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율과 强軍의 조화
군시설·환경 좋아졌지만… 입대 자체가'문화적 충격'
현역 복무 부적응자 급증…
얼차려·구타 안하는 대신 강한 훈련으로 군기 잡아
비만·허약자 별도로 편성
해군 군수사령부는 새로 부대에 전입온 병사들 집으로 가정통신문을 보낼 때 사령부와 해당 부대 주임원사의 휴대전화와 이메일이 적힌 명함을 함께 보냈다. 전입병 가족들의 걱정을 덜어주고, 병사들에겐 "단체 생활에 빨리 적응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심어주기 위한 배려였다.육군 35사단은 병사들이 진급하면 사단장이 직접 진급 축하 편지와 함께 명함을 동봉해 보내기도 했다. 병장 진급을 축하하는 내용과 함께 "어려운 일이 생기면 언제든 나와 상의해라"는 당부를 담았다.
이처럼 새로운 병영 환경 속에서 입대하는 병사들을 효과적으로 통솔하기 위한 군(軍)의 노력은 다양하다. 병사들과 춤 동아리를 만들어 함께 어울리는 소대장, 얼굴 사진이 박힌 명함을 돌리며 "형처럼 대해달라"는 정훈 장교, 직접 최전방 초소를 찾아가 병사들과 함께 숙식(宿食)하며 고충을 듣는 사단장….병사들에게 친근하게 다가가 이들이 군대 생활에 잘 적응할 수 있도록 배려하려는 의도가 깔려 있다.
군 시설과 환경이 좋아지긴 했지만, 요즘 '신세대' 군인들 가운데는 환경이 달라지는 것 자체만으로도 스트레스를 받는 부적응자들이 적지 않다. 이에 대해 국방부 정신전력과는 "갑자기 폐쇄된 공간으로 들어오면서 겪는 문화적 충격(culture shock)을 쉽게 극복하지 못하는 병사들이 있다"고 밝혔다.
이 같은 어려움을 덜어주기 위해 군은 병사들끼리 의형제를 맺어주기도 하고, 각 후임병에게 '멘토(mentor)'라는 이름으로 선임병을 1대1로 붙여주기도 한다. '선후배 병사의 날'을 만들어 이들이 격의 없이 대화하며 부대 생활의 어려움을 털어놓는 자리도 마련한다.
- ▲ 논산 육군훈련소에서 함께 동고동락(同苦同樂)했던 신병들이 기초 군사훈련을 마치고 각자 배치된 부대로 가기 전 버스 안에서 함께 훈련소 생활의 끝을 축하하고 있다./손민석 객원기자 kodef@chosun.com
일부는 '탈영'에서 머무르지 않고 극단적인 수단, '자살'을 택하기도 한다. 지난 9월 경기도 화성시 자동화사격장에서는 육군 51사단 본부근무대 소속 이모 이병이 선임병(상병)들에게 평소 "업무가 미숙하고 대답을 작게 한다"는 이유로 질책을 자주 받는 것을 괴로워하다 소총을 쏴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군인 10만명당 자살자는 지난해 기준 11.4명으로 비슷한 연령대(20~29세 남자) 일반 국민 22.6명에 비해 낮은 편이다. 하지만 일반 사회와 달리 군(軍) 복무 중인 부적응자들이 스스로 목숨을 끊을 경우 병영 내 불안감이 조성되거나 또다른 사고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 문제다.
국방부는 이를 방지하기 위해 올해부터 '자살 예방 프로그램'과 '현역 복무 부적합자 처리 절차'를 강화, 전보다 더 꼼꼼하게 이런 장병들을 분류해 군에서 아예 조기전역시키고 있다. 신병교육대뿐 아니라 자대에서도 수시로 관찰해 발 빠르게 결정을 내린다. 이러다보니 현역으로 복무하기에 정신·육체적으로 적합하지 않아 제대한 장병이 2004년 465명에서 2005년 379명, 2006년 540명, 2007년 602명, 2008년 658명으로 매년 증가하고 있다. 2009년에는 상반기(1~6월)에만 560명에 달했고 이 중 병사가 453명이었다.
