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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자는 커피를 좋아한다.
아니.. 환장한다. ㅡ_ㅡ
우선.. 적당한 고뇌가 섞인듯한 그 짙은 갈색이 무척 맘을 동하게 하고....
갓 볶은 원두의 향기 또한 발걸음을 끌곤 한다.
그러나 무엇보다 그 유혹을 이길 수 없게 만드는 건.. 커피 특유의 맛이다.
쌉싸름하면서도 뭔가 알싸한 뒷맛....
때때로 지난 추억속에 흠뻑 빠지게 만들기 때문이다.
자!!
오지게 아끼는 드립 커피 한 잔 뽑고....
쌉싸름한 기억의 지난 시즌.. 특별한 어느 한 경기를 돌아보도록 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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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011년 6월 8일.....
당시.. 잠실구장에서 일어난 희대의 오심 사건은....
필자를 비롯한 수 많은 이글스 팬들을 광분의 도가니로 이끔에 부족함이 없었다.
<ㄷㄷㄷ.. 화면에 DTD의 망령이 보인다>
이미 다들 알고 있는 그 경기....
한 점 차로 뒤진 9회초 2사.. LG 임찬규가 투구판을 밟은 상태에서....
3루 주자 정원석은 홈 스틸을 감행했다.
다급한 포수 조인성은 발딱 일어서며 공을 던지라 소리쳤고....
당황한 찬규는 투구판에서 발을 떼 조인성에게 공을 던졌다.
여기서 야구 규칙을 들여다 보자면....
규칙에는 총 13가지의 보크 유형을 정의하고 있는데....
그중 찬규의 동작은 첫 번째에 해당한다고 볼 수 있겠다.
"투수판에 중심발을 대고 있는 투수가 투구와 관련된 동작을 일으키다....
투구를 중지하였을 경우"
전문가가 아닌 필자가 봐도 명백한 보크.
하지만 당시 주심을 비롯한 심판 4명은 아무도 보크 동작을 보지 못했다.
안타깝지만 보지 못했다는 걸 어쩌냐.
결국 코칭 스탭의 강한 어필에도 불구하고 판정은 번복되지 않았다.
물론.. 정원석 역시 태그아웃 판정으로 처리돼 경기는 그대로 끝나 버렸다.
경기후 여론은 빗발쳤고....
명백한 오심이 확인되며 일파만파로 거센 항의에 목소리는 높아만 갔다.
그런데.. 그때 필자의 대구리 속에선....
뽕! 하고 한가지 기억이 떠오르며 '재경기가 가능할까?' ..라는 의문이 들었다.
만약.. KBO에 오심으로 인한 억울함을 강력히 항의하고....
그게 받아들여졌다면 정말 재경기는 가능했을까?
즉시.. 허뤼하게 이리저리 자료를 찾아보고....
각계각층에 서식하는 웬갖 칭구놈들에게 자문을 구한 결과....
결국.. 재경기는 불가능하다는 걸 알았다.
먼저.. 재경기가 성립되려면 이글스 구단이 KBO에 제소를 해야 한다.
그러나 8월 9일 경기는 명백한 심판진의 오심이었고....
심판진은 그것을 인정했다.
이런 오심은 처음부터 제소의 대상이 될 수 없다.
그러나 심판이 애초부터 잘못된 규칙을 적용한 경우는 재경기가 가능하다.
심판의 판정이 야구 규칙을 위반했을 경우인데....
이에 관한 유명한 경우 두 가지를 들여다 보좌.
1. 강력한 카리스마.. 그러나 찌질한 마틴.
먼저 메쟈의 경우다.
메니아라면 누구나 아는 대단히 유명한 사건인데.. 일명 '파인타르 사건'....
1983년 7월 24일.. 양키스와 캔자스시티의 경기였다.
3-4로 뒤진 9회초 2사 1루....
당시.. 캔자스시티의 슈퍼스타 조지 브렛은 역전 투런 홈런을 날렸다.
당연히 동료들의 열렬한 환호를 받으며 덕아웃으로 들어가는데....
이때 양키스의 빌리 마틴 감독이 총알같이 뛰어나왔다.
"브렛이 배트 손잡이부터 18인치까지만 송진을 바를 수 있다" ..는 규정을 어겼다고 주장한 것.
이건 뭐.. 억지도 이런 억지가.... ㅡ_ㅡ;;
암튼.. 주심은 홈플레이트에 널브러져 있던 브렛의 배트를 확인했고....
자세히 보니 실제 그랬단다.
결국.. 구심은 양키스의 어필을 받아들여 브렛의 홈런을 무효로 하고....
부정 타격을 인정.. 아웃을 선언해 버렸다
경기는 그대로 양키스의 승리로 끝난 것.
성질 드럽기로 소문난 브렛은 난동에 가까운 화를 내며 반쯤 미쳤고....
캔자스시티는 메이저리그 사무국에 제소를 했다.
