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 가을에 제가 '봉화 산골 기행'을 끝내던 무렵,
서울로 떠나오기 막바지에(며칠 전에) 눈이 내렸었습니다.
그래서 전 환호성을 질렀었지요.
한 여름에 도착해 네 달을 통째로 살아서(8월부터 11월까지), '여름'과 '가을'(특히 가을)은 봉화 산골에서 지낼 수 있었지만,
'봄'과 '겨울'은 느끼지 못한 채 떠나야만 했었는데,
그렇게라도 '눈 내리는 모습'을 볼 수 있었던 것에...
'행운이다!' 라는 반응을 보이면서까지요.
그 당시 눈올 때의 사진입니다.(아래)
사실 저는,
기왕에 '봉화'까지 내려온 김에, 1 년 사계를 다 느껴보고 싶었었답니다.
그런데 그 교육이 4개월로 국한되었기 때문에 그렇게 중단될 수밖에 없었던 거지요.
그래도 막연하게 '봉화에서 한 번 살아봤으면......' 하던 제 바람을 그렇게나마 해소할 수 있었던 것에, 감사를 드리기도 했고 실제로도 좋았었답니다.
그림작업을 본격적으로 할 수 없었던 아쉬움이 있긴 했지만(재료와 도구까지 다 옮겨가서 할 수 없었기에), 종이에 드로잉으로 명맥은 유지해왔기 때문입니다.
근데요, 엊그저께...
'일기 예보'를 보는데,
'3월이 되자마자 '꽃샘추위'가 몰려올 거'라면서, 강원 산지엔 1m의 눈도 내릴 거라고 하던데,
저는 문득,
'야, 봉화에 가면... 그 눈 산들을 볼 수 있을 텐데......' 하는 생각이 들더라구요.
봉화는 경상북도지만, 태백산맥 줄기가 그 쪽으로도 이어지면서, '산골'하면 '봉화'가 떠오를 정도로 산지이니까요. 그리고 봉화만큼은 여름에도 강원도 산지와 거의 같은 수준의 기온을 유지하는 곳이기도 해서요.
근데요, 그 생각은,
생각으로만 끝난 게 아닌,
'정말, 한 번... 가볼까?' 하는 생각으로 이어져,
'그래, 한 번 가 보지, 뭐...' 하게까지 됐는데요,
가게 되면 그래도 한 사흘 정도는 있어야 할 텐데, 잠자리가 문제였습니다.
제가 사용하던 숙소는 교육과정이 끝나면서 폐쇄됐기 때문에(동절기) 거기를 이용할 수는 없는 일이었으니까요.
그렇지만 그 대체로,
거기 '본부'에(캠핑장) 숙소가 있다는 걸 알고 있었던 터라,
(다른 '펜션' 같은 데보다 저렴하면서도 시설은 좋은)
급기야 거기 사무장께 전화를 걸기에 이르렀지요.
그래서 제 사정 얘기를 하면서, 혹시 숙소를 예약할 수 있느냐고 물었더니,
주말엔 불가능하지만(저는 2일(일요일)부터 이용하려고 했는데) 월요일부턴 가능하다는 것이었습니다.
그래서 바로 예약을 했지요. 3일.
그러니까 3일부터 3박 4일이 될 것이지만, 상황에 따라 연장(?)할 수도 있는......
(원룸식의 숙소(간단한 주방 시설(냉장고)과 화장실 따로인) 세 칸이 있고, 2-30명이 들어갈 수도 있는 단체방도 두 칸 있는데, 시설이 좋고 가격도 싸답니다. 대가족이거나 단체로 놀러와도 좋을 곳이에요. 봉화 '협곡구비마을')
어쩐지 그러고 싶었습니다.
그리고, 그렇게 눈이 온다면 그런 산골의 풍경도 너무 보고 싶기도 했구요.
그런 것들이 제 그림으로 연결될지는 모르지만, 그래도 '눈 내리는 산골'을 꼭 느껴보고 싶었답니다. 더구나 제가 몇 달이라도 살아봤던 곳이라, 애착도 갔구요... 그냥 낯선 타지에 가는 게 아닌, 뭔가... 살던 곳(고향?은 아니지만)에 간다는 익숙함까지......
그래서 저 자신에게도,
'눈내리는 산골 풍경 사진을 찍으러 간다'는 구실을 내걸면서, '봉화행'을 결정한 것이지요.
그리고 거기 숙소를 예약하는 것으로, 모든 준비는 끝난 것이기도 하구요.
어차피 작년에 내 집처럼 드나들던 곳이기도 해서 편하기도 해서......
단 며칠 머물다 올 터라, 많은 준비도 필요하지 않아... 그냥 옷가지와, 몇 끼니 해 먹을 쌀과 라면 정도만을(반찬도 없이) 가지고 출발을 하기로 했답니다.
그렇지만 차가 없는 저는 거기까지 가는 교통편이 문제라,
기차를 이용하려다 보니(그 전에 서울 다니던 방식을 이용하기로) '청량리'에서 새벽 기차를(6시 57분) 이용해야만 해서(그래야 '분천'에 가는 기차와 연결이 되기 때문에),
서울 공릉동에선 새벽 5시 반 경에 나오는 걸 감수하면서까지요.
그 전날 '첫잠'에서 깨어난(밤 10시 반) 뒤,
평소처럼 밤을 보낸 뒤 아침잠을 잘 수가 없어...
그대로 출발을 할 수밖에 없었답니다.(밤을 꼬박 샌 거나 다름없이)
그렇게 기차를 탔는데,
타자마자 잠에 빠져버렸답니다.
