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은, 재활 23-3, 심리행동 ② 도움 될 만한 자료
은이가 학교에 가기 전, 컴퓨터 앞에 앉아 글을 모은다.
심리행동치료사 선생님에게 전하려 한다.
은이를 아는 데 도움 될 만한 자료를 찾아 출력한다.
어떤 글인지 포스트잇에 짧게 메모해 종이에 붙인다.
세 개의 자료는 다음 이유로 선택했다.
① 「2022년 개인별 지원 계획서」
㉠ 하은: ‘월평빌라 입주 전’과 ‘소개 글’을 비롯한 은이를 아는 데 도움 되는 내용이 많다.
어떤 사람인지 잘 보여 줄 수 있을 것 같다.
㉡ 사회사업가: 동행하는 직원의 역할을 설명하는 데 유용하겠다고 생각한다.
하나하나 말로 설명하거나 실천으로 보여 줄 만큼 시간이 충분하지 않다면,
그런 생각으로 쓴 글이 효과적일 것이다.
② 「2021년 정합성 평가서」 ‘재활’
: 지난해 기록한 일지 중에서 ‘재활’ 과업으로 쓴 글만 출력했다.
심리행동치료 이야기는 나오지 않지만, 이 글로 은이 재활에서 무엇을 중점에 두고 있는지,
어떻게 도우려 하는지 설명할 수 있을 것 같다.
③ 『월평빌라 이야기 2』 ‘학교에서 가정 통신문을 받으면’
: 입주자가 지역사회에서 만나는 사람에게 ‘사회사업가의 역할’ 혹은 ‘월평빌라의 뜻’을 소개할 때,
자주 찾는 글이다. 특히 학교에 관련된 사람과 상황이라면 더 말할 것도 없다.
짧은 시간, 이 자료에 담긴 뜻과 의도가 얼마만큼 가 닿을지 알 수 없지만,
마땅히 해야 한다면, 그러기 바란다면 그렇게 할 일이다.
이름과 연락처, 메일 주소가 적혀 있는 명함 하나를 클립으로 고정하는 것으로 마침표를 찍는다.
“선생님, 안녕하세요? 어서 오세요.”
심리행동치료사 선생님이 반갑게 맞이한다.
물론 어제도 그랬지만, 오늘은 어쩐지 조금 더 환영하는 느낌이다.
그런 인상을 받는다.
아니나 다를까 일이 있었다.
“제가 오늘 우연히 월평빌라 유튜브를 보게 됐거든요. 거기에서 선생님 활약이 대단하시던데요?”
“아유, 아닙니다. 저는 부끄러워서 제가 나온 영상은 잘 안 봅니다.
그래도 월평빌라 유튜브를 보셨다니 기쁘네요.”
“아주 잘 만드셨더라고요. 재밌게 몇 편 봤습니다.”
수업 전, 준비한 자료를 전하고,
수업 후, 선생님이 명함에 적힌 메일로 심리행동치료 계획을 짧게나마 메모해 보내기로 한다.
“언제 선생님이 학교에 오셔서 우리 선생님들한테 설명이라도 해 주시면 좋겠어요.
월평빌라가 어떤 곳인지, 은이가 어떤 학생인지….
물론 월평빌라 선생님들이 알아서 하시고, 또 잘하시겠지만,
학교 선생님 중에 월평빌라를 잘 아는 분도 있고, 모르는 분도 있거든요.
얘기해 주시면 도움 될 것 같은데요?”
인사의 의미로 이야기해 주시는 거라 생각하며 감사하다고 대답한다.
어떻게 될지는 모르겠지만,
섣불리 ‘월평빌라’로 나섰다가는
같은 건물에 살지만 각자 자기 집, 자기 계획과 자기 일상으로 사는
여러 입주자가 그토록 애쓰는 학교와의 관계를 해칠까 우려스럽다.
당장 있을 일도 아니지만,
그렇게 된다면 은이와 관련된 선생님 몇 분과 만나
은이와 은이 지원을 두고 이야기 나누는 자리 정도면 딱 좋겠다.
은이가 집으로 돌아온 오후, 선생님이 보낸 메일을 읽는다.
간결하지만 명확한 설명이 좋다.
몇 번 수업에 너무 큰 기대를 품기 어렵지만,
선생님의 뜻에 조금이나마 진전이 있기를 함께 바라며 기다린다.
‘하은이는 심리행동치료 시간에 자발적 의지에 따라 손을 움직이는 빈도를 늘리고,
소근육의 기능을 향상한다는 목표를 가지고 있습니다.
그 목표를 위해 수업 시작할 때,
로션과 손난로를 사용하여 손을 따뜻하게 하고 이완시키며 손 감각을 자극합니다.
손을 내밀어 악수를 청하고, 그에 대한 반응으로 하은 학생이 손을 내밀면 악수하며 즐거운 경험을 합니다.
다양한 모양과 무게를 가진 매체를 스스로 왼손을 사용하여 잡고,
‘주세요’라는 치료사의 말에 반응하여 손 펴는 연습을 합니다.
손을 이용하여 앞에 매달린 풍선 움직이기를 통해서 눈과 손의 협응 능력을 높이는 연습을 합니다.
너무 짧지요? 1학기, 2학기가 크게 다르지 않기 때문입니다.
올해 하은이가 언어치료든 심리행동치료든 받을 수 있을지는 3월에 정해질 거예요.’
그리고 덧붙인 선생님의 말.
어째 일이 커질 것 같다.
기쁜 소식, 좋은 반응이라 생각하기로 한다.
다만, 언제나 적절히 밟을 수 있는 브레이크에 발은 올려 두어야지.
중요한 것을 잊지 말아야지.
상황을 잘 살펴서 좋은 기회로 만들어야지.
한 사람 한 사람 마음에 우리 뜻과 희망을 심어야지.
선생님의 말을 편집 없이 그대로 싣는다.
‘아까 제가 드린 제안은 제 개인적인 의견이었습니다.
복지사님들이 담임선생님들과 통화를 계속하면서 소통 잘하고 계시겠지만,
학교 전체적으로 월평빌라에서 발달장애를 가진 분들이
어떻게 생활하고 있는지 소개하는 시간을 가지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나래학교는 발달장애 학생들이 다니는 학교이고,
월평빌라는 사는 집으로서 이야기를 나누면 공감 가는 일이 많을 것 같아서요.
제가 교감 선생님께 한번 말씀드려 보고 결과를 알려드릴게요.’
2023년 1월 6일 금요일, 정진호
와! 역시 기대한 대로 자료를 아주 꼼꼼히 준비했군요. 심리치료사분께 유익하기 바랍니다. 선생님과 하은이에게도. 심리치료사분의 제안, 저는 아주 좋다고 생각해요. 잘되면 좋겠습니다. 감나무의 홍시가 붉어도 때가 이르러야 떨어지더라고요. 때가 무르익어서 찾아왔다고 생각합니다. 월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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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댓글 저렇게 정성들여 준비한 자료를 받으면 저라도 돕는 학생을 다시 보게 되고 더 잘 돕고 싶어질 것 같습니다. 입주자를 잘 돕는 일 뿐만 아니라 사회사업을 알리고 지역사회를 위해 기여할 수 있는 일도 우리의 몫이라 생각합니다. 정진호 선생님이 잘할 수 있는 일로서 선한 영향을 미칠거라 생각합니다. 응원할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