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는 게 뭔지
언제부터인가 거울 속에 비친 내 얼굴이 좀 형편이 없어 보인다. 아마 웃음을 잃은지가 아주 오래 되서.. 오 년 전 눈 망막에 혈관이 터진 이후로..
922. 불쌍해 보이는 사람
추석이라지만 집 나가 사는 큰 녀석은 일본에 갔고.. 같이 사는 작은 녀석은 추석연휴 내내 친구와 만난다고 외출을 했고.. 아무튼 추석 연휴 내내 집이 절간처럼 조용 했다.
추석 다음날 집 냉장고에 딱히 먹을 것도 없고 특히나 우유가 없어 동네 마트에 갔었다. 10시 부터 시작을 하는 마트인데 9시 50분쯤 도착을 했었나?! 잠시 기다리다 마트가 열려 첫 손님으로 마트에 들어가 우유와 50% 세일을 한다는 식빵 한 봉지 그리고 역시 쎄일을 한다는 유통 기한이 거의 다 된 라면 다섯 개 묶음 한 봉지를 샀다. 평소에는 느낄 수 없었던 무척이나 공손한 태도를 보이는 점원이 아마 착각을 해도 아주 심하게 한 것만 같았다. 거스름 돈을 두 손으로 아주 공손히 내주었는데 문득 "아! 나를 불쌍한 무슨 독거노인 쯤으로 생각을 하나 보구나!" 하는 느낌이 다 들었다. 뭐 추석 다음 날부터 말도 안되는 먹거리나 사러다니는 나를 그리 볼수도 있겠구나! 하는 생각이.. 후후!
남들이 나를 그렇게 보는 건지.. 아니면 내 자신이조차도 그렇게 나를 생각을 하는 건지.. 사실 가끔 나 자신도 햇갈리기는 마찬 가지 지만 아무튼 나름 그렇게 불쌍해 보이지를 않으려고 무척 노력을 하는데도 그렇게 보이나 보다. 필요도 없이 강남은 아니지만 일산 신도시에서 제일 큰 평수에 아파트에 살고, 제일 큰 차를 그래서 비싼 차를 타고 다니는데.. 아무리 그래도 내가 한참이나 불쌍해 보이는 이유는 뭘까?! 어쩌면 얼굴이 못생겨서.. 한마디로 없어 보여서 인가?! 그것도 아닌데.. 아주 오래 전에 학부 시절에 폐결핵과 나병 환자들이 사는 남쪽 바다에 있는 소도시로 의료 봉사를 간 적이 있었다. 봉사 일정이 끝이 난 후 근처 바닷가의 해수욕장을 갔었는데 준비가 없어서 쌀을 사러 쌀집에 갔었다. 겨우 한 끼나 해 먹으려고.. 소두 한 되 아주 작은 쌀 한 봉지만 사겠다고 했더니 쌀집 주인 할머니가 아니 있어 보이는 얼굴인데 그렇게 조금만 사냐고 뭐라고 했었는데.. 그래도 내 얼굴이 그 있어 보이는 얼굴인데.. 후후!
뭐 그나저나 올 추석은 지났으니 그렇고.. 내년 추석에는 제발 불쌍해 보이질 말아야 할 텐데.. 후후!
글. 고 사리
첫댓글 ㅎㅎㅎㅎㅎㅎㅎㅎㅎ
명절인지 아닌지 우리도 아무 감각이 없어요~~~
그러게요. 추석이라고 별반 다를 게 하나도 없네요. 아니 더 황량하기만 했어요. ㅋㅋㅋ..도데체 왜 이러고 사는 건 지요?! 후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