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화가 이야기로 다양한 삶의 세계를 경험하게 하고 다양한 사람을 만나게 하여 감동의 세계를 연출한다면 압축된 언어와 리듬감 있는 언어로 문학 예술의 묘미를 살려내는 동시는 아동문학의 꽃이라 할 수 있다. 그런데도 동시가 어린이 책의 변방에 머물면서 시선을 끌지 못하는 것은 왜일까. 그것은 대상의 이미지를 압축적으로 정의하여 단순한 언어로 명료하게 전달하지만 독서의 결과를 즉각적으로 요구하는 어른들 요구에 부응하지 못하기 때문일게다.
무엇인가를 느끼고 감동하고 기뻐하고 슬퍼하고 동정하는 모든 과정도 아이들이 자라는 한 과정이라면 그것을 좀 더 풍부하게 경험하도록 해야 한다. 동시는 바로 삶을 경험하고 세상을 경험하는 또 다른 문이다. 묘사에 중심을 두는 스토리가 아이들에게 주는 감흥과 이미지 전달에 무게가 실리는 동시가 주는 감흥은 다를 것이고 그 각각의 맛을 아이들에게 느낄 수 있도록 하는 것이 필요하다. 같은 재료도 여러가지 음식을 만들어 먹이는 것처럼 말이다.
「나의 살던 고향은 꽃피는 산골/복숭아꽃 살구꽃 아기 진달래/울긋불긋 꽃대궐 차린 동네/그 속에서 놀던 때가 그립습니다」.일제시대에 발표되어 당시 어린이들로부터 현재의 어린이들에게까지 시공을 초월하여 애창되는 이원수 선생의 [고향의 봄]이다. 아무리 각박한 세태에 시달리고 사는 어른들이라 할지라도 이런 동요를 읽노라면 기억의 창고 안에 저장되어 있는 감성의 나침반이 잔잔히 움직이는 걸 감지할 수 있다. 이런 움직임이야말로 문학 예술이 주는 감동을 맛보게 하며 삶은 기쁜 것, 아름다운 것이라는 인식을 갖게 할 것이다. 그리고 그것은 어린 날의 추억으로 간직되어 한 사람이 긴 인생을 살아가면서 순간순간 닥쳐오는 파도를 이겨갈 힘으로 작용할 것이다. 동시 동요를 즐겨읽는 것은 아이들로 하여금 들에 핀 꽃 한 송이도 무심히 지나치지 않고 그것이 갖는 아름다움을 볼 줄 아는 눈을 갖게 한다. 자그만 벌레 한 마리의 삶에도 의미를 부여할 줄 알며, 진실을 추구하는 힘을 길러준다. 그러기에 '하늘을 우러러 한 점 부끄럼 없이 살게 되기를 바라는 모든 어른들은' 우리 아이들에게 동요 동시를 읽는 즐거움을 누리게 해야 한다.
뿐만 아니라 동요 동시는 현실 비판 능력을 길러주고 겨레의 마음을 길러준다. 시는 일제하 제국주가 위세를 떨칠 때도 해방 후 극심한 혼란기와 산업화를 거쳐 오늘에 이르기까지 각 시기마다 아이들의 삶을 노래하고 불합리한 현실을 비판하고 겨레의 정신을 지켜오는 파수꾼의 역할을 했다. 아이들의 바른 교육을 이루어내고자 하는 모든 어른들은 이제 모든 것이 경제논리로 파악되어 그동안 소홀했던 동시 읽기를 되살려낼 필요가 있지 않을까
동시가 제대로 대접받지 못하다보니 동시 작가가 질적 양적으로 빈약한 점도 있다. 여러가지 상황이 그렇게 될 수밖에 없이 만든 요인이 있기는 하지만 아무려면 저 혹한이 몰아치는 듯한 일제시대보다야 낫지 않을까? 그럼에도 그 시대에는 풍성하게 나와 시대의 우울을 극복할 수 있게 하지 않았나 시대가 요구하지 않는다 하여, 시대가 물질과 결탁한다 하여도 시대를 비추는 등대지기가 되어 아이들의 현실과, 아이들의 마음이 향해야 할 곳을 찾아 우리 아이들이 마음을 여러 본래의 그 싱싱함을 되찾게 할 동시를 찾아 읽혀보자. 동시가 여타의 영역에 비해 상대적으로 부족한 듯 하긴 하지만 그래도 우리 아이들에게 멋지고 아름다운 시 세계를 보여줄 동요 동시집이 적지 않게 쌓여 있음을 확인하는 즐거움을 우리 아이들에게 보여주자.
