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극인선생의 가사 ‘賞春曲’의 맥을 이어받아 호남가단의 큰별로 평가받고 있는 ‘소고당(紹古堂) 고단(高단)여사 규방가사비’ 제막식이 지난 22일 정읍시 산외중학교 교정에서 열렸다.
이날 제막식에는 고단여사(85)와 남편 김환재옹(87)을 비롯한 가족들과 소고당고단여사가사비건립추진위원회 김연위원장(태산선비문화보존회장), 진춘섭 부시장, 신국중 도교육위원회 의장, 허기채 교육장, 김규령 도교육위원, 이학수 도의원, 이상보 국민대 명예교수, 김석중 장흥별곡문학동인회장, 정창환 문화원장, 김윤자 산외중학교장등 각계인사 2백여명이 참석해 가사비제막을 축하했다.
이날 산외중 교정에 세워진 가사비에는 고단여사의 규방가사 ‘산외별곡(山外別曲)’이 새겨졌다. “가세가세 어서가세 산외집에 어서가세/ 전라도땅 정읍산외 평사낙안 바삐가세-”로 시작되는 산외별곡은 고단여사가 고향인 전남 장흥읍에서 산외면 평사리 평동마을로 시집와 십수년을 보내면서 온몸으로 부대낀 산외면의 수려한 산수와 토속적인 먹거리, 풍수지리, 시댁고향의 발전과 안녕을 기원하는 내용을 진하게 담아내 잔잔한 감동을 주고 있다.
김연위원장을 비롯한 참석자들은 이날 가사비제막식을 계기로 서구문명에 밀려 쇠퇴하고 있는 우리 정통문학이 다시 불꽃같이 재연되기를 간절히 기원했다.
전북향토문화연구회 고문인, 고단여사의 남편 김환재옹은 “노환으로 소고당의 기억력이 갈수록 흐려져가 안타깝다”며 “산외면의 역사를 담은 소고당의 가사문학이 이 지역 후학들에게 휼륭한 교육적 자료로 사용되기를 바란다”고 밝혔다.
경북 영양의 은촌 조애영씨와 더불어 한국 현대규방가사의 쌍벽으로 손꼽히는 소고당은 1977년 ‘삼인 규방가사집’을 펴낸이후 1991년 ‘소고당가사집(상.하)’ 2권을, 1999년에 ‘소고당 가사속집’을 발간하는등 지금까지 60여편의 규방가사를 지었다. ‘삼신기명애무가’와 ‘망향가’, ‘친정길’등이 대표적인 가사로 손꼽힌다.
지난해 KBS전주방송총국으로부터 전북어른상을 수상하고 전주시의원과 전주향교전교를 지낸 남편 김환재옹 사이에 큰아들 형균씨(47.아시아나항공 중국총괄본부장)등 7남매를 두고 있다. 남편 김환재옹은 26년간 칠보중과 산내중, 산외중학생 3명에게 26년간 장학금을 지급해오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이날 제막식이 끝난후에는 최승범 전북대명예교수가 ‘고단여사와 가사문학, 그 담론’, 김준영 전북대 명예교수가 ‘소고당과 가사’, 박요순 한남대 명예교수가 ‘소고당 고단의 가사’를 주제로 학술발표회를 가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