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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가 지금껏 가장 재밌게 본 외화시리즈는 1983년 10월 5일부터 국내의 KBS2 채널에서 방영된 영국 드라마인 '전격대작전(원제: The Persuaders!)'입니다. 최고의 명배우들인 로저 무어와 토니 커티스가 주연으로 최고의 콤비를 이룬, 아주 유쾌한 범죄/첩보 액션물이었습니다.
두분 모두 참으로 완벽한 캐스팅입니다. 그리고 정말 추억의 걸작 시리즈였고 두분 모두 참 젊은 시절이었습니다. 참고로 영어로 persuaders는 설득자들이란 뜻입니다. 정의를 위해 총이나 펜싱, 주먹 등 물리적인 수단도 많이 사용하지만 그들의 대화가 더욱 중요한 비중을 차지하기 때문인 것 같습니다. 게다가 두 주인공은 주로 주먹을 사용하며 무기를 사용해도 악당을 죽이는 장면은 거의 없습니다. 인간미가 넘치는 분들이시죠. 게다가 최고로 스타일리쉬構� 기사도와 신永� 정신으로 뭉친데다 터프하기까지 하여 더 없이 멋있었습니다. 무엇보다 이분들이 연기한 개성넘치는 캐릭터는 영화사에 길이 남을 만합니다.
내용은 영국의 귀족인 브레트 싱클레어(로저 무어 분)와 미국의 석유재벌인 대니 와일드(토니 커티스 분)가 풀톤 판사를 만나서 그의 설득으로 경찰들이 해결하지 못하는 범죄를 해결하기 위해 영국을 포함해서 유럽 각지를 무대로 돌아다니며 모험을 하는 것이었습니다. 이런 설정부터가 참 낭만적입니다.
두 주인공 모두 돈 많고 여자 밝히는 공통점을 갖고 있지만, 서로 반대되는 성격을 갖고 있다는 명콤비의 조건을 갖추고 있습니다. 브레트가 영국신사답게 댄디하고 이지적이라면 대니는 가난하게 자란데다 미국인답게 상대적으로 낙천적이고 감정의 표현이 풍부하다고나 할까요? 와일드라는 이름에서도 미국인의 터프함이 느껴집니다. 물론, 둘 다 정의감에 불타면서도 유머러스하다는 공통점도 있습니다. 게다가 둘의 성격이 서로 뒤바뀌어 나올 때도 있습니다. 브레트 역시 때때로 까불기(?)도 해서 더욱 재밌었죠. 정말 너무나 정감이 넘치는 모습들이었습니다.
전반적인 내용도 흥미진진하지만, 이 두 쾌활한 남성들이 시종일관 뱉어내는 유쾌하기 짝이 없는 입담들은 이 시리즈를 감상하는 백미입니다. 시니컬하면서도 재치만점인 그들의 대화에서 엄청난 우정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두 분이 보여준 콤비는 개인적으로 지금까지 본 모든 영화와 드라마에 등장한 콤비 중에서 단연 최고로 꼽습니다.
국내 방영시엔 더빙을, 브레트 싱클레어 역은 성우 양지운씨께서 맡았고 대니 와일드 역은 성우 배한성씨께서 맡으셨었는데 어찌나 잘 어울리고 맛깔나게 목소리 연기를 하시는지 오히려 오리지널을 뛰어넘는 느낌이었죠. 참고로, 두 성우분께서는 유명한 형사물 시리즈인 '스타스키와 허치'에서도 각각 목소리를 담당하셔서(스타스키-배한성씨, 허치-양지운씨) 성우계에서의 명콤비임을 이미 보여주신 적이 있었습니다.
80년대 초에 KBS2에서 방영될 당시에 비디오로 녹화한 분량이 저에게 있기 때문에, 그 중에서 두 주인공의 참 여유롭고 코믹하며 재치있는 대화를 들을 수 있는 부분을 골라보았습니다. 양지운씨와 배한성씨의 완벽한 목소리 연기로 들을 수 있습니다. 업로드를 위해 TV화면을 폰카로 직접 찍어서 화질이 좋지 못합니다. 당시 적잖은 에피소드들을 녹화한 비디오 테이프들을 지금도 보존하고 있는데, 당시에 공테이프 부족으로 인해서 여기 저기 흩어져서 녹화가 되어 있습니다. 국내 더빙판은 현재 자료를 구하기가 극히 어렵고 국내 성우분들의 명연기를 볼 수 있는 것이니 만큼, 언젠가 모두 정리해서 디지털화하는 작업을 해 줄 예정입니다.
