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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오산에 들렀더니 건조한 날씨로 인해 계곡물이 바짝 말라 있었습니다.
곱게 물들던 단풍은 너무 적은 수분으로 인하여 너무 말라
제 색을 충분히 발현하지 못한채 탈색되고 있었습니다.
꼭 단풍 때문이 아니더라도 너무 건조한 날이 계속되었기에 비가 좀 왔으면 하는 바램입니다.
일요일에 비 소식이 있긴 하지만 얼마나 와 줄런지...
얼마 전에 시사를 다녀왔습니다.
집집마다 명칭이 달라 묘사,묘제, 시제,시향,세향,세일사 등으로 불리기도 하지요.
매년 하는 행사(?)지만 20위 가까운 조상님들 시사 지내려면 장난 아닙니다.
그래도 자손된 도리를 해야겠기에 열심히 다니고는 있습니다만
곳곳에서 벌초않은 방치된 산소들을 보노라면 답답할 때가 많습니다.
항상 그래왔듯, 의성 종조부댁에 들러 제수용 과일을 싣고 영주에 가서 시사를 지냈습니다.
몇년전만해도 기운이 넘치시던 종조부께서 이제는 많이 여위시고
정신이 오락가락 하시는 상태라 참 많이 안스러웠습니다.
우리 대소가에서 제일 큰 어른이시고 하신 일도, 하실 일도 많은 어른이신데...
어느누구도 세월을 비껴갈 수는 없구나 하는 안타까운 마음이 들었습니다.
오랜만에 찾아뵙는 길이고 병환중이시기에 뭘 사갈까 망설이다 현금을 봉투에 넣어 드렸습니다.
종조모께서는 거기서 돈을 좀 빼고는 바로 종조부께 드리더군요.
그러고는 그 돈을 함께 간 제 큰 녀석에게 주시는 것이었습니다.
당장 가지고 계신 돈은 없으시고 오랜만에 본 증손에게 돈은 주고 싶으시고...
그랬던 것 같습니다.
큰 녀석은 몇번을 사양하고 받더니만
차를 타고 오면서 그 돈을 슬그머니 제 엄마에게 건네는 것이었습니다.
아내가 종조모께 드린 돈에서 되받은 돈이니,
요즘 살림에 허리띠를 졸라매는 중이니 돌려드린다고...
기특하기는 하였으나 어른이 주신 돈이고
돈을 허투루 쓰지 않는 녀석이기에 마음씀은 고맙지만 그냥 넣어두라고 하였습니다.
산소 가는 길 내내 기분이 참 좋았습니다.
우리 큰 녀석이 이 정도로 컸구나 하는 대견함에 말입니다.
어릴때를 돌이켜보면 부모님이 어디 방문하실 때 현금을 드린 것은 본 적이 없는 것 같습니다.
우리 뿐만 아니고 대부분이 그랬던 것 같습니다.
현금 대신 음식재료를 사서 드리는게 일반적이었지요.
짚으로 엮은 계란 한꾸러미(7개 혹은 12개),
고등어 아가미를 짚으로 묶은 한마리 혹은 한손,
신문지에 싼 돼지고기 한근, 소고기 반근 처럼 말입니다.
하지만 요즘은 현금으로 드리는게 편한 세상이 되었지요.
드리는 입장에서도 고민 덜해도 되고 받는 입장에서도 유용하게 쓸 수 있고...
세상의 모습도 이렇게 알게 모르게 변해가는 것 같습니다.
산소 얘기로 돌아가서,
예전에는 죽으면 산소에 묻히는 것이 당연한 일이었지요.
하지만 언제부터인가 납골당이 대중화되기 시작했습니다.
물론 아직까지 대세는 산소에 모시는 일이지만 말입니다.
그런데 2004년 고려대학교 명예교수였던 김장수선생님의 장례를 수목장으로 모시면서
우리나라에서도 서서히 수목장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기 시작하고 있기도 합니다.
현대적 수목장은 스위스에서 1993년에 시작되었다고 합니다.
앞에서도 언급하였지만 시사 다니다가 방치된 산소를 보면 안타까운 마음이 들면서
우리나라 장묘문화도 이제 개선할 때가 되었지 않나 생각을 하게 됩니다.