●아이들을 위한 좋은 동요 동시
학교공부와 가정공부와 자연공부가 어느정도 균형을 이루던 60년대 정도까지만 해도 아이들은 학교 공부를 마치면 긴긴 시간을 산과 들에서 놀고 또 놀며 보냈다. 변변히 장난감도 없던 그 때 아이들은 온갖 놀이를 만들어 내고 주위에서 눈에 뜨이는 모든 것이 놀이감이 되고 노래가 되고 동무가 되었다. <동무 동무 씨동무, 가자가자 감나무/편해문 글/박향미 그림/창작과비평/2학년이상>에는 이런 싱싱한 아이들의 삶이 고스란히 담겨있다. 산과 들을 뛰어다니며 부르던 노래, 골목에서 숨바꼭질하면서, 시원한 계곡과 냇가에서 동무들과 어울리며 부르던 노래, 논둑으로 메뚜기를 잡으러 다니며 부르던 노래, 곤충, 새, 물고기, 풀, 꽃, 나무, 비, 바람, 눈, 해 따위와 어우러져 살아간 노래들이다. '달따러 가세/별 따러 가세/뒷집 영감/불알 따러가세<별노래> 가랫골 집 영감이 가래를 들고/도랑골 집 영감이 도랑을 치고....<한글 뒤풀이 노래> 신통 방통 목간통 장구통/윗집 오줌통 아랫집 똥통/우리 집 절구통 술집 술통....<한숨에 외는 노래> 이렇게 풍부한 우리말과 유머 넘치는 노래속에는 한바탕 웃음을 불러오고 삶에 대한 준엄한 깨우침을 주기도 한다. 노래를 하면서 외로움과 슬픔을 토해내기도 했다. 오랜 세월 입에서 입으로 전해지면서도 빛바래지 않는 것은 그만큼 삶의 진실이 담겨있기 때문일 것이다. 함께 수록된 CD에는 현재 초등학교에 다니는 아이들이 스튜디오에서 녹음한 노래와 할머니 할아버지께서 방에서 마루에서 마당에서 길에서 정류소에서 논에서 밭에서 바닷가에서 철둑에서 노인정에서 불러준 노래를 감상할 수 있다. 이토록 풍부한 옛노래와 함께 요즘 아이들이 살아가는 맑은 샘물같은 시세계를 보여주는 <콩, 너는 죽었다/김용택 지음/실천문학사/1학년부터>는 시인이자 교사인 저자가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학교”라고 자랑하는 전북 임실에 있는 인공 호수 위에 자리잡은 마암초등학교 마암분교 아이들이 살아가는 모습을 담은 동시집이다.“감꽃 피면 감꽃 냄새/밤꽃 피면 밤꽃 냄새/누가 누가 방귀 뀌었냐/방귀 냄새”(우리 교실)'병태 발가락이/양말을 뚫고 쏘옥 나왔네/어, 추워/어, 추워/ 병태 엄지발가락이/꼼지락꼼지락 양말 속을 찾지만/병태 발가락 /들어갈 곳이 없네/어, 추워/어, 추워/병태 양말 빵꾸났네”(병태 양말) 등 시에서는 자연의 내음이 있고 아이들의 내음이 살아있다. 들판 곳곳의 모든 사물은 물론 조그만 콩알 하나도 그곳의 표정을 보여주는데 한 몫을 한다. 전교생이 열여섯 명밖에 안되는 마암분교는 곧 없어질지도 모를 위기에서 갈수록 황폐화해가는 농촌 모습이 시인의 마음에 안타까움을 더해주고 그것은 곧 시의 형태로 되살아난다.“다 어디 갔니?/다 어디 갔니?/숨바꼭질 할 사람 빨리 나와라 /숨바꼭질 할 사람 여기 붙어라/저녁밥 먹고 달 보며/논배미에서 부르던 소리/다 어디 갔니?/모두 다 어디들 갔니?”(산골동네)처럼 동무가 없어 외로워하는 농촌 아이들의 모습이 안타깝다. 