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22년10월6일(목)맑음
만물은 이름표를 달고 있지 않다. 하늘과 땅은 본래 하늘과 땅이란 이름이 없다. 사람이 이름이 없는 개개 사물에 임의로 이름을 붙인다. 그렇게 함으로써 사람끼리 서로 편리하게 소통한다. 자연은 본래 이름이 없다. 이름을 붙일 수조차 없다. 그래서 언어도단이며 본래청정이다. 그것은 언어를 떠났기에 무형상 무개념(무념무상)이며, 그래서 무심이며 안심이다. 자연상태는 희론적멸이며 본래열반이다. 어떻게 하면 그것을 깨달아 거기에 안주할 수 있을까? 어떻게 하려고 하면 벌써 어긋난다. 무엇을 하려고 하지 말라. 하나도 바꿀 것 없이 지금 있는 그대로 다 드러났다. 다만 생각만 쉬어라. 파도가 출렁이어 잠시 튀어 오른 물방울은 곧 물로 돌아간다. 물방울이 물이 되기 위해 아무것도 할 필요가 없다. 물방울은 항상 물이었음을 기억하고 물방울이기를 멈추는 즉시 물로 돌아간다. 그러면 물로 있든지 물방울로 있든지 아무 상관이 없다. 물은 언제나 물방울을 일으키며, 물방울은 언제든지 물로 돌아간다. 물이면서 물방울이며, 물방울이면서 물이다. 이것은 영원한 물놀이!
2022년10월7일(금)맑음
부산 백련암 경림스님 오셔서 금강승 가르침에 관한 대화 나누고, 점심 공양 함께 하다.
지월거사가 인연의 호수에 대해 시 한 구절 적어달라 해서 보내다.
외로운 마음의 씨앗 날아와 호수에 앉으면
한 쌍의 인연 맺은 연꽃으로 피어나리
2022년10월8일(토)맑음
가을 아침. 청량함.
생명은 태양광선의 변환이다. 태양의 에너지와 물질이 광합성 생물의 녹색 불꽃이 되는 것이다. 생명은 꽃이라는 자연의 유혹이다. 생명은 한밤중에 정글을 어슬렁거리는 호랑이의 온기다. 녹색 불꽃은 꽃식물의 빨강, 주황, 노랑, 자주색의 성적인 불꽃으로 걷잡을 수 없게 변한다. -<생명이란 무엇인가>에서
묘지는 위대한 평등주의자이며, 우리가 소유하고 있는 것이 오히려 우리를 소유하고 있음을 일깨워 준다. 청소부에서 억만장자에 이르기까지 우리는 모두 평생토록 이용했던 자연에게 사용료를 지불한다. 그것은 시체가 된 우리의 몸을 자연에게 돌려주는 일이다. 그러면 우리 몸의 원소는 원래 있었던 곳인 생물권으로 돌아간다. -<생명이란 무엇인가>에서
2022년10월9일(일)흐림
낙원은 어디에 있는가? -예도 박충일
어머니의 자궁은 아이에게 자연과 같다. 성관계의 향유와 신과의 합일은 고대 세계에서 자연의 충만으로 돌아가고자 하는, 잃어버린 낙원에 대한 체험이었다. 고대의 신화들에서 자연성, 사랑의 향유, 성스러운 체험은 모두 하나 같이 잃어버린 낙원을 향한 열렬한 동경이었다! 거기엔 사회적 검열, 타자의 시선, 갈등, 불화, 염려, 두려움, 공포, 절망도 없었다. 심지어 어떤 죄책감도 없었고 온전한 평안과 위로만이 있었다. 에덴동산을 떠올려 보라! 신, 아담과 이브, 동물과 자연이 모두 균열 없이 조화를 이룬 세계? 헤겔의 절대지? 스피노자의 순진무구한 세계? 언어 이전의 물-자체의 세계? 상징계 너머의 실재계? 푸코의 광기? 니체의 어린아이? 바울의 아가페? 어떤 시공간도 확인할 수 없는 비-역사의 세계? 어떤 손에 의해서도 파괴되지 않은 온전한 세계? 역사의 세계 안에 있는 비-역사의 세계? 어머니의 온전한 사랑으로 채워진 공간? 성공도 실패도 없는 비-세속성의 세계? 주체와 객체의 분리가 없는 일자의 세계?