군으로서 이른바 '관심 사병'을 군대 밖으로 내보내는 것은 일종의 고육책이다. 최소한의 사고 방지를 위한 어쩔 수 없는 선택이다. '부적합자 조기전역'이 소극적 차원에서 군 내 질서를 정리하고 강군(强軍)을 향해 나아가는 방법이라면 엄정한 원칙에 입각한 부대 운영은 좀 더 적극적인 대응 방식이다.
육군 검찰단 관계자는 "예전에는 영내 군기 문란 사고(하극상이나 폭행)가 일어나면 부대 명예가 실추되고 부대원들 사기가 꺾인다는 이유로 사건 자체를 축소하거나 덮으려는 경향이 있었지만 이제는 상황이 달라졌다"고 했다. 군기 문란 사고를 제대로 보고하지 않은 것 자체를 처벌하고 있고, 폭행 가해자가 전역했더라도 가해사실이 명백히 드러나면 민간으로 넘겨 처벌하도록 조치하고 있기 때문이라는 설명이다.
부대 생활관(내무반)에서 일어난 일을 자체 해결하는 관행도 사라지고 있다. 국방부 조사본부 관계자는 "분대 통솔을 위해 분대장이 간부(소대장이나 중대장) 허락을 받고 분대원들을 모아놓고 정신교육을 할 수는 있다"며 "이를 무시한 채 마음대로 후임병들을 다스리다 적발되면 예외 없이 군기교육대나 헌병대로 보내 반성하도록 조치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 같은 영향으로 육군 영내 폭행사고도 1990년대에 비해 절반 이상 감소했다고 육군 공보실은 전했다. 국방부 정신전력과 관계자는 "상습적으로 나오는 폭언·욕설에 간부들이 무관심하거나 방관하면 나중에 큰 사고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에 평소에 간부들이 이를 유심히 관찰하도록 권고하고 있다"고 말했다.
얼차려나 구타를 근절하는 노력의 부작용으로 군기(軍紀)가 흐려질 수 있다는 우려를 불식시키기 위해 군은 훈련 내용과 강도를 높이는 데 초점을 맞추고 있다. 육군 2군단이 예하 부대 신병교육대를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입소 시 기초체력이 기준을 통과한 훈련병이 전체의 59~60% 수준이었으나 퇴소할 때는 이를 통과한 비율이 76~80%였다. 육군 본부가 조사한 자료에도 지난해 병 4대 핵심분야 훈련 결과, 전년 대비 정신전력은 85%에서 90%, 사격은 78%에서 87%, 체력은 86%에서 92%, 전투기량은 85%에서 90%로 상승하고 있다. 병영 문화가 개선된다고 전투력이 떨어지는 것이 아님을 보여주는 결과다.
공군교육사령부는 기초 체력을 높이는 것이 사고 예방과 전투력 강화에 도움이 된다고 보고 7주 훈련 시간 동안 1500m를 전원 6분대에 들어올 수 있도록 교육 프로그램을 운용하고 있다. 훈련이나 각종 교육을 원칙대로 운영하고, "누구나 '열외' 없이 훈련에 참가한다"는 분위기를 높이면서 자연스레 군 조직으로 적응하는 것을 유도하는 셈이다. '특급 전사' 선발 등 훈련 성과가 좋은 장병을 대상으로 휴가·외박 포상을 수여하는 '인센티브제'를 적극 도입하는 것도 새로운 양상 중 하나다. 육군 56사단은 교육훈련과 부대 생활에 모범이 되는 장병들에게 'M 포인트(Military Point)'라는 명목으로 점수를 주고 일정 정도가 쌓이면 조기 진급이나 포상 휴가 등의 혜택을 주고 있다. 국방부 박동우 병영정책과장은 "군인 양성이라는 본래 목표가 훼손되지 않으면서도 편안하고 합리적인 군대가 될 수 있도록 다양한 아이디어를 실험하고 있다"고 말했다.
첫댓글 군대가 많이 만이 좋아졌어요^꽃피는 17연대란 구호처럼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