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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년 5월4일 토요일 오전 10시45분
전남 신안군 증도면 방축리의 해저유물관 앞에 위치한 전망대에서 바라보는 바다 풍경이
3시간 이상 차량에 갇혀 있었던 답답함을 일시에 풀어준다.
해저유물관은 지난 1976년 부근에서 대규모로 발견된 중국 송,원대의
해저유물 발굴을 기념하기 위해 만든 곳이다.
당시 2만8천여점에 달하는 엄청난 유물을 발굴한 문화재당국은
유물선을 중국 푸젠성[福建省] 푸저우[福州]의 조선창(造船廠)에서 철저한 고증을 거쳐
당시의 기법으로 중국인들의 손에 의하여 복원한 후 '700년 전의 약속'호로 명명하였다.
그러나 입장료 1,000원을 내고 들어가는 유물관 내부의 초라하기까지한 빈약한 몇 점의 도자기들조차 모두 모조품일 뿐이다.
당시 발굴된 문화재는 모두 서울에 있는 국립중앙박물관으로 옮겨졌고,
더구나 침몰 선박을 복원한 모조품조차 목포에 있는 "국립해양유물전시관"에 버티고 있다.
정작 목포의 "국립해양유물전시관"이 이곳에서 발굴된 신안해저유물 때문에 건립된 것임에도 불구하고...
힘 있는 놈들이 재주 부리는 더러운 세상이다.
유물전시관 북서쪽 해안 언덕 위에 전망대가 만들어져 있고
그 중심부에 해저유물 발굴 기념비가 세워져 있다.
커다란 자연석에 음각된 한자 글씨는 '신안 해저유물 발굴기념비' 이다.
잘 모르는 이들은 이 기념비를 '사적 274호' 인 것으로 알고 있으나 이는 잘못된 것이다.
'사적 274호'란 해저유물이 발굴된 이 부근 해역을 이름이다.
오전 11시16분
슬로시티 증도의 중심부에 위치한 우전해수욕장 해변을 따라 이어지는 풍광을 즐기기 위해
갯벌을 가로질러 우전해수욕장으로 이어지는 짱뚱어 다리를 건너간다.
길이 470m의 이 짱뚱어 다리는 갯벌 생물의 대표격인 짱뚱어의 이름을 따서 붙인 나무 다리로
이곳 증도 최고의 명물 중 하나이다.
이곳 증도의 갯벌은 2008년 6월 초
전남 무안 갯벌과 함께 국내 최초로 갯벌도립공원으로 지정된바 있다.
갯벌은 바다와 육지부의 경계에 위치하기 때문에 먹이원이 풍부하고 은신처가 많아
연안생물의 60%가 여기에 연관되어 있다.
정약전이 지은 《자산어보》에서는 눈이 튀어나온 모양을 두고 철목어(凸目魚)라 하였던 "짱뚱어".
짱뚱어가 물이 빠진 갯벌을 기어다니며 살수 있는 것은
아가미호흡(물속)외에도 피부에 있는 작은 구멍들로 피부 호흡을 할 수 있기 때문이다.
물 빠진 넓은 갯벌은 온통 엄지 손가락 정도 크기의 작은 게들이 뒤덮다시피 하고 있다.
갯벌에 사는 '달랑게' , '농게' 등은 모래 바닥에 수직으로 구멍을 뚫고 산다.
모래 위에 사는 규조류 [硅藻類, diatom] 를 모래와 함께 입에 넣어 걸러낸 뒤
모래는 작은 경단 덩어리를 만들어 내뱉는다.
구멍 주위에는 모래덩어리 경단이 흩어져 있다.
달랑게과의 일종인 "농게(Sand crab)" 수컷은 이처럼
한쪽 집게다리가 몸 길이의 2배에 이를 정도로 크고 특이한 모양이다.
그러고보니 농게 세상에서도
우리 사람처럼 오른손잡이와 왼손잡이가 따로 있나보다 하는 생각을 해 본다.
물 빠진 갯벌도 가까이 살펴보면 육지를 흐르는 강처럼 갯골이 있다.
갯골 주변에는 수많은 농게들이 무리를 이룬다.
이곳 증도 갯벌은 최고의 청정갯벌로 인정 받아
우리나라 10번째 습지보호지역으로 지정되었으며
지난 2009년 5월에 지정된 "신안 다도해 유네스코 생물권 보전지역"에 포함된 구역이다.
이를 훌륭하게 보전하는 것은 우리 국민 모두의 책임이다.
