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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제 8 장/ 혈투(血鬪) --
이 즈음 낙양(洛陽)의 천소표국(泉笑驃局),
본가를 찾았던 영호충은 다시 이곳으로 와 막 호인풍의 한 중년인을
만나고 있었다.
"헛허..... 어서 오시오, 장군(將軍)! 설마 이토록 귀한 분이 추루한 본
표국을 다 찾아주시다니.....!"
"처음 뵙겠읍니다. 국주.....!"
중년인은 천소표국의 국주로서 막여사(漠如思)라는 인물이었다.
두 사람이 만난 곳은 한 거실, 그는 웃으며 영호충에게 자리를 권했다.
"허허..... 정말이지 크게 놀랐소이다. 설마하니 이처럼 젊은신 분이 금
의위의 대한장군(大漢將軍)이시라니..... 어서 이리 좀 앉으시지요."
"환대해 주시니 고맙군요."
이에 영호충이 사의를 표하며 앉자 막여사는 웃으며 곧 찾아온 용건을
물었다.
"한데 장군께서 찾아주신 까닭은.....!"
영호충은 가볍게 읍을 해 보이며 차분히 말했다.
"다름이 아니라 국주께 몇가지 여쭤볼 말씀이 있어서....."
"허허..... 어쩐지 심상치가 않군요. 기실 현 천하의 생살권을 쥐고 있다
고 봐도 과언이 아닌 금의위의 장군께서 이렇게 한갖 보잘것 없는 야인을 찾아
물어보실게 있으시다니, 혹시 우리에게 뭔가 잘못된 점이라도 있었던 것인가요?"
영호충은 가볍게 미소지었다.
"그렇지는 않읍니다만, 혹시 달포 전 쯤에 국주께서는 누군가로 부터 한
여인의 시체를 금릉까지 호송해 달라는 청탁을 받지 않으셨던가요?"
"여인의 시체.....?"
막여사의 얼굴에 일순 흠칫하는 기색이 떠올랐다.
그러나 그것도 잠시, 그는 곧 다시 고개를 주억였다.
"그렇군요. 그러고 보니 확실히 그런 일이 한 번 있었소이다. 바로 신
궁이라는 묘한 성씨의 여인을 말씀하시는 듯 하온데.....!"
"그렇읍니다. 해서 그 여인의 죽음에 대해 몇 가지 알아야 할 사항이
있어서 온것이온데.....! 혹시 국주께서는 아직도 일을 청탁한 사람을 기억하고
계시는가요?"
"허허..... 거 참, 곤란하군요. 본시 표국이란 사업의 성격상 그런것은 비
밀로 붙이는 것을 원칙으로 하고 있는데.....!"
이에 막여사는 잠시 난처한 웃음을 지었으나 곧 다시 가볍게 고개를
끄덕였다.
"하지만 뭐 장군께서 이처럼 직접 찾아와 조회를 청하시니 특별히 말
씀드리기로 하지요. 이름은 모르지만 그는 한 죽립의 젊은 무사였소."
이에 영호충은 빙긋 미소지었다.
말마따나 이들은 여간해서는 청탁자나 그 내막을 남에게 알리지 않는
것을 불문율로 하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인상착의는.....!"
"허허..... 글쎄 뭐랄까, 간략히 말씀드리자면 흡사 온몸에서 잘 갈아진
한 자루의 칼날같은 예기가 퉁겨지는 젊은이였소. 죽립에 흑색 경장차림을 하고
있었는데 한 눈에도 무시무시한 고수임을 깨닫게 하더구료."
"죽립에 흑색.....?"
이에 영호충은 일순 가볍게 흠칫 함을 금할 수 없었다. 그가 말한대로
라면 사내는 분명 백루의 살인자와 동일한 차림새를 하고 있었던 것!
'가만.....! 하다면 이건 혹.....?'
동시에 그의 뇌리에는 번뜩! 거의 희박한 가능성을 가진 묘한 추측이
한 가지 떠올랐다.