그러나 시의 중심은 때묻지 않는 동심의 눈으로 바라본 자연과 제 모습 다치지 않고 간직한 채 살아있는 온갖 사물과 함께 살아가는 아이들이다. 아이들의 눈은 일상을 새롭게 인식하게 하는 마술과 같다. <감자꽃/권태응 지음/송진헌 그림/창작과비평사/3학년부터>에서 '자주꽃 핀 건 자주 감자, 파보나 마나 자주 감자'.... (감자꽃) 처럼 뻔한 이야기 같은데 감동을 준다. 무디어진 어른의 눈이 감지해 내지 못하는 단순함이 보여주는 소박함과 진실됨이 살아 있기 때문일 것이다. 이 책에는 감자꽃을 비롯해서 땅감나무, 앵두, 별님동무 고기동무, 송아지 낮잠 등 모든 이들의 고향인 농촌 정서가 물씬 풍긴다. 기계화되어 건조한 도시 문화에서 살아가는 아이들에게 자연이 동무이고 선생님이고 놀이터이고 삶이었던 아이들 고추를 따고 고추잠자리와 동무하고 송아지와도 한 식구가 되어 살아가는 아이들의 삶을 느끼게 한다. 그리고 우리가 지향해야 할 삶이 어떠해야 하는가를 그림처럼 보여준다. 특히 이 시집은 오늘날 아이들에게 40-50년대 아이들의 삶에서 배워야 할 많은 것을 전해주고 있다. 시처럼 아름답기만 할 수 없는게 우리 삶이다. 살아있다는 건 곧 끝없는 부대낌을 의미한다. 아이는 아이대로 어른은 어른대로 각각의 삶의 무게를 안고 현실과 싸워가고 있다. 그런 싸움을 이길 힘을 주는 것이 아름답고 서정적인 언어로 가슴을 촉촉이 적셔준다면 메마른 세상과의 부대낌이 주는 것은 삶에 대한 의지이다. 한겨울 추운 바람 속에 홀로선 겨울 나무가 혹한을 이길 수 있는 것은 곧 다가올 봄이 있기 때문인 것처럼 말이다. <나무야나무야 겨울나무야/이원수 지음/이수지 외 그림/웅진출판/3학년부터>는 [고향의 봄] 노래 말을 쓴 이원수 님이 쓴 동시집이다. 일제시대부터 80년대까지 쓴 시로 시공을 초월하며 많은 사람들에게 애송되는 것은 시인의 특별한 감성의 언어로 빚어낸 시가 주는 공감 때문일 것이다. '광산에서 돌 깨는 누나 맞으러/저무는 산길에 나왔다가/하얀 찔레꽃 따 먹었다오/우리 누나 기다리며 따 먹었다오'[찔레꽃]가난은 누나를 광산을 내몰고 배고픔에 지쳐 찔레꽃을 따먹는 아이는 일제시대의 고통이 고스란히 전해진다. 그 고통을 이길 힘은 '땡그랑 땡그랑 종을 울리며/이른 아침 골목에 두부 장수 아저씨/두부 사려 소리하지 않아도/집집마다 아주머니들 내다보고'[두부장수]에서처럼 마음 나누어주는 이웃들이다. 그런가 하면 '밭에 엄마 점심을 날라다주고/혼자 숲 샛길/돌아오다가/아카시아 그늘에 그네 뛰어요'[그네], '추녀 밑에 들어서서 보고있으면/아버지가 논 귀에서 비를 맞네/누렁이도 논길에서 비를 맞네'[소낙비], 에서처럼 힘겹게 살아가는 부모 형제를 향한 아이의 애틋한 마음과 주변의 동물과 사물에 대한 애정이다. 가난하고 고통스럽지만 그 속에서도 시들지 않는 동심을 만날 수 있다. 지난한 고통을 이겨올 수 있었던 것은 아이들이 있었기 때문이고 아이들이 부르는 노래가 있었기 때문이었을 것이다. <엄마야 누나야, 귀뚜라미 나와/겨레아동문학회 선집9.10/보리출판사/3학년부터>에는 20년대부터 50년대까지 우리 아이들의 생생한 삶이 담겨있다. 