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 감사하게도, 2014년 여름에 이어 2015년에도 신랑의 해외출장 기회가 있어 따라나섰습니다.
출장지가 "진주귀고리 소녀"를 그린 베르메르의 고향인 델프트라기에
제가 먼저 설레발을 치며 8개월전에 비행기표를 구입하고 오매불망 출국일을 기다렸어요.
숙소는 부킹닷컴 등의 호텔예약 사이트랑, 에어비앤비 등을 살펴보다가
에어비앤비를 통해 델프트와 가까운 네덜란드의 행정도시 헤이그에 비교적 저렴한 가격으로 현지인 집의 방한칸을 예약했습니다.
비행기 시간이 알뜰하게 짜여져 현지에서 온전히 8일을 쓸 수 있는 여행인데,,
더이상 여행지에서 하나라도 더 보려고 조바심치던 20대, 30대같은 체력이 아님을 알기에
한 도시에 진득하니 머물며, 구석구석 보는것으로 마음을 정하고 떠났습니다.
결과적으로 델프트 여행 이틀, 암스테르담 하루, 나머지 닷새를 헤이그에서 보냈습니다.
첫째날과 둘째날은 헤이그시내를 여유롭게 돌아다녔습니다.
헤이그에서 첨 본 곳은 "비넨호프"라는 곳입니다.

비넨호프 마당의 한켠의 기사관이라는 건물로 현재는 국회의사당으로 쓰이고 있답니다. 이 곳에서 1907년 고종이 파견한 헤이그특사 3인이 참석하고자 했던 "만국평화회의"가 열렸다고 하네요..

비넨호프 마당에서 아이스크림을 파는 아저씨이신데, 대화를 알아들을 수는 없지만,
그림으로만 보면 꼭 노점을 단속하는 경찰과 실랑이 중인 노점 주인 같아 보입니다. 그러나 실상은 알 수 없네요.
등에 "Police"라고 써붙인 경찰이 말을타고 나타난 것이 독특합니다.

비넨호프 밖으로 나오면 북쪽에 넓은 호수가 있구요,,
네덜란드의 행정중심 도시 답게 고풍스러운 비넨호프 건물너머로 고층의 현대식 건물이 보이네요.
10월 말의 네덜란드는 비가 잦은 흐린날씨로 해나는 날이 드물구 쌀쌀했습니다.


걷다보니 출출해져, 한 조각에 1유로인 저렴하나 맛있는 피자로 허기를 달래기도 하면서 휘적휘적 도시를 산책했어요.

물의 나라답게 도시를 걷다보면 자주자주 운하를 만날 수 있는데, 도시에 꽤나 독특한 풍광을 만들어 냅니다.



여행지의 수퍼마켓에서 장을 보고 숙소에서 음식을 만들어 먹는걸 좋아해서, 슈퍼마켓이 보일 때마다 구경하곤 하는데요..
치즈의 나라 답게 갖은 종류의 치즈들이 화려하게 전시되어 있네요..
한쪽에 시식할 수 있도록 담백한 빵과, 짭잘하고 진~~한 치즈가 있어 치즈퐁듀 시식도 하구요...

비넨호프의 북서쪽으로 걷다보니, 지도상에 "palace"라고 표시된 궁전 건물이 있으나,,
정확한 성격은 알길이 없고, 출입도 불가능햇어요,

궁전앞 거리가 비교적 아기자기 볼거리들이 있었는데요, 궁전앞 답게 양쪽 건물을 연결해 허공에 매단 왕관 모양 가로등이 재미있습니다.


거리의 화랑에는 반고흐의 자화상과 진주귀고리소녀를 패러디한 그림을 판매하고 있었구요.
셋째날에는 헤이그 북쪽에 있는 북해의 "scheveningen"(네덜란드 사람이 아니면 발음할 수 없다는) 해변에 갔었어요.


유명한 휴양지 답게 리조트들이 빽빽하지만 여름에도 수온이 낮아 수영을 할 수는 없다고 하네요.