그동안 틈틈이 반복해서 봐 왔는데, 몇 번을 봐도 지금도 여전히 최고로 재밌고 감동적이며 웃긴 장면에서는 박장대소하며 보게 됩니다.
우리나라에서는 늦게 소개되었지만 이 시리즈는 원래 1971년부터 72년까지 모두 24편이 방영되었습니다. 최고의 재미를 보여준 시리즈임에도 불구하고 너무 일찍 종영이 되었는데, 이것이 계기가 되어 로저 무어는 007시리즈에서 제임스 본드 역을 맡을 수 있었다고 합니다.
전격대작전의 인트로 영상. 두 주인공의 대조적인 성장과정이 인상적입니다. 메인 테마는 제임스 본드 테마곡으로 유명한 존 베리가 작곡했습니다. 당시 이 곡이 너무 좋아서 워크맨으로 녹음해서 얼마나 많이 들었는지 모릅니다. 늘 유쾌한 내용과는 상반되지만, 장엄하고 신비로우며 존 베리의 작품답게 첩보물 분위기가 물씬 풍기는 음악이라서 이 작품과 최고로 잘 어울릴 뿐만 아니라 너무나 중독성 있고 멋집니다. 드라마 중간의 삽입곡들도 모두 너무 좋습니다.
참고로 이 인트로에도 등장하는 주인공들의 차종은, 1969년형 애스턴 마틴 DBS(로저 무어)와 1969년형 디노 페라리 246(토니 커티스)입니다.
이 시리즈가 어찌나 재밌었는지, 어린 마음에 나중에 어른이 되면 저렇게 살아야겠다고 마음먹을 정도였죠.
두 주인공들이 최상류계층이고 활동무대가 유럽의 각지역인데다 늘 미녀들이 등장하다 보니 보는 내내 눈이 호강하는 재미도 쏠쏠합니다. 원래 멋지기 짝이 없는 두 명배우들이지만 이들의 패션도 참으로 멋졌습니다. 기본 무대가 영국이기도 하지만, 코트를 입을 때도 많았고 대니 와일드는 거의 항상 장갑을 끼고 나왔는데 이것은 그 역을 맡은 토니 커티스 자신의 아이디어로서, 좀 더 캐릭터를 돋보이게 하기 위함이었다고 합니다. 또한 싱클레어 경의 옷은 로저 무어 자신이 직접 디자인하기도 했습니다.
토니 커티스는 원래 펜싱에도 상당한 실력을 갖춘 배우였는데, 이 시리즈에서도 그 실력을 유감없이 발휘합니다. 시리즈 중 가장 재밌는 에피소드 중 하나인, 4화 'Greensleeves(국내 방영시엔, '연극배우 싱클레어')'와 22화 'The Ozerov inheritance(국내 방영시엔 '공작부인의 보석')'에서 대니는 멋지게 펜싱대결을 하여 악당들을 물리칩니다.
22화 'The Ozerov inheritance'에서 악당과 펜싱 대결을 벌이고 있는 대니 와일드.
참고로 시리즈 중, 5화 'Powerswitch'편은 '몬테카를로 특급'이라는 제목으로 국내에서 비디오로 출시되기도 했습니다.
10년 쯤 전에 동네 비디오 가게가 폐업정리를 할 때 구했습니다. 오리지널 음성에 한글자막이 나옵니다. 월드프로덕션에서 1989년 8월 20일에 제작되었다고 써 있네요.
참고로, 밑에서 다시 언급하겠지만 전격대작전에는 클래식한 수평쌍대 샷건이 자주 등장하는데, 이탈리아의 유명한 캡건(화약총) 메이커 에디슨 지오카톨리의 걸작 캡건인 수평쌍대 샷건의 이름도 몬테-카를로라는 것은 우연이 아닌 것 같습니다. 모나코의 북부지역인 몬테-카를로는 카지노로 유명해서 전격대작전을 포함하여 제임스 본드 시리즈같은 첩보물의 배경으로 자주 등장하기 때문입니다.