이 두 권의 시집은 겨레아동문학회가 당시에 발간되던 어린이 잡지나 일간 신문을 뒤져 찾아낸 것이다. 그 무렵 아이들의 눈으로 본 세상과 삶과 자연이 깨끗하고 아름다운 우리말로 시대를 훌쩍 뛰어넘어 오늘날 아이들에게 다가왔다. 지금은 사라져 버린 농촌의 정서가 고스란히 살아있는 '호박꽃 초롱' '새쫓는 노래''안개 어린 아침' '여우비' 따위는 도시 아이들에게 낯설지만 애틋한 정서를 불러일으킨다. 아이들의 동무가 되는 자연과 동식물을 노래한 '시골 여름;' '해바라기''수수깜부기''기러기''잠자리''왜가리' 등은 금새라도 시간을 되돌리고 싶을 만큼 서정적이면서 소박한 삶의 전형을 보여준다. 무엇보다 이 책에는 당시의 어린이들은 물론 지금어린이들도 즐겨 부르는 우리 동요가 풍부하게 실려있다.'설날''반달'고드름''꼬부랑 할머니''오빠생각''고향의 봄' '중중 때때중' 등 생각만으로도 웃음이 번져나가는 동요들이다. 어른과 아이가 함께 읽으면서 마음의 빗장을 열어갈 수 있겠지. 시대를 뛰어넘어 이제는 90년대 농촌 아이들의 삶을 노래한 시를 만나보자. 오랜동안 탄광촌과 농촌에서 아이들을 가르치며 교사이자 농부이자 아이이기도 했던 시인 임길택은 애정어린 마음으로 농촌 아이들의 마음을 붙잡고 있었다. <할아버지 요강/ 임길택 지음/ 보리 출판사/ 135쪽/ 4000원> 에는 경남 거창에서 교사로 재직하면서 그곳 아이들의 삶은 물론 작은 새앙쥐에게조차도 마음을 나누어 주었던 시인의 마음을 읽을 수 있다. 유독 아이들에 대한 진한 애정이 묻어나는 시가 많은데 그건 시인의 마음이 아이들 마음에 가 닿았기 때문으로 보인다. 추운 겨울 나무하러간 엄마를 기다리다 마중을 나가는 아이의 마음을 그린 '엄마 마중' 공부 안한다고 아버지께 꾸지람을 듣고 자리에 눕자 다가와 눈물을 닦아주는 아버지의 손길을 느끼는 아이의 마음을 노래한 '흔들리는 마음' 에서는 가족에 대한 애틋함이 묻어나고 놀고 싶은 마음을 누르고 김매고 고추 매면서 밭이 크게만 느껴지는 '이럴 땐' ,가난으로 먹지 못해 야윈 아이를 안타까운 마음으로 바라보는'유순이' 소 먹이고 일하느라 일기도 못쓰고 공부 시간에 잠만 자는 '영근이'처럼 가난을 주절이주절이 달고 살고 땟국이 줄줄 흐르는 아이들도 모두 소중한 우리 동무들임을 느끼게 한다. 이런 마음은 추운 겨울 가난한 집에 찾아온 새앙쥐에게 부뚜막의 온기라도 나누어주고픈 귀한 마음이 살아있다.'새앙쥐' 모두 70편이 실린 이 시집에는 무심히 지나쳐 버리기 쉬운 것들에도 의미를 주어 감성을 자극한다. 세심하고 부드럽게 시의 분위기를 살려내는 세밀화의 느낌도 참 좋다. 농촌 어린이들이 자연과 함께 하지만 가난과 일에 부대낀다면 오늘날 도시 아이들은 어떨까 〈훌라후프를 돌리는 별/민현숙 지음/현암사/3학년부터〉은 도시 아이들의 삶을 노래한다. 