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건설노동조합이 27일 총파업에 돌입한다. 건설 노동자 2만여 명이 일손을 놓고 서울에 모일 예정이다. 수천억 원대에 달할 것으로 추정되는 체불 임금 문제와 매년 수백 명씩 죽어가는 노동자들의 산재 문제 등을 해결하기 위해서다. 건설 노동자의 노동 실태를 들어봤다. <편집자>
임영택(45) 씨는 잔뼈가 굵은 일용직 건설 노동자다. 일한 지 20년이 넘었다. 그런 그도 가끔 다친다. 10년 전 다리뼈에 금이 가는 사고를 당한 이후 그는 "(하청 업체가) 너무 위험하게 일을 시키려고 하면 안 하고 그냥 가버린다"고 했다.
임 씨는 건설 노동자들이 자주 죽는다고 했다. 위험은 도처에 있다. 대형크레인와이어에 매달려 일하다 떨어져 죽고, 쌓아뒀던 철골이나 흙이 무너져 내려 매몰되거나 깔려 죽는다. 감전사하기도 한다.
건설업은 모든 업종을 제치고 산재 사망률 1위를 차지하고 있다. 고용노동부가 발표한 2012년 산재 통계를 보면, 건설 현장에서 숨져 산재를 인정받은 노동자가 지난해에만 461명이었다. 전체 산재 사망자의 40.7%에 달한다. 노동계는 매년 건설 노동자 600-700명이 죽는다고 지적한다.
▲ 2012년 산재 사망자 통계. ⓒ고용노동부
"안전 수칙 무시하고 부실 공사 강행…재수 없으면 죽는다"
건설 노동자들은 무리한 공사 기간 단축이 산재 사고를 부추긴다고 지적한다. 임 씨는 "공사 기간을 단축하면 공사 대금이 적게 나가기 때문에 하청 업체는 공사를 빨리 끝내려고 한다"며 "그러다 보니 안전은 뒷전이고 부실 공사를 한다"고 말했다.
토목 노동자인 임 씨가 주로 일하는 지하 토목 건설 현장 사례를 보자. 원칙대로라면 기계가 한 번에 1m씩 판 다음에 건설 노동자들이 작업해야 하지만, 건설사들은 공기를 단축하기 위해 한 번에 5m씩 파라고 지시한다고 했다. 과다 굴착하면 흙이 무너져 내려 사람이 매몰될 확률이 크다. "재수가 좋아서 (몸이) 반만 묻히면 살고, 재수 없으면 다 무너지고 죽는 거죠."
건물을 올리는 건설 노동자들도 위험에 처하기는 마찬가지다. 김태범 건설노조 경기중서부건설지부장은 10년 전 아파트를 짓다가 5층에서 아래로 추락한 경험이 있다. 다행히도 완충 작용을 하는 모래에 떨어져 목숨은 건졌다. 그는 "아파트 공사 현장 등에서 작업 발판이나 안전 난간대가 제대로 설치되지 않아서 건설 노동자들이 추락할 위험에 노출되는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김 지부장은 건물의 골격을 만드는 형틀 목수 출신이다. 높게는 수십 미터까지 올라가서 콘크리트를 붓는 형틀을 제작하는 일을 했다. 그는 "거푸집에 콘크리트를 빨리 쏟아 붓는 과정에서 콘크리트가 한쪽으로 편중돼 '동바리(받침 역할을 하는 가설재)'가 붕괴하기도 한다"며 "그런 사고가 나면 몇몇이 떼죽음을 당한다"고 했다.
김 지부장은 건설 현장에 만연한 불법적인 다단계하도급 구조가 '빨리빨리 문화'를 부추긴다고 지적한다. 현행법상 전문 건설업체가 직접 현장 노동자를 채용해서 공사해야 하지만, 현실에서는 4단계, 5단계, 6단계까지 불법 재하도급이 계속 내려간다. 그러면 공사비가 잠식되고, 재하청 업체들은 원칙을 무시하고 노동자를 '쥐어짠다'는 것이다.
▲ 지난달 12일 전남 목포시 용해동 한 아파트 공사 현장에서 타워크레인 해체 작업 중 크레인 일부가 넘어져 노동자 2명이 숨지고 3명이 다쳤다(사진은 기사 내용과 무관). ⓒ연합뉴스
"산재 신청하기도, 승인받기도 어려워"
산재가 은폐되는 것도 문제다. 25년째 크레인을 몰아온 반재옥(49) 씨는 "사람이 죽으면 사고를 감출 수 없지만, 다리가 부러지는 것처럼 '자질구레한 사고'는 대개 회사가 공상 처리한다"며 "산재 처리를 하면 다음 공사를 수주하는 데 지장이 생기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그는 "사람이 다쳐도 건설사가 119를 못 부르게 한다"며 "승용차에 싣고 가서 조용히 처리하려고 한다"고 덧붙였다.
