망신당한 간부 공무원 -도민일보
거창군의회 제136회 임시회에서 시의원의 군정질문에 대한 간부 공무원의 답변이 부실하자 이를 보다 못한 군수가 직접 보충답변에 나서는 일이 벌어졌다.
지난 22일 거창군의회 본회의장에서는 이현영 군의원이 농업기술센터를 대상으로 농정분야에 대한 군정 질문을 했다. 이 의원은 귀농문제 등 현안에 이어 군의 친환경농업 육성방안과 추진상황을 물었다.
답변에 나선 박기상 농업기술센터 소장은 원론적 답변으로 얼버무리다 군의원의 추궁이 이어지자 '아직까지 구체적인 추진방안은 없고 앞으로 마련하겠다'는 취지로 답변했다.
본회의장에서 이 과정을 지켜보던 강석진 거창군수가 답답했던지 직접 보충 답변을 자청하고 나섰다.
답변에 나선 강 군수는 자신이 취임한 이후 농업기술센터 내에 친환경농업 관련 업무를 체계적으로 전담할 수 있는 친환경농업팀을 만들었다는 점을 상기시킨 뒤, 이후 오리농법 등을 도입해 고품질 쌀 생산을 확대하고 북상면 일원에 유기농채소 단지를 조성, 전국의 대형백화점에 납품해 농민들의 소득을 높이는 등 친환경농업에 행정력을 쏟고 있다며 조목조목 예를 들어 설명했다.
강 군수로부터 이 같은 답변을 들은 이 의원은 "군수가 업무현황을 너무 자세히 파악하고 있어 놀랍다"며 "속이 시원하다"는 말로 질문을 마무리했다.
이렇게 질문 답변은 끝났지만 뒷맛은 개운하지 않았다.
방청석에 나와 이 상황을 지켜보던 이들은 "어떻게 실무를 책임지고 있는 간부 공무원이 군수보다 업무를 모를 수가 있느냐"며 한마디씩 했다.
본회의장에 참석했던 한 공무원도 "거창군 농업기술센터는 현 강석진 군수 취임 직후 조직개편을 통해 구 농정과와 통합되면서 시너지 효과를 내고 있다는 평가를 받고 있는데, 이날 군의회에서 생긴 해프닝으로 조직 전체가 평가절하 되지 않을까 걱정스럽다"고 탄식했다.
대개 군정질문을 하면 집행부의 책임자인 군수가 큰 틀에서 답변을 하고, 구체적이고 실무적인 부분에 대해서는 간부공무원이 답변하는 게 통례로 알려져 있다. 하지만 이날은 앞뒤가 바뀌었다는 생각을 지울 수 없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