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저 보고만 있어도 눈물이 난다. 이곳을 다녀간 사람들은 어느 누구도 예외 없이 눈물을 흘린다. 엉엉 우는 이도 있고, 젖은 눈동자를 한 채 마음속으로 통곡하는 이도 있다.
깡통법당. 사람들은 이곳을 깡통법당이라고 부른다. 삭아 문드러진 함석 같은 얇은 철판을 잇대어 지은 창고마지도 못한 허름한 집이기 때문이다.
이런 남루한, 아니 남루하다는 말조차 사치스럽게 여겨질 만큼 허름한 집에 부처님이 모셔져 있다. 인근 절의 한 스님이 일요일이면 그 절을 찾아오는 장병들이 부대 안에서 법회를 볼 수 있게 불상을 모실 공간을 찾다가 이곳에 법당을 마련했다고 한다. 깡통법당의 유래를 들은 사람들은 약속이나 한 듯 말한다.
“차라리, 부처님을 모시지나 말 일이지…. 그냥 절에서 법문을 열어주는 편이 훨씬 나을 것인데 부처님을 이렇게 모셨다니….”
9사단 수색대대 군법당. 일명 깡통법당으로 불린다.
그 스님은 얼마 가지 않아 법문을 중단했다. 종단 일을 봐야 해서 시간이 나지 않는다는 것이 그 이유였다. 이후 이곳에서는 한 천태종 소속 법사의 노력으로 가까스로 월 1회 법회를 열며 생명을 이어갔다. 군법사의 손길도 닿지 않고, 깡통법당이지만 부대 안에 절이 있으니 불자장병들은 월 1회 법회를 기다릴 수밖에 없었다.
갈 곳 없는 불자 장병들만이 법회가 없더라도 일요일이면 이따금씩 들러 부처님께 절을 올릴 뿐, 창고 같은 이곳은 차츰 잊혀진 공간이 되었다.
이곳에 다시 사람들의 발길이 오가게 된 것은 대불련총동문회 군포교지원단 초대단장 박호석 법사가 딱한 사정을 전해 들으면서부터다. 이미 인근 군법사가 배치되지 않은 부대의 법당에서 장병 포교에 매진해온 그는 이 깡통법당을 처음 보고는 한 없이 눈물을 흘렸다고 했다.
첫째는 이런 곳에 부처님이 모셔진 것에 불제자로서 씻을 수 없는 죄를 지었다는 죄책감으로, 둘째는 퀴퀴한 냄새가 진동하는, 법사도 없이 버려진 이 공간에서 부처님을 참배해야 하는 불쌍한 불자장병들에 대한 연민으로, 그리고 마지막으로는 지금 당장 번듯한 법당을 지어 부처님을 여법히 모실 수 없는 안타까운 형편이 서러워서였다.
박호석 법사는 먼저, 월 1회 천태종 법사가 법회를 진행하는 이곳에 매주 법회를 개설하기로 하고 대불련 동문으로 구성된 대불련 군포교지원단 소속 법사 3명을 긴급 투입했다. 이후 이 법당에서는 매주 법회가 열리고 있다. 인천의 한 학교에서 교장으로 재직 중인 숨은 실력자 조의행, 김현숙, 유주현 동문이 흔쾌히 박호석 법사의 뜻을 따라준 것이다. 그렇게 깡통법당에서의 매주 일요법회는 시작됐다. 4명의 법사들은 매주 돌아가며 이 법당을 찾아 장병들에게 부처님의 가르침을 전하고 대화를 나누고 있다. 보통 70여 명 정도가 법당을 찾는데, 요즘은 90명을 넘길 때가 더 많다.
서랍이 달린 장롱 같은 가구 위에 모셔진 불상. 이런 법당을 지키고 있는 부처님을 친견한 불자들은 하나같이 눈물을 흘린다.
창고인지, 법당인지 모를 정도로 물이 새고 습기가 찬 온통 곰팡이 썩는 냄새가 법당안에 진동을 한다.
지난 7월 17일. 며칠 동안 지겹게 내리던 장맛비가 그치던 일요일 낮. 박호석 법사와 함께 이곳 ‘깡통법당’을 찾았다. 마침 이날은 가까운 부대인 11보급대대 안국사에서 ‘대불련총동문회 군포교지원단 출범 2주년을 기념하는 행사가 열려, 20명 남짓의 대불련 동문들도 함께 했다.
