하는
행위들이 아만입니다.
‘~체’는 진실이 아닌 과장이나 허구입니다.
자연스럽지 못합니다.
그래서 모두가 ‘~체’하는 부류들을 싫어합니다.
‘~체’하지 않으려면 겸손해야 합니다.
아만과 대칭되는 하심(下心)입니다.
하심은 자기를 낮추는 것입니다.
스스로를 높이려면 낮아지고 스스로 낮추면 높아지는 이치를
깨우쳐야 합니다.
아무리 지체높은 고관대작이라도 목욕탕에서 벌거벗고 보면
똑같습니다.
어떤 대위가 군내(軍內) 대중목욕탕에서 바닥에 놓인 비누를
가져다 썼는데, 주인이 나타나 남의 물건에 함부로 손을 댔다고
윽박질렀습니다.
굴욕적이다 싶을 정도로 열심히 사과를 했는데 알고 보니
일개 졸병이었더랍니다.
내가 더 가졌다고 내가 더 높다고 남을 무시하기 일쑤입니다.
겸손하지 않으면 인격이 부족하다는 증거입니다.
나이가 많다고 인격까지 훌륭할 순 없는데, 아만이 사람 사이의
관계를 흐트러뜨립니다.
아만을 부숴 없애는 게 수행입니다.
현실을 인정하고 주어진 여건에서 최선 다하십시오.
그것이 인생의 바른 길이자 부처님의 가르침입니다.
‘피욕부진난(被辱不瞋難).’
‘남에게 굴욕을 당하고도 화를 내지 않는 것’입니다.
피해를 보고도 가만히 있으면 바보 취급당하기 십상입니다.
‘나’에 대한 관념이 있는 한 어쩔 수 없지요.
하지만 참아야 합니다.
참지 않으면 아무것도 이룰 수 없습니다.
삶이란 참음의 연속입니다.
한 찰나를 참지 못해서 벌어지는 참사가 도처에서 목격됩니다.
가족 앞에서도 상사 앞에서도 친구 앞에서도 참아야 평화를
유지할 수 있습니다.
삶의 질서를 올곧이 하기 위해 인욕해야 합니다.
‘인색인욕난(忍色忍辱難, 색심과 욕망을 참는 것)’도
마찬가지입니다.
살림이 검소해야만 순조롭게 참을 수 있습니다.
참지 못하는 상황은 항상 자기 분수에 넘치는 망상을 갖고
실행에 옮기다 일어납니다.
늘 남을 위해 베푸는 마음가짐을 가지십시오.
‘불설시비난(不說是非難).’ 자신의 허물은 좀체
안 보이는데 남의 허물은 왜 이리 잘 보입니까.
남의 시비를 보지도 말고 이야기하지도 마십시오.
오로지 자신의 잘못만 바로 보고 질타하십시오.
저에게 30년 동안 가르침을 내리셨던 전 동국역경원장
운허스님은 누군가 찾아와 타인에 대한 험담을 늘어놓으면
아무 말씀도 안하셨습니다.
욕하는 사람을 타박하지도 않고 그저 웃기만 하셨습니다.
범부라면 오히려 한술더떠 허무맹랑한 거짓말을 보태
천하의 악인으로 만들었을 것입니다.
물론 언제나 꿀먹은 벙어리 행세를 하는 게 능사는 아닙니다.
아이가 버릇없이 굴면 따끔하게 혼을 내주는 것이 자비입니다.
‘일심염불난(一心念佛難).’ 한 마음으로 부처님을
부르기도 어렵습니다.
법당에 와 입으로는 부처님을 외면서 머릿 속으론
점심 먹을 생각, 친구 만날 생각에 사로잡히면 기도의 공덕은
없습니다.
기도하는 시간만큼은 휴대폰을 꺼두십시오.
아예 가져오지 마십시오.
전화받으면서 운전하는 일만큼 위험천만한 짓이 없습니다.
밥 짓는 사람이 오로지 밥 짓는 데에만 열중하듯 기도하십시오.
기도하는 마음으로 사람을 대하십시오.
‘심행평등난(心行平等難).’ 자만심을 버리기도,
굴욕을 참기도, 남의 허물을 들추지 않기도 어렵죠.
마음을 청정하게 유지하기가 언제나 버겁습니다.
우린 참으로 편심(偏心)이 많아요.
조카보다 아들이 좋고 6촌보다 4촌에게 더 정이 갑니다.
사람은 누구에게나 두루 따뜻한 맛이 있어야 합니다.
인간미 넘치는 호인이 되려면 세 가지를 잘 다스려야 합니다.
조심(調心). 마음을 항상 고요하게 하고 마음 씀씀이를
공평무사하게 하십시오.
자기 마음을 스스로 조절하고 제어할 수 있는 사람이
부처님입니다.
순간의 탐욕에 인생을 걸지 마십시오.
그렇다고 욕심이 너무 없으면 죽은 자나 다름없습니다.
정당한 무언가를 이루기 위해 노력하는 건 욕심이 아니라
희망이자 원력입니다.
조식(調息). 호흡을 고르는 것. 곧 수행입니다.
호흡이 길어야 자세도 바르게 회복되고 오래 살고 건강합니다.
마지막으로 조신(調身). 몸을 잘 다스려야 합니다.
건강을 잃으면 전부를 잃는 것입니다.
운동이 별 것이 아닙니다. 많이 걸으면 그게 운동입니다.
집안일을 남에게 맡겨놓은 채, 운동하겠다며 헬스장에 가서
땀을 빼는 것만큼 어리석은 일도 없습니다.
그리고 중도를 지키십시오.
과로에 시달려도 너무 놀아도 안 됩니다.
인생은 힘듭니다.
그와 같은 힘듦을 이겨냈을 때 진정한 가치가 발합니다.
착한 마음을 내기는 악한 마음을 내기보다 어렵습니다.
게으르기는 부지런하기보다 쉽습니다.
그러나 쉬운 만큼 공덕이 없습니다.
현실을 인정하고 주어진 여건 내에서 최선을 다하십시오.
그것이 인생의 바른 길이자 부처님의 가르침입니다.
불교신문
첫댓글 현실을 인정하고 주어진 여건 내에서 최선을 다하라🙏🏻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