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인연》 수천 김용오 "
창가에 낙엽 하나
작은 햇살에 떨어지지 않으려
이리 뒹굴 저리 뒹굴 발버둥을 치더니만
끝낸 그 작은 햇살을 가르며 쿵 소리를 남기고선
창문너머 저 멀리 떨어져 나뒹구는 걸 보며
지금의 당신의 그 모습을 떠 올리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나뒹구는 저 낙엽도 푸른 잎이었을 땐
그 옛적 당신처럼 곱게만 보였었는데
오늘은 아름답다 라기 보다는
왠지 가슴에 저미어 오는 측은함에
제 몸 또한 저 낙엽처럼 쿵 하고서 땅바닥에
뒹굴 뻔을 했었지 뭡니까
그 옛적 날이면
별들을 틔우던 당신의 그 눈망울에서부터
매화꽃들을 틔우게 한 당신의 그 입술인 그 모두에서
만년 공주일 것만 같던 당신의 그 세월들마저도
늑대 같은 세월은 저 낙엽이듯 물들을 들여놓았더이다
그런 당신이이였기에 지금쯤은 당신도 나처럼 테라스에 서서
쿵 떨어지는 저 낙엽을 보며 먼 시간여행으로서
그 작은 어깨를 들썩이고 있을 거라는 생각에
당신을 사랑했던 반려자로서
그동안 당신을 잘 대해주지 못한 저로선
어찌 놀래지 않을 수 없었다는 말씀을 드리며
이 말을 당신에게 꼭하고 싶었습니다
언제부턴가 우리들의 창문에 노을이라는 달갑잖은 그 커튼이
한쪽으로 드리우고 있다지만 당신이 거두어 주신 옥과 같은
토실토실한 그 열매들이 잘 자라고 알알이 붉게 익은 석류이듯
멋스런 가을을 열어 주고 계신 당신이 곁에 있어
이 한 몸 내일 저 낙엽이듯 쿵 하고 땅바닥에 나뒹군다 한들
당신을 향해 슬퍼하는 일은 결코 없을 것입니다
당신을 당신을 사랑하기 때문입니다,

그리움을 주는 사람이 있다 / 수천 김용오
우연찮은 만남에서
별스런 담소도 나눈 건 아니었건만
헤어지고 나니 별 하나 손에 있었다
대화라곤 짧은 몇 마디였지만
어눌한 말을 들어주어서일까
맵시나지 않은 몸짓을 미소로 담아 주어서일까
아버지와 같은 사람 어머니와 같은 사람
어깨에 기대어 모든 비밀을 털어놓고
눈물을 흘려도 좋을 그런 사람
허물 모두를 껴안아 줄 것만 같은
그리움을 주는 그런 사람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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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댓글 정성가득한 좋은글 주심에 감사합니다
언제나 건강하세요
다녀가셨군요
오늘도 감사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