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례, 화개장터와 쌍계사 2
“처음이세요?” “예, 처음입니다.” “그럼 쌍계사도 안 가보셨겠네요?” “예.” 그런 후 내가 식사를
마치기까지 남편은 앉아 있다가 내가 계산을 하려 일어서자, “안 바쁘시지요?” 하고 묻는다. 그
렇다고 말하니 자신의 차에 타라고 권한다. 쌍계사까지 태워 주겠다고 하는데 묘한 감동이다. 여
주인이 페트병을 가지고 와서 내가 마시다 남긴 술을 담아서 신문지에 둘둘 쌓더니 가방에 넣어
주며 “목마를 때 드세요” 한다.
쌍계사의 벚꽃 길이 유명하다는데 내가 걸음을 할 때에는 벌써 꽃잎이 다 떨어진 후였다. 그래
서 그런지 관광객들도 보이지 않는다. 누가 말했던가? 관광이란 사람구경하는 것이라고. 관광객
이 없는 길은 아무래도 허전해 보인다. 쌍계사에서 기억나는 것은 큰 돌을 파서 약수를 받는 약수
터가 있는데 그 물 위에 떨어져 있는 새빨간 동백 꽃잎이 묘하게 정열적인 모습으로 느껴진다.
쌍계사를 돌아보고 내려오는데 버스 승강장 주변에 노점이 가득하다. 어느 곳이든지 산사 주변의
관광지에는 그 지역의 나물이나 약초를 많이 파는데 그 곳도 별반 다르지 않아 보인다. 천천히
구경을 하면서 내려오는데 한 노점에 맛있게 보이는 나물 같은 것의 무침이 있었다. 문득 배낭에
걸쳐있는 막걸리가 생각난다. 여주인이 맛을 보라기에 조금 먹어보니 그 맛이 참으로 맛있다.
그것이 무엇인지 물어보니 ‘가시리’ 라는 해초란다. 조금 팔 수 있겠는가 하고 물으니 파는 것은
아니라며 조금 담아 준다. 나는 고마워서 그 ‘가시리’를 한 뭉치 샀다. 김 톨처럼 만들어 놓은 것이
만원이란다.
온통 녹차 밭이었다. 어느 밭은 예전에 분명 논이었음이 분명한데 녹차 밭이다. 지역 사람의 말대
로라면 우리나라에 녹차가 처음으로 재배 된 곳이 구례이며 그 곳에서 보성으로 옮겨 갔다는 것이
다. 자연 그대로의 녹차 나무도 많이 눈에 뜨인다. 새순 하나를 따서 입에 넣고 씹어보지만 커피
외의 차에는 관심이 없어서인지 그저 텁텁하고 쌉싸름할 뿐이다.
내려오는 길. 초콜릿을 먹는데 중 강아지 한 마리가 붙는다. 조금 나누어 주었는데 강아지는 아마도
2키로 정도는 나를 따라온 것 같다. 꼬리를 치면서 말이다. 중간쯤 아주머니 한 분이 들 녹차 잎을
따는 모습이 보인다. 자연산 녹차 잎을 따는 것이다. 길 가 경계석에 앉아서 막걸리를 꺼내고
‘가시리’ 안주로 마신다. 아! 그 막걸리 맛이 좋다. 아마 막걸리 맛이 아니라 내 기분의 맛이 그만큼
좋은 것이리라. 그 식당 주인 부부, 지금은 어떤 모습으로 생활을 하실지.....
쌍계사에서 걷기 시작하여 화개 장터에 거의 다 다다랐을 무렵 뒤에서 버스가 경적을 울린다. 손을
들자 곧 버스는 내 곁에 섰고 나는 올라탔는데 그 버스가 평사리를 거쳐 하동으로 가는 버스였다.
이제 나는 버스를 타고 전라도에서 경상도로 넘어가는 것이다. 문득 강원도 문막과 충청도와 경기도
가 맞닿는 곳에 캠핑을 갔던 기억이 떠오르고 태백에 머물면서 일용직 잡부(직업소개소를 통해서 하
루하루 노동을 하여 일당을 버는 일. 그들은 잡부라고 말하는데 그 잡부도 두 종류가 있어서 한 종류
는 어느 공사현장에 처음부터 끝까지 일을 하는 직영 잡부와 매일 매일 소개소를 통해서 여기저기 일
터를 지정받아 가서 일하는 일용잡부가 있는데 이 일용잡부들이 자신들을 비하하여 부르는 호칭이
‘개 잡부’라는 말이다. 나는 태백에서 6개월간 이 일용잡부를 한 경험을 바탕으로 장편 ‘개 잡부’라는
소설을 썼다)를 하는 중 태백과 영월, 그리고 정선이 만나는 산마루가 기억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