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쟁'이 낳은 2PM vs. '공생'이 낳은 비틀즈…당신은?
[다윈, 88만 원 세대를 만나다] 최재천·우석훈·최정규의 대화
21세기 첫 10년을 대표하는 한국의 지식인을 딱 한 명만 꼽는다면, 누구일까? 여러 이름이 머리에 떠오르지만 활동의 지속성, 담론의 영향력, 인물의 대중성 등을 골고루 따져본다면 생물학자 최재천(이화여자대학교 교수)도 후보 중 한명이 될 것이다.
최재천은 1999년 <개미 제국의 발견>(사이언스북스 펴냄)을 펴내고 나서 10여 년간 쉬지 않고 새로운 책을 내놓았다. <생명이 있는 것은 다 아름답다>(효형출판 펴냄, 2001년), <여성 시대에는 남자도 화장을 한다>(궁리 펴냄, 2003년), <당신의 인생을 이모작하라>(삼성경제연구소 펴냄, 2005년), <최재천의 인간과 동물>(궁리 펴냄, 2007년) 등.
이 책들은 길게는 10여 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독자의 사랑을 받고 있으며, 책이 나올 때마다 '양성 평등'(<여성 시대에는 남자도 화장을 한다>), '고령 사회'(<당신의 인생을 이모작하라>) 등 시대의 화두와 호흡하면서 적지 않은 반향을 얻었다. 이 과정에서 최재천이 소개한 '다윈의 렌즈'는 많은 이들에게 세상을 바라보는 새로운 시각으로 받아들여졌다.
2000년대 중반 한국의 지식 사회를 강타한 '통섭' 열풍은 어떤가? 2005년 최재천이 과학철학자 장대익과 함께 번역해 소개한 에드워드 윌슨의 <통섭>(사이언스북스 펴냄)은 분과 학문의 벽을 허무는 일의 중요성을 새삼 환기했다. 그리고 그 용어의 적절성을 둘러싼 논란에도 불구하고, '통섭'은 학문 간 교류를 상징하는 일상어로 자리매김했다.
이뿐만이 아니다. 최재천을 좌장으로 한 일련의 지식인들은 '다윈의 렌즈'로 생물학을 넘어서 경제학, 심리학, 윤리학, 종교학 등 다른 인문·사회과학을 새롭게 읽고 쓰려는 시도를 계속해왔다. 2009년 찰스 다윈의 <종의 기원> 출판 150주년(다윈 탄생 200주년)을 계기로 그 성과의 일부가 <21세기 다윈 혁명>(사이언스북스 펴냄) 등을 통해서 공개되었다.
이렇게 지난 10여 년간의 최재천의 행보를 살펴보면, 그가 최근에 잇따라 내놓은 <다윈 지능>(사이언스북스 펴냄), <호모 심비우스>(이음 펴냄)의 의미는 각별하다. 이 책들은 최재천을 비롯한 한국 '다윈학파'의 지난 10여 년간의 성과를 갈무리하고, 더 나아가 앞으로의 사색의 방향을 제시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최재천은 <호모 심비우스>에서 "이기적 인간은 살아남을 수 있는가"라는 질문을 던진다. '공생인'이라는 뜻의 책 제목(Homo symbious)에서 확인할 수 있듯이, 그는 '경쟁'이 아닌 '공생'을 21세기 인간의 조건으로 제시한다. 다윈학파의 좌장이 다윈 '자연 선택론'의 핵심인 '경쟁' 대신 '공생'을 강조한 까닭은 무엇일까?
지난 2012년 3월 10일 동교동 '문지문화원 사이'에서 직접 최재천의 얘기를 들었다. 경제학자 우석훈(성공회대학교 교수), 최정규(경북대학교 교수)가 대화상대로 나섰다.
우석훈은 박권일과 같이 쓴 <88만 원 세대>(레디앙 펴냄)를 통해서 한국 사회의 세대 갈등을 본격적으로 제기한 장본인이다. 그는 지난 5년간 한국 사회 여러 문제의 원인과 해법을 여러 책을 통해서 종횡무진 제시해 명실상부한 전 방위적 지식인으로 자리매김했다. 최근에는 <문화로 먹고살기>(반비 펴냄)를 통해 '문화 사회'의 비전을 제시했다.
최정규는 다윈의 진화론을 경제학에 접목시킨 진화 경제학 연구의 권위자다. 2007년 한국 경제학자로서는 최초로 세계적인 과학 잡지 <사이언스>에 논문을 게재해 화제가 되었다. 그는 <이타적 인간의 출현>(뿌리와이파리 펴냄), <게임 이론과 진화 다이내믹스>(이음 펴냄) 등을 통해서 진화론과 경제학의 만남이 열어준 새로운 사유의 지평을 보여줬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