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민신문
과거 농경사회에서는 쌀과 보리가 우선이고 메밀은 이도저도 안될 때 빈땅에나 심는 작물이었다. 자연히 메밀 음식은 크게 대접받지 못했다. 하지만 홀대받던 메밀이 오늘날에는 건강식으로, 다이어트식으로 이름을 떨치고 있다. 향에 한번, 맛에 두번 반할 전국 각지의 메밀 음식을 알아본다.
◆메밀향이 일품 ‘냉면’(경기 양평, 경남 진주)
광복 이전, 밀가루가 귀했던 시절의 국수 재료는 원래 메밀이었다. 하지만 끈기가 부족하고 열을 가하면 쉽게 끊어져 면발을 내기 어려웠다. 온면보다는 냉면이 대세를 이룬 이유다. 특히 평양냉면이 유명했는데 한국전쟁 이후 전국에 퍼졌고, 사계절 즐겨 먹는 음식이 됐다.
10여개 냉면집이 성업 중인 경기 양평군 옥천면 옥천리 냉면마을은 황해도식 냉면으로 유명하다. 평양냉면은 꿩고기 또는 쇠고기·닭고기·돼지고기를 혼합해 육수를 내는 반면, 황해도식은 돼지고기만으로 국물을 낸다. 평양냉면보다 맛이 진하고 메밀에 전분을 더해 면발도 좀 더 쫄깃하다.
이북의 냉면과 쌍벽을 이루는 것이 있으니, 바로 경남 진주의 진주냉면이다. 1994년 북한에서 발행된 <조선의 민속전통>에 ‘랭면 중 제일로 여기는 것은 평양랭면과 진주랭면이다’라고 기록될 정도다. 1849년에 간행된 <동국세시기>에도 언급됐으니 그 역사 또한 오래됐다. 권세 높은 양반가에서 야참으로 즐겨 먹던 음식으로 그 재료가 고급스럽다. 죽방멸치·바지락·문어·표고버섯 등으로 육수를 만든다. 달걀 지단과 쇠고기육전이 메밀면 위에 화룡점정으로 놓인다.
진주시와 지척 거리에 있는 경남 사천도 냉면으로 유명하다. 돼지고기 또는 쇠고기로 만든 국물에 돼지고기육전을 올린 게 특징이다.
진주냉면은 진주시 강남동 진주냉면, 이현동 하연옥 등이 유명하다. 사천냉면은 사천시 사천읍 재건냉면 등에서 맛볼 수 있다.
◆배고픔 달래주던 추억의 ‘메밀묵밥’(경북 영주)
논농사가 어려운 두메산골, 경북 영주시 순흥면에서 메밀은 무엇보다 소중한 식량이었다. 전통방식을 지금까지 고수한 순흥면 읍내리의 메밀묵 음식점들은 전국에 이름이 알려졌다.
메밀묵은 곱게 간 메밀을 가마솥에 끓여서 차갑게 식히고 굳혀 만든다. 이 묵을 채 썰어 멸치국물에 말아 김가루와 깨소금을 뿌려 먹는 게 메밀묵밥이다. 과거엔 구황식품이었지만 지금은 건강과 체중조절을 위한 음식으로 사랑받고 있다.
◆칼칼한 국물맛이 일품 ‘태평추’(경북 예천)
궁중에서 녹두묵으로 만든 탕평채가 민간에 전해지면서 이름과 조리법이 변형된 것. 고춧가루 양념에 재운 돼지고기를 볶고 묵은 김치와 함께 육수에 끓인 후 메밀묵과 김가루를 곁들인다. 김치찌개에 두부 대신 메밀묵을 넣은 것과 흡사하다.
부드러운 메밀묵의 식감과 칼칼한 국물맛이 일품이다. 예천읍 노하리 동성분식이 태평추 요리로 알려졌다.
◆장터국수 스타일로 변신 ‘메밀국수’(경남 의령)
광복 직후 의령읍 장터 골목에 일본식 메밀국수인 소바를 파는 음식점이 들어섰다. 한데 일본식과는 달랐다. 가다랑어로 맛을 낸 차가운 장국 대신 뜨거운 멸치국물에 면을 말았다. 쇠고기 장조림을 곁들여 국수에 부족한 단백질을 더하고 시금치·깨소금·파·김가루 등도 푸짐하게 담았다.
현재 의령읍 장터를 중심으로 중동리와 서동리에서 소바 전문점들이 성업 중이다.
◆새콤·고소·쫄깃한 메밀만두 ‘짠지떡’(인천 옹진 백령도)
남북 분단 이전에 백령도는 행정구역상 황해도였다. 메밀가루로 만든 피에 백령도에 흔한 굴이나 홍합, 묵은 김치(짠지)를 넣고 빚은 황해도식 만두가 바로 짠지떡이다. 찜통에 찌거나 참기름을 발라 큼직하게 부쳐낸 짠지떡은 새콤하고 고소하면서 쫄깃한 맛이 일품이다.
백령도 내 두메칼국수나 시골냉면 등의 식당에서 맛볼 수 있다. 백령도의 냉면도 별미인데 특산물인 까나리액젓으로 간을 맞추는 것으로 유명하다.
◇도움말=윤덕노 음식문화평론가,
사진제공=한국관광공사·농촌진흥청, 참고서적=<우리고장 맛 이야기>(문화체육관광부·한국관광공사)
이건우 기자
첫댓글 여기 마산인데요 의령메미 일본명으로 "소바"란 이름부쳐 유명합니다 온면요
일본 소바 보다는 멸치 메밀온면에 더 가까운 맛이죠. 단맛이 없지 않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