제가 웬만하면(평소엔) 안 그러는데, 너무나 잠을 못 자서 그런지...
기차가 출발하는 줄도 몰랐답니다.
그러면서도 한 번씩 의식이 들면 기차 안이었는데,
첫 사진을 찍을 때(아래)가 '서원주'역이드라구요.
근데, 눈이 하얗게 쌓여 있었습니다.
허긴, 서울을 출발할 때도... 우리 아파트엔 눈발이 날리고 있었고, 조금 쌓인 곳도 있었거든요.
그렇게 영주에 내리니 9시 12분.
거기서 한 시간 여를 기다린 뒤에 '분천'에 가는 기차를 탔는데,
작년까지만 해도 두 시간 넘게 기다려야 했는데,
올해부터 기차시간이 바뀌었드라구요.
작년엔 '대구'에서 '동해'까지 가는 기차였는데, 올해부터는 '대구' 출발이 아니고 '영주'에서 출발하는 것으로 바뀌면서 시간도 앞당겨졌다던데,
그게 오히려 저에겐 좋드라구요. 영주에서 기다리는 시간이 줄어들어서요.
그렇게 한 시간 정도 기다리는 틈에,
거기 가까운 대형마트에 들러, 간단하나마 먹거리를 좀 준비해야만 했습니다.(우유, 라면 등)
차가 없는 저는, 분천에 도착하면... 장보러 가는 일이 큰 일이라서요.
그렇게 한 시간 여를 달려 '분천'에 도착을 했는데,
여기 '분천'에 '산타마을'이 있는데,
내내 어울리지 않는 '남의 옷' 같기만 하던 '산타마을 풍경'이, 이제야(눈이 오니...) 제 모습을 찾은 것 같기는 하더라구요. (위)
근데요, 저는 분천에 내리면서부터는 좀 바빠졌습니다.
이런 기회가 특별한지라(쉽지 않기 때문에), 어떻게든 많은 사진을 남기고 싶어서였지요.
그래서 길도 제래도 뚫려있지 않은 마을 길을 짐수레를 끌면서(무거웠는데) 마을 입구 다리까지 가서,
그 강 건너편에 있는 제가 살던 마을 쪽의 사진도 찍고 있는데,
갑자기 웬 승용차 한 대가 제 앞에 서더니,
크락션을 누르는 것이었습니다.
그래서 제가 깜짝 놀라(절더러 비켜달라는 줄 알고) 뒤로 물러서는데,
차 문이 열리는데 운전자를 보니,
아는 사람이었습니다. (거기 본부 팀장)
"어?"(저는 그 짧은 순간, 저 사람 아는데? 하고 있었지요.)
그 때 뒤쪽에서,
"남궁 선생님! 오셨네요? 근데, 왜 이렇게 빨리 오셨어요?" 하는데 보니, 그 뒤에 앉았던 본부 '사무장' 아니었겠습니까?
(알고 보니, 그 때가 막 12시가 넘어가고 있어서... 그들은 이 마을의 한 식당으로 점심을 먹으러 오던 길이었다는데, 그 마을 입구에서 저랑 딱 만난 것이지요. 근데 작년엔 그 시각에 도착하는 기차가 없었는데, 제가 그 날은 작년보다 한 시간 가량 일찍 그 마을에 도착했기 때문에... 정말 우연히 그렇게 만나게 됐던 겁니다.)
그러니,
"우리 밥먹으러 가는데, 선생님도 오세요! 이 차가 꽉 찼으니... 선생님은 걸어서 오세요!" 하고 저를 부르니,
그렇게 할 수밖에요.
어차피 본부 사람들이 점심을 먹으러 식당에 왔다는 건, 오늘은 거기 본부에서 점심을 먹을 수 없다는 뜻이기도 해서요.(나중에 알고 보니, 거기 '조리장'이 눈이 많이 와서 출근을 못했다고 해서... 외부로 점심을 먹으러 나왔다는 것이었습니다.)
그렇게 저는, 분천에 도착하자마자 그들과 그 다리에서 만나 식사에 참여가게 되었는데요.
식사 후,
그들 차에 제 짐은 실어 보내고, 저는 혼자 걸어가기로 했습니다.
가는 길에 사진도 좀 찍으려구요.
그렇게 걸어서, 제가 작년에 지내던 숙소를 지나고(아래)...
그리고 거기 주차장을 지나 본부에 가야 하는데, 눈이 쌓여 있어서...
제설작업을 한 도로를 따라 빙 돌아갈 수밖에 없었는데요,
사실 작년엔 이 건물을 날마다 들락거렸지만 정작 사는 곳을 다른 쪽의 숙소였기에, 이 건물의 숙소엔 들어올 일이 없어서 몰랐는데,
이번에 와 보니...
한 사람이거나 부부가 지내기에 너무나 아늑한 자그마한 방이,
따뜻한 건 물론(제 숙소는 커서 위풍이 너무 심해 추웠는데),
반찬도 없이 왔던 제가,
"김치 좀 주십시요." 하고 부탁해서 얻은 김치만으로,
저 혼자 저녁식사를 했는데(여기 직원들은 퇴근해서),
김치 하나로 밥을 먹었는데도 어찌나 맛있던지... (작년에 우리가 했던 김장 김치가 맛있거든요. 저도 서울까지 그 김장김치를 가져와서 지금도 먹고 있거든요.)
아, 마치... 어디 먼 곳, 아늑한 곳에... 휴가 온 기분이드라구요.
그러니까 밤에는 이 건물에 저 혼자 있었을 텐데,
너무나 편하고 따뜻해서...(추울 걸 각오하고 왔는데)
정말 편한 하룻밤을 지낼 수 있었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