악의적 피의사실 흘리기·망신주기식 언론 보도가 참극 빚어
드라마 <나의 아저씨>, 아카데미 사상 첫 비영어권 영화로 작품상을 거머쥔 <기생충>에 출연한 배우 이선균 씨가 27일(한국 시간) 오전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경찰과 소방당국은 이날 고 이 씨가 서울 종로구 와룡공원 인근에 세워진 차량 내에서 쓰러진 채 발견됐다고 밝혔다.
숨지기 전 고 이 씨는 마약 투약 혐의로 경찰 조사를 받았고, 언론은 관련 기사를 쏟아냈다. 하지만 이 씨는 간이검사와 국과수 정밀 검사에서 음성 판정을 받았다. 그리고 3차례 이어진 경찰 소환 조사에서 "마약인 줄 몰랐다"고 혐의를 부인했다. 또 23일 3차 소환 조사 때엔 억울함을 호소하며 거짓말 탐지기 조사를 요청하기도 했다.
배우 등 연예인의 마약 투약은 심심찮게 불거진다. 그런데 한국에선 종종 정치권에 위기가 닥치는 시기와 맞물리며 불거지는 경우가 많았다. 여기에 검찰·경찰이 언론에 피의사실을 흘리고, 언론이 이를 망신주기 식으로 확대재생산 하면서 이슈는 눈덩이 처럼 커진다. 이번 고 이선균 배우의 죽음을 전후한 상황도 판박이다.
연예인의 마약 투약은 비단 한국만의 문제는 아니다. 하지만 미국 헐리우드엔 전혀 다른 이야기가 펼쳐진다.
<아이언맨>으로 잘 알려진 배우 로버트 다우니 주니어는 한때 마약으로 힘든 시간을 보냈다. 그는 어느 날 햄버거를 먹다가 그 맛을 느끼지 못했더란다. 순간 그는 마약으로 인해 입맛까지 잃었음을 깨닫고 약에 탐닉한 자기 자신을 발견했다. 이후 그는 거리를 두기 시작했다.
<아이언맨> 1편에서 그가 분한 토니 스타크는 아프가니스탄 군벌에게 붙잡혀 동굴에서 힘든 시간을 보낸다. 그러다 아이언맨 수트를 만들어 극적으로 탈출에 성공한다. 탈출에 성공하자 토니 스타크는 가장 먼저 치즈버거를 찾는다. 이 장면은 로다주 자신의 자전적 스토리인 셈이다.
한때 소울의 제왕이라 불렸던 레이 찰스는 어떤가? 그는 후천적으로 시력을 잃었다. 여기에 정신적 지주와도 같았던 어머니마저 너무 일찍 세상을 떠난다. 어린 레이는 이 고통에 억눌렸던 나머지 마약에 탐닉하기 시작한다.
1970년대를 풍미했던 록 그룹 '도어즈'의 전설적 리드싱어 짐 모리슨 은 술과 마약에 탐닉하다 요절하고 말았고, 여성 로큰롤 가수 제니스 조플린 역시 같은 운명을 맞았다.
‘셀렙 마약’ 가십으로 소비한 한국
그러나 그 어느 누구도 이들을 약쟁이(?)라 매도하지 않는다. 로버트 다우니 주니어의 과거는 그의 현재를 있게 한 밑거름이었고 레이 찰스는 혼신의 힘을 다해 마약을 이겨냈다. 비록 짐 모리슨과 제니스 조플린은 숨을 거뒀지만 그들의 예술혼은 여전히 전설로 남았다.
고 이선균의 마약 투약을 감싸고 싶지는 않다. 다만 그의 마약 투약을 그저 아무런 공익성 없이 입방아 소재로만 활용했던 우리 사회가 그를 죽음으로 몰아갔음은 분명히 밝혀두고자 한다. 수사당국의 악의적 피의사실 흘리기와 언론의 망신주기식 보도가 고인을 궁지로 몰아갔음은 어렵지 않게 추측할 수 있다.
고 이선균은 아카데미 작품상 주연배우였다. 그런 배우를 우리는 단순히 선정적 이슈로 소비했다. 그리고 고 이선균은 비극적으로 세상을 등졌다.
슬프기에 앞서 분하고 원통하다. 우리 사회가 살인자이다.
그의 명복을 빈다.
첫댓글 참으로 슬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