이처럼 드넓고 멋진 갯벌은 태풍이나 해일 등을 일차적으로 흡수하는 재해방지 기능 등 그 가치가 매우 높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동안 우리나라 갯벌은 부족한 산업용지 확보와 식량자급을 이유로
손쉬운 매립과 간척의 대상으로 여겨져 지난 30년동안 전체 갯벌의 약 25%가 사라진 상태다.
너무나 안타까운 일이다.
오전 11시34분
짱뚱어다리를 지나 우전해수욕장 북단 해변가로 나왔다.
비록 금년 봄 이상 기후로 인해 여름의 문턱에 들어선다는 입하를 하루 앞둔 날임에도
피부로 느끼는 바람이 아직 서늘하기는 하지만
바닷가의 열대식물들과 비치파라솔을 바라보면서
조금은 따갑게 여겨지는 햇살을 받으며 서 있으니
마치 남태평양의 어느 아름다운 섬에 발을 딛고 선 느낌마저 든다.
고운 모래를 밟으며 잔잔한 파도 소리가 귓전에 경쾌한 음향을 전하는 해변을 따라 남쪽으로 걸음을 이어간다.
아침 일찍 밀물을 따라 해변 가까이까지 밀려 들었던 바닷물이 빠져나가며 고운 모래에 멋진 그림을 그려 놓았다.
바닷 바람이 무척 상쾌하게 피부를 스친다.
갈매기떼도 상쾌한 봄 바다 위를 무리지어 나른다.
하늘과 바다가 온통 푸른색으로 뒤덮인 도화지 위에
흰 갈매기가 마치 익숙한 화가의 붓놀림인양 군무를 추며 날아 다닌다.
모래사장을 벗어나 좌측의 소나무숲길로 들어선다.
이곳 우전해수욕장 백사장 길이 4km 를 따라 이어지는 해송숲에는 이와같은 산책길을 조성해 두었다.
그 길에는 "망각의 길" , "철학의 길"이라는 이름을 붙여 놓았다.
헤겔, 야스퍼스, 괴테 등 많은 철학자들이 걸으면서 철학적인 사색에 잠겼다고 하는
하이델베르크 성의 아름다움을 볼 수 있는 독일의
"철학자의 길(Philosophenweg)'을 머릿 속에 떠 올리며 편안한 마음으로 숲길을 걷는다.
솔향기 짙은 철학자의 길을 따라 걸으면서도
우측으로는 시원한 바다가 한 눈에 들어오는 멋진 길이다.
지난 일주일간의 도시 생활에서 묻혀 온 몸과 마음의 찌든 때를 말끔히 벗겨낸다.
잔잔한 파도는 끊임없이 고운 모래 위를 오르락 내리락 거린다.
햇살에 반사된 바닷물이 작은 파도를 이루며 연이어 다른 형태의 그림을 그려낸다.
혹은 은색으로 혹은 백색으로 빛난다.
백사장 길이 4.5km 정도의 우전해수욕장 남쪽 끝부분이 눈에 선명히 들어온다.
휴양시설인 증도엘도라도 리조트 건물들이 바닷가에 줄줄이 모여 앉아 있다.
저곳에서 바라보는 해변의 일몰 풍경이 환상적임을 알건만
1박하며 그 환상을 체험할 여건이 아직은 되지 못하는 나 자신이다.
먼 훗날의 숙제로 미룬다.
오늘 우리를 멋진 이곳까지 안내해줌은 물론 그 힘든 운전까지 안전하게해 준
청솔산악회 원추리 회장과 바닷가에서 조우한다.
벌써 4~5년 째 간혹 만나지만 정말 믿음이 가는 사람이다.
항상 건강하고 행복한 나날 이어 가시기를...
오후 1시12분
우전해수욕장 해변을 벗어나며 지나온 길을 뒤돌아본다.
고운 모래, 잔잔한 해변을 갖춘 이곳은 가족단위 휴양지로 안성맞춤일듯 싶다.
다가오는 여름 휴가철에 많은 가족들이 이곳에서 마음 편히 쉬며 재충전의 기회를 가졌으면 하는 바램이다.
기족의 행복은 건전한 사회로,부강한 국가로 이어지는 원천이기에.
저곳 우전리의 경우 예전에는 기러기 떼가 한 겨울을 지내고 간다 하여 '깃밭'이라 부르다가
이름을 한자화 하면서"우전(羽田)'이라는 이름을 얻게 되었다.
오후 1시26분
전남 담양군 창평면 등과 함께 아시아 최초로 슬로시티로 지정된바 있는 이곳 증도이기에
그 의미를 살려 엘도라도 리조트 중심부에 자리 한 카페에서 잠시 머물며 원두커피향에 녹아드는 호사도 부려본다.