그것은 바로 청탁을 한 사내가 진짜 백루의 살인자였다면 신궁가의 딸
을 살해한 것이 바로 동일인이 아닐까 하는 것!
즉, 그는 이미 신궁희연을 살해한 자들이 백루의 자객들이었음을 아는
만큼, 사실이 그렇다면 그 검은 옷의 청탁자는 그녀를 죽인 후 다시 시체를
집으로 보내 달라는 묘한 청탁을 하지않았을까 하는 것을 포착해 낸 것이었다.
하지만 막여사의 다음 말!
"허허..... 그리고 또, 생김새는 같은 남자라도 한 눈에 반할만큼 수려한
모습이었는데 여인의 죽음에 무척이나 슬퍼하고 분노하는 모습이더구료."
"슬픔과 분노.....?"
여기에서 영호충의 그 추측은 다시금 벽에 부딛치고 말았다.
기실 혹시라도 검은 옷의 청탁자가 진짜 신궁가의 딸을 살해했다면,
또한 어떤 나름대로의 다른 목적을 지니고 시체를 집으로 보낸 것 까지도
충분히 있을 수 있는 일이었다.
하지만 아무리 생각해 봐도 자객이 죽인 여인의죽음에 분노하거나 슬
퍼해야할 까닭이 없는 것이다.
결국 왕우진과 그녀 사이에 얽힌 사연까지 알지 못한 이상 추측은 당
연히 벽에 부딪힐 수 밖에 없었던 것!
이에 그가 몹시 곤혹스러운 표정을 짓자 막여사는 다시 너털웃음을 지
었다.
"허허..... 그런데 왜? 혹시 소인의 말에 믿겨지지 않는 점이라도.....?"
"아니, 그런것은 전혀.....! 그저 잠시 뭔가 떠올랐다 스러진 점이 있어
서.....!"
영호충은 한 번 더 고개를 갸웃했다.
"하온데 국주께서는 그가 왜 여인의 죽음에 무척 슬퍼하고 있다는 것
을 느끼신 것인지.....?"
"허허..... 그야 사람에게는 직감이라는 것이 있지 않겠소? 특히 이런 일
을 오래 하다보면 그런 감각은 더욱 발달하는 것인데, 뭐 느낌으로는 대충
무척 친근한 사이가 아니였나 싶더구료. 처음 청탁을 해올 때 그가 보인것은
분노로 인한 쏘는 듯 처절한 살기(殺氣)! 그러나 또한 그러한 와중에도 그는
여인의 관을 온통 꽃으로 장식케 했었는데, 이는 결코 무관한 관계로서 할만한
일이 아니라서.....!"
"친근한 사이라..... 과연.....!"
이에 영호충은 다시 한 번 고개를 끄덕였다.
비록 처음의 추측은 빗나갔다 하더라도 막여사의 말로 인해 그는 다시
처음의 생각이 어느정도 맞아 떨어졌다는 것을 깨달은 것이다.
그것은 설령 그가 여인을 죽이지는 않았다 하더라도, 같은 백루의 살
인자가 아닐까 것이었다.
더불어 그는 급기야 백루를 피로 씻어낸 흑보살(黑菩薩)이라는 전대미
문의 살인자까지 생각해 내기에 이르렀는데.....!
결국 그가 같은 백루의 자객으로서 말마따나 그녀를 잘알고 있었던 사
이였었다면, 그는 분명 그녀의 죽음에 복수를 하려 들었을 것이고 또한 그
결과가 백루의 괴멸로 이어진 것임이 아닐까 하는 추측을 해낸 것이다.
'그래. 아마도.....! 역시 가능성이 있다! 그랬기에 벽에 이름을 남기는
등 상식밖의 짓을 했을 것이고..... 또한 사실이 그렇다면 그는 이미 그녀를
죽이도록 청부한 자가 누구인가도 이미 알아냈을 것! 분명 재차 복수를 감행하기
위해서 나타나기 쉽다.....!'
