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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언론동아리 시/대/저/널에서
2005년 새내기맞이호 두번째 글을 올립니다.
새내기 여러분의 많은 관심 바랍니다. (--)(__)(--)
「“절망퇴직” 내몰리는 은행권 비정규직
국민은행 2천명 감원…파격보상 “남의 일”
온갖 차별 서러워도 잘리지만 않았으면」
2005년 1월 30일자 한겨레 신문에 나온 기사제목이다. 신문은 이에 덧붙여서 대부분의 국내 은행들은 몇 해 전부터 대졸 신규채용 인력의 상당 부분을 비정규직으로 뽑고 있다는 사실을 보여주었다.『2003년 한 해동안 충원된 시중·지방은행 인력 4800명 중 3800명이 비정규직이었다. 지난해 9월 말 현재 시중·지방은행의 비정규직 직원은 2만7522명으로, 전체 9만5603명의 28.7%에 이른다. 1997년 말에는 이 비율이 11.7%였다. 김우진 한국금융연구원 연구위원은 “우리나라 은행의 수익성은 외환위기 이후 크게 좋아졌지만, 이는 값싼 비정규직 인력으로 비용을 줄여 지표상으로만 좋아진 측면이 강하다”고 말했다. 지난해 7월 금융권 노사는 비정규직의 정규직 전환 제도를 도입해 비정규직 비율을 점진적으로 낮추기로 합의했으나, 은행들은 구조조정이 필요하면 비정규직에 집중해 전환이 아닌 해고촉진으로 비정규직 비율을 낮추는 게 현실이다.』-같은 신문에서 발췌. 전체 노동자 중 비정규직의 비율이 60%를 넘어선 지 오래이다. 또한 비정규직 문제는 제조업, 유통업, 금융업 등의 업종을 초월하여 심각해지고 있으며, 앞으로 우리의 삶에 어두운 그림자를 드리우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정부는 작년 9월 “비정규직 보호를 위한 법안”을 입법예고하였다. 상임위원회에 넘겨진 후 2월 국회에서 본격적으로 논의될 “비정규직 보호법안”. 과연 제목처럼 비정규직의 권리를 보호하고 우리에게 밝은 미래를 보장해주는 법안인가.
1. 「비정규직 보호법안」겉봉을 뜯어보면?
① 파견 근로자를 활용할 수 있는 업종을 26개로 제한 -> 건설부분과 선원, 의료 등 일부 금지업종만 제외한 전체 업종으로 확대.
② 근로계약기간을 3년으로 늘리고,(현행 2년) 이를 초과할 경우 임의로 해고할 수 없도록 한다.
③ 불법, 편법 파견행위로 적발되면 파견 사업주는 물론 사용 사업주에 대해서도 3년 이하의 징역이나 2천 만원 이하의 벌금형에 처한다.
④ 동종 혹은 유사한 업무에 종사하는 계약직이나 파견직에 대해 차별적인 처우를 해선 안 된다.
노동부는 3년 이상 근무하면 계약직이라도 해고가 제한되기 때문에 말 그대로 보호 법안이라고 큰 소리 친다.(‘정당한 이유 없이 근로계약기간의 만료만을 이유로 당해 근로자와의 근로관계를 종료시킬 수 없다’-제4조 제2항) 여기서 주목해야 할 것은 과연 ’정당한 이유‘란 무엇인가이다. 법원이 해석하는 계약갱신 거부의 ’정당한 이유‘의 범위가 넓을수록 이 조항은 유명무실해진다. 현재 법원과 노동부는 회사 측이 비정규직의 근로 계약을 갱신하는 것을 거부할 수 있도록 “정당한 이유”의 범위를 폭넓게 인정해주고 있다. 노동자 스스로가 이미 1년 또는 2년, 3년을 근무하기로 동의하고 근로계약을 체결한 것이기 때문에 일반 정규직 노동자에 대한 해고사건을 따질 때보다 폭넓게 인정해줘야 한다는 게 법원, 노동부의 입장이다.