답:......
주석: 입 벌려 답하려 하면 벌써 어그러진다. 지금 여기! 이미 낙원에 있은 지 오래이니 낙원이랄 것도 없다. 그런데 당신이 현재 누리는 걸 다 버리고 낙원을 찾아 나설 만큼 급박하고 간절한가? 그것이 문제다.
2022년10월10일(월)맑음
하늘이 너무나 맑다. 구름이 살포시 떠 있다. 전형적인 가을 하늘이다. 오전에 명상 기도하고 점심 공양하다. 저녁 강의에 11명 참석했다.
2022년10월11일(화)맑음
心眼俱通法界周, 심안구통법계주
恒沙妙用沒踪由; 항사묘용몰종유
雲收江湛天空豁, 운수강담천공활
明月蘆花一樣秋. 명월노화일양추
-豫章宗鏡(예장종경,904~975)
심안을 모두 통하여 법계에 두루 하니
무수한 묘용도 자취조차 없구나
구름 걷힌 강은 맑고 하늘은 드넓으니
밝은 달과 갈대꽃이 한결같은 가을이네
Thought creates frontiers everywhere. That's all it can do. ...it is thought that has created the world; and you draw lines on this planet, "This is my country, that is your country". So how can there be unity between two countries? The very thing that is creating the frontiers and differences cannot be the means to bridge the different viewpoints. It is an exercise in futility.
The fact is that we don't want to be free. What is responsible for our problems is the fear of losing what we have and what we know. All these therapies, all these techniques, religious or otherwise, are only perpetuating the agony of man.
-U.G. Krishnamurti
생각은 어디에서나 前線전선을 만든다. 그게 생각이란 놈이 하는 짓이다. 세상을 만들어 낸 것이 생각이다. 당신은 지구 위에 선을 그어, 이건 내 나라고, 저건 네 나라야 라고 한다. 그러고선 두 나라 사이가 합해지길 바라니 그게 가능한 일인가? 전선과 차이를 만들어낸 장본인인 ‘생각’이 서로 다른 관점(서로 다른 두 생각)에 어떻게 다리를 놓을 수 있다는 건가? 그건 부질없는 일이다.
사실은 우리는 자유를 원하는 게 아니다. 우리가 가진 문제의 원인은 우리가 가진 것과 우리가 알고 있는 것을 잃어버릴까 봐 두려워하는 것이다. 종교적이거나 아니거나 간에, 이 모든 치료법과 명상 기법은 인간의 고통을 영속화할 따름이다.
-유.지. 크리슈나무르티
2022년10월12일(수)맑음
침대 온도 19도. 실내 온도 좀 선선하게. 공복 12시간 유지. 1시간 운동. 꼭꼭 씹어서 먹는다. 단백질 섭취. 체중 유지(58kg).