이에 영호충이 골똘히 생각에 잠기자 막여사가 다시 너털웃음을 지었
다.
"허허..... 뭔가 얻으신 점이 있으신가 보구료. 아무튼 소인이야 그 여인
이 누군지, 또는 무엇 때문에 그런 한갖 여인의 죽음에 금의위가 나섰는지
모르지만 오로지 곱게 시체를 보내준 죄밖에 없으니 그 점만 양지해 주셨으면
좋겠소."
영호충은 빙긋이 웃으며 비로소 자리에서 일어섰다.
"그야 물론, 사실 국주께서야 무슨 잘못이 있겠읍니까? 오히려 이렇게
협조를 해주셨으니 소관으로서는 그저 고마울 수 밖에.....!"
"허허..... 도움이 되셨다면 기쁘구료."
그와 함께 영호충은 곧 그에게 작별을 고한 후 천소표국을 빠져나왔
다.
'역시 열쇠는 흑보살 그에게 있는게 분명하군.....'
다각다각..... 어둠을 가르는 경쾌한 말굽 소리, 그러나 길을 가는 그의
심정은 몹시도 어둡고 침울했다.
'하지만 뜻하지도 않게 나는 어째 몹시도 추잡한 사건에 말려든 것 같
은 느낌이 든다. 알고봤더니 죽은 여자의 아비라는게 바로.....!'
기이한 일이었다.
기실 철병 영호충, 항상 입가에 유쾌한 웃음을 잃지 않았던 그!
한데 그가 이토록 침울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니.....!
'참으로 어처구니 없는 사건..... 이러고도 세상에 아직 정의(正義)라는
것이 남아있기나 한것인지.....!'
휘이이..... 십이 월 초의 차갑고 삭막한 바람이 그의 전신을 할켰다.
* * *
다음 날 아침,
도처에는 밤새 하얗게 서리가 내렸다.
그러한 가운데 진강의 쾌활림,
-- 금일휴업(今日休業).
양홍의 도박장은 일찍부터 굳게 문이 닫혀 있었다.
뿐만아니라 높은 담으로 둘러싸인 본관의 주위에는 수많은 무사들이
외부의 발길을 통제하는 가운데 보이지 않는 감시를 하고 있는 상태,
진시(辰時) 쯤 왕우진은 노목삼의 가족과 함께 다시 지난 밤 도박을
벌였던 그 밀실로 안내되었다.
그러한 그들을 향해 양홍이 음험히 웃었다.
"흐흐..... 어떤가 목삼, 지난 밤은 푹 쉬었는가?"
"물론.....! 덕분에 크다란 돼지를 잡는 꿈을 꾸었지."
노목삼은 이 무렵 어제에 비해 상당히 원기를 뒤찾고 있었으며 일견하
기에는 꽤 여유도 있어 보였다.
하지만 그것은 어디까지나 겉보기였을 뿐, 실상으로는 어제보다 더욱
긴장하고 있었다.
기실 왕우진으로 부터 어쩌면 오늘 무서운 싸움이 벌어질지도 모른다
는 언질을 받았던 처지가 아니었던가?
이에 비록 태연을 가장하고 있었으나 내심으로는 바싹바싹 타는 듯한
심정으로, 과연 지난 밤 왕우진이 일러준데로 그는 한사코 가족들과 함께
그로부터 열 걸음 이상 떨어지지 않으려고 애써고 있었다.
하나 이러한 심정을 아는지 모르는지 양홍은 계속 크다랗게 웃었다.
"핫핫하..... 돼지를? 하다면 자네 조카는 오늘도 많은 금자를 따게 되었
군! 본시 돼지는 재신(財神)이라고들 하지않나?"
창백한 얼굴의 왕우진이 입을 열었다.
"허튼 소리는 치우고 그만 시작하도록 하자. 이규라는 자는 어디에 있
나?"
"이규.....?"
일순 양홍은 흠칫하는 기색을 보였으나 곧 다시 음험한 웃음을 떠올렸
다.
