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과가 거의 꽝 수준이라 굳이 조행기라 말하기엔 얼굴이 화끈 거리지만
혹 이쪽에 갈 일이 있으면 한 번쯤 아래 사진으르 기억해 두는 것도 도움이 될 것 같아
몇 장 올려봅니다.
아시다시피 울릉도 낚시 시즌은 6월이 되야 시작됩니다.
5월 현재 일부 지역에서 망치(망상어)와 전갱이, 작은 씨알의 감생이와 뱅에돔을 간헐적으로 낚을 수는 있지만 낱마리 수준이고
씨알 또한 25센티 아래쪽이 대부분이다.
참돔이나 부시리를 노리는 꾼들은 전혀 찾아볼 수 없다.(아직 시즌이 되지 않았다는 뜻이다.)
3박4일의 연휴이기도 하고 울릉도에서 선상낚시를 할 수 있도록 배편을 구해놓았다는 연락을 오래전부터
전해온지라 안되면 횟감이라도 건진다는 생각으로 일단 배에 올랐다.
낚시배를 대절하면 반나절에 30만냥을 투자해야하는데 굳이 그럴 필요가 있냐며 선뜻 오징어잡이 배 한 척을 섭외해주었다.
섬목에서 배를 타고 목적지로 향하던 중
좌측에 있는 친구는 현지가 고향이며 몇년간 고깃배도 탄 경험이 있는지라 울릉도 바다에 대해 너무도 잘 알고 있다.
너덧살 아래지만 인연을 맺은지 몇 해 된 까닭으로 올 때마다 극진한 우정을 보여준다.
마지막 점심때에도 울릉도에 왔으니 꺽둑어 매운탕 맛은 보고 가야 한다면서
횟감 몇 마리와 소라를 가져와 손수 마지막날의 안주감을 장만해주었다.
20년 넘게 울릉도 바다에서 오징어배를 운영한 선장님의 넉넉한 인심 또한 고마울 뿐이다.
비록 전문 낚시배는 아니지만 캐스팅이외의 낚시를 하는데에는 아무런 문제가 없다.
일단 까페티를 입었으니 기념사진 한 방 찍고...꽝조사의 길을 달려본다.
비록 활동은 함께 못하지만 지깅사랑 회원인 추산님-지깅사랑 회원이라면 언제나 편안한 잠자리를 제공해 주실 것이다.
작년 가을 1미터 가 훌쩍 넘는 참돔을 낚아 30만원에 팔았다고 자랑이 대단하다.
울릉도 현지인들은 낚은고기를 자로 재어 기록으로 남겨두는 일에 적극적이지 않다.
그런 행위에 별 관심이 없기도 하거니와 과장도 섞여있겠지만 이야기를 들어보면
바닷속에 미터50-2미터 가까이 되는 대물들이 돌아다닌다는 말을 종종 자랑스럽게하곤 한다.
어느정도 뻥을 감안해도 먼가 대물이 있기는 있다는 뜻이다.
1차 목적지는 오끼니시등대 부근- 관음도에서 3킬로 정도 북쪽으로 떨어져있는 곳으로
울릉도 유일의 암초가 형성되어있는 포인트이다.
좌측으로 죽도를 뒤로하고(이 곳 죽도 주변은 잘 알려진 지깅 포인트다)
관음도를 훨씬지나
이 곳 등대 주변은 최저 수심이 20미터지만 이날은 조류가 너무 강하게 흘러 순식간에 원줄이 40미터 이상 풀려나간다.
여밭이 형성되어 있어 시즌에 접어들면 좋은 포인트가 될 것 같은 생각이다.
배를 타면서부터 선장님 왈:
일주일 전 부터 울릉도 전역에 고기가 빠져나가 그물에도 전혀 걸리지 않는다고...안잡혀도 자기 책임이 아니란 말을
몇 벊씩 강조한다. 실제 도착 첫날 저동항에 가보니 문어와 놀래미 외 횟감이 하나도 없다.
고기가 잡히지 않는다는 뜻이다.
등대를 훨씬 지나 수심이 110 미터 되는 곳에서부터 메탈을 내렸다.
250그램 메탈이 150미터쯤 풀려나갈 때 겨우 바닥을 확인 할 수가 있었으니 저킹하는데 보통 힘이 들지 않을 뿐더러
빈 메탈을 회수하는데에도 여간 힘든 일이 아니다.
더구나 수심 160미터 포인트에 닿았을 때는 장비도 맞지않을 뿐더러 나같은 초짜가 접근할 지역이 아니란 생각이 앞선다.
둘이서 팔이 빠지도록 흔들어 보았지만 빈 메탈만 올라올 뿐
헤떼기 한마리가 지깅바늘에 걸린줄도 모르고 감아올리던 추산님 그저 신기해 할 뿐이다.
안주감이라도 마련해야할 것 같아 채비를 외줄로 바꾸어보았다.
꼴뚜기를 꿰어 150미터 바닥에 미끼가 닿자마자 바로 입질이온다.
한번에 5-10마리씩 걸려드는 넘들
이곳 사람들은 해떼기라 부른다.
툭툭 거리며 별 힘은 쓰지않지만 150미터 가량 릴링을 하는 것 만으로도 제법 힘이 든다.
일단 선착장으로 돌아와 회를 뜨고
지리탕이 이렇게 맛있는 줄 몰랐다.
삼선앞 주변 포인트를 샅샅이 뒤져보았지만 외줄이나 타이라바에 전혀 반응이 없다.
다시 등대 뒤로 넘어가 외줄에 전념하기로하고 매운탕거리나 잡자고 의견이 모아졌다.
대물이 아니면 어떠한가
깊은 곳에서 끌어올리는 기분은 장시간 릴링만으로도 대물을 낚는 것 만큼이나 힘이 들터.
돌아오는 길에 만나는 동네 사람들마다 매운탕거리로 열댓마리씩 분양해주고
노을지는 방파에에 앉아 석양을 바라보며 한 잔 하는 기분이란...
사실 이런 맛으로 울릉도에 다니는지도 모른다.
센넘은 못잡았지만 술은 센넘으로...
여름에 다시 찾으면 기어코 그넘들을 만나고 말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