해변에는 재미있는 청동조각상이 배치된 야외 박물관이 있는데요, 크고 작은 조각들이 재미있습니다.

네덜란드 전통음식인 청어절임을 먹는 조각상이 재미있구요, 바닥에 누워있는 조각은 "걸리버 여행기"예요~^^

헤이그에는 1907년 헤이그로 파견되었다가 현지에서 사망한 이준 열사를 기념하기 위해 교민 부부가 마련한 "이준열사 기념관"이 있습니다. 1907년 이준 열사가 묵었던 호텔을 매입해 마련하였다고 합니다.
이준열사기념관으로 가는 길에 저랑 신랑은 몇몇 대화를 나눴는데요.
저왈 "이런 낯선 곳에서 아는 사람을 만나면 얼마나 신기하고 재밌을까?"
신랑왈 " 여기서 어떻게 아는 사람을 만나냐?"
저왈 "왜? 전에 우리 회사에서 이태리 연수 갔을 때 우리회사 오선생님은 포로로마노 유적지에서 중2때 담임선생님 만났었어,
또, 우리 선배 친구는 파리 에펠탑 전망대에서 고3때 담임 만났다잖아~"
그런 대화를 마치고 모퉁이를 돌자 이준열사 기념관 앞에 한무리의 한국인들이 모여서 있더라구요.
알고보니 TV에서나 뵈었던 탤런트 출신 새누리당 국회의원이 보좌진들과 방문하셨더라구요..
이 때가 한참 국정교과서문제로 시끄럽던 시절이라 사진찍으러 오셨나봐요,,
결과적으로 저희도 "아는 사람"을 만난셈이네요...


이준열사가 묵었던 방을 재현해 놓았습니다.
넷째날과 다섯째날은 델프트에 갔었어요.

델프트광장의 풍경이예요,, 아기자기 하지요?


역시 운하가 있는 풍경이 아름다워요...

신랑의 출장지인 "TU델프트"(델프트공과대학) 한켠의 알록달록한 기숙사 건물이 재미있었어요.

신랑이 일보는 동안 중국과 우리나라의 청화백자랑 똑같은 "델프트웨어"를 만들고 전시하는 "로얄델프트 박물관"에 갔어요.

박물관안에서는 이렇게 직접 도자기에 색을 입히는 과정을 보여주고 계시는데요,
안되는 영어로 아저씨와 몇 마디 나누었는데요,
" 나는 한국에서 왔는데, 중국과 한국의 청화백자랑 똑같네요"(중국의 기술을 받아들인 것이니 당연히 같은 줄 알지만)라고 하니,
아저씨왈 다르단다.. 뭐가 다를까? 영어가 짧아 더이상 묻지 못하고 돌아섰는데,

관람을 마치고 나오는 길에 전시실 입구에 있는 영상실에 들어가니 마침 델프트웨어 만드는 과정이 재현되고 있었어요,
여기서 지켜보니, 우리나라가 물레를 사용해 도자기를 성형하는 것과 달리 델프트웨어는 틀에 부어 성형하는 즉 대량생산이
가능한 방법으로 만들어지고 있었어요,
아저씨가 다르다고 한 것이 이것인지 알 수 없지만, 다르긴 다르더군요~!

베르메르의 방도 델프트웨어를 사용했던 곳으로 재현해 놓았구요,

렘브란트의 대표작 "야경꾼"을 청색 타일로 구워 재현해 놓았는데 무척 아름답습니다.


델프트의 "프린젠호프 박물관"도 갔었는데요,
박물관 마지막에 사람 키만한 석고로 만든 병이 팔을 내밀고 서있어요,
병의 맞은편에는 스크린이 있구요, 스크린의 자동 촬영 기능을 조작하고, 병의 팔에 기대어 서면 사진이 찍히는데요,
찍힌 사진을 확인하고, 이메일 주소를 입력하면 바로 촬영자 이메일로 사진이 전송됩니다.
파란색 펜이 준비되어 있어, 방명록처럼 쓴 글들이 병의 문양이 되어 큰 병이 청백의 델프트웨어가 되는 등 재미있는 장치였어요.


