숨비소리. 해녀들이 물질을 할 때 내는 독특한 숨소리를 숨비소리라고 한다. 아무런 장비 없이 오랫동안 잠수를 해야 하는 해녀들에게 숨비소리는 생명의 소리나 마찬가지다. 물 밖에서 몸속 가득 쌓인 이산화탄소를 배출하기 위해 가쁘게 내뿜는 숨결마다 '휘오이~ 휘오이~' 휘파람 같은 소리가 울려 퍼진다. 해녀들은 숨을 한 번 들이마시고 2~3분가량을 수심 10~20m 속까지 들어가 해산물을 채취해온다.
제주도 해안 어디에서나 해녀들을 볼 수 있지만, 먼 거리에서 숨비소리를 구분해 듣기란 쉽지 않다. 해녀들이 물질하는 모습을 가까이서 보고 싶다면 성산일출봉을 찾아가보자. 성산일출봉 절벽 아래 해안에서 매일 두 차례 '해녀 물질 공연'이 펼쳐진다. 공연이라고는 하지만 특별히 무대가 있는 것도 아니고 내용이 풍성한 것도 아니다. 해녀들이 전통 고깃배인 테우를 타고 나가면서 부르던 구전 민요를 잠깐 들려준 후 일출봉 앞바다로 물질을 나서는 게 전부지만, 제주 해녀들과의 만남 자체가 왠지 모를 설렘을 갖게 한다.
"해녀 물질 공연이 곧 시작됩니다." 공연 5분 전, 스피커에서 안내 방송이 흘러나오자 사람들이 해안으로 통하는 계단을 따라 하나 둘씩 내려가기 시작한다. 곧이어 등장하는 해녀들. 사회자가 한 사람씩 소개할 때마다 관람객 사이에서 탄성과 박수가 흘러나온다. 짧게는 30년, 길게는 60여 년 동안 물질을 해오고 있다는 해녀들이 그저 대단할 따름이다. 소개가 끝나자 노와 테왁을 앞뒤로 흔들며 "이어도 사나, 어이어이~" 하며 노래를 부르는 해녀들. 노래 속에는 어렵고 힘든 물질을 계속해온 해녀들의 고단한 삶이 고스란히 녹아 들어가 있다. 이어도 사나, 어이어이~ 이어도 사나, 어이어이~
약 5분간의 짧은 공연을 마치고 바다로 들어갈 채비를 하자, 해녀들이 입수하는 모습을 카메라에 담느라 저마다 분주해진다. 제주도 해녀가 점점 줄어들고 있다는데 이 순간도 언젠가 역사의 한 장면으로 남을지 모를 일이다. 머리부터 입수해 두 발을 허공으로 휘젓다 어느덧 물속으로 사라져버리는 그들. 해녀들을 삼킨 바다는 무슨 일이 있었냐는 듯 금세 잠잠해진다. 이제나 나올까, 저제나 나올까. 갑자기 저 멀리 한 해녀가 뭔가를 번쩍 들어 올리며 소리친다. 저건, 문어? 갑자기 박수와 탄성이 해안에 가득 울려 퍼진다. 그 소리는 제주 해녀 모두에게 바치는 찬사이다. 성산일출봉 해녀 물질 공연은 매일 오후 1시 반, 3시 두 차례씩 열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