학교에서 돌아오면 맨 먼저 반기는 아빠가 생일 선물로 준 자전거와 축구공과 눈을 맞추는 아이 모습을 그린'맨 먼저 나를 반기는 것은' 공부하라는 엄마를 딱 하루만 학교에 보낸다면 엄마도 산수 못해 쩔쩔매고 숙제가 많아 툴툴댈 걸라는 상상을 해보는 '딱 하루만' 엄마 아빠 안계신 날 마음껏 자유를 누리고 싶은 마음과는 달리 왠지 허전해지는 마음을 노래한 ' '혼자 있는 날'에 “가시나무도 눈꼽만한 꽃도 외면하지 않는 해님, 썩은 물 쏟아지는 하수구 옆에 이마를 찡그린 시궁쥐에게도 달려가 젖은 발을 감싸며 천지만물을 골고루 비추는 해의 고마움을 노래한 ‘해님이 가는 곳’ 얼음과 먼지로 된 띠를 두르고 있는 별이 훌라후프를 돌리고 있다고 생각하는‘훌라후프를 돌리는 별’등 공부에 시달리면서도 아이들 특유의 상상력과 살아있는 감성의 세계를 만날 수 있는 동시집이다. 그런가 하면 시대를 넘나들며 아이들의 삶과 우리 역사와 사회를 노래한 시를 학년별로 엮은 <쑥쑥 문고 동시집1-6/이주영 엮음/우리교육/1학년부터>에는 윤석중,이원수,권태응,윤동주,이오덕,박목월,윤동주,김은영,임길택 등 원로 동시인으로부터 중견과 현대시인에 이르기까지 시간과 공간을 뛰어넘어 다양한 작가들의 다양한 작품과 시조, 그리고 8도 전래동시를 망라해서 각 학년별로 한 권씩 엮었다. 저학년은 놀이와 자연 그리고 동식물을 소재로 한 동시 동요를 골라서<꽃이파리가 된 나비(1학년) 별님동무 고기동무(2학년)>에 실었다. 3.4학년은 자연과 생명을 노래하는 서정성과 사회현실에 대한 이해를 돕는 시를 골라서<우주자전거(3학년)고구만 순 놓기(4학년)에 실었다. 5.6학년은 역사성과 사회성 그리고 인간애를 바탕으로 하는 작품을 골라<엄마의 장바구니(5학년) 모래밭에 그리는 꿈(6학년)에 실었다. 주제와 소재 어휘를 학년별 수준에 맞게 골랐으며 무엇보다도 3월부터 다음해 2월까지 일주일에 한편씩 읽도록 했으며 시를 읽는 순서를 국경일, 명절, 계절의 변화에 맞추어 선정했다. 예를 들면 가을 내음이 물씬 풍기는 가을 세째주에는 풀벌레 소리를 주제로 한 '벌레소리' 정월 대보름 명절이 있는 2월첫째주에는 '정월대보름'을 읽도록 배치했다. 어른들과 아이들이 함께 읽기에 적절하며 무엇보다도 학교에서 수업시작하기 전에 한편씩 읽으면 수업이 훨씬 부드럽게 진행되지 않을까? 도시 문화와 왜래 문화에 길들여진 아이들의 마음을 어루만지면서 모든 생명에 대한 무한 한 애정과 우리 겨레의 마음을 키워갈 <어머니 사시는 그 나라에는/ 권정생 지음/지식산업사 /3학년부터>에는 아이들 눈을 닮은 동물들이 많이 나온다. 조그만 상자에 갇혀 헤어진 가족을 생각하거나, 사람들에게 잡혀 그물상자 안에 살면서 꿈속에서는 들판을 뛰놀고 하늘처럼 드넓은 풀밭을 뛰놀며 자유를 꿈꾸거나 서로 핥아주고 아끼며 예쁘게 살아가는 토끼가 그렇고, 힘겨운 노동에 시달리며 헤어진 가족을 그리워하며 나이도, 성도, 이름도, 이념도 모르고 자연의 품안에서 평화롭고자 하는 소가 그러하다. 그 뿐인가 백두산 바람을 마시고, 대동강 강물에 멱감는 아이들에게 담쌓고 등돌리고 사는 어른들 닮지 말고 백두산 금강산 태백산 한라산에 나무가 자라듯 한 빛깔로 살아가자는 시인의 마음이 그렇다. '할아버지 우리 금강산 가요' 하며 북한 땅을 그리워하는 시인의 마음은 아이들의 마음이고 토끼의 마음이고 소의 마음이겠지 그런 마음들이 모여 온갖 악한 것을 몰아내고 예쁘게 살아가는 마음을 우리 아이들에게 심어 줄 수 있을 것 같다. 