(이미지 출처 : http://www.edisongiocattoli.it/ita/)
에디슨 지오카톨리의 몬테카를로 캡건. 2/3 정도의 축소 스케일이지만, 풀메탈에 실물의 형태와 작동을 제대로 재현했을 뿐 아니라 고급 케이스와 악세사리들이 풀셋으로 갖춰진 최고급 캡건입니다.
이 시리즈에 나오는 총기들에 대해서 좀 더 자세히 언급을 하려는데, 전격대작전은 저로 하여금 거기에 등장하는 총기들을 진정으로 좋아하는데 결정적인 역할을 한 작품이기도 합니다. 어찌나 인상적이었는지 요즘도 특히 베레타 M1934와 수평쌍대 샷건같은 것들은 전격대작전과 등식이 성립할 정도입니다.
전격대작전은 형사물이나 첩보물의 성격을 모두 갖는 시리즈이기 때문에 주로 소형권총들이 등장합니다. 그런데 그중에 가장 많이 등장한 것이 베레타 M1934였습니다.(구경만 다른, 32ACP 버전의 베레타 M1935일 수도 있으나 편의상, M1934라고 하겠습니다.)
(이미지 출처 : http://en.wikipedia.org)
전격대작전에 가장 자주 등장한 총기인 베레타 M1934(380ACP).
8화 'Anyone can play'에서 대니 와일드를 베레타 M1934로 위협하고 있는 스파이.
16화 'A home of one's own'의 한 장면으로, 여성의 핸드백에서 베레타 M1934를 발견하고 놀라고 있는 브레트 싱클레어.
베레타 M1934 다음으로 자주 등장한 권총은 역시 소형권총의 대명사인 발터 PPK였습니다.
(이미지 출처 : http://www.legacy-collectibles.com)
전격대작전에 등장했던 것과 동일한 발터 PPK 2차대전 이전형 모델.
18화 'Nuisance value' 중에서 발터 PPK 전전형 모델을 사용 중인 가정교사.
위의 소형권총들은 당시에 제일과학이나 아카데미 등에서 3/5의 축소 스케일로 나와 있는 조립식들이 있어서, 이 시리즈의 영향으로 그 제품들에 더욱 애착이 갔었습니다.
리볼버도 종종 등장하는데, 리볼버 등장 씬에서는 역시 소형 리볼버인 콜트 디텍티브 스페셜이 항상 등장했습니다.
(이미지 출처 : http://en.wikipedia.org)
전격대작전에 등장한 리볼버와 동일한 사양인 콜트 디텍티브 스페셜 세컨드 모델. 38 스페셜탄 사용.
7화 'Someone like me'에서 콜트 디텍티브 스페셜 세컨드 모델을 사용 중인 브레트 싱클레어.
참고로 발터 P.38이 등장하는 에피소드도 있습니다.
6화 'The time and the place'에서 한 정치가를 암살하려는 악당이 책 속에 숨겨놓은 발터 P.38을 꺼내고 있습니다.
이것도 당시의 시대와 유럽이라는 배경을 너무나 잘 말해주는 총기입니다.
당시는 1년 쯤 뒤에 아카데미에서 발터 P.38과 루거 P.08이 버섯탄 쏘는 실물 스케일 조립식으로 나오던 시기였지요. 그리고 LS제를 카피한 프라모델건으로는 70년대부터 이미 나와있었습니다. 이 시리즈의 영향으로 인해 PPK와 베레타 M1934도 제대로 된 제품으로 나와주기를 더욱 바라게 되었었습니다.
또한, 국가간의 첩보활동도 많이 나오지만 민간인들 간의 갈등을 다루는 내용도 많고 유럽의 귀족들이 자주 등장하기 때문에 더블배럴 샷건도 자주 등장합니다. 물론, 당시의 배경에 맞게 모두 클래식한 수평쌍대(side by side) 방식입니다.
