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구.. 고백.... .

[투랑타랑]

비록 돈은 없었지만 대신 꿈이 많았던 필자의 어린 시절....

당시 시골에 있던 집에서....

TV로 시청가능한 공중파 채널은 보통 2~3개 였었다.

그 영-_-광의 주인공들은 KBS.. MBC.. 그리고 EBS....

각 집마다 삐죽이 솓은 안테나의 성능 탓이었는데....

앞에 두 채널은 늘 잘 나왔고 EBS는 날씨 계절등 기상여건에 따라....

보였다 안 보였다를 반복했었다.

무슨.. 이어도도 아니고 말야. ㅡ_ㅡ

암튼.. KBS2가 생기기 전이었고 SBS 역시 태동하기 한참 전이었다.

그나마 TBC라는 채널이 있기는 했는데....

주로 서울 경기 일원이 가시청권이었기에....

그냥 그런 채널이 있더라.. 는 뜬소문만 듣던 시절이었다.

당연히 TV에서 야구 경기를 보기란 대단히 어려운 일이었고....

프로야구 역시 아직 생겨나기 전이기에 고교야구가 인기를 끌던 시절.

그러나 야구의 인기는 그 시절에도 대단해서....

시골 똥통학교 운동장이나 패가가 을시년스럽게 버티던 너른 공터에는....

늘 동네 야구 경기가 포스트 시즌의 열기를 방불케 할만큼 열리곤 했었다.

부족한 글러브는 시멘트 푸대로 접어 만들고....

공사장의 각-_-목을 줏어와 배트로 사용하기도 했었다.

공은.. 테니스 공. ㅡ_ㅡ;

그래도 해가 질 부렵까지 필자는 마냥 즐거웠었다. ^^

야구에 대한 관심도 무척 왕성해지던 시절이었는데....

신문에 짤막하게 실리는 기사만으로는 늘 호기심을 채우지 못했다.

결국.. 만화로 관심을 돌리게 된다.

음....

연결고리가 좀 그런가. ^^;

암튼.. 이현세의 까치가 태어나기 전인 그 시절....

독고탁과 남궁호걸은 최고의 이미지 스타였고....

필자의 롤모델이기도 했었다.

그런데....

시대의 흐름과 함께 만화 역시 변화의 바람이 분다.

가깝고도 먼나라 니뽄의 야구만화들이 번역되어 등장한 것이다.

특히 필자의 짧은 여가시간을 사정없이 빼앗은 작가 한명이 있었는데....

바로 '아다찌 미츠루'....

<터치> <러프>등으로 그의 작품을 접하기 시작해....

이미 댁아뤼가 커버린 2000년대 국내에도 선풍적인 인기를 끌었던 <H2>....

쪽팔림을 무릅 쓰고 초딩 틈에 끼어 단행본을 사모으기에 달한다.

돌아보면....

야구에 대한 관심이 기타 파생상품으로 퍼져나가는 과정이었달까?

그 즈음....

반가운 음악 한 곡을 접한다.

바로.. 아래 브금으로 깐 델리 스파이스의 <고백>....

손예진과 조승우 조인성이 등장하는 영화....

<클래식>의 OST로 사용되며 관심을 받기 시작하지만....

필자는 가사를 듣곤 금세 알 수 있었다.

바로 H2의 대사 내용이 그대로 적혀 있었던 것.

후에 델리 스파이스가 밝혔듯 H2에서 모티브를 얻어 인용했다고 말한다.

<풋풋하던 시절의 인성이와 예진이....>

삶에 지칠때면 필자는 종종 혼자만의 여행을 떠나곤 한다.

그 여행에서 내가 찾고자 하는 건 새로운 풍경이 아니라....

어쩌면 새로운 시각이 아니었을까?

그런 의미에서....

야구를 만나고 야구와 함께 떠나온 인생이라는 긴 여행길....

그 안에는 승과 패라는 가혹한 결과만 존재했던 건 아니고....

이처럼 소박한 기억과 소중한 만남들이 간이역처럼 늘어서 있었다.