"흐흐..... 그 어리석은 놈은 지난 밤 자진해서 손목을 끊고 이 세계를
떠났다. 아주 정신이 돌아버린 것 같더군! 자네에게서 뭔지 소름끼치는 기(氣)를
느꼈다던가?"
얼핏, 왕우진의 입가에 보일 듯 말 듯 한 줄기 지독히 냉혹한 웃음이
걸렸다.
"그랬다면 그 자의 인생에는 도움이 되었겠군. 이런 세계에서의 삶이란
비참한 종말 밖에 없으니까."
양홍역시 이 말에는 동감했다.
"흐흐..... 사실 그건 그래. 뭐, 솔직히 나도 도박장에서 거의 평생을 보
내다 싶이 했지만 아무리 난다긴다 하는 전문가도 좋은 결말이 나는 것은 보지
못했지. 대개가 저보다 더한 전문가에 부딛쳐 폐인이 되기 쉽상이었으니까."
"후후..... 설마 전주인 당신이 그런 소리를 하다니, 이런 사실을 알면
도박을 배우려는 자가 없겠군."
왕우진은 싸늘히 다시 냉소지었다.
"하다면 오늘은! 당신이 직접 나를 상대할건가?"
순간 양홍은 한 번 더 크다랗게 웃었다.
"핫핫하..... 천만에! 나는 관리만 맡아서 할뿐 실제 도박에는 그다지 솜
씨가 없어! 해서 특별히 오늘은 내 자네를 위해 천하의 대가(大家)를 두 분
초대했네만.....!"
그는 계속 밀실의 문쪽을 가르키며 희희낙낙 외쳤다.
"하하..... 자, 그럼 우선 인사부터 드리도록 하게나! 그 중 한 분은 이
진강 쾌활림의 림주(林主)이시자 대명이 쟁쟁하신 인협월(人俠月) 마문기
(馬文基), 마방주(馬幇主)이시고 또 한 분은 이제부터 자네의 상대가 되어줄
도신(賭神) 천마성(天馬星), 천대형이라네!"
끼이이.....!
그러자 마치 기다렸다는 듯 밀실문이 열리며 약 십여 명의 심상치 않
은 위용의 무사들에게 둘러싸인 두 남자가 들어섰다.
그 중 좌측의 사내는 일신에 황의장삼을 걸친 오십 대 중반의 중년인
으로 마치 온 몸에 찬바람이 일듯 지독히 냉정한 눈초리와 싸늘한 기도를
지니고 있었다.
얼핏 보기에도 상상을 불허할 만큼 냉혹한 승부사의 기질이 느껴지는
사내.....!
그리고 그 옆의 사내는 갓 설흔 전후의 나이로 뜻밖에 젊었다.
하나 그의 전신에는 오히려 중년인보다 더 한 층 싸늘한 냉기(冷氣)가
풍겨지고 있었을 뿐더러, 설상가상 독수리 처럼 길게 찢어져 올라간 눈에
서는 연신 새파란 불줄기가 쏟아지고 있어 실로 보는 이로 하여금 심신이
오그라붙을 듯한 위압감을 주고 있었다.
실팍한 눈꼬리와 푸른빛이 감도는 입술에는 섬칫할 정도의 잔인함과
음탕함이 서렸다.
"림주(林主)!"
한데 그가 마문기였던지, 그가 들어서자 즉시 미리 와있던 무사들이
일제히 한 무릅을 꿇고 부복지례를 취했다.
"..........!"
하나 그는 그들을 거들떠 보지도 않고 곧 바로 비수같은 시선을 왕우
진에게로 고정시켰다.
그러자 금시라도 퍽 하니 터져버릴 듯 두 사람의 사이에 고조되는 긴
장감,
물론 왕우진 역시 그의 시선을 피하지 않았다.
그의 눈빛이 비수라면 왕우진의 눈빛은 온통 어둠이었다. 마치 그의
눈빛을 모조리 빨아 들이듯 동굴속같이 깊고도 음울한.....!
