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륜스님 반야심경 ㅡ14
시고 공중무색 무수상행식
지난 시간까지 대승 사상의 핵심인 공 사상,
반야 사상, 보살 사상에 대해 배웠습니다. 오늘부터는 소승 사상의 한계를 비판하는
내용을 배우게 됩니다.
“부처님께서는 ‘일체(一切)는 오온(五蘊)이다’라고 말씀하셨습니다.
일체라고 하는 것, 혹은 나라고 하는 것은
하나의 단독자가 아니고, 다섯 가지의 쌓임에 불과한 것이라는 뜻입니다.
즉, 나라고 할 실체가 없다는 의미입니다.
그런데 대승불교가 출현할 당시에는 기존의 불교가 오온을 구성하는 각각을 실체(實體)가 있는 요소라고 이해하고 있었습니다.
그래서 반야심경에서는 그런 요소설과
실체설을 부정하는 내용으로 이야기가 전개됩니다.
시고 공중무색 무수상행식
是故 空中無色 無受想行識
‘나’라고 작용하는 정신작용을 한번 보세요. 눈으로 보고 안다, 귀로 듣고 안다, 코로 냄새
맡고 안다, 입으로 맛을 보고 안다,
손으로 감촉하고 안다, 머리로 생각해서 안다, 이렇게 외부에 무언가 대상이 있고, 그 대상을 내가 아는 것이 ‘색(色)’이에요.
그 대상을 알 때 어떤 떨림이나 느낌이 일어나는데, 그것이 ‘수(受)’입니다.
느낌은 아는 작용하고 달라요.
느낌은 불쾌하다, 유쾌하다, 즐겁다, 괴롭다 하듯이 어떤 떨림 같은 감정입니다.
아는 것이나 감정을 기억했다가 다시
생각해내고 질서를 잡고 논리를 따지고
추론을 하는 작용이 ‘상(想)’입니다.
그 생각에 따라서 ‘하고 싶다’, ‘하기 싫다’,
‘해야 된다’, ‘안 해야 된다’ 이렇게 행위를 유발하는 의지 작용이 일어나는데, 그것이 ‘행(行)’입니다.
아는 작용(색), 느낌 작용(수), 생각 작용(상),
의지 작용(행)이 일어나면, 이것이 그냥
사라지는 게 아니고 쌓이게 되는데, 그것이 ‘식(識)’입니다.
식은 다시 우리가 어떤 것을 볼 때 선입관으로 작용해요. 사물을 볼 때 그냥 기계적으로
보는 게 아니고 식이 영향을 끼쳐요.
기분이 좋고 나쁜 데에도 식이 영향을
끼치고요.
그래서 결과적으로는 식이 오온의 맨 끝에
오지만, 어쩌면 식이 오온의 맨 앞에 올 수도 있습니다.
식은 마음작용의 바탕이 되기 때문입니다.
우리는 색수상행식 다섯 가지 정신작용을 뭉뚱그려서 그냥 ‘나’라고 부르고 마치
하나인 것처럼 생각하지만, 분류해보면
다섯 가지입니다.
이 다섯 가지에는 실체가 없습니다.
눈에 보이는 바깥 대상에도, 들리는 소리에도, 냄새에도, 맛에도, 감촉이나 생각에도 실체가
없고 늘 변합니다.
색에 따라 일어나는 느낌도 늘 그때그때
달라지고, 생각도 달라집니다.
하고 싶고, 하기 싫고, 해야 되고, 하지 말아야 되고, 이런 의지도 항상하지 않고 늘 바뀝니다. 식도 고정 불변하는 것이 아니고 늘 형성되고 바뀌는 겁니다.
그 어디에도 고정된 실체는 없습니다.
여기서 ‘무(無)’는 ‘고정 불변하는 요소는 없다’, ‘실체가 없다’ 이런 뜻입니다.
제법이 공하다는 차원에서 보면
(시고 공중, 是故 空中), 색이라는 실체도 없고(무색, 無色), 수상행식이라고 하는 실체도 없습니다
(무수상행식, 無受想行識). 이렇게 반야심경에서는 오온의 실체설을 부정하고 비판하고 있습니다.
고맙습니다
동하합장()()()♥
꽃사진ㅡ박향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