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아일보|오피니언
[사설]국민의힘 공천권 폐지 안하면 “버릇 고쳐주겠다”는 전광훈
입력 2023-04-18 00:00업데이트 2023-04-18 08:47
전광훈 사랑제일교회 목사가 17일 오전 서울 성북구 사랑제일교회에서 열린 ‘국민의힘, 공천권 폐지하고 후보자 경선을 하라’ 기자회견에서 발언하고 있다. 2023.4.17 뉴스1
전광훈 사랑제일교회 목사는 어제 기자회견에서 “전 국민적 국민의힘 당원 가입 운동과 공천권 폐지, 당원 중심의 후보 경선을 제시한다”고 주장했다. 이어 “(국민의힘이) 내 제안을 받아들이지 않으면 새로운 정당을 만들어 당신들의 버릇을 고쳐 드릴 것”이라고 덧붙였다. 당초 기자회견에서 국민의힘과 결별한다고 예고했지만 완전히 다른 내용을 언급한 것이다.
국민의힘 김기현 대표는 “어이가 없다. 우리 당 공천은 우리 당이 알아서 할 것이니 그 입을 당장 닫아라”고 말했다.
전 목사는 국민의힘 당원이 아니며 자유통일당 고문을 맡고 있다. 주사파 척결 등 강경보수를 표방한 자유통일당은 국민의힘과 태생부터 다르다. 그런데도 국민의힘을 향해 감 놔라 배 놔라 하는 훈수를 하고, ‘전 국민 당원 가입 운동’을 주창하고 나섰다. 최근 자신을 향한 당 안팎의 비판 여론에도 불구하고 국민의힘에 영향력을 행사하려는 시도를 멈추지 않겠다는 뜻을 내비친 것이다.
전 목사는 지난 정권 때 광화문 집회를 통해 반정부 투쟁을 주도한 ‘아스팔트 우파’의 지도급 인사 중 한 명이다. 지금의 국민의힘이 야당 시절 전 목사가 주도한 집회에 일부 편승해서 대여 강경 투쟁을 벌였던 사실도 부인할 수 없을 것이다. 전 목사가 국민의힘을 향해 “나의 통제를 받아야 한다” “버릇을 고치겠다” 등의 험한 말을 쏟아낸 것도 이런 사정과 무관치 않아 보인다.
그러나 전 목사의 그간 발언이나 행보는 종교인인지 정치인인지 분간이 안 될 정도다. 이미 정당을 하나 만들어 실질적으로 이끌면서 또 다른 신당 창당 운운하기도 하고, 자신이 당원도 아닌 남의 당, 그것도 집권 여당에 공천권 폐지 등을 요구하기도 한다. 일반 상식으론 이해할 수 없는 태도다. 국민의힘에선 전 목사와의 관계를 확실히 끊어야 한다는 목소리가 점점 커지고 있다. 2020년 총선 당시 국민의힘 전신인 미래통합당은 전 목사 세력처럼 길거리 대여 강경투쟁에 나섰지만 참패했다. 말로만 ‘절연’ 운운할 게 아니라 보다 분명한 조치를 취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