When you have no ego, no clinging to the self, there is never a reason to be violent. When one understands that one’s enemies are held under a powerful influence of their own ignorance and aggression, that they are trapped by their habits, it is easier to forgive them for their irritating behavior and actions. Similarly, if someone from the insane asylum insults you, there is no point in getting angry. -Dzongsar Rinpoche
에고가 없고, 자아에 대한 집착이 없다면 폭력이란 절대 있을 수 없다. 자기의 적들은 무지와 공격성이라는 강한 영향을 받아, 그런 습관의 힘에 사로잡혀 있다는 걸 안다면, 그들의 거슬리는 행동을 용서하기 쉬울 것이다. 정신병원에서 온 어떤 사람이 당신에게 욕을 퍼붓는다 해도 그런 사람에게 화낼 이유가 전혀 없는 것과 똑같다. -종사르 린포체
Ultimately, the reality is that what makes the mind satisfied is simple. What is ordinary can be very special. For example, breathing is quite ordinary. If our minds rest with awareness on the breath, what happens? The air naturally goes in and out; we don’t have to do anything, since the continuous, simple movement that supports our life happens without effort. This in itself can make our mind joyful and content. -17th Karmapa
최종적으로 말하면 마음이 만족하는 것은 쉬운 일이라는 사실이다. 평범한 것이 특별한 것이다. 예를 들어 숨 쉬는 일은 매우 평범하다. 숨 쉬는 것을 알아차리며 마음이 쉬고 있을 때 무슨 일이 일어나는가? 공기는 자연스레 들어왔다 나갈 뿐, 우리는 아무 할 일이 없다. 이 지속적이고 단순한 움직임이 아무 노력 없이 우리의 삶을 지탱해주고 있다. 이런 사실 자체가 우리 마음을 즐겁게 하고 자족하게 해준다. -17대 카르마파 존자
2022년10월13일(목)맑음
How can one know whether it is possible through practice to transcend the sense of duality, to transcend language, to transcend experience mediated by concepts? The only way to know is to do it, and that is the challenge. The Buddha declared it is possible. You are not locked into your own personal history, your own conceptual and cultural framework. You have your own personal history but it's not the whole story. There is also a transcendent element to your being that can be accessed experientially, and it goes beyond all concepts. The experience is frequently described as pure awareness, but it's not awareness as part of a duality, such as mind and matter. It does not fit into the Cartesian game plan. If you access that experience by delving into the nature of awareness, then, coming out of it, you might describe it as unborn, spontaneous, nondual, uncontrived, unfabricated awareness. Moreover, when people come out of this experience, they tend to speak of the entire world, with all of its myriad diversity, arising from this primordial awareness. Such nonduality is the ground of being.
~ B. Alan Wallace. The Four Immeasurables: Cultivating a Boundless Heart
수행을 하면 둘로 나눠서 보는 습관을 초월할 수 있을지, 언어와 관념으로 덧씌워 경험하는 걸 넘어설 수 있을지 어떻게 알 수 있는가? 알 수 있는 단 하나의 방법은 실천뿐인데, 이건 도전을 요구한다. 부처님은 할 수 있다고 단호하게 말씀하셨다. 당신은 자기 개인적인 스토리나 자신의 관념적 문화적 틀에 갇혀있을 수만은 없다. 당신이 자신만의 개인적인 스토리가 있다 하더라도, 그게 전부는 아니다. 당신이란 존재는 그런 요소를 넘어선 어떤 것이 있다. 그건 경험할 수 있는 것으로, 모든 개념을 넘어선 것이다. 그런 경험을 흔히 ‘청정한 알아차림(청정한 각성)’이라고 묘사되는데, 정신과 물질이라는 이원성에 속하는 앎이 아니다. 그건 데카르트의 게임(데카르트는 이성과 물질을 둘로 나누어 봤다)에 들어맞지 않는다. 당신이 알아차림의 본성을 깊이 파고 들어갔다가 다시 거기에서 나오는 경험을 한다면, 그것은 ‘생겨난 것이 아니고(不生), 자발적이며, 둘이 아니고(不二), 조건지어진 것이 아니며(無爲), 조작된 것이 아닌 알아차림이라고 묘사하게 될 것이다. 더구나 사람들이 이런 경험에서 나오게 되면, 이 본래적 각성(本原覺性)으로부터 세계 전체가 무한히 다양한 것들과 함께 일어난다고 말하게 된다. 이런 둘이 아님은 존재의 근거(本地)이다.
-앨런 월래스, 사무량심: 무한한 마음을 계발하기
2022년10월14일(금)맑음
A lack of love can cause people to have no help when they need help, no friends when they need a friend. So, in a sense, the most dangerous thing in the world is apathy. We think of weapons, violence, warfare, disease as terrible dangers, and indeed they are, but we can take measures to avoid them. But once our apathy takes hold of us, we can no longer avoid it. -17th Karmapa
사랑이 없다면 도움이 필요할 때 도움을 받지 못하고 친구가 필요할 때 친구가 없다. 그래서 사실 세상에서 가장 위험한 것은 무정함이다. 무기, 폭력, 전쟁, 질병이 무서운 위험이라고 생각하지만, 그래도 그런 것을 피할 수 있는 수단이 있다. 그러나 우리가 비정한 무관심에 사로잡히면 우리는 어떤 것도 피할 수 없다. -17대 카르마파
2022년10월15일(토)맑음
밤에 이창동 감독의 영화 <시>를 보다. 공복에 57.9kg.