'슬로시티'란 공해 없는 자연 속에서 전통문화와 자연의 잘 보호하면서
자유로운 옛 농경시대로 돌아가자는 느림의 삶을 추구하는 국제운동으로
우리나라의 경우 현재 전국 10여곳이 슬로시티로 지정되어 있다.
엘도라도 리조트 구내는 온갖 꽃들이 만발한 큰 화원이다.
원색으로 물든 화원을 거닐며 파란 바다에서 느꼈던 시원함과는 다른
또 다른 즐거움을 누려도 본다.
오후 2시2분
갯벌생태전시관 입구 주차장에 도착하며 바닷가를 거닐던 오전 일정을 마친다.
지난 2006년 건립된 이 건물이 공무원들을 대상으로 한 특강 등 전시행정용으로만 쓰이지 말고
해양 생태계의 보고인 갯벌에 대한 중요성을 자라나는 어린이들에게 피부로 느끼게 할
좀 더 실질적인 프로그램으로 모든 이들에게 다가오기를 바라는 마음이다.
오후 2시26분
증도의 남쪽 갯벌생태전시관을 떠나 차량을 이용해 북쪽 해안가에 위치한 태평염전에 도착했다.
국내 최대 규모의 염전이라는 명성에 걸맞게 끝이 보이지 않는 큰 규모에 나 자신 압도되고 만다.
따뜻한 봄 햇살을 받은 염전의 바닷물은 우리가 모르는 사이에 시나브로 굵은 소금으로 영글어 간다.
소금 결정이 만들어지는 염전의 바닷물을 가까이 살펴 본다.
천일염은 바닷물을 염전으로 끌어와 바람과 햇빛으로 수분과 함께 유해 성분을 증발시켜 만든
가공되지 않은 소금으로 굵고 반투명한 육각형의 결정이다.
비교적 햇살이 좋은 날임에도 드넓은 염전에 소금 채취를 위한 작업 인부들이 거의 보이지 않는다.
천일염의 경우 기온이 낮으면 결정된 소금의 맛이 쓴맛이 많아지고,
바람이 많이 부는 날에는 소금 결정이 너무 작아서 품질이 떨어진다고 한다.
아마도 비교적 세게 부는 바람 때문인지도 모르겠다.
한국의 천일염전은 대개 저수지, 증발지, 결정지로 이루어져 있으며,
만조 때 수문을 열어 증발지에서 농축된 염수를 만들고 결정지로 보내 소금 결정을 얻는다.
칼슘, 마그네슘, 아연, 칼륨, 철 등의 무기질이 풍부한 이 천일염을 불과 5년 전까지만 해도
식품이 아닌 광물로 분류하는 우를 범해온 관계당국의 우매함을 탓하고 싶다.
염전 가장자리 도로변에 인접한 소금창고는 도로를 따라 3km 넘게 이어져 있다.
그리고, 소금 창고 안에는 이처럼 새하얀 천일염이 쌓여 간다.
1907년 인천 주안에서 처음 시작한 이래 뜻있는 이들의 노력으로
지난 1955년에는 사상 처음으로 소금의 자급자족을 실현했던 천일염이 과거의 영광을 찾았으면 싶다.
고대 로마는 병사들에게 임금을 소금으로 주었다. 그 소금 돈(salary)이 바로 현재 샐러리맨의 어원이다.
이처럼 중요한 소금 중 으뜸인 천일염.
"바다-저수지-제1증발지-제2증발지-결정지(채렴)-소금창고(포장)'이라는 6단계 공정을 거치는 천일염.
다행히 지난 2008년 3월28일부터 염관리법이 개정되면서 그동안 광물로 분류되어 식용이 불법이던 천일염이
이제 식품으로 당당히 자리 매김했으니 그나마 다행스럽다는 생각을 한다.
태평염전과 도로를 사이에 둔 야산 언덕의 전망대에서 태평염전을 내려다 본다.
총면적 462만㎡에서 매년 15,000톤 이상의 천일염이 생산되는, 국내 최대의 단일염전이다.
이곳의 생산되는 천일염은 국내 생산량의 5%에 해당한다.
이처럼 우수한 생산시설을 갖추었음에도 오랜 기간 식품 대접을 받지 못한 고로
오늘날 세계 최고의 천일염이라는 명성은 프랑스의 '게랑드소금'이 차지하고 있다.
언젠가 우리가 그 자리를 되찾기를 바란다.
