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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남신문 (2010.3.19) 18면 문화
윤판기씨가 개발한 물결체로 쓴 정일근 시인의 헌시 “이 집에 윤이상 선생이 살고 있다”
윤이상 선생 일대기 한 편의 시에 담아…
윤이상 기념관 개관 기념 축시 ‘이 집에…’
정일근 시인 헌시·서예가 윤판기씨 글 써
통영이 낳은 세계적인 음악가 윤이상 선생을 기리는 ‘윤이상 기념관’ 개관을 축하하기 위해
한국 대표 서정 시인과 한글·한자 폰트서체를 개발한 유명 서예가가 뜻을 모았다.
진해 출신인 정일근 시인은 윤이상 기념관 개관을 축하하는 기념시 ‘이 집에 윤이상 선생이
살고 있다’를 헌시했고, 한글·한자의 컴퓨터 서체폰트 개발로 지난해 대한민국 공무원 명예
의 전당에 이름을 올린 서예가 윤판기씨가 글씨를 썼다.
기념시 ‘이 집에 윤이상 선생이 살고 있다’에는 윤이상 선생의 일대기가 축소해 담겨졌으며,
음악에 대한 윤이상 선생의 열정과 고향에 대한 애정이 서정적으로 표현되었다. 기념시는
윤씨가 개발한 물결체로 쓰여져 아름다움과 감동을 더하고 있다.
이 시는 ‘제9회 통영국제음악제’ 개막일인 19일 기념관 입구에 걸려 윤이상 선생을 찾아오
는 방문객들을 맞을 예정이다. 김희진 기자
이 집에 윤이상 선생이 살고 있다
-윤이상기념관에 드리는 시-
정일근·시인
집은 돌아오는 곳이다, 배를 타고
지구 반대편까지 떠났다가 돌아오고
죽어서도 돌아오는 곳이 집이다
통영시 도천동 선생의 옛집자리에
새로 지은 음악가 윤이상의 집
1917년 출생 1995년 사망
통영에서 평양으로 베를린으로
평화의 유목민으로 떠돌던 생몰연대가
마침내 이 집으로 돌아오셨다
선생의 악보는 세계평화공화국의 여권
선생의 작은 태극기는
나의 조국은 대한민국이요
저기 저 3층짜리 통영 소목장은
나는 통영사람이요, 소목장이 하시던
내 아버지의 아들이요, 라고 말하듯
생전의 손때, 생전의 온기, 생전의 숨결
고스란히 살아 집으로 돌아오셨다
남과 북의 닫힌 마음을 열게 하고
세계가 기립박수를 보냈던
가락, 바라, 심청, 광주여 영원하라,
나의 땅 나의 민족이여, 조국을 사랑한
선생의 음악도 모두 집으로 돌아오셨다
육신은 베를린 묘지에 차갑게 묻혔으나
혼령은 뜨겁게 살아 이 집으로 돌아오셨다
소년 윤이상이 코발트빛 통영바닷가를
환하게 웃으며 달려가지 않는가
청년 윤이상이 해방된 통영에서
열정적인 첼로 연주를 하고 있지 않는가
일흔 여덟의 윤이상 선생이 지금 당신에게
거장의 손을 내밀어 악수 청하지 않는가
어제의 집이 있어 오늘의 집이 있듯
오늘의 집이 있어 내일의 집이 있을 것이니
여기 영원히 살아있을 윤이상의 집이 있다
이 집에 20세기 최고의 음악가
윤이상 선생이 살고 있다
경인년 봄 허중자 윤판기 쓰다□□ 2010. 3. 19 개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