<와우!! 미칠만도 하지....>
이후.. 당시 아메리칸 리그의 리 맥페일 회장은 재빨리 성명을 발표하는데....
"송진이 홈런에 영향을 주지 않았다" ..는 이유로 브렛의 홈런을 인정한다.
심판이 야구규칙을 잘못 적용한 결과라는 것.
결국.. 이 경기는 8월 18일 서스펜디드 게임으로 재개됐다.
투수 론 기드리에게 1루로 공을 던지게 한다.
그리고는 "브렛이 제대로 베이스 4개를 밟았는지 어떻게 아느냐?" ..라고 따져 물었다.
그러나 마틴 감독의 찌질함을 잘 알고 있던 이 경기 심판진은....
미리 7월 24일 경기 주심으로부터....
"브렛이 정상적으로 베이스를 모두 밟았다"는 진술서를 확보해 놓고 있었다.
찌질함을 이기는 건 명백함 밖에 없으니까.
이 사건은 사건 자체로도 유명하지만....
메쟈 역사에서 다섯 번째 '왼손 2루수 출전' ..이라는 진기록을 낳았는데....
지대로 열이 받은 마틴 감독은 투수 기드리를 중견수로 돌리고....
왼손잡이 1루수 존 매팅리를 2루수로 포지션을 바꿔버렸기 때문이다.
정당한 판정을 인정치 못하는 찌질함의 끝에선 무모한 항의의 표시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마틴은 대단한 카리스마를 지닌 인물이라 할 수 있는데....
양키스를 우승으로 이끈 원동력인 선수 장악력.. 승리에 대한 강한 집착....
그리고 조지 구단주에게 5번이나 해고되고 다시 복직된 전례 등등....
물불 안가리는 저돌적 성격을 지닌 막가파형 인물의 전형이라고 하겠다.
<모르고 보면.. 벤치 크리어닝인 줄 알것다. 브렛 얼마나 황당했을까?>
암튼.. 연륜(?)이 짧아선지....
아직까지 한국 프로야구에서는 제소에 따른 재경기가 한 번도 없었다.
그러나 있을 뻔한적은 있었다.
2. 집념과 열정 그리고 확고함의 야신.
1997년 8월 23일 대구구장.. 삼성 포수 김영진은 쌍방울전에서....
9회 투아웃.. 스트라이크 아웃 낫아웃 상황에서 엄청난 실수를 저지른다.
팬서비스 차원에서 마지막 공을 관중석에 던져 버린 것.
그러나 사실 더 엄청난 실수는 그전에 주심이 해버렸다.
마지막 공이 원바운드였기 때문에 당연히 낫아웃이었지만....
주심이 규칙을 착각해 아웃을 인정하고 경기 종료를 선언해 버린 것이다.
알다시피 낫아웃은 아직 아웃이 아니기에....
김영진은 타자주자를 직접 터치하거나 아니면 1루로 송구해 아웃을 인정받아야 한다.
그런데 주심이 착각해 경기 종료를 선언해 버렸으니 그냥 관중석에 공을 던져 버린 것.
솔직히 아무도 모르고 그냥 지나가버릴 상황....
타자였던 대타 장재중 마져 덕아웃으로 그냥 돌아오려던 기세....
하지만 당시 쌍방울의 감독은 바로 김성근.. 야신이었다.
승리에 대한 집념과 근성 그리고 야구에 대한 확고한 이론으로 무장한....
이 시대 진정한 달인이었던 것.
달인은....
먼가 달라도 달랐다.
터덜터덜 돌아오는 장재중에게....
재빨리 1루로 달릴 것을 지시하는 한편....
'레이더스' 즉 돌격대다운 포스로 자리를 박차고 일어난다.
아놔.. 이거뜨리 증말!! ㄴ(-_ㅡ+)ㄱ ==3 ==3 ==3
빛의 속도로 달려나가....
3루측으로 퇴장하는 심판진을 온 몸으로 막아서며 항의했고....
규칙을 근거로 강력한 어필이 있자 곧 판정은 뒤집어졌다.
일순 착각했던 주심이 규칙을 인정한 것이다.
1-4로 뒤지던 2사 1,2루 상황이었기에....
2루 주자의 득점을 인정했고 경기는 재개됐다.
그리고 쌍방울 타선은 미친듯이 폭발.. 무려 5득점을 올리며....
완전히 패해 끝났다고 생각했던 경기를 6-4로 뒤집는다.
마지막까지 포기하지 않고 집중력을 잃지 않은....
야신의 놀라운 능력이라고 볼 수밖에....
그리고 이후.. 김영진을 포수 자리에서 더 이상 볼 수 없었다.
뿐만 아니라 우리 이글스에 문책성 트레이드 되기까지 한다.
따지고 보면 김영진만의 잘못은 아닌데 말이다.
<98년 올스타전.. 동,서군 감독으로 다정(?)한 모습들.... >
당시..
