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Daum
  • |
  • 카페
  • |
  • 테이블
  • |
  • 메일
  • |
  • 카페앱 설치
 
별의정거장
 
 
 
카페 게시글
꿈꾸는타자기 스크랩 나의글 아들은 빈대떡을 부치고...*^^*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
victoria 추천 0 조회 33 10.02.12 02:06 댓글 6
게시글 본문내용

 

다시 설날이다.

양력 설날부터 음력설날까지 한 달 보름...

어찌 고단하게 지냈던지 '새로 고침'버튼을 눌러 다시 시작하고 싶은 심정이다.

음력 설날으로 2010년을 새로 여는 날로 잡고 다시 힘을 모아볼 계획을 세워본다.

그다지 반갑지 않은 눈 소식..

雪蝕(Snowpocalypse:올겨울 워싱턴을 덥친 무지막지한 양의 눈을 설명하는 신조어..를 본인 임의로 번역한 것임. 

          개기일식인 'apocalypse'에서 파생한 것으로 추정됨,)으로 고통받는

워싱턴 사람들을 떠올리곤 그냥 감사한 마음으로 맞아들인다.

 

 어제부터 김치와 파, 양파를 썰어 놓고 돼지비계로 기름을 빼놓았다.

아침부터 분주히 녹두를 담그고, 숙주나물을 데쳐서 식히고...

요리학원에서 돌아온 아들에게 가문의 비방인 '빈대떡 레시피'를 전수하기 위해 만반의 준비를 갖추었다.

지난 가을에 고추장아찌 담글 때 처럼 작은엄마와 짝을 이루어

'무서운 오마니 '밑에서 빈대떡 부치기를 배우는 상윤이...

칼을 쓰고 불을 쓰는 요리작업이므로 교관의 말투가 상당히 엄격해짐을 엄두에 두시기 바란다.. *^_^*

 

 

                                                        185cm의 기럭지에 어울리지 않게 섬세한 아들...

 

 

 

 

작은 국자로 듬뿍  하나 떠서 프라이 팬에 놓고 숟가락으로 가장자리를 조심스레 궁글리는 중..

 

 

쌀가루를 전혀 섞지 않아 입에서 살살 녹지만(^^*), 녹두 빈대떡 뒤집기는 보통 힘든일이 아니다.

숙달된 조교가 되기까지 뒤집다 쪼개지고 만신창이 되는 빈대떡이 열 두어개 이상이 되는 것이 다반사인데,

상윤이는 딱 한 개 부스러뜨리고는 잘도 뒤집는다..(고슴도치 어미 또 다시 등장!ㅎㅎ)

 

 

뒤집기 준비...

 

 

프라이 팬을 기울여  기름이 골고루 가도록 조절도 한다.

 

 

달력종이를 깔아 놓은 싸리채반에 가지런히 빈대떡을 앉힌다.

 

 

평양이 고향이신 아버님은 달덩어리만 한 두툼한 빈대떡을 좋아하신다.

할아버지 드릴 것이라며 반죽을 두 국자 듬뿍 떠서 부치는 아들..

효손이로고... *^_^*

 

 

One more !

 

 

이만한 다라로 두 다라 반을 부쳤으니 세 시간 반이 후닥 지나갔다.

기다란 다리를 어찌할 바 몰라하며 이리저리 접었다 폈다, 꿇어 앉았다가 ,양반다리로 앉았다가 난리를 치던 아들이

작은 엄마의 앉음새를 컨닝하고선 오른 쪽 무릎을  세운 '아줌마 자세'로 얼른 고쳐 앉더니 편하게 일을 했다.

눈치 하나는 어찌 빠른지, 어디 가도 자기 밥그릇은 차고 앉을 듯해서 안심이 되기도 한다.

깔끔하게 마무리까지 수고한 상윤이에게 특별히 시간당 수당을 지급했다.

얼마 안 되는 돈이지만(청소년 노동력 착취로 고발 당할까 봐 액수는 밝히지 않음) 자신의 노동의 댓가로 받은 것이라

좋아서 입이 귀에 걸린 아들을 보며 어찌나 대견하고 고맙던지...

지난 한 달 보름 남짓 가슴을 짓누르던  아들의 앞길에 대한 불안이 조금 옅어진다.

