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방서예[3232]孤山遺稿7, 再次[재차] 8수
원뮨=고산유고 제1권 / 시(詩)孤山遺稿 卷一 / 詩
再次[재차] 8수-고산윤선도
다시 차운하다
1. 腥臊安得到身邊?山氣淸泠散海天。
北客從今無可恨,莫敎衰髮白三千。
비린내가 어떻게 몸 가까이에 오겠는가 / 腥臊安得到身邊
산 기운이 청랭하게 해천에 발산하는걸 / 山氣淸泠散海天
북쪽 객이 이제는 한스러움이 없으리니 / 北客從今無可恨
쇠한 백발 삼천 장이 자라나게 말지어다 / 莫敎衰髮白三千
이는 금강상기(金剛爽氣)를 읊은 것이다. 右金剛爽氣
2. 休展營丘水墨圖,且看嵐翠大屯鋪。
朝昏異態從他畫,可使群峯乍有無。
右大屯嵐光
영구의 수묵화를 펼칠 것도 없이 / 休展營丘水墨圖
푸른 이내가 대둔산 꾸미는 것을 한번 보소 / 且看嵐翠大屯鋪
그가 그리는 대로 조석으로 달라져서 / 朝昏異態從他畫
봉우리들도 금방 있다가 없어진다네 / 可使群峯乍有無
이는 대둔남광(大屯嵐光)을 읊은 것이다.
3. 氷輪離海忽無蹤,桂魄隨盃已下胸。
爲是新晴明分外,誰言一樣上東峯?
右東峯霽月
빙륜이 바다를 떠나 홀연히 사라졌나니 / 氷輪離海忽無蹤
계백이 술잔을 따라 흉중에 들어갔음이라 / 桂魄隨杯已下胸
이 때문에 날이 개자 따로 밝게 나왔는걸 / 爲是新晴明分外
같은 달이 동산에 떴다고 누가 말하는가 / 誰言一樣上東峯
이는 동봉제월(東峯霽月)을 읊은 것이다.
4. 西偏初不設窓紗,爲倚疎簷看暮霞。
直望閬風如不遠,欲隨羲御訪仙婆。
右西嶺落照
서편에 애당초 사창(紗窓)을 달지 않았나니 / 西偏初不設窓紗
처마에 기대어 저녁노을 보기 위함이라 / 爲倚疏簷看暮霞
낭풍도 정면에 보여 멀지 않을 듯 / 直望閬風如不遠
희어 따라 신선을 찾아보고 싶어라 / 欲隨羲御訪仙婆
이는 서령낙조(西嶺落照)를 읊은 것이다.
5. 一村紅旭小溪潯,出沒靑煙竹屋深。
應解騷人方覓句,故敎生色抹千林。
右海村朝煙
붉은 해 떠오르는 한 마을의 작은 냇가 / 一村紅旭小溪潯
초당 깊은 곳에서 출몰하는 푸른 연기 / 出沒靑煙竹屋深
시인이 좋은 시구 찾는 줄 잘 알고서 / 應解騷人方覓句
일부러 생색나게 일천 숲을 발라 주네 / 故敎生色抹千林
이는 해촌조연(海村朝煙)을 읊은 것이다.
6. 城上龍音吼海雲,也知西日已成曛。
休吹《出塞》《關山曲》,恐有去年征婦聞。
右城門暮角
성 위에서 용이 해운에 울부짖으니 / 城上龍音吼海雲
서쪽의 해가 저문 줄 또한 알겠네 / 也知西日已成曛
〈출새곡〉이나 〈관산곡〉은 불지 말아 주오 / 休吹出塞關山曲
거년의 정부가 들을지 모르니까 / 恐有去年征婦聞
이는 성문모각(城門暮角)을 읊은 것이다.
7. 謳吟相應自成儔,誰識眞聲在壟疇?
勿語長安貴公子,妖歌遮莫唱還酬。
右前郊農歌
노랫가락 상응하며 절로 짝을 이뤘나니 / 謳吟相應自成儔
밭두둑에 진짜 음악 있는 줄 누가 알까 / 誰識眞聲在壟疇
장안의 귀공자에게는 이야기하지 마오 / 勿語長安貴公子
그들이야 요망한 노래 주고받건 말건 / 妖歌遮莫唱還酬
이는 전교농가(前郊農歌)를 읊은 것이다.