그리고 노동부는 사용사업주의 직접고용의무를 ‘명문화’ 하였기 때문에 3년 넘게 일을 하면 누구라도 정규직이 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한다. 명문화된 내용을 살펴보자. 현행 파견법은 2년을 초과하는 경우 2년의 기간이 만료된 날의 다음날부터 파견근로자를 고용한 것으로 본다” 고 명시되어 있다. 그런데 입법예고안은 3년을 초과하는 경우에는 “당해 파견근로자를 직접 고용하여야 한다”로 규정한다. 이렇게 되면 현행 파견법의 ‘간주규정’에서 후퇴하여 사용사업주의 ‘의무규정’이 되는 것이어서 사법상의 효력이 현저히 약화된다. 어떤 사용사업주가 과태료 물고 말지(최대 3000만원) 직접고용을 하겠는가.
게다가 파견 적용 대상, 허용기간을 기존의 26개 업종에서 무제한으로 확대하면 불법파견에 해당하는 사업장을 찾기가 더 힘들 것이다. 현재도 노동부, 법원의 법해석 때문에 불법파견으로 인정받기가 쉬운 일이 아닌데 이렇게 자유화를 해놓으면 불법파견 진정 자체가 불가능해진다.
마지막의 구절은 ‘동종 또는 유사한 업무에 종사하는 비교 가능한 정규직 노동자’가 없다면 차별 자체가 성립할 수 없음을 뜻한다. 따라서 비정규직의 업무와 정규직의 업무 자체가 구분되어 있거나 유사한 업무를 하는 경우에도 정규직이 관리자라면 차별인지 아닌지 판단하기가 어려워진다. 노동부는 이에 덧붙여 고용형태에 의한 임금격차만을 분석해야 하니까 정규직과 비정규직 사이의 업무구분만 명확히 하면 별 문제없다고 친절하게 설명해주기까지 하였다.
정부가 내 놓은 비정규직보호법안은 결국 비정규직 노동자를 단 한 명도 줄이지 못하고, 오히려 이들에게 더 낮음 임금과 고용 불안만 가중시킬 뿐이다. 즉, 이것은 “비정규직 양산을 위한 법안”, “파견법 개악안”이다.
이제 법안의 내용 속에 등장하는 “파견”이 무엇인지 살펴보고, 이 법안이 우리의 삶에 어떤 영향을 미칠 것인지 생각해보자.
2. “파견”이란 무엇인가.
파견업체가 고용계약을 체결하여 고용한 노동자를 사용업체에 일정기간동안 파견하여 사용업체의 지휘·명령을 받아 업무를 수행한다. 즉 고용계약은 A회사하고 되어있어 노동 3권, 임금과 퇴직 문제 등을 A회사 쪽에서 처리해야 하지만, 실제로 일하는 곳은 B회사인 것이다. 따라서 파견 노동자는 B회사의 감독과 지시를 받으며, B회사의 근로조건이 노동자에게 영향을 미치는 구조로 되어있다. B회사의 입장에서는 이 노동자를 “간접고용”한 것이다. 하지만 노동자에게 고용주가 A와 B로 두 명이 되는 셈이다.
파견법은 많은 노동자의 저항에도 불구하고 김영삼 정부 막바지에 국회에서 날치기 통과되었다. 이 법안이 효력을 발휘한 98년부터 노동자의 삶은 어떠했는가.
3. 98년 파견제 합법화 이후
98년 파견법 합법화는 노동자들에게 '안정적인 일자리의 파괴' '노동기본권의 무력화', 그리고 '저임금·주기적 해고·노예노동의 확산' ‘불법파견 규제 유명무실.’이라는 결과를 안겨주었다.
현재 대부분의 회사에서는 정규직노동자들을 정리해고, 명예퇴직, 조기퇴직시키고, 그 자리를 파견·용역노동자들로 채워 넣고 있다. 그 결과 일자리를 잃은 노동자의 연령대가 점점 낮아지게 되고 새롭게 취업하는 젊은 노동자들은 항상 고용불안에 시달리게 되었다. 이제는 정규직 일자리를 찾는 것보다 이름도 희한한 “외주용역”, “특수고용”, “계약직”일자리가 더 많은 것이 현실이다. 파견법 통과 이후 비정규직의 비율이 이미 60%를 넘어서고 있는 상황에서 안정적인 일자리 구하기는 점차 실현 불가능한 꿈으로 전락해버리고 있다.
