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날 권씨는 일명 ‘까대기’ 작업 당번이었습니다. ‘까대기’는 컨테이너 차량에서 물품을 운반 작업대에 올려놓는 작업을 말하는데요. 2천 개 가까이 되는 물건을 2~3명이 쉴 틈 없이 운반대에 올려놓아야 하는 상당히 고된 일입니다. 컨테이너 차량 밑에서는 나머지 택배기사들이 운반 작업대 레일을 타고 내려온 물품을 각자 구역별로 구분하느라 분주했습니다.
오전 10시가 넘어서야 하차 작업이 겨우 끝났습니다. 이제부터는 개별 배송 물품의 바코드를 기계로 일일이 찍어야 합니다. 택배가 하차장에 도착했다는 확인을 하는 것이죠. 배송 후에도 이런 작업을 거칩니다. 그래야만 혹시 물건이 분실될 경우 어디서 없어졌는지 경로를 확인할 수 있습니다. 물건이 파손되거나 분실되면 택배기사가 모두 물어줘야 하죠.
권씨는 “파손도 있지만 택배가 분실되는 경우도 빈번해요. 누군가 차량에서 훔쳐가는 경우도 있고 분명 배송했는데 못받았다고 할 때도 있어요. 그래도 제가 다 배상해야 하니, 그럴 경우 속상하죠”라고 말했습니다.
오전 10시46분, 드디어 출발입니다. 정동, 무교동 등 주로 직장가를 도는 권씨는 서둘러 차를 몰았습니다.
“회사원의 경우 점심시간에는 자리에 잘 없고 연락도 잘 안 되거든요.”
권씨는 하나라도 더 배송하기 위해 바삐 뛰어다녔습니다. 물건 10여 개를 배달하는 데 1시간 남짓 걸렸습니다. 보통 택배기사가 하루 평균 1백~1백50개를 배달하죠. 한 시간에 10개면 어림잡아도 하루 10시간 이상 일해야 합니다. 권씨는 2리터용 생수 12병을 어깨에 짊어지고도 엘리베이터가 닫힐세라 뛰어 탔습니다.
“저렇게 무거운 생수 택배비가 2천5백원이에요. A4용지도 보통 택배 하나당 2박스씩 담아 보내요. 이 중 저한테 얼마나 떨어질까요.”
택배기사에게 주어지는 건당 배송수수료는 현재 7백~8백원 수준입니다. 해마다 택배 이용객은 늘고 있으나 택배업체의 과당경쟁으로 배송수수료는 지속적으로 하락하고 있다고 합니다.
하루 평균 12.6시간 근무… 밤 9~10시에 퇴근
권씨는 1시가 훌쩍 넘어서야 간신히 짬을 내서 점심을 먹었습니다. 평소에는 편의점에서 빵으로 때우거나 그마저도 거르기 일쑤라고...
“주어진 물량을 다 처리하려면 저녁까지 굶는 건 다반사예요. 보통 밤 9~10시쯤 퇴근하는데 그때 집에 가서 폭식하는 거죠.”
택배기사의 하루 평균 근무시간은 12.6시간입니다. 몸이 상할 만도 하려만 아파도 쉴 수 없습니다. 건강상 휴무 시에도 이에 따른 손실책임을 택배기사가 부담해야 하는 실정이죠. 권씨는 5년간 일하며 딱 하루 쉬었다고 합니다.
“신종플루에 걸려서 하루 쉬었어요. 일당에서 제하니까 보통은 다쳐도 배달하는 길에 병원 가고 하죠.”
이날 배달 작업은 저녁 7시쯤에야 끝이 났습니다. 그러나 다시 회사로 들어가서 송장을 정리하고 픽업해 온 택배물건을 컨테이너 차량에 싣는 상차 작업까지 하다 보니 어느새 밤 9시가 훌쩍 넘어 있었습니다.