마치.. 그 사람과 나의 첫만남에....
커피 한 잔과 달달한 케익만 있었던 건 아닌 것처럼....

돌아보니 그렇다.

군데군데 이 빠진듯 허술해 보이던 시골의 기와지붕....

그러나 비좁던 내 이성과 감성 뒷켠엔 여전히 그것들이 함께 였었다.

눈이 시릴듯 짙푸른 창공을 가득 메웠던 고추잠자리....
봉긋이 솟아오른 볕짚 두엄들....
그리고 그 주위로 모여든 코흘리개 친구들하며....
그뒤로는 저물어가는 노을이 짙은 연빨강 물감을 풀어 놓은듯....
온세상을 벌겋게 물들이는 아름다운 자연속에서....

나는 야구를 즐겨왔었다.

그리고 야구는 나를 함께 키웠다.

벌써 수십년.. 쉼 없이 야구를 즐길 수 있었던 그 근간엔....
이렇듯 눈 시린 유년의 기억들과 여린 감수성이 큰 몫을 했었던 것같다.

간만에 듣는 델리의 <고백>....

마음속에 작은 바람이 분다.

by 투랑타랑

델리 스파이스 - '고백'

중2때까지 늘 첫째 줄에 겨우 160 이 됐을 무렵
쓸만한 녀석들은 모두 다 이미 첫사랑 진행 중
정말 듣고 싶었던 말이야 물론 2년전 일이지만
기뻐하는 게 당연한 데 내 기분은 그게 아냐
 
하지만 미안해 네 넓은 가슴에 묻혀
다른 누구를 생각했었어
미안해 너의 손을 잡고 걸을 때에도
떠올렸었어 그 사람을
 
널 좋아하면 좋아할수록 상처 입은 날들이 더 많아
모두가 즐거운 한 때에도 나는 늘 그곳에 없어
정말 미안한 일을 한걸까 나쁘진 않았었지만
친구인 채였다면 오히려 즐거웠을 것만 같아
 
하지만 미안해 네 넓은 가슴에 묻혀
다른 누구를 생각했었어
미안해 너의 손을 잡고 걸을 때에도
떠올랐었어 그 사람이

[투랑타랑]

운동장 두 바퀴 돌고 서둘러 이른 출근합니다.
어제.. 일을 못 마쳐서.... 잉~~ ㅠ_ㅠ
존 하루들 되시길!! (__*)

[참좋은세상이지]

시즌을 기다리는 시간동안 투랑타랑님 글 읽는 재미에 푹 빠질것 같습니다.

[장종훈빠]

각목에 테니스공! 세월의 흔적이네요 ㅋ

[훌리오]

전 한국에서 초등학교만 다니고 이민을 갔었는데 3학년인가... 야구부에 들어가서 3루를 보다가 직선타구를 맞고 바로 육상부로 바꿨던 기억이 있습니다...

[jjy8572]

테니스공과 각목으로 하는 경기는 "찐뽕" 아니었던가요?ㅋㅋㅋ
일필휘지로 그림을 그리듯이 써내려가는 필력에 감탄하며, 읽는 잼이 솔솔하군요.
한화가 금년도에는 가을잔치까지 간다면, 투랑타랑님의 글을 많이 읽으수 있으련만..
반드시 그렇게 되리라 확신 하면서 설레는 마음으로 차기작을 기다리 렵니다.
뵌적은 없지만 , 두터운 야구사랑과 중후한 멋을 아시는 로멘 티스트 같아 보입니다.
투랑타랑님 포에버!!!

[3군에이스]

재미있어요 시즌때에도 많이 글 올려주세요

[KSSeo]

항상 궁금한게..투랑타랑님은 직업이 왠지 야구관련 글을 쓰시는 분일듯합니다. 야구 전반적으로 이렇게 해박한 지식이 있을수가요~ 정말 대단하십니다.

[jjy8572]

그러게요.

[나이스빠따]

오랫만에 듣는데 노래 좋네요 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