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릴 적 안데르센의 동화 '성냥팔이 소녀'를 읽고 무지 슬펐던 기억이 있다. 추운 겨울날 소녀는 성냥을 팔기 위해 길을 헤맨다. 그러다 들여다본 집 창문으로 온 가족이 식탁에 앉아 초를 켜놓고 즐겁게 이야기 하고 있는 풍경을 보게 된다. 결국 소녀는 성냥을 다 써버리고 하늘의 할머니에게로 간다. 그리고 소녀가 들어갈 수 없었던 그 따스한 집의 풍경, 이런 따뜻한 분위기를 만드는데 초가 일조를 한다. 물론 으스스한 공포영화에서도 나오기는 하지만….
우리가 쓰는 초에는 일반 초, 아로마 향초, 예쁜 모양을 낸 장식초 등 여러가지가 있지만 재료는 동일하다. 석유화학제품인 파라핀이다. 석유에서 추출한 만큼 탈 때 유해가스가 나온다. 좋은 향을 넣어도 나쁜 가스가 나온다면 건강에는 해롭다.
그러나 밀랍초는 천연에서 나오는 것이다. 밀랍은 꿀벌이 신진대사를 통해 체내에서 생산하는 물질로 1kg을 생산하기 위해 꿀을 4~6kg을 먹어야 한다. 벌들이 집단생활을 하면서도 건강을 유지할 수 있는 비결은 천연 항생제인 프로폴리스를 가진 밀랍 때문이다. 이로 인해 밀랍초를 태우면 유해가스 대신에 향긋한 꿀내음과 나쁜 독성이 전혀 없는 순수 자연물질인 프로폴리스라가 나오게 된다.
프로폴리스는 항염·항산화·면역증강효과가 있다. 프로폴리스에 들어 있는 성분이 염증을 없애주는 효과도 있고, 유해산소를 포착해 제거하는 후라보노이드 성분이 천연물 중에서 가장 많이 들어 있다. 또한 프로폴리스 섭취에 따른 유해 활성산소 개선 효과가 학계에서 발표된 적도 있다. 프로폴리스에 들어있는 케르세친은 몸 안에서 암세포를 증식하는 유전자가 복제되기 전 단계에서 차단하는 역할을 하기도 한다.
엄마와 아이들이 함께 '느림의 미학'이라는 타이틀로 향긋한 꿀초만들기를 해 보자. 밀랍을 긴 중탕통에 넣고 녹인 후 심지를 담갔다가 뺀다. 심지에 붙어 있는 밀랍을 완전히 굳인 후 다시 통에 넣는다. 이렇게 10번 이상을 반복하면서 초를 만드는 것이다. 이때 욕심껏 오래 넣어 두면 붙어 있던 밀랍이 오히려 그 안에서 녹아버린다. 또 시간이 지나 밀랍이 완전히 굳지 않으면 물렁물렁하게 된다. 욕심을 버려야 하고 시간이 걸려야 아름다운 초를 만들 수 있다.
실제 유럽에서는 크리스마스 시즌이 되면 동네광장과 가정에서 이렇게 초를 만든다. 동네광장에 통을 놓고 사람들이 크게 원을 그려 돌면서 담갔다 뺐다 하는 것이다. 담근 초가 겨울 찬바람에 잘 굳도록 노래를 부르며 한 바퀴를 돈다. 가정에서도 연례행사로 가족끼리 이야기 하며 초를 만든다고 한다.
겨울이라 주변 사람들 대부분이 독감에 걸려 있다. 많은 이들이 저항력이 약해져 있는 것 같은 생각이 든다. 아니면 독감 바이러스가 더 강력해진 것인지도…. 우리나라는 항생제 남용이 심해서 약도 듣지 않는 것 같다. 이럴 때 실내에 프로폴리스가 함유된, 내가 직접 만든 밀랍초를 켜보자. 새집증후군을 정화시키는데도 좋다고 하고 주방에서 만든 음식 냄새를 없애는 데도 도움이 된다. 식사를 하면서 초를 켜놓으면 운치도 있다. 아이들의 경우 공부할 때 켜놓으면 집중도 잘 된다고 한다. 박선희(곰네들누리터, 053-754-55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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