“군 제대 후 아는 동생이 택배기사 일이 돈을 좀 잘 번다고 해서 시작했어요. 자가용 차량으로 일하고 건당 수수료를 받는데 하루 종일 일해도 돈 벌기가 쉽지 않네요. 나가는 돈이 많아요. 2주 만에 주차 딱지만 벌써 2개 뗐네요.”
택배기사는 크게 개인 화물차를 소유한 지입 택배기사와 택배회사 소유의 차량을 운행하는 택배기사로 구분됩니다. 이 중 지입 택배기사가 전체 70~80퍼센트를 차지하죠. 권씨 역시 지입 택배기사입니다.
이들 지입 택배기사의 경우 차량 구입부터 기름값, 휴대전화비, 주차비 등 모두 본인이 부담해야 합니다. 이 때문에 고된 노동에도 수입은 턱없이 낮죠. 고용노동부에 따르면 지난해 택배기사의 월 평균 순수입은 1백62만원입니다.
무엇보다 큰 부담은 영업용 번호판 구입비입니다. 개인이 화물차를 구입해 택배 배달용으로 쓰려면 영업용 번호판을 구입해야 하는데 시장에서 무려 1천만원에 거래되죠. 구입비가 없어 대부분은 매월 12만~15만원씩 납부하며 번호판을 임차해 쓰고 있습니다. 이마저도 확보가 어려워 일부 택배기사는 자가용 차량을 불법으로 운행하며 벌금 폭탄이 떨어질까 봐 전전긍긍하고 있습니다.
택배기사 한숨 덜어드리겠습니다
열악한 작업 환경에 시달리는 택배기사들의 한숨이 줄어들 것으로 보입니다. 정부는 지난 7월 8일 택배ㆍ퀵서비스 기사 근무여건 개선방안을 발표는데요. 지난 6월 이명박 대통령이 한 택배 작업장을 직접 방문해 택배기사들의 애로사항을 청취한 후 나온 대책입니다.
가장 시급한 문제는 사업용 택배차량 부족 문제입니다. 정부는 이를 해소하기 위해 시장 간 유휴 용달차량 거래를 지원할 계획입니다. 적정 용달차량 권리금을 설정한 후 용달 및 통합물류 협회 주관으로 양도 및 양수 신청자를 모집해 거래를 연결한다는 방안이죠.
작업 환경도 개선합니다. 정부는 택배회사가 거래상 우월한 지위를 이용해 불공정행위를 하는 것에 대한 감시를 강화합니다. 기존에는 배송과정에서 발생한 모든 사고(분실·파손), 건강상 휴무 시 이에 따른 손실책임 등을 모두 택배기사가 부담해야 했죠. 그러나 앞으로 이 같은 불공정행위가 사라질 것으로 기대됩니다.
개인이 모두 부담해야 했던 산재보험료도 사업주와 택배기사가 공동 부담하는 방안을 추진 중입니다.
택배기사 차량의 밤샘주차 허용 구역도 확대됩니다. 한진택배 서부지점 오만석 지점장은 “구체적인 개선방안이 시행돼 봐야 알겠지만 앞으로 택배기사 차량의 밤샘주차 허용 구역을 운송사 차고지뿐 아니라 주차장으로 확대한다는 방안은 실제적으로 큰 도움이 된다”며 개선책을 환영했습니다.
첫댓글 음~~~
당구장 매니저보다 훨씬 힘드는 직업이군요
근무조건은 직업마다다르지만 택배 쉬운게 아니군요
택배이저씨 오믄 시원한물이라도 드려야겠너요
수고가 많으십니다...
남일같지않아 맘이 편치않네요.... 나중에 뵙게되면 식사라도....
제가 택배업과 관련된 업무를 하고 있지만, 정말 택배기사분들 힘듧니다.
힘든 만큼 돈으로 보상받으면 좋으련만 현실은 그렇지 않네요..
감사합니다...고맙구요...물한잔이라도 고맙죠.....택배기사님도 사람입니다...말을 바르고 고운말 해주세요...그래야 힘이 되니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