태평염전 북쪽 가장자리 소금박물관 부근의 폐염전에는 함초밭을 만들고
그 위로 관광객들을 위한 탐방로를 만들어 놓은 이곳 태평염전은
지난 1953년 6·25전쟁 후 피난민들을 정착시키고 소금생산을 늘리기 위하여 조성한 염전이었는데,
이제는 우리의 소중한 문화재가 되었다.지난 2007년 11월 22일 등록문화재 제360호로 지정된바 있다.
소금기 짙게 배인 폐염전에서는 붉은색을 띈 함초가 탐스럽게 자라난다.
소금기를 함유하였다하여 그 이름을 얻은 함초는 예전 우리나라에서는 '퉁퉁마디'라 불렀던 염생식물이다.
서양에서는 예전부터 채소로 먹던 이 식물. 동의보감에조차 나오지 않는 이 식물이
언제부터인가 우리에게는 식품으로서보다는 약초로 잘못 인식되고 있다.
하긴 몸에 좋다고하면 효능도 살피지 않고 우선 입 속으로 구겨 넣어야 직성이 풀리는 사람들이 넘쳐나다보니 그럴만도 하다.
전망대에서 북서쪽으로 눈을 돌리면 붉은색 아치 구조의 증도대교가 눈에 들어온다.
오랫동안 배를 타야만 올 수 있던 인구 2,000명이 채 못되는 이곳 작은 섬 증도에
지난 2010년 3월 길이 900m의 저 증도대교가 개통되면서 더 많은 이들이 이 아름다운 섬을 찾게 되었다.
증도와 그 동쪽의 대초도 사이 바다를 막아 만들어진 태평염전의 규모에 다시 한 번 감탄하며 전망대를 떠난다.
소유자는 몇몇 개인 공동으로 되어 있지만 등록문화재인 고로 신안군수가 관리한다고 알고 있는 태평염전.
우리 문화재의 보전 책임은 공무원 몇몇이 아닌 우리 국민 모두의 몫임을 새삼 되새긴다.
전망대를 벗어나 소금박물관으로 내려가는 계단 부근에서 자그마한 나무에서 피어나는
예쁘고 탐스러운 꽃잎을 발견하고 잠시 걸음을 멈춘다.
새순이 붉은색을 띄는 우리나라가 원산지인 약용식물 "예덕나무"이다.
꽃말이 예절과 덕성이며 충청 이남 지방 바닷가 산지에서 해풍을 먹고 자라는
이 나무는 위장병에 강력한 효능을 가진 것으로 알려져 있다.
'야오동(野梧桐)'이라는 이름으로도 불리는 이 나무를
일본인들은 '적아백(赤芽柏)' 또는 '채성엽(採盛葉)'으로 부른다.
'야오동'은 나무 모양이 오동나무를 닮았다는 뜻이고,
'적아백'은 봄철에 돋아나는 새순이 붉은 빛깔을 띄기 때문이다.
봄철에 연한 잎을 나물로 해 먹기도 한다.
오후 3시
4시간 여에 걸친 증도에서의 일정을 마치고 태평염전 북단에 위치한 소금박물관 입구 주차장에서
차량에 탑승하며 귀가 길에 오른다.
1945년에 건축된 석조 소금창고를 리모델링해 2007년도에 개관한 이곳 소금박물관에서는
소금이 시작되는 곳인 바다, 소금의 역사와 문화, 미네랄 소금,
지구촌 소금여행 등 상설전시를 관람할 수 있게 되어 있다.
오후 4시59분
증도를 떠나 사옥도를 거쳐 지도대교를 건너기 바로 전
지도대교 아래에 위치한 수년 전까지 몇해 째 병어축제가 열렸던
지도읍 송도 수산물 시장에서 잠시 멈추어 광어회와 우럭매운탕으로 허기진 배를 채운 후
서쪽으로 기울어가는 봄 햇살을 느끼며 주말 하루 일정을 마감한다.
이제 하루 종일 대지를 비추던 태양은 서쪽으로 많이 기울어졌다.
석양빛을 받아 은빛으로 반짝이는 해수면을 바라보며 지친 다리를 추스른다.
갈매기 몇마리도 나와 함께 휴식을 취한다.
위 지도상에 붉게 표시된 부분이 이날 도보로 움직인 구간이다.
첫댓글 야 너무나 아름다워요~~~~형님 자주나오세요!!!
이국적인 아름다운 섬..증도




감상 잘하고 갑니다

멋지게 담아오셨네요
온누리님 오랜만입니다. 오징어 바위 제대로 담으셨네요... 예전에 저 카페에서 마신 커피잔에 고추가루가 붙어 있어서 전 안좋은 기억이 있답니다. ㅋㅋㅋㅋ
역시 온누리님이십니다/





수고하셨습니다.
즐거운 나들이 감사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