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2년 차 북한 이주민 청년 대표, 우리가 선 경계 이야기
열 살에 탈북해 NGO 대표까지, 남한에 불시착해 지난 22년간 '경계인', '끼어 있는 존재'로 살아온 특별한 시간
저자 정서윤은 1988년 함경북도 길주에서 태어났다. 열 살 때 고난의 행군이 닥쳐 온 가족이 굶주림을 겪게 되자 삼촌의 등에 업혀 두만강을 건넜다. 중국에서 4년간 신분을 속인 채 불법 이민자로 삶을 살다 2002년 가까스로 남한에 도착했다. 북한에서 중국으로, 중국에서 몽골로, 다시 몽골에서 남한으로 왔다. 1998년 4월 20일 북한을 출발해 2002년 6월 12일 남한에 도착하는 데 총 4년 2개월이 걸렸다. 하루하루 목숨이 왔다 갔다 하는 시간이었다. 두만강을 넘는 순간부터 생명의 위협은 시작됐다. 강을 건널 때 어른들은 혹시 모를 상황에 대비해 쥐약을 챙겼다
어린 시절 학교와 배움에 갈증이 깊었다. 한글조차 몰랐으나 국어교육을 전공했고, 탈북청소년들에게 도움이 되는 일을 하고자 이화여대 북한학 석사 과정을 이수, 현재는 북한대학원대학교 박사 과정 중이다.
남한 생활 22년 동안 나는 내가 남과 북 사이에 끼인 존재라는 것을 온몸으로 경험했다.
때론 버겁고 힘들었지만 그 애매한 정체성이 나를 특별하게 만들었다. 나와 같은 사람만 아는 것, 할 수 있는 것, 해야 하는 것이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남북한 사람에겐 차이점보다 공통점이 더 많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차이를 강조하기 보다는 공통점에 대해서 더 많은 이야기를 나눠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