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억의 초상』(이영훈 작사/작곡)은 1988년 9월 발매된 「이문세」
5집 앨범 수록곡으로 "잡고는 싶지만 잡을 수 없는 사람의 마음이
잘 나타나 있고, 너무 늦게 깨달아 버린 마음을 뒤늦게 후회하는
심정(心情)을 느낄 수 있는 가사 내용"이 많은 사람의 공감(共感)을
자아낸 숨은 명곡(名曲)으로 재즈 보컬리스트 '나윤선'도 이 곡을
'리메이크'해서 호평을 받았습니다.
한국 대중 음악사(音樂史)에서 「이문세」5집 앨범을 둘러싼 역학
(力學) 관계는 매우 특이합니다. 가수나 음반사는 주류 음악 영역에
속하고, 얼마 전 작고(作故)한 작사· 작곡자 '이영훈'이나 편곡자
'김명곤'도 성인 취향의 음악에 관계한 인물들이었지만,
정작 「이문세」의 활동 방식은 전적으로 라디오와 공연에 의존
하는 언더 그라운드 뮤지션의 그것이었습니다. 그래서 이 앨범은
1980년대 한국 주류 음악을 대표하지만 성공한 언더 그라운드
음악으로 봐도 무방할 정도입니다.
「이문세」의 가수로서 성공은 고(故) 이영훈을 만나게 되면서였지요.
1979년 대학 3학년 재학 때, 라디오 DJ로 방송에 데뷔한 「이문세」 는
1981년 "나는 행복한 사람"이 담긴 데뷔 음반과 1983년 2집을 발표
할 때까지만 해도 평범한 가수였습니다. 그러나 '이영훈'을 만나면서
단박에 당대를 대표하는 가수로 발돋움했습니다. 1985년 3집에 실린
'이영훈'의 곡 "휘파람", "소녀", "난 아직 모르잖아요"가 큰 호응을
얻으 면서 가수로서 재조명을 받은 그는 또 하나의 걸작인 4집을 거쳐
그들 듀오 최상의 작품인 ‘1980년대 발라드 팝의 정점’ 5집을 발표
했습니다. 여기서 "가로수 그늘 아래 서면"에 이어지는 LP B면의
수록곡들인 "붉은 노을" 『기억의 초상』, "끝의 시작", "사랑은 한줄기
햇살처럼"은 가히 「이문세」 경력에서 베스트입니다.
하지만 〈이문세-이영훈〉의 빛나던 조합은 이후 7집(1991)정도까지만
유지됩니다. 1990년대로 넘어오면서 달라지기 시작한 대중 음악계의
조류(潮流)에서 그들 작업이 멀게 느껴짐으로써 그들의 화려했던
관계는 소멸됐습니다.
'이영훈'이 참여한 또 다른 걸작으로는 '이광조'의 "세월 가면"(1987)을
꼽을 수 있습니다. <인천 아이러브색소폰클럽 대표 윤양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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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날 아름다운 너
보내야 했지만 잡진 않았어
그냥 돌아선 그대의 발자욱마다
나의 눈물 흘러 고였어
설움 서러운 눈물
흘려 보냈지만 찾진 않았어
그냥 살다가 그대가 곁에 없으니
이별을 깨달았어
돌아보면 아주 멀리 가진 않아
잡을 수 있을 줄 알았어
그대 발자욱 세월 속에 흔적도 없네
너를 잃은 내가 아쉬워
설움 서러운 눈물
흘려 보냈지만 찾진 않았어
그냥 살다가 그대가 곁에 없으니
이별을 깨달았어
돌아보면 아주 멀리 가진 않아
잡을 수 있을 줄 알았어
그대 발자욱 세월 속에 흔적도 없네
너를 잃은 내가 아쉬워
설움 서러운 눈물
흘려 보냈지만 찾진 않았어
그냥 살다가 그대가 곁에 없으니
이별을 깨달았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