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문으로 들어온 책가방만한 햇살을 만지며 혼자 논 적이 많았습니다. 배가 고팠던 형은 뭐라도 먹어야겠기에 아이들을 데리고 학교 운동장으로 가 땅따먹기 놀이를 하였고, 일당 벌이 외할머니는 부곡시장으로 고추꼭지를 따러 가서 오지 않았습니다. 햇살을 과자인 듯 조몰락거리며 외할머니를 기다리던 나는 꿈속에서 가끔 고향의 어머니를 만났더랬습니다. 그런 날엔 햇살과 함께 일어나 고무신 두 량으로 칙칙푹푹 칙칙푹푹 고향 가는 기차놀이를 하였지요. 고개를 잔뜩 숙이고 기차를 밀던 내가 주인 여자의 아모레 화장품 냄새를 따라간 날이 있었습니다. 아득한 추억 속 아모레 화장품 냄새를 따라간 날이 있었습니다. 아득한 추억 속 아모레는 어머니의 냄새였으므로 어린 후각의 기억이 주인 여자를 졸졸 따라 기차를 몰았었지요. 여자는 부엌 앞에서 머리를 쓰다듬어주며 돌아가라고 했지만 기차는 돌아가지 않고 뻑뻑 기적을 울렸습니다. 부엌문을 닫고 저녁을 만들던 나의 주인 여자는 부엌으로 난 방문으로 사라져 나를 빼놓고 주인 남자와 저녁을 먹었습니다. 그래 햇살도 떠난 기차간에 어둠을 잔뜩 싣고 힘없이 돌아와야 했는데, 그 후로 나는 아모레 화장품 냄새가 나는 여자만 지나가면 코를 킁킁거리며 몇 걸음 따라 걷는 버릇이 생겼습니다. 결혼을 하고도 집에 들어가지 않는 날은 대부분 아모레 냄새가 나는 다른 여자를 따라간 날들이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