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레공동체가 기독교 대안학교라는 이름으로 두레자연고등학교를 남양만 두레마을에 세운 지 어느덧 20년이 흘렀습니다. 10년이면 강산이 변한다던데 이 말 따라 지난 20년 동안 많은 변화가 있었습니다. 산새가 찾아들고 시원한 바닷바람이 얼굴을 스치던 경기도의 한 작은 시골마을이던 학교 주변은 어느새 하나둘 들어선 공장과 집들로 인해 제법 시끄러운 도회지로 변해가고 있습니다. 아직은 시원한 바닷바람이 마음을 달래주고는 있지만 점점 심해지는 황사먼지 속에는 중국에서 불어오고 있는 산업화의 먼지가 담겨 있겠지요. 이래저래 산업화와 도시화의 그늘이 마음을 어둡게 하고 있습니다.
그래도 지난 20년은 황무지에서 장미꽃이 피어나는 기적의 20년이었습니다. 대안학교라는 거창한 이름 아래 시작은 했지만 아무것도 준비된 것 없이 맨땅에 헤딩하기로 시작한 우리 두레자연고등학교였지만 지금은 든든한 동생으로 두레자연중학교와 함께하고 있습니다.
선교훈련원으로 사용되던 건물을 학교 개교 일정에 맞춰 서둘러 개조해놓은 학교건물은 학교라고 하기엔 숙소 같고 기숙사라고 하기엔 학교 같은 애매한 공간이었습니다. 그리고 학교겸 기숙사로 사용될 건물 한 동 외에는 아무것도 갖추어지지 않은 빈약한 여건 속에서 교직 경험이 거의 없는 10명의 교사들이 열정과 비전 하나만으로 하나님의 말씀과 사명의식 그리고 이사장님의 꿈만을 믿고 겁도 없이 대안교육으로 뛰어들게 되었습니다.
좌충우돌, 암중모색… 이러한 단어들이 처음 몇 년간의 두레자연고등학교에 어울리는 단어들일 것입니다. 개성은 강하지만 모나고 비뚤어진 두레자연고등학교 아이들은 결코 만만한 상대가 아니었습니다. 이제 달라져 가는구나, 이제 사람이 되어 가는구나 하는 순간 기대를 저버리는 행동을 하고 마음의 문을 한순간 닫아버리는 전혀 예측할 수 없는 존재들이었습니다. 이런 존재들과 열정, 고집으로 똘똘 뭉친 선생님들과의 한판 승부, 그것이 지난 20년간의 두레자연고등학교였습니다.
두레자연고등학교의 첫해는 눈물과 한숨이 한데 어우러진 그런 시간이었습니다. 도저히 달라지지 않을 것 같던 아이들, 그 아이들은 어느 순간 변하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정말 아이러니하게도 우리 교사들이 교사이기를 포기했을 때, 교육관도 버리고 학생은 이래야 한다, 학교는 이래야 한다는 마지막 마지노선을 버렸을 때, 모든 것을 다 내려놓았을 때 아이들의 마음이 열리기 시작한 것입니다. 교사와 학생을 떠나 한 인간으로서 눈물과 기도 속에 하나님을 바라보고 아이들을 바라보았을 때 아이들은 달라지기 시작했습니다.
이 책 속에 담긴 글들은 두레자연학교의 지난 20년의 기억들입니다. 지난 20년을 어떻게 살아왔는지 어떤 마음으로 지내왔는지 고스란히 담겨 있습니다. 하지만 과거는 과거일 뿐 지금 현재도 아니고 앞으로의 미래도 아닙니다. 그것이 단순한 좋은 기억이고 추억으로만 남는다면 아무것도 아닙니다. 과거의 기억을 현재에도 살아있게 하고 앞으로도 살아있게 하는 것은 우리의 몫입니다. 그것을 어떻게 바라보고 받아들이는가, 과거를 기억이 아니라 반성하는 눈으로 바라볼 때 그것은 우리에게 계속 살아있게 되는 것입니다. 그리고 그것은 앞으로 살아갈 20년을 준비하는 것이 될 것입니다.
(두레자연중고등학교 지음 / 보민출판사 펴냄 / 300쪽 / 신국판형(152*225mm) / 값 18,000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