여섯째날에는 암스테르담에 갔었는데요, 헤이그에서 기차로 1시간 거리예요,,
집들이 좁고 높은 구조로 짐을 올리기 위한 도르래가 지붕에 비어져 나와 있는 것이 암스테르담 집들의 특징인것 같아요.
담광장은 유원지처럼 변해서 너무 정신없어서 빨리 통과했습니다.

문트 꽃시장의 꽃가게들을 보며 꽃 좋아하시는 시어머니, 친정어머니 생각을 했구요.
렘브란트 광장도 2011년에 갔을 때는 렘브란트 동상 혼자 있었던 걸로 기억되는데,
주변으로 그의 그림 "야경꾼"에 등장하는 인물들이 둘러싸고 있어, 높이 계신 렘브란트씨가 외롭지는 않겠다 싶었습니다.


자전거 보급율이 높은 나라답게 운하 다리 난간에 자전거들이 가득 매여 있구요.

국립미술관과 고흐미술관 앞쪽 마당의 그 유명한 "I amsterdam" 조형물에는 사진찍으려는 관광객들이 다닥다닥 붙어있어서 그 또한 진풍경입니다.
그림에 전혀 조예가 없는 신랑과 함께 간 탓에, 2011년에 한 번 다녀왔기도 했고 또, 미술관에 가지 않겠다는 신랑을 두고 혼자 다녀올 수 없어 국립미술관, 고흐미술관 마당만 밟고, 기념품가게에서 기념품 몇 가지만 사가지고 아쉬운 발걸음을 돌렸습니다.


워털루광장 벼룩시장 구경도 했구요.
일곱째 날은 다시 헤이그 시내로 나갔습니다.
마우리츠하위스 미술관에서 드디어 그 유명한 "진주 귀고리 소녀"를 만났습니다.

생각보다 그림이 작아서 놀랐습니다.
그리고 마우리츠 하위스 미술관은 사진찍는 행위를 전혀 금지 하지 않는 것에 또 한번 놀랐습니다.
많은 사람들이 그녀를 배경으로 사진을 직었습니다.
방의 중앙에 있는 소파에 앉아 그녀를 바라보고 있자니, 단정하고 선명한 그녀의 인상과 눈빛때문인지,
풀어서 길게 늘어뜨린 제 머리가 갑자기 거추장스럽게 느껴져 주머니를 뒤져 머리끈을 찾고,
실내 공기가 훈훈해 열어놓은 점퍼의 앞지퍼도 닫아 올렸습니다.
그녀에게는 사람을 단정하게 만드는 힘이 있나봅니다.

베르메르의 또 다른 대표작 "델프트 풍경"이 "진주 귀고리 소녀"와 마주보고 걸려있었습니다.
"진주 귀고리 소녀"가 낯익은 탓인지, 취향 탓인지, 그림이 주는 감동은 "델프트 풍경"이 더 크게 느껴졌습니다.
같은 방에 열두점의 그림이 걸려있었고, 그 중 베르메르의 작품은 모두 세 점이었는데,
베르메르가 다른 작가들과 구별되는 독특한 색감을 지녔음을 알 수 있습니다.
여행 마지막날, 국제사법재판소가 있는 헤이그시내 북쪽의 평화궁에 갔었습니다.
마당의 한켠에 있는 건물에 기념품샵이 있고, 사진들이 전시되어 있고, 스크린에서는 2차대전 당시의 영상이 상영되고 있었습니다. 저 평화궁 마당으로 가기위해서는 안내소의 엑스레이 시설을 통과해야 하는 모양인데, 개인적으로는 들어가기 쉽지 않은 듯 보였습니다. 안내소 내부의 사진과 영상을 본 것으로 만족하고 돌아 나왔습니다.


평화의 궁 답게 평화의 상징 비둘기 모양으로 벤치를 꾸며놓았습니다.

