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상천하유아독존(天上天下唯我獨尊)의 오해
천상천하유아독존이란 말에 대하여 두산세계대백과사전에 다음과 같이 기록되어있다.
- 석가는 어머니 뱃속에서 나오자마자 일곱 발짝을 걸어가 “천상천하 유아독존”이라고 게(偈)를 외쳤다고 한다. 즉 이 우주만물 중에서는 내가 가장 존엄한 존재라는 뜻인데, 이것은 인간의 존귀한 실존성을 상징하는 말이며, 석가의 탄생이 속세로부터 성스러운 세계로의 초탈을 상징하는 표현이라고 할 수 있다. 그러나 이 말은 지금에 와서는 “천하에 자기만큼 잘난 사람은 없다”고 자부하거나 또는 그런 아집(我執)을 가진 사람을 일컫는 말이 되었다. 《전등록(傳燈錄)》의 글귀를 소개하면, “석가모니불초생 일수지천 일수지지 주행칠보 목고사방왈 천상천하유아독존(釋迦牟尼佛初生一手指天一手指地周行七步目顧四方曰天上天下唯我獨尊)”이라고 하였으며, 《대장엄경(大莊嚴經)》 전법윤품(轉法輪品)에는 “天上天下唯我最勝”이라고 되어 있다. -
위 글은 붓다께서 직접 설하신 빨리어 경전을 모르는 왜곡된 내용이다. 존재의 의미를 벗어나서 원인 없이 작용만 하는 마음을 가지고 계신 붓다께서 결코 내가 잘났다고 하실 수는 없는 일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토록 단순한 사실 조차도 왜곡되어 있다.
다음은 빨리경전의 디가니까야(각묵스님번역)에 있는 ‘보살에게 정해진 법칙’이라는 경전의 내용이다. 보살은 부처가 되기를 서원을 세운 구도자를 말한다. 빨리경전은 붓다께서 반열반에 드신 후에 제자들의 경전결집에 의해서 기록된 붓다의 말씀이다. 붓다께서는 빨리어로 전법을 펴셨다.
- 비구들이여, 이것이 정해진 법칙이다. 즉 보살은 태어나면 두 발로 가지런히 땅에 서서 북쪽을 향해 일곱 발자국을 걸어간다. 하얀 일산이 펴질 때 모든 방향을 굽어 살펴보고 ‘나는 세상에서 최상이요, 나는 세상에서 제일 어른이요, 나는 세상에서 으뜸이다. 이것이 마지막 생이다. 더 이상 태어남(再生)은 없다.’라고 대장부다운 말을 한다. 이것이 여기서 정해진 법칙이다. -
경전에 의하면 장차 붓다가 되실 보살이 태어날 때는 14가지의 정해진 법칙이 있다. 물론 당시 인도사회의 문화적 배경 속에서 상징적인 내용을 담고 있다고 보는 견해도 있다. 그래서 일곱 발자국을 걸었다는 의미보다 말한 내용이 무엇이냐 하는 것이다.
‘나는 세상에서 최상이고, 제일 어른이며, 으뜸’이라는 말은 자신만이 최고라는 아만심을 나타내는 말이 아니다. 이 말씀은 이생이 마지막이고 더 이상 태어남이 없기 때문에 가장 으뜸이라는 말이다. 다시 말하자면 깨달음을 얻어 번뇌를 불사르고 집착이 끊어져서 윤회가 끝나는 길을 스스로 찾는 다는 것을 말한다.
이 말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붓다의 탄생배경을 알아야 한다. 붓다는 겁을 통하여 한분씩 출현하신다. 이렇게 출현하신 붓다는 모두 스스로 깨달음을 얻고, 모두 위없는 깨달음을 얻는다. 이렇게 붓다로 태어나기 위해서 무수한 겁의 세월을 오직 바라밀 공덕을 쌓는다. 살아있는 생명 중에서 가장 뛰어난 바라밀 공덕의 과보로 위빠사나 수행을 찾아내어 붓다가 되는 것이다. 이런 의미에서도 최고라고 말한다.
최고라는 내용의 글은 스스로를 높이는 것이 아니고 최고의 바라밀 공덕과 최고의 법의 지위를 말하는 것이다. 이렇게 탄생의 배경과 탄생 이후에 붓다가 아니면 알 수 없는 최고의 법을 총체적으로 말하는 것이다. 그래서 오직 붓다만이 말할 수 있는 해탈의 법을 가진 절대적 권위를 상징으로 표현한 내용이다.
붓다는 무아를 설하셨다. 마음은 있지만 항상 하는 마음이 아니고, 변하지 않는 마음이 아니고, 내가 마음대로 할 수 있는 마음이 아니라는 뜻으로 무아라고 한다. 그런데 진아(眞我), 참나, 주인공을 말하는 것은 힌두교의 절대적인 존재, 항상 하는 마음, 변하지 않는 마음을 말한다. 여기에서는 환생이 있지만 붓다의 법은 참나가 없기 때문에 환생이 없다.
이렇게 무아의 뜻으로 보건데 붓다는 깨달음을 얻은 자가 아니고 단지 깨달음이라는 정신적 상태만 있는 것이다. 무아로 보자면 아라한은 있지만 아라한을 얻은 자는 없다.
요약하자면 내가 최고라는 배경에는 붓다가 되어서 인류의 번뇌를 해결하는 길을 알려준다는 것이다. 그러므로 인간이 다시 태어나서 괴롭지 않도록 윤회를 끊는 길을 알려준다는 의미가 포함되어 있다. 최고란 것은 법의 존엄성을 말한다. 붓다란 아는 자라는 뜻인데 어떤 한 존재를 말하는 것이 아니고 최고의 법을 상징적으로 나타내는 말이다.
묘원 올림
첫댓글 독존의 한자가 獨尊이네요. 그러고 보니 기억이 납니다. 부처님의 법이 살아있고, 그 법을 전해 주시는 스승님이 계셔서 그지없이 행복합니다...^^^
근데요, 윗 부분에 <존재의 의미를 벗어나신 붓다께서...>라는 말이 무슨 뜻인지요?
‘존재의 의미를 벗어났다’는 것은 ‘나’, ‘너’, ‘우리’라는 관념이나 명칭을 벗어났다는 뜻과 함께 존재가 아닌 인식을 말하는 뜻에서도 사용하였습니다. 위빠사나 수행의 대상은 존재가 아니고 인식입니다. 인식한다는 것은 실재하는 성품을 아는 것입니다. 붓다께서는 원인 없이 단지 작용만 하는 마음을 가지고 계셔서 세속적인 의미의 존재를 벗어나신 분이십니다.
선생님의 가르침에 감사할 뿐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