8. 山溪何事繞村廊?混混盈科自有方。
月下寒聲君莫愛,化爲霖雨可興商。
右後溪水聲
산골 물이 시골집 에두를 생각 어찌 하였겠는가 / 山溪何事繞村廊
퐁퐁 솟아 패인 곳 채우며 자기 갈 길 향할 뿐 / 混混盈科自有方
달빛 아래 차가운 소리 그대여 아끼지 마오 / 月下寒聲君莫愛
임우가 되면 상을 흥하게 할 수 있으니까 / 化爲霖雨可興商
이는 후계수성(後溪水聲)을 읊은 것이다.
[주-D001] 쇠한 …… 말지어다 :
근심과 걱정으로 더 이상 백발이 길어지게 하지 말라는 말이다.
이백(李白)의 〈추포음(秋浦吟)〉 시에 “하얀 머리가 무려 삼천 장,
시름 때문에 이렇게 길어졌다오. 모르겠네 밝은 거울 그 어디에서,
이런 가을 서리를 얻게 되었는지.
〔白髮三千丈 緣愁似箇長 不知明鏡裏 何處得秋霜〕”라는 구절이 있다.
《李太白集 卷7》
[주-D002] 영구(營丘) :
영구 출신으로 산수화(山水畫)에 뛰어났던 송(宋)나라의 화가 이성(李成)을 가리킨다.
[주-D003] 빙륜(氷輪)이 …… 들어갔음이라 :
바다 위의 달이 잔 속에 들어와 비치면서 술과 함께 벌써 배 속으로 들어갔다는 말이다.
빙륜은 얼음으로 된 수레바퀴이고, 계백(桂魄)은 계수나무의 넋인데,
모두 달을 비유하는 시어(詩語)로 쓰인다.
주-D004] 낭풍(閬風) :
곤륜산(崑崙山) 꼭대기로, 이곳에 선녀인 서왕모(西王母)가 살고 있다는 전설이 있다.
[주-D005] 희어(羲御) :
희화(羲和)의 수레라는 말이다. 희화는 태양 수레〔日車〕를 모는 신(神)의 이름이다.
[주-D006] 정부(征婦) :
변방으로 수자리 살러 떠난 병사의 아내를 말한다.
[주-D007] 퐁퐁 …… 뿐 :
공자(孔子)가 물의 덕을 칭찬한 까닭에 대해서 맹자(孟子)의 제자 서자(徐子)가
맹자에게 물어보자, 맹자가
“근원이 있는 샘물은 퐁퐁 솟아 흐르면서 밤이고 낮이고 멈추는 법이 없다.
그리고 구덩이가 패인 곳 모두를 채우고 난 뒤에야 앞으로 나아가서
드디어 사방의 바다에 이르게 되는데, 학문에 근본이 있는 자도 바로 이와 같다.
공자께서는 바로 이 점을 취하신 것이다.
만약 근원이 없다면, 칠팔월 사이에 집중호우가 내려서
도랑에 모두 물이 가득 찼다가도 언제 그랬느냐는 듯이 금방 말라 버리고 말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명성과 소문이 실제보다 지나치게 되는 것을 군자는 부끄러워하는 것이다.〔原泉混混 不舍晝夜 盈科而後進 放乎四海 有本者如是
是之取爾 苟爲無本 七八月之間 雨集 溝澮皆盈 其涸也
可立而待也 故聲聞過情 君子恥之〕”라고 말한 내용이
《맹자》 〈이루 하(離婁下)〉에 나온다.
[주-D008] 임우(霖雨) :
가뭄에 내리는 단비라는 뜻이다.
상(商)나라 고종(高宗)이 현상(賢相) 부열(傅說)을 얻고 나서
“만일 큰 강을 건너게 되면 내가 그대를 배와 노로 삼을 것이요,
만일 큰 가뭄을 만나게 되면 그대를 단비로 삼을 것이다.
〔若濟巨川 用汝舟楫 若歲大旱 用汝作霖雨〕”라고 말하였는데,
과연 부열 덕분에 상나라가 크게 흥성한 고사가 전한다.
《史記 卷3 殷本紀》 《書經 說命上》
ⓒ 한국고전번역원 | 이상현 (역) | 201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