 

내일은 만두를 빚는 날이라

어제 미리 아들과 만두반죽을 해놓고 수시로 주무르고 두들기며 길들이고 있다.

나긋나긋하지만 차진 반죽으로 거듭나도록 만들기 위해 우리집 만두 반죽은 갖은 학대를 받고 있다.

내일도 요리학원에서 돌아오자마자 만두빚기에 동참할 아들은 일찌감치 샤워를 하고 잠자리에 들었다.

고단하지만, 뿌듯한 마음에서 아들의 첫 빈대떡 만들기를 기념하며

이 글을 올린다.

 

      새해..복 많이 받으세요.. *^_^*     

 

 
다음검색
댓글
  • 10.02.12 21:06

    첫댓글 익은 것과 안 익은 것을 금세 구별해내는군요. 전은 차례상이나 세찬상에 오르기 전, 그러니까 바로 그림에서처럼 기름에 튀겨 나온 것을
    바로 먹을 때가 맛있더라고요. 전뿐 아니라 세상사 반칙할 때가 재밌고요 ㅎㅎ

  • 작성자 10.02.13 20:38

    솔직히 말씀드려서 전 부칠 때 바닥이 익었는지 안 익었는지 구별하기까지 많은 내공이 필요하더군요. 자세히 설명해주며 가르치다 보니 눈썰미가 있는 아이라 빨리 익히네요. 어떤 일이든지 시행착오를 거쳐야 숙달되는 거지요..상윤이가 이렇게 '감' 잡는 일이 빨라지기 까지 굉장히 힘든 과정을 거쳤답니다..자폐장애란 것이 사회적 상식이 부족한 것이 특징이다 보니, 눈치로 파악하는 걸 계속 연습시켜야 했습니다. 에구..그 과정을 생각하면 한숨부터 나오지만, 그런 끈질김이 있었기에 오늘날 편해지나 봅니다...역시 전은 부치면서 날름날름~ 호호..세상사 반칙..은..^^*..가끔씩 아슬아슬하게 스쳐지나긴 하지만 보기보단 소심한 아낙

  • 작성자 10.02.13 20:40

    인지라..감히 저지르지 못 하는 일들이 많답니다..하하...기름 듬뿍 두른 번철에서 바로바로 지져나오는 빈대떡 맛은~호호...고소하면서 살살 녹습니다.. *^_^* 빈대떡 부치기는 제 특기랍니다. 설명절 즐겁게 지내시고, 새해 생산하시는 것마다 홈런치시기를 기원합니다아~

  • 10.02.13 11:51

    아이고~~~녹두전을 엄청 좋아하는 헤리자!!! 그렇지만 녹두전보다...... 잘 생긴 아드님의 모습에 눈길이 꽂힘은 어인일인지.....제가 두 딸의 어미입니다...ㅋㅋㅋ 하지만 나이 차가 ...아무리 연상연하 커플이 홍수(?)를 이루는 이즈음이라 할지라도...과욕임을 압니다요^^ 작은 엄마의 앉음새를 컨닝하고 오른 쪽 무릎을 세운 아줌마 자세로 얼른 고쳐 앉은...아드님께 안부를 전해 주세요~누구 아들인지 엄마는 좋겠따아........(아들 없는 엄마의 시새움도 좀금은 섞인...ㅎㅎ 녹두전 먹고 싶어 그러는 것 아님...ㅋㅋ)눈치 못챘겠지? 녹두전 먹고 싶어 하는 입맛을? 후후ㅡㅡ;;

  • 10.02.13 11:53

    상윤이 어머님, 그리고 그 가족님들!!! 새해 복많이 받으세요^^ 그리고 별아저씨두여~♥

  • 작성자 10.02.13 20:44

    헤리자니이이임~보고싶었답니다아~~!!녹두전 좋아하시는군요..어쩌나...가차이 계시면 한 접시 담아가지고 뛰어갈텐데..아들 장가 보낼 생각많해도 입이 절로 벌어지는 어미랍니다..아들 덕에 요즘 많이 편해졌어요...과일도 깎아주고 차도 타주고 상도 치워주고...자랑질 실컷 할랍니다..ㅎㅎ...녹두전 부쳐서 동동주...?..생각만 해도 신나요..ㅋ..헤리자님도 두 따님과 함께 행복한 새해 열어가시길요~ 감사합니다.

최신목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