동시에 마문기의 입꼬리가 말리며 얼핏 한 줄기 섬칫한 웃음이 걸렸
다.
"후후..... 아랫것들에게 이미 자네에 대한 이야기는 들었지. 한데 보아
하니 실상은 좀 다르군. 저 어리석은 것들은 너를 그저 한 뜨내기 시골무사
같다고 했지만 실제로 보니 예사의 무사같지가 않아."
너.....!
왕우진도 한 줄기 차디찬 냉소를 머금었다.
"너에 비하면 어떨것 같은가?"
"이..... 이런?"
"말을 삼가해라! 감히 어느 안전이라고 함부로.....!"
일순 양홍 등, 무사들은 안색이 홱 돌변했다.
"왜? 내가 무슨 실수라도 했단 말인가? 어차피 너희들의 상전일 뿐 나
와는 별 상관이 없는 인물이다.
반면 너라는 호칭을 그가 먼저 사용했고..... 나는 받은대로 되돌려 줬을
뿐이다."
빙긋, 마문기의 입가에 한 번 더 잔인한 웃음이 떠올랐다.
"후후..... 딴은 맞군. 어쨌건 양홍은 듣기좋게 인협월(人俠月)이라 소개
했지만 원래 본좌는 인혈월이라 하지. 우리 통성명이나 할까?"
왕우진은 계속 밤처럼 어두운 눈빛으로 그를 응시했다.
"좀 더 후에..... 그건 판이 끝날 때쯤 하기로 하지."
"좋게 대하고 있는데도.....!?"
마문기의 눈꼬리에 얼핏 살기가 돋았다.
"어쨌건 좋아.....! 한데 듣자니 막대한 전표를 지닌채 지난밤 판을 쓸었
다고?"
"약간 정도지. 운이 좋았다고나 할까?"
양홍이 나섰다.
"흐흐..... 그럼 새로 소개하도록 하지. 여기 이 노형의 이름은 천마성이
라고 한다. 이규대신 자네의 상대가 되어줄 것인데 세상사람들은 천대형을
도신(賭神)이라고도 부르지."
"도신인가?"
왕우진은 다시 한 줄기 냉소를 머금고 마문기를 향했다.
"하나 시작하기 전에 한가지 해결할게 있다. 알다싶이 지난 밤 판을 휩
쓴것은 바로 나였지. 따라서 오늘 상대해야 할 사람도 바로 나, 또한 현재
모든 금전을 지닌 사람도 나다. 한데 자네의 수하 양홍은 숙부님과 가족을
한사코 잡아두려고 하는데 그건 왜이지? 혹시라도 내가 달아날 것을
우려해서인가?"
일순 마문기의 실팍한 눈길이 묘한 음란함을 싣고 힐끗, 노목삼의 딸
노운설에게로 옮겨졌다.
역시 저 아름다운 처녀에게 음욕을 품고 있음이 분명한 것이었다.
하나 천하에 제 아무리 뻔뻔스러운 자라도 노골적으로 그런 속을 털어
놓기란 힘든 법, 이에 그는 곧 다시 시선을 왕우진에게로 되돌리며 음험히
웃었다.
"후후..... 아마도 그런 생각이었던게 분명한 것 같군. 한데 이런 것을
묻는 저의는.....?"
"당연히 보내달라는 뜻이다. 맹세코 그래도 나는 달아나지 않아. 일단
저 소심한 양홍과는 격이 달라 보이기 때문에 하는 말이다."
소심한 양홍과는 격이 달라보인다.....!
순간 마문기의 눈빛이 잠시 흔들렸다
기실 음심을 품었건 사랑을 품었건, 한 여인에게 관심을 가진 사내가
그에게 당당해 보이고 싶어하는 것은 당연한 법칙 아닌가?