파견·용역노동자들에게 노동3권이란 장식물에 불과하고, 이들이 노동조합을 조직해도 사용사업주(B회사)와 파견사업주(A회사)의 집요한 노조와해공작 속에서 살아남을 수가 없다. 파견노동자들이 실제로 일하는 B회사에게 노동자의 권리를 주장하기 위해 노조를 설립하려고 하면 B회사는 일부러 파견업체 A회사를 폐업시킨다. 또는 A회사와의 계약을 끊는다던지 그동안 공급했던 물량을 축소시키기도 한다. 이렇게 되면 노동조합은 A회사에도 저항할 수 없고, B회사에 대해서도 저항할 수 없다. A회사는 ‘내가 무슨 힘이 있느냐, 원청으로 가라.‘ 이렇게 발뺌을 하고, B회사에 가면 ‘우리는 당신들을 데려다 일을 시킬 뿐이다. 당신을 직접 고용한 A회사와 이야기를 해보라.’고 발뺌을 한다. 이렇게 파견법을 통해 자본은 다양하고 교묘한 방법으로 노동조합에 대한 압박을 행사한다.
파견법 합법화이후 딱 2년이 되는 해인 2000년 6~7월에 걸쳐 전국적으로 수 만명의 파견노동자들이 해고되었다. 파견법 6조 3항에서 "2년 이상 계속 사용한 파견노동자는 사용사업주가 직접 고용한 것으로 본다"고 규정하고 있는데, 이 직접고용의무조항을 회피하기 위해 대부분의 사용업체가 파견노동자를 교체 또는 해고한 것이다. 그 이후에도 2년의 기한이 돌아오는 파견노동자들은 주기적으로 해고되고 있다.
울산, 아산, 전주에 있는 현대 자동차 비정규직 노동자들은 “직접 생산 공정에는 정규직 노동자가 근무해야 한다.”는 원칙을 어긴 불법 파견으로 고용된 노동자였음이 드러났다. 하지만 현대자동차자본은 아무런 처벌도 받지 않았고, 이들 노동자의 “불법파견 노동자를 정규직화하라.”요구를 온갖 폭력으로 압살하고 있다. 파견법 합법화가 불법파견을 근절하는 데 아무런 도움도 되지 않았다는 것이 드러나는 사실이다.
4. 파견법 개악, 바로 우리의 문제이다.
『서울 구로구의 한 할인매장 건강식품 코너. 건강식품 회사에서 파견 나온 판매원 최은숙(37·가명)씨가 오가는 손님을 상대로 한껏 목청을 높이고 있다. 그렇게 선 채로 하루 9시간씩 물건을 팔아 최씨가 받는 월급은 평균 90만원 정도.
경기 부천의 한 대형할인매장에서 유기농 농산물 판매일을 하던 이혜진(44·가명)씨는 얼마 전 손님과 사소한 말다툼을 했다. 바로 다음날, 그에게 날아온 것은 해고통지. 그날부터 당장 출근하지 말라는 것이었다. 해고 이유도 설명해 주지 않았다. 그는 손님과의 말다툼 때문에 해고됐다고 생각하고, 끈질기게 ‘출근투쟁’을 했다. 그러자, 할인매장 쪽은 유기농 농산물 코너를 치워버리고 다른 업체를 그 자리에 들여놓았다. 이씨는“내가 정규직 노동자였으면 손님과 사소한 말다툼을 빌미로 해고할 수 있겠는가”라며 분통을 터뜨렸다.
(중략) 이들은 오전반(아침9시~오후6시)과 오후반(오후 4시~밤11시) 2교대로 선 채로 일하는 중노동을 한다. 통상 한달에 두 차례 쉬면서 받는 한달 임금은 85만~95만원 정도다. 4대 보험을 거의 적용받지 못하는 것은 물론 연·월차와 생리휴가를 쓰는 것도 사실상 불가능하다. 몸이 아파도 병원에 가기가 쉽지 않다. 일을 쉴 때는 자신의 돈으로 일당 3만원을 주고 아르바이트를 대신 채용해야 하기 때문이다.
박봉이나 열악한 여건보다 이들을 더 힘들게 하는 것은 비인간적인 대우다. 영등포의 한 할인매장에서 일하는 김미진(37·가명)씨는 “젊은 매장 관리인들이 ‘아줌마들을 단무지하게(단순 무식하게) 다뤄야 일한다’는 말을 공공연히 한다”며 “임신한 여성에게는 일부러 힘든 일을 시켜 그만두도록 만들기도 한다”고 말했다. 성희롱 사건도 심심찮게 벌어지지만 하소연할 데가 없다고 호소한다. 파견업체 쪽에 얘기하면 사용업체 쪽에 책임을 미루고 사용업체 쪽에 얘기하면 곧바로 해고라는 부메랑으로 돌아오기 때문이다.