산재를 신청해도 승인받기도 쉽지 않다. 김태범 지부장은 "사고가 났을 때 현장을 보존하는 것이 중요한데, 건설사들은 계속해서 공사를 강행하기 때문에 현장 보존이 안 된다"며 "설사 사고를 목격한 동료들이 있어도 회사에서 입막음하거나 사측에 유리한 증언을 하도록 손을 써서 산재 불승인이 떨어지기도 한다"고 지적했다.
우여곡절 끝에 산재를 승인받아도 건설 노동자들은 다른 업종에서 일하는 노동자보다 적은 보상을 받을 확률이 크다. 근로 일수가 불규칙한 탓이다. 일용직 건설 노동자들의 경우, 월평균 근로 일수가 통상 근로 계수 22.2일보다 적으면 일당에 통상 근로 계수 0.73을 곱한 금액이 평균 임금이 된다. 산재 요양 승인이 떨어져도 휴업급여가 실제 임금의 73%만 나오는 것이다.
"건설업체가 만든 위험 환경, 사고 나면 기사 책임?"
건설 기사들은 산재 사고의 '가해자'로 몰리기도 한다. 크레인 운전 기사인 반재옥 씨는 "건설업체가 안전 수칙을 지키지 않아서 건설 기계운전 기사가 사고를 내면, 건설사는 기계를 모는 기사한테 '너도 사업자니까 네가 보상하라'고 한다"며 "그러면 대부분 건설 기사들은 개인 보험 처리를 한다"고 말했다.
예를 들어 건설 기계가 작업할 때는 원칙상 일정 반경 안에 사람이 지나다닐 수 없다. 크레인 인근에서 건설 노동자가 작업하려면 크레인 가동을 멈춰야 하지만, 촉박한 '공사 기간' 때문에 이러한 원칙은 현실에서 잘 지켜지지 않는다.
반 씨는 "크레인을 가동하고 있는데, 밑에 사람들이 왔다 갔다 한다"며 "크레인에서 돌이 떨어져서 아래에 있는 포클레인이 맞는 일도 있는데, 그 돌이 사람 머리에 떨어졌다고 생각해보라"고 말했다.
김상태 건설노조 전북지부장은 "건설 기계로 사망 사고가 나서 회사가 마지못해 해당 노동자에게 산재 처리를 해도, 근로복지공단이 사망 사고를 낸 기계 운전 기사에게 다시 구상권을 행사한다"며 "안전 규칙을 준수하지 않은 건설업체나 책임자에게 책임을 묻는 게 아니라, 그 기계를 작동하고 있던 기사한테 뒤집어씌운다"고 비판했다.
게다가 레미콘, 덤프트럭, 크레인 등을 다루는 건설 기계 노동자들은 '특수고용직(일반 사업자)'으로 분류돼 산재보험에 가입조차 안 된 경우가 많다. 막상 본인이 다쳤을 때는 아무런 보상도 받지 못하는 셈이다.
"건설 현장 산재, 원하청 업체가 책임져야"
27일 총파업에 돌입하는 건설노조의 핵심 요구 사항은 △특수고용 노동자의 노동 기본권 보장과 산재보험 전면 적용 △안전한 건설 현장을 위한 근본적인 대책 마련이다.
김태범 지부장은 "현행 산업안전보건법만 지켜지면 안전사고를 막을 수 있는데도, 법 따로 현실 따로"라며 "원하청 업체의 불법 사항을 감독해야 할 정부 당국은 이런저런 핑계를 대면서 제대로 관리 감독하지 않는다"고 비판했다.
그는 "참다 못한 노조가 불법 사항을 신고해도 현장에 실사를 나와야 할 근로감독관들은 아예 현장에 나와 보지도 않는다"며 "하청업체가 사진 몇 장 찍어서 서류를 제출하면 시정·보완된 것처럼 보일 뿐, 실제 현장에서는 안전 문제가 전혀 시정되지 않은 채로 작업이 강행되고 있다"고 토로했다.
김상태 지부장은 "사고가 났을 때 건설 기사들에게 책임을 뒤집어씌우는 것이 문제"라며 "건설 현장에서 일어난 산재에 대해서는 노동자들이 아니라 원하청 업체가 책임지도록 제도를 보완해야 한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