이 경기는 더블헤더 1차전이었다.
볼것도 없다.
LG가 그런것처럼....
어필 도중 삼성 선수단 역시 번개처럼 덕아웃에서 사라졌을 거다.
만약 그런 진행이었다면....
이 경우 명백히 심판의 규칙 적용 실수이므로....
쌍방울의 재소가 이어질 경우 판정 번복 및 재경기로 이어졌을 가능성이 높다.
암튼.. 한 가지 희한한 점은....
2010년인가? 09년인가?
박정권을 한국프로야구 최초의 '왼손잡이 2루수'로 기용한 인물.....
그도 바로 야신.. 김성근 감독이었다.
마틴과 먼가 통하나? -_-;;
마지막으로....
낫아웃에 대해 잘 모르시는 분들을 위해....
간략한 적용상황을 적어둔다.
참.. 친절한 눔이야. 훗. -_-+
낫 아웃이란...
투수가 던진 제 3의 스트라이크를....
포수가 받지 못하고 떨어트려 삼진 아웃이 인정되지 않은 경우를 말한다.
이때.. 포수는 그 공을 잡아 직접 태그하거나 타자가 1루에 도달하기 전에....
공을 1루로 보내야 아웃으로 인정 받게되는 것.
그러나 투아웃 이전에는 1루에 주자가 없을 때에만 낫아웃이 적용되고....
1루에 주자가 있다면 타자는 그대로 삼진 아웃으로 처리된다.
이는 일부러 포수가 낙구후 병살처리하는 편법을 막기 위함이다.
정식용어로는 '스트라이크 아웃 낫아웃(strike out not out)'
실전에서 무척 오해하기 쉬운 낫아웃 성립 상황 세가지를 적어두겠다.
1) 무사 또는 1사에 1루 주자가 있으면 낫아웃은 성립되지 않는다.(고의낙구 병살 방지)
2) 2사라면 어떤 상황에서도 낫아웃은 성립된다.
3) 꼭 헛스윙을 하지 않더라도 제3스트라이크를 포수가 놓친다면 역시 낫아웃이다.
그나저나.. 모든 스포츠는 기칠운삼이라고....
적당한 행운은 꼭 필요한 듯싶다.
올 시즌.. 이글스 둥지에 무한한 행운이 함께하길. ^^
by 투랑타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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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댓글 투랑타랑님 글 항상 너무 재밌게 읽네요 ^^ 감사합니다
근데 양키스와 캔자스시티의 재경기는 어디가 이겼나요??
대략 한 달후.. 격론 끝에 메쟈 사무국에서 홈런을 인정하고 재경기를 지시합니다.
그러니까 9회초 2아웃 캔자스가 5:4로 역전한 상황에서 재개된 거죠.
경기는 그대로 5:4 캔자스의 승리였습니다. ^^ (__*)
저 경기 직관갔었죠 ㅋ LG팬인 아는동생이랑 포수 뒤쪽에서 같이 직관했었지요. ㅋㅋ LG팬인 아는 동생이랑 세잎이네 아웃이네 이러고 있는데 ㅋ 그래서 TV로 보던 LG팬 아는 동생의 동생에게 문자로 물어보니 생각도 못한 보크라고 하더군요. ㅋㅋㅋ 암튼 그날 포수 뒤쪽에서 있는욕 없는욕 다하고 왔습니다. ㅎ
낫아웃 3루타경기, 김꽈당, 정원석 홈스틸 이 3경기는 진짜,,,
작년 임보크 사건으로 조인성 포수 엄청나게 한화팬들 한테 밉상으로 찍혔었죠 ㅋㅋ 전현태 홈에서 조인성 포수한테 니킥으로 유혈이 낭자한 시건도 있었고 희한하게 작년 엘지랑 이상하게 엄청 꼬였었죠...
도대체 이런 엄청난 자료,,,,,
저도 저경기 직관했었어요.. 사실 그때 관중석에서는 보크인줄 모르고 머야머야 하다가 DMB에 인터넷에 확인하고서야 알았어요..
그나저나 이런자료는 책에 있는건가요? 아님 개인적으로 모아놓으신 건가요? 완전 궁금~
조선시대 '유한전'이라는 학자 한분이 계셨어요.^^
요즘은 많이들 알고 계신 명문으로 유명한데.. 그분 말씀이 비슷한 답이 될 것 같네요.
"사랑하면 알게 되고 알게 되면 보이나니 그때에 보이는 것은 전과 같지 않으리로다." ^^
와.. 글 재미있게 읽었습니다.... 뭔가 깊이가 느껴지네요 글에서....
역시 투랑타랑님의 글은 살아있어여....ㅋㅋ...군데 메이져 들어보니 괜히 메이져가 아니네여...사무국의 발빠른 대응...우리 개비오는 모...ㅠㅠ
뭔가 새로운 사실들을 많이 알아 가서 재밌었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