제 9사단 수색대대 안의 깡통법당을 찾은 날, 법당 바닥에 걸터앉은 차출(자원) 군종병이 혼자서 우리 일행을 기다리고 있었다. 아마도 박호석 법사가 이곳을 방문한다는 소식을 미리 전해 들었던 모양이다.
깡통법당을 발견하고는 누구랄 것도 없이 망연자실, 발걸음을 떼지 못했다. 어떻게 이런 곳에서 법회가 열린다는 말인가. 모두의 눈에는 눈물이 그렁거렸다. 이런 집도 있을 수 있다니, 이런 곳에 부처님을 모셨다니, 그리고 이런 곳에서 법회가 봉행되고 있다니…. 말은 하지 않아도 모두의 생각은 한 가지였다.
법당 안으로 들어서니 곰팡이 썩는 퀴퀴한 냄새가 진동했다. 숨을 들이쉴 때 곰팡이 균이 한 움큼씩 몸 안으로 들어오는 느낌이었다. 장맛비가 내린 뒤라 아무리 청소를 했어도 곰팡이 냄새는 어쩔 수가 없었던 모양이다. 비닐 장판이 깔린 법당 바닥은 물이 흥건했다. 습기가 높아서 물기를 없애느라고 애를 썼지만 샘처럼 맺히는 물기를 당해낼 수 없었던 것이다.
습기로 인해 바닥에 물기가 흥건한 법당. 이곳에서 100명에 가까운 불자장병들이 법회를 하고 있다.
법당의 천장은 물이 새 군데군데 썩고 있다. 천장에 연등이 달려 있다.
깡통법당의 외벽. 보기만해도 허름한 것이 법당으로 사용되는 공간으로 상상할 수 없을 정도로 남루한 모습이다.
“오늘 오전에도 이곳에서 법회를 보았습니다. 법당이 물바다였는데도 장병들이 평소보다 많이 왔습니다. 한 구십 명 쯤 왔지요. 물기를 치우고 방석을 깔고 앉았지만, 엉덩이와 양말이 다 젖었습니다. 온통 젖은 방석을 저렇게 쌓아놓았는데, 글쎄 온전할지 모르겠습니다.”
오늘 법회에서 법문을 한 조의행 법사가 겸연쩍은 표정으로 말했다.
벽과 천장은 물이 새 썩어들어 가고 있었다. 축축한 방석을 깔고 부처님께 오체투지 삼배를 올렸다. 죄송한 마음에, 고였던 눈물이 이내 흘러내렸다.
향을 사르고, 모두들 예배를 마쳤을 때를 기다려 불단 앞으로 다가갔다. 불상을 올려놓은 불단이 아무래도 작은 장롱이나 찬장 같은 것처럼 보였기 때문이다. 서랍 같은 것을 찾아 열어보니 역시 장롱이었다. 글쎄 장롱으로 불단을 삼고 있었던 것이다. 부처님의 상호를 바라볼 수 없었다. 이런저런 말도 많지만, 그래도 불교가 제1종교의 위치를 차지하고 있다는 대한민국에서 부처님을 이렇게 모시고 있다니….
때 마침 박호석 법사가 일행들을 향해 말문을 열었다.
“이대로는 안 되겠다, 싶어 어렵게 법당을 신축하기로 결심을 하고, 지금 법당을 짓고 있습니다. 11보급대대 안국사를 새로 짓고 남은 불사금 1천만 원으로는 도저히 엄두를 내지 못하고 있었는데, 얼마 전 대불련 홍경희 동문의 스승이 이곳 깡통법당을 찾아 참배하고, 이 법당 모습을 보고는 눈물을 흘리시면서 제게 불사금 1천만 원을 약속하고, 곧바로 보내주셨습니다. 그래서 용기를 내어 법당불사를 시작했습니다. 또 마침 절을 짓다가 뜻하지 않은 일이 생겨 중단한 한 비구니 스님께서 자재를 기증해주셔서 불사비도 절약을 할 수 있게 되어, 전체적으로 6천여 만 원 정도 불사비가 들 것으로 예상합니다. 깡통법당을 보신 많은 분들이 동참을 약속하고 있어 일단 믿고 시작했습니다.”