그 마음은 곧 비뚤어진 것을 바로잡고 옳지 못한 것을 지나치지 못하는 올곧은 마음으로 자라게 하는 힘이 될 것이다. <가시 철조망/권오삼 씀/ 큰나무 출판사/4학년부터 >에는 권정생 선생님이 발문에 쓴데로 ' 경쟁사회에서 살아가는 아이들에게 나쁘면 나쁜대로 더러우면 더러운 데로 솔직하게 이야기하고 있다. 어른들에게만 통할 수 있겠다 싶은 익살이나 비아냥거림도 그대로 노래가 된다. 좀 지나치다 싶을 정도로 옳지 못한 것을 야단치듯이 큰 소리로 외치기도 한다. 이건 아무래도 동시 같지가 않겠다 싶어 도 두 세번 거듭 읽으면 정말 맞는 말이구나 하고 공감하게 된다'
'생각하는 어린이를 위한 동시’라는 부제처럼 올바른 삶이 무엇인가를 생각할 수 있는 동시가 많이 실려 있다. 전쟁이 날지도 모른다는 뉴스에 백화점에서 쌀, 라면 통조림 가스통 같은 것을 무더기로 사가는 어머니들 모습을 보고 우리에겐 전쟁이 필요없다고 한 마음 한 목소리로 외쳐야지 왠 사재기냐고 나무라는 내용의 '그게 무슨 소용일까요' 함부로 버린 오물로 죽어가는 바다를 보며 사람들의 이기심을 꼬집는 '바다에서' 등 사회성 강한 시가 실려있다. 이 시집을 읽으면 동시란 예쁜 말만 골라 알 수 없는 말로 쓰는 것이 아니라 생활 속에서 자주 쓰이는 말로 꼭 하고 싶은 말을 알차게 할 수 있다는 것을 배우게 될 것 같다. 이처럼 사회성 강한 시와 더불어 역사성 강한 동시는 아이들에게 겨레의 주인으로 설 수 있는 마음을 키워준다. <시 꾸러미/정의행 엮음/일과놀이/180쪽/4학년부터>에는 일제 식민지 시대에 겨레의 아픔과 희망을 노래한 민족 시인들이 쓴 시 100편을 담았다. 윤동주, 한용운, 정지용, 김소월, 이육사 선생님들이 일제에 항거하면서 쓴 시들이다. 채송화를 소재로 하여 서민들의 생활 감정과 겨레 사랑의 마음을 담은 '채송화'/조운' 겨울 바람을 헤치며 씩씩하게 뛰어노는 어린이의 모습을 그린 '바람/정지용' 온갖 달콤한 말로 우리 겨레를 속이고 나라를 빼앗은 일제를 짐승에다 빚댄 '거짓부리/윤동주' 새봄이 와서 부산에서 압록강까지 삼천리 강산에 봄빛이 가득해도 일제에 나라를 빼앗겨 춥기만 한 우리 겨레의 마음을 노래한 '봄/김소월' 등을 보면 그 당시의 상황과 민족의 염원이 손에 잡힐 듯 하다. 좀 어려운 말은 풀어 주고, 시인이 살아온 발자취와 시대 배경이 덧붙여 있어서 이해하기가 쉽다.
●동요 동시 읽고나서
무엇이나 그렇겠지만 동시도 생활에서 늘 읽고 노래하여 익숙해져야 한다. 학교에서는 수업시간 짬짬이 읽거나 교실 벽에다 써서 붙요 자주 읽도록 하여 동시에 대한 친근감을 갖도록 하자. 또 광고 노래나 만화영화 노래 대신에 점심 시간이나 놀이 시간에 동요를 함께 부르는 시간을 자주 갖도록 하고 아이들의 바램을 담아 노래를 만들어보는 기회를 갖는 것도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