통계자료를 보면,
현재 우리나라의 묘지 총면적은 국토의 1% 정도인데 우리나라 총 주택면적의 절반이며
매년 여의도의 3/4에 해당하는 면적이 묘지로 변하고 있다니
실로 산자를 위한 자연이 아닌 죽은자를 위한 자연인 것 같기도 합니다.
선친께서는 돌아가시기 전에 화장을 원하셨습니다만
유언 개념이 아닌 지나가는 말씀이었기에 산소에 모셨습니다.
어머니 쉬실 자리도 함께 만들어서 말입니다.
부모님 대까지는 산소에 모시고 시사도 제사도 지내겠지만
우리 아래 세대에서 그런 것을 기대할 수 있을까 하는 생각이 듭니다.
학생 때 보았던 어떤 연극에서 들었던, '동그랗게 솟아오른 봉분은
세상에 대한 미련을 나타내는거야'라는 대사가 생각이 납니다.
사후에까지 집(?)을 꾸미는 것은 정말 삶에 대한 집착과 미련 때문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듭니다.
그래서 저는 예전부터 죽으면 화장을 해야지 생각하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얼마전 수목장 기사를 보았고 관련 책을 보게 되면서
내 생의 마무리는 수목장으로 해야겠다 다짐하였습니다.
아직 살 날이 많이 남았습니다만 미리 정해두는 것도 나쁘진 않다는 생각입니다.
아직도 화장에 대한 부정적인 시각이 많습니다만
땅 속에 묻혀 100여년을 썩어들어가는 것보다는,
세상에 대한 미련을 동그란 봉분으로 표현하기보다는,
이 한몸 태워 나무의 자양분으로 돌아가는 것이 참 좋은 일이 아닌가 싶습니다.
죽음을 생각하면 누구든 엄숙해지고 진지해집니다.
오늘 이시간 산소를, 장묘문화를 생각하다보니 마음이 가라앉고
철학자가, 사색가가 된듯한 느낌입니다.
이런 순간만큼은 진솔될 수 있기에 자신을 돌아보기에도 너무나 좋은 순간이 아닌가 합니다.
매주 받아보는 좋은 글 중에서 이번에는 '나이의 역사'라는 원저자 불명의 글을 받았습니다.
이 어린 나이에도 이런 성취를 이룰 수 있구나,
저 정도의 연세에도 저런 업적을 남길 수 있구나,
좀더 부지런하게, 열정적으로 살아야겠다 다짐하며 행간의 의미를 곱씹어봅니다.
나이의 역사(모셔온 글)========================================
1세 : 누구나 비슷하게 생겼다.
2세 : 될 놈은 약간 이상한 기색을 보인다.
3세 : 푸이, 중국 황제가 되다.모짜르트, 하프시코드를 연주하다.
4세 : 마이클 잭슨, 가수로 데뷔하다.
5세 : 달라이 라마, 티벳의 정신적 지도자가 되다. 모짜르트, 협주곡을 작곡하다.
6세 : 이소룡, 연기를 시작하다.
7세 : 베토벤, 무대에 서다.
8세 : 편지를 쓸 수 있다.
9세 : 파워레인저 장난감에 싫증을 낸다. 모짜르트, 3곡의 교향곡을 작곡하다.
10세 : 에디슨, 과학실험실을 만들다.
11세 : 할머니보다 키가 커진다.
12세 : 로리타가 험버트를 만나다.
13세 : 안네, 일기를 쓰기 시작, 빌 게이츠, 컴퓨터 프로그램을 시작하다.
14세 : 줄리엣, 로미오와 연애를 시작하다.
15세 : 복녀, 홀애비와 결혼하다. 펠레, 프로축구선수로 첫 골을 넣다.
16세 : 이몽룡, 성춘향과 연애를 시작하다. 아리스토텔레스, 대학(아카데메이아)에 입학하다.
17세 : 유행가에 자주 등장한다.
18세 : 테레사 수녀, 인도에 가다. 알리, 올림픽에서 금메달을 타다. 김소월, 