찾아보니 "평화의 불꽃"이라네요, 비석의 원 안에서 작은 불꽃이 타고 있었구요, 주변으로는 각나라의 이름이 붙어있는 돌들이 열쇠구멍 모양으로 불꽃을 둘러싸고 있습니다.
이렇게 헤이그 평화궁을 마지막으로 8일간의 네덜란드 여행을 마치고, 스키폴 공항으로 향했습니다.
현지인 집에서 묵은 탓에 네덜란드 사람들의 생활을 단편적이나마 엿볼 수 있었는데요,
단순하고 실용적인 살림살이들과 평균신장이 세계에서 가장 크다는 사람들이 대부분 작은 차를 타고 다니는 모습들에서
듣던대로 네덜란드사람들이 실용적이란 생각이 들었습니다.
암스테르담이 오래된 도시의 모습을 간직하고 있어 볼거리가 많고 화려해서 관광객들로 붐비는가 하면,
헤이그는 행정중심 도시 답게 현대적이고, 조용한 편인듯 싶습니다. 그러면서도 마우리츠하위스 미술관이나 이준열사 기념관이 있고, 미니어쳐도시 마두로담(못가봤네요), 몬드리안 작품을 많이 소장한 허밍튼뮤지엄(집주인 아저씨가 추천했으나 못가봤어요)같이 볼거리도 적지 않습니다.
델프트는 도시 자체가 작고 아기자기해서 전통을 간직한 소도시의 멋이 있구요, 로얄델프트 박물관, 프린젠호프박물관등의 좋은 박물관이 있어 좋았습니다.
즐거운 유럽여행! 함께 나누는 추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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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낭길잡이★유럽 배낭여행
(http://cafe.daum.net/bpguide)
첫댓글 그들의 철저한 상인기질은 지금도 잘전해지고 있고 더치페이란 용어도 그들을 빗대서 나온용어라더군요
도착한날 짬뽕라면을 끓이며 집주인 아저씨께 함께 드시겠는지 여쭈었더니 흔쾌히 동의하시고 몇젓가락 얻어드시고는 3일후에 네덜란드 전통음식이라며 "삐스프(완두콩같이 파란콩으로 끓인 스프)"라는 음식을 대접해 주셨어요~! 저랑 신랑은 "역시 더치사람다워~"라고 생각했습니다~.
델프트는 저도 못가봤는데 아기자기하고
예쁘네요
유럽의 도시는 찍는데로 참 멋져요
몇일전 말레지아 다녀왔는데 특이한사진이나 멋진것을 찍으려해도 카메라에 담을게 없어서 난감했네요 ㅎㅎ
뜨거운 나라여서 그런건지..
옷차림도 넘 허술해보이고
시장도 그렇고...
제가 넘 외곡됐는지...
ㅎㅎ 왜곡되셨다기보다, 관점이나 취향의 차이때문이지 싶어요~
꼭 가보고 싶은 나라중의 하나가 네델란드인데 사진으로나마 즐감했습니다. 언젠가 꼭 가야겠다 다시한번 다짐하게되네요.ㅎㅎ
날씨가 흐려 사진이 좋질 않은데 즐감하셨다니 다행이예요~
이번 3월 말에 암스테르담 자유여행을 계획중이예요.헤이그에 있는 숙소 연락처 부탁드려도 될까요?
참!참!!! 메일주소 mihwa-33@hanmail.net 입니다
찾아서 매일로 알려드릴께요~
4번째 유럽여행때 네덜란드도 갈생각입니다 4번째 유럽여행때는 영국 프랑스 독일 이탈리아 스페인 네덜란드 포르투갈을 갈것입니다
스페인, 포르투갈 여행 예정이시라니 부럽습니다~^^
holyfree님 덕분에 네덜란드 여행 후기 잘 읽었습니다.
네덜란드, 암스테르담, 레이던, 헤이그를 여행할 계획입니다.
후기를 통해서 많은 도움이 되었습니다.
감사합니다.
도움이 되셨다니 다행이네요.
저도 대학도시 라이덴에 가보고 싶었는데, 암스테르담 가는길에 라이덴역에 잠시 정차한 기차창밖으로 휙~ 스쳐 보았네요.
네덜란드 여행 잘 다녀오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