깡통법당에서 옮겨올 영축사 신축 현장. 불자들의 동참이 절실하다.
박호석 법사가 영축사 신축현장에서 불사와 관련된 이야기를 대불련총동문회 회원들에게 설명하고 있다.
박호석 법사는 부대 뒤편 산기슭에 위치한 신축법당 자리로 일행을 안내했다. 부대가 한 눈에 내려다보이는 곳에 막 공사가 진행되고 있었다. 장맛비로 며칠 중단을 했는데, 날이 맑아지면 곧 공사를 재개할 것이라는 박호석 법사는 이곳에 30연대가 있을 때 부대 이름을 ‘독수리 부대’라고 불렀고, 수색대대가 들어선 지금은 ‘수리부대’라고 부르고 있어, 법당의 이름을 ‘독수리’ 축자를 따서 ‘영축사(靈鷲寺)’라고 명명했다. 영축사는 8월 중순 이전에 완공이 될 예정으로 있다.
현재 이곳 깡통법당을 찾는 장병들에게는 대한불교진흥원이 지원한 군포교지원금에서 장병 1인당 1000원을, 거기에 법사들 개인이 부담하는 1천 여원을 합쳐 빵 또는 떡과 음료수를 나눠주고 있다. 과자 한 봉지에도 1000원이 넘는 현실에서 정말로 최소한의 금액으로 불자장병들에게 간식을 나눠주고 있는 것이다.
조리 시설도 없지만 재원이 없어 장병들이 좋아하는 국수 한 번도 끓여 주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박호석 법사는 새로 짓는 법당에는 간단한 시설을 갖춰 국수나 떡볶기라도 만들어 줄 수 있도록 할 생각이라고 밝혔다.
깡통법당을 다녀온 후 며칠이 흐른 뒤, 박호석 법사로부터 전화가 걸려 왔다. 7월 17일 깡통법당과 영축사 신축현장을 찾은 대불련동문 가운데, 봉은사 수도원 출신 모임에서 완공식때 참석하겠다는 전언과 함께 수도원 출신 동문들이 모연을 해 1천만원을 전달하겠다는 소식을 전해왔다는 것이다.
“군법사가 배치되지 않은 대대 규모의 작은 군법당 사정은 어디나 비슷합니다. 열악한 가운데에서 매주 불자장병들에게 먹을 것과 법문을 해주는 알려지지 않은 법사님들이야말로 진정한 포교사요, 전법보살들이라고 생각합니다. 불자님들께서 이런 분들에게 힘을 보태주셨으면 합니다. 일요일에 포교를 하는 것도 고마운 일이지만, 왕복 교통비와 간식비 등까지 이 분들에게 매주 책임지라고 하기에는 너무도 미안한 일 아닙니까. 절 짓고, 불상 조성하는데 보시하는 것도 좋겠지만 젊은 장병들을 부처님 품안으로 불러들이는 군포교가 더 큰 공덕입니다.”
깡통법당 기사를 꼭 써보겠다는 기자에게 ‘독자들에게 당부하고 싶은 말’이라며 박호석 법사가 남긴 말이다. 문득 금강경의 한 부분이 떠올라, 소개한다.
“수보리야, 삼천대천세계에 있는 거대한 수미산들을 모두 합쳐 놓은 것만큼 많은 일곱 가지 보배더미를 어떤 사람이 가져다 보시하더라도, 만일 어떤 사람이 이 금강경이나 이 가르침 속에 있는 네 구절의 게송만이라도 받아 지녀 읽고 외워서 남에게 그 뜻을 일러 준 복덕에 비교한다면, 이 복덕에 비해 일곱 가지 보배더미를 보시하는 공덕은 백분의 일에도 미치지 못하고, 백천만억 분의 일에도 미치지 못하며, 어떤 숫자로도 셈할 수 없고 어떤 비유로도 이 복덕에는 미치지 못할 것이니라.” <금강경 복지무비분(福智無比分)>
*불사동참은 농협 356-0282-9465-13 (박호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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