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야 너 폰도 꺼놓고 죽을래 ? "
문을 열자마자 기다렸다는듯이 선명한 목소리가 귀를 찌른다
"...... 어 미안 "
" 어디 갔다왔어 ? 너 설마 외박 했어 ? 누구랑 ? 왜 ? "
" 강하야 미안한데 나좀 쉴게"
미안해 강하야
네가 실은 날 많이 걱정해서 화났다는거 알아
근데 지금은 나 좀 혼자 있고 싶다
" 야 밥은 먹었어? "
벌컥 문을 열고 들어와 날 내려다본다
씻을 생각도 움질일 생각도 없이
가방도 어깨에 맨채로 바닥에 주저 앉아 있던 난
강하를 올려다보며
고개를 저었다 " 근데 생각 없어 미안 "
" 야 너 진짜 이럴래? 어제부터 연락도 안되고 내가 얼마나 걱정했겠어 ? 어 ? "
" 알았어.. 나중에 얘기해 "
" 야 왜 나중에 얘기해 지금 얘기해 지금 "
" 왜 화를 내.. 미안하다고 하잖아.. "
나 너무 힘이 없어 강하야
제발 그만..
멈춰주면 안될까..
" 미안하면 다냐 ? 내가 제일 싫어하는게 뭔지 알아? 폰 꺼놓는거랑 나중에 얘기하자는거야 근데 넌 지금 두개를 다했어 알아 ? "
" 내가 어떻게 알아. 알았으니까 그만좀 해 내방에서 좀 나가라고 제발 "
결국 언성이 높아지고 만다
좀 이해해주면 안돼 ?
그냥 침묵 해주면 안돼 ?
넌 꼭 이렇게 지금
니가 원하는때에 얘기를 해야겠어 ?
난 이해도 배려도 안해주고
니맘대로-
꼭 이렇게 해야겠어 ?
눈에 눈물이 급속도로 고이기 시작한다
화가 난건지 당황한건지
그자리에 망부석처럼 서있던 강하를 지나쳐
집을 나와버렸다.
너 같은거 때문에 고민하는 내가 바보지
몸이 너무 피곤한다
마음이 더 피곤하다
그래 언젠가도 이랬었지.
고작 서너달 전이었는데.
우린 또 이렇게 되는구나.
어디로 향하는지 모르는 빠른 발걸음 위로
오늘 새벽의 대화가,
몸이 떨리는 기억이,
하염없이 펼쳐진다.
" 은수야. "
" 응 ? 뭔데 얘기해봐 "
" 나 정말 오래 걸렸어 "
" 모가 ? "
" 처음엔 아니려고 노력했고, 사실은 알면서도 모른척 했어. "
" ? "
" 그러다가, 대학생이 됐을때였나, 아닌걸 사실로 만들기 위해서 다른길을 선택 하기도 했어. 아까 터미널에서 만났던 친구, 기억하지 ? "
" 응.. "
이때만 해도 무슨말인지 잘 몰랐던것 같다
단지 대답을 하지 않아도 된다는
무의식적인 느낌 뿐이었다.
빙산의 일각처럼
소소하게 시작한 그 이야기가
조그맣게 보이던 네 마음이
그렇게 큰 몸체를 지니고 있을지 난 미처 알지 못했다.
" 그리고 갑자기 유학을 간건.. 그건.. "
잠시 말을 끊더니 냉장고에서 다시 맥주 한캔을 가져온다.
" 무튼 내 의지는 아니었어. 그런데 그 결정을 할때 난 확실히 알았던것 같아. 아닌게 아니구나 하고 말야 "
맥주를 한모금 하더니 내게 마실건지 물어보길래 나도 손을 뻗어 한모금을 마셨다.
빈속에 마신 맥주가 쏴아 한 느낌으로 내려갔지만
그보단 머리가 더 쭈뼛거렸다.
지원이는 지금 무슨 얘기를 하는걸까
" 나 사실 동성애자야. 레즈비언 "
" ... 괜찮아 지원아 그런건 난 아무상관도
" 널 좋아해도 ? "
째깍 째깍
손목시계 초침 돌아가는 소리
어느 다른방에선가 들려오는
문 여닫는 소리
너의 애절한
눈빛이 내는 소리
은수야 날봐
날봐 은수야
고개를 들어 바라본 지원은
빨간 눈을 하고
애써 미소를 짓고 있었다.
눈물을 참고 있는걸까?
고작 나 같은것 때문에
한참동안이나 할말을 찾았다.
어떤 말을 해야할지 난 머리가 돌아가지 않았다
내가 어떤 기분인지 알아차릴 틈도 없었다.
어쩌면 조금은 기대 했을까?
모르겠어
지원이 날 특별하게 생각 한다고
그러니까.
그래 친구로 생각 한다고
그것만으로도 난 너무 행복해서
내 삶에 너라는 등장인물이 있다는것만으로도
난 조금이나마 내 삶이 괜찮다고
그렇게 생각 했어
지원아 난
난 너무 보잘것 없는 사람인데
난 네가 너무 눈이 부셔
감히 네 옆에 설수도 없는데 난
난 난..