아네스의 노래 -이창동
그곳은 어떤가요, 얼마나 적막하나요,
저녁이면 여전히 노을이 지고
숲으로 가는 새들의 노랫소리 들리나요,
차마 부치지 못한 편지 당신이 받아볼 수 있나요,
하지 못한 고백 전할 수 있나요,
시간은 흐르고 장미는 시들까요
이젠 작별을 할 시간
머물고 가는 바람처럼 그림자처럼
오지 않던 약속도 끝내 비밀이었던 사랑도
서러운 내 발목에 입 맞추는 풀잎 하나
나를 따라온 작은 발자국에게도
작별을 할 시간
이젠 어둠이 오면 다시 촛불이 켜질까요
나는 기도합니다, 아무도 눈물을 흘리지 않기를
내가 얼마나 간절히 사랑했는지 당신이 알아주기를
여름 한낮의 그 오랜 기다림
아버지의 얼굴 같은 오래된 골목
수줍어 돌아앉은 외로운 들국화까지도
내가 얼마나 사랑했는지
당신의 작은 노랫소리에
얼마나 가슴 뛰었는지
나는 당신을 축복합니다
검은 강물을 건너기 전에
나의 오랜 마지막 숨을 다해
나는 꿈꾸기 시작합니다
어느 햇빛 맑은 아침 깨어나 부신 눈으로
머리맡에 선 당신을 만날 수 있기를
저녁부터 다움 포털 사이트와 카카오톡이 마비되다. 데이터센터에서 화재가 일어났기 때문이란다.
2022년10일16일(일)맑음
Creating a state of aloneness in the besieged everyday may be one of the bravest things individual men and women can do for themselves. -David Whyte
꽉 둘러싸인 듯한 일상생활에서 홀로 있음을 만들어내는 일은 일상을 사는 우리 개인이 자신을 위해 할 수 있는 가장 용감한 일 가운데 하나이다. -데이비드 화이트(영국 시인)
<가을 소풍>11명 참석
진주선원 출발 8:30~구미 도리사 도착 11:00
보리심의 서원 및 108배 & 점심(2시간 머묾)
도리사 출발 01:00~상주 남장사 도착 02:30(1시간30분 머묾)
남장사 출발 03:30~진주선원 도착 06:00
도리사에서 볼 것: 적멸보궁 사리탑, 태조선원, 화엄석탑, 아도화상 좌선대
남장사에서 볼 것: 돌장승, 일주문, 극락보전 꽃살문, 보광전 철조비로자나불, 극락보전 삼존 불, 교남강당, 곶감마을
Sometimes what is tricky for us to understand is that the reason we have not recognized the true nature of our mind is not because it is too profound, or too difficult. It is because it is too simple or too easy. The masters of meditation of the past say that we fail to recognize the true nature of mind because it is so simple that we fail to trust it.
So the true nature of mind is simply what we are right now, it is our uncontrived natural state. Since we are in such a habit of living our lives in contrived states, and states where we are always adding concepts onto things, it's difficult for us to return to the way we naturally are. -17th Karmapa
우리가 마음의 본성을 알기가 까다로운 이유는 그것이 너무 심오하거나 너무 어렵기 때문이 아니라, 너무 단순하거나 너무 쉽기 때문이다. 예전에 명상 대가들은 마음의 본성이 믿을 수 없을 정도로 너무 간단해서 오히려 깨닫지 못할 거라고 말한다. 마음의 본성은 조작하지 않은 그대로 지금 바로 여기일 뿐이다. 우리는 항상 사물에다가 개념을 붙이는 조작된 상태에서 살아가는 습관 때문에 본래 상태로 돌아오기가 어렵다. -17대 카르마파 존자
저녁에 컴퓨터 켜보니 아직도 다움 사이트는 원활하지 않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