(이미지 출처 : http://www.brickarmsforums.com)
수평쌍대 방식의 더블배럴 삿건.
16화 'A home of one's own'에서 자신이 새로 구입한 집을 지키기 위해 카우보이 스타일로 치장한 뒤 더블배럴 샷건을 장전하고 있는 대니 와일드. 그의 미국인다운 면모가 무척 부각되는 에피소드였습니다. 다 쓰러져 가는 헌집을 사들여 아늑하고 삐까번쩍한 집을 꿈꾸며 혼자서 즐겁게 집을 수리하는 그의 낙천적인 면모도 그랬구요.
이렇게 총은 소형권총들과 장탄수가 두발 뿐인 샷건이나 가끔 헌팅용 볼트액션 라이플 같은 것들만 등장하고 다른 대결씬들은 주먹이나 펜싱으로 이루어 지기 때문에, 액션에 있어서 아기자기한 맛이 뛰어났었습니다.
로저 무어 경께서는 2002년도에 유니세프 친선대사 자격으로 청와대를 방문한 적이 있고, 토니 커티스 할아버지께서는 1994년도에 KBS 대하드라마 '인간의 땅' 촬영차 내한하여 제주도에서 탤런트 김혜자씨와 공연을 한 적도 있어서 당시 무척 반가웠었습니다.
그리고 토니 커티스 할아버지께서 2010년도에 향년 85세의 나이에 심폐정지로 돌아가셨을 때는 무척 안타까웠습니다. 말년에 그림과 요리로 인생을 즐기시며 그분답게 참 낙천적으로 사시던 모습이 기억에 선합니다. 역시 배우이자 그의 배우자인 자넷 리와의 사이에서 태어난 딸인 제이미 리 커티스 역시 유명한 배우죠.
에피소드들 중에서 못 본 것이 한두 개 쯤 있었고, 무척 재밌게 보았지만 미처 녹화하지 못했던 것들도 많아서 오랫동안 유튜브를 뒤져보았었으나 인트로나 일부 장면들만 올라와 있었는데, 작년에 전체 시리즈가 유튜브에 업로드되어 얼마나 기뻤는지 모릅니다. 알 툴바를 설치해서 모두 다운받을 수 있었습니다.
관심있으신 분은 아래 유튜브 링크로 들어가시면 전체 시리즈를 감상하실 수 있습니다. 한글자막은 없지만 영어가 좀 되시는 분은 최소한 대체적인 스토리는 이해되실 것이라고 봅니다.
http://www.youtube.com/watch?v=omJV4wmKKkM
그런데, 벌써 몇 년전부터 이 시리즈를 극장판 영화로 리메이크한다는 소식이 있었는데 아직도 감감 무소식이네요.
아래는 어느 외국의 팬이 만든 전격대작전 리메이크의 가상 인트로입니다. 대니 와일드 역에 조지 클루니, 브레트 싱클레어 역에 휴 그랜트, 그리고 풀톤 판사역에 마이클 케인이라는 설정입니다.
http://www.youtube.com/watch?v=2RqiD6HeqoA
만약, 정말로 이렇게 진행이 된다면, 역시 오리지널을 따라갈 수는 없어도 리메이크치고 이정도 캐스팅이면 꽤 괜찮은 것 같습니다. 둘 다 외모도 원작과 비슷한데가 꽤 있구요. 다만, 중후하고 쿨한 이미지가 강한 조지 클루니가 좀 더 유쾌하고 유머러스한 대니 와일드 역을 얼마나 잘 해내는가가 관건이 될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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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댓글 정성이 묻어 나시네요...덕분에 잘 읽었습니다 *^^*
잘 봐주셔서 감사합니다.^^
어렴풋이 기억납니다. 나온 총 중에서 1934가 이쁘네요.
역시 토네이도님 연배가 높으셔서 기억하시네요~ 국내 방영된 것이 30년 전이라 잘 모르시는 분들이 많더라구요.
저도 1934 너무 이뻐요.^^
신의 추억*^^*
아.. 전격제트작전 인줄 알았네요 ㅎㅎㅎ
네 정말 제목이 비슷하더군요~ 데이빗 핫셀호프 아저씨랑 키트도 참 멋지고 추억 돋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