한데 이렇게 꼬집기까지 한바에야 거절을 한다면 여인의 눈에 비친 자
신은 당연히 왕우진의 언급처럼 또한 소심한 사내로 전락될 수 밖에 없는
것이다.
반면 자신이 아는 한 노목삼은 분명 잃은 재물에 눈이 뒤집혀 아내와
딸은 물론 자신의 목숨까지 도박을 벌인 그런 사내였다.
따라서 이런 인간이 재물을 포기하고 도망치기란 실로 힘든 법,
'하긴, 어차피 놓아준들 다시 옭아들이기란 여반장.....!'
이에 마문기는 곧 한 줄기 섬칫한 웃음을 떠올리며 고개를 끄덕였다.
"좋아. 그게 신경이 써인다면 보내주도록 하지. 양홍!"
그러자 양홍은 일순 멈칫하는 기색을 지어보인 후 노목삼을 향했다.
"흐흐..... 하는 수 없군! 림주께서 인심을 베푸신 이상 너희는 가도 좋
다! 실로 목삼, 네놈은 꼴만봐도 구역질이 날 지경이니!"
왕우진 역시 두어번 고개를 끄덕여 보였다.
"숙부께서는 먼저 집으로 가 계시도록 하시오. 곧 뒤따라 갈터이니.....!"
하지만 말뿐, 그가 뒤따라 올리가 없는 것이다.
더우기 금자는 자신이 가지고 있다고 했으나 실상 자신의 것은 모두
돌려받고 있었던 터.....!
이에 노목삼은 얼핏 눈에 감격의 빛을 떠올린채 머뭇머뭇 망설이는 태
도를 보였으나 결국 어쩔수 없음을 깨닫고 무겁게 이마를 주억였다.
"그럼 우린 이만..... 모쪼록 조심하게나 조카.....!"
하지만 이러한 그의 태도는 양홍이나 마문기의 눈에 분명 재물을 두고
떠나기 싫어하는 것으로 비쳐졌다.
이에 노목삼과 가족이 몇 번이고 뒤를 돌아보며 실내를 나가자 마문기
는 역시 자신의 판단이 옳았다는 듯 냉소지었다.
"그럼 이젠 이규를 꺽었다는 솜씨를 보도록 하자. 방식은 뭘로 할텐
가?"
왕우진은 아무렇게나 대답했다.
"후후..... 어제 이규를 상대를 내가 한것은 대수(大數) 노름이었지. 하지
만 오늘은 너희들 멋대로 해도 좋아."
"우리 멋대로.....?"
그러자 마문기 양홍 등은 흠칫 의아한 기색을 떠올렸다.
기실 왕우진 그는 이제, 곧 이천 금이 넘는 수중의 막대한 재물을 걸
고 자신들과 한 판의 크다란 승부를 벌이게 될것이고,
또한 상대는 도신(賭神)이라고 불리울 정도의 탁월한 대 도박사로 일
단 승부가 시작되면 그가 자신들을 상대로 이겨낼 가능성은 거의 전무하다고
봐도 틀림이 없다.
한데 멋대로 하라니.....?
이는 수중의 막대한 재물을 전혀 아끼려는 눈치가 아닌데다가, 더더우
기 실내를 절반이나 메우고 있는 무사들에 대해서도 일절 위기감을 느끼지
않고 있는 것 같은 태도이니.....!
이에 그들은 아무리 생각해도 눈앞의 이 젊은 녀석의 태도가 도저히
이해가 가지 않았던 것이다.
첫댓글 즐독 합니다
감사합니다
감사합니다.
즐~~~감!
감사합니다
즐감합니다.
감사합니다
즐감하고 감니다
고맙습니다
감사합니다.
감사합니다.
잘 보고 갑니다. 감사 합니다..............................................
감사합니다.
잘 보고 갑니다..
즐독입니다
도신과 마문기를 웃습게 아는 왕선생~~~
감사 합니다
감사합니다. 오늘도 잘보고 있습니다~~~
즐독이랍니다
재미 있게 읽고 갑니다
감사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