파견 노동자들의 임금은 하청-재하청의 고용 단계를 거칠 때마다 야금야금 줄어들어간다. 파견업체가 수수료를 떼기 때문이다. 실제로 현대자동차가 지난해 상반기 하청업체와 계약한 표준임률표를 보면, 파견 노동자의 시급은 정규직의 70%인 2950원이었다. 하지만 파견 노동자가 받는 시급은 평균 2700원대. 3단계 재하청 때의 파견 노동자가 받는 임금은 2500원대로 떨어졌다. (중략) 서울의 한 호텔은 지난 2002년 구조조정이라는 이름으로 호텔방 청소를 맡은 정규직 여성 노동자들 모두 용역으로 전환했다. 그러자, 정규직이었던 노동자들이 용역업체의 파견직으로 신분만 바뀐 채 다시 채용됐고, 월급이 그전 150만원에서 100만원 정도로 뚝 떨어지고 말았다. 상여금과 각종 수당이 없어진 것은 물론이었다.(후략)』 - 한겨레 신문 (2004.3.11)에서 발췌-
이와 같은 현상은 “노동 유연화”의 진실을 보여준다. 어떤 이는 비정규직 보호법안이 일자리를 늘리고, 실업을 줄일 것이라고 이야기한다. 그러나 늘리는 것은 비정규직이요, 줄이는 것은 우리들의 안정된 삶일 뿐이다. 많은 노동자들이 계약직, 파트타임, 파견근로라는 제도에 묶여 철새처럼 일터를 전전하게 만들고, 짤리지 않기 위해 시키면 시키는 대로 일하고, 주면 주는 대로 받을 수밖에 없는 노예와 같은 삶으로 인도하는 것이 비정규직 보호법안이다.
많은 대학생들은 이런 실상을 발견하면서도 자신이 저 신문에 나오는 사람들처럼 되지 않기 위해 학점 경쟁과 자격증취득, 각종 고시에 열을 올리고 있다. 그런데 이것 하나는 분명히 해두자. 어떤 사람도 결코 환경 속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현재의 환경은 법, 경찰, 언론, 정치권력, 돈의 힘까지 틀어쥐고 있는 소수 가진 자의 이해에 따라서 움직이고 있다. 그들에게 더 많은 이윤을 안겨주기 위해 적은 임금과 고강도 노동을 감내해야 하고, 매년 돌아오는 계약갱신기간마다 ‘혹시 일하면서 내가 잘못한 것이 없나’ 두려움에 떨어야 하는 하루살이 삶이 대다수 약한 자에게 열려있는 삶이다. 물론 하루에 3시간만 자고, 알바와 학업을 위해 모든 청춘을 바쳐서 그나마 나은 위치에 서 있을 수도 있다. 그렇다고 해도 10대 90의 사회로 치달아가고, 기업이 하나하나 무너지고, 고학력 노동자에 대한 정리해고가 나날이 늘어가는 무한경쟁, 빈곤의 악순환, 만성 불황과 공황 경향을 피할 수 없는 것이 사실이다. 그렇다면 우리 모두의 안정된 미래를 위해 어떤 길을 선택해야 하는가. 낙타가 바늘구멍 들어가기보다 힘들다는 입신양명에만 목을 매는 것이 아니라 이 사회가 왜 이렇게 굴러갈 수밖에 없는지 진지하게 고민하고 가장 진실된 답을 이끌어내야 한다. 그런데 진실된 답은 책만 읽는다고 해서 저절로 뚝 떨어지지 않는다. 우리 주위에서 일어나고 있는 문제에 대해 관심을 가지고, 작은 실천을 하는 것에서부터 시작할 수 있다. 우리 학교식당 아주머니들은 왜 적은 월급을 받으면서도 그 힘든 일을 할 수밖에 없는지. TV에서는 이주노동자들을 왜 불쌍하거나 좀 모자란 사람으로만 보여주는지, 언론은 왜 울산현대자동차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파업에 대해서는 조금도 보여주지 않는지. 조금만 주의를 기울이면 제도권 교육 속에서는 쉽게 얻을 수 없는 사회에 대한 폭넓은 이해, 소중한 실천의 길이 열려있다. 그 길을 외면하지 않고 진지하게 고민하는 여러분이 바로 우리의 미래를 여는 희망이 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