내 마음을 모르겠어
" 후우 난 이게 참 어려웠다 은수야. 내 마음을 네게 말하는게 참 오래 걸리고 힘들었다. 어떤게 옳은건지도 모르겠고 널 행복하게 하는 방향이 뭔지도 모르겠더라. 근데 그래도 내 마음은 알려야 할것 같았어 결론은 그거였던것 같아. 그러니 오늘을 모른척 해도 좋아. 그러면 난, 그래 나도, 그럴게 그냥 어제의 나와 어제의 너로 존재 하자 "
" 지원아.. "
" 무리 하지 않아도 돼. 결론을 낼려고 애쓰지도 마. 네가 걱정하는 그런일 없을거야. 늘 네 옆에 있을거야 그러니 정말 아무걱정도 하지마 "
따스한 눈빛으로 날 바라보던 지원의 모습을 난 잊을수가 없다.
" 그래도 네가 확실히 거절하기 전까진 난 내방식대로 할꺼야. 그러니 너무 방심하진마 . 친구로 돌아가는 마법은 네가 거절의 주문을 외워야 발동된다구 알았지 ? "
" 응... "
" 아참 조건이 있어 "
" 뭔데? "
" 거절의 주문을 외울땐 로데오 사거리에서 주문서를 찢으면서 시간을 되돌리는 자를 외치면서 셔플 댄스를
" 야 "
" 풉 농담이야 여튼 확실히 말해줘. 잘 고민해보고 "
" 알았어.. 그럴게 "
" 시간이 너무 길면 서로 힘드니까 기한을 정하자 일주일 뒤 어때? "
" 아..그렇게 빨리? "
" 나도 너도 너무 길면 힘드니까 서로. 되돌리기도 그렇구. 아니면 2주 뒤 ? "
" 아냐.. 그냥 일주일 뒤로 하자 "
" 그럼 다음주 일요일에 aA 에서 기다릴게 오후 4시에 "
" aA 오후 4시.. "
" 딱 1시간 기다릴게. 거절이면 안오면 돼 "
" 그냥 가서 거절할래 "
" 거절 할꺼야? "
" 아니 그게 아니구.. "
" 거절 할거면 안왔으면 좋겠어.. 그럼 난 아무일 없었다는듯 차를 마시고, 책을 볼거야 그때부터 우린 어제의 우리가 되는거야 "
" 응.. 알았어 "
" 그리고 일주일동안은 그러니까 지금부턴 난 친구가 아니야 "
" 친구가 아니야? "
" 응 난 너한테 대쉬한 사람이야 "
" 우와.. "
" 내 마음 안숨길거야. 알았지? "
" 응.. "
" 자 이제 정말 자자 "
잠을 못이루던 지원이 한참이 지나서 조용히 내 손을 잡고
내 머리칼을 넘겨 주며
조심스럽게 사랑한다고 읊조리던
손에서 베어나오는 땀과 조금씩 빨리 뛰는 심장소리를 들킬까봐
숨조차 제대로 쉬지 못했던
새벽의 기억을 가지고 난 서울에 돌아왔다.
영화를 볼까 하던 지원의 제안을 거절하고 집으로 돌아온건
생각할 시간을 갖기 위해서 였다.
몇시간을 잤는지 알수 없는 몸을 이끌고
주체 할수 없는 화까지 난채
이렇게 밖에 나올려고 한게 아니었는데
걷다 걷다, 어느덧 합정까지 온 나는
아무카페에나 문을 열고 들어가
핫 초코를 주문했다.
창가에 앉아 핫초코를 한모금 마신다
조금 잘까
너무 피곤하다
첫댓글 아..읽고나니...아쉽네여..ㅠㅜ 강하더보고싶었는데 또 싸우고 안보이네..마음아프겠다...
뭐라 드릴 말씀이 없네요 ^^ 그러나 강하는 저런 성격입니다. 직선이죠. 참고로 B형 입니다.
선택은 은수의 몫이겠죠
거짓말요~~소아상님몫이면서..ㅠㅠ그래도 은수가 너 같은거 때문에 고민하는 내가 바보지..라는 말을해줘서 참기쁜 일인임돠..ㅎㅎ
잘 읽었습니다 강하 방 빼라이~~~
일주일 뒤에 괴요
엇 저에게 일주일의 여유기간을 주시는건가요 +_+
은수야 거기서 자면안돼 왜자니 거기서ㅠㅠㅠㅋㅋㅋㅋㅋ
ㅋㅋ 봄날에 핫초코 먹으면서 창가에 앉으면 잠이 스르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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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차로 얼마전에 한번 언급하긴 했는데
그날 지원은 집으로 바로 갔다는 대화가 나왔었죠 머리 말려 줄때 ^-^
은수의 거짓같은 기억일지, 진실일지 ^-^ 독자의 몫으로 남겨 놓겠습니다
담편 기대할게요"~ 허리허리!! ㅋㅋㅋ
뜨헛 -ㅅ- 네 올렸사옵나이다
어서 가서 보시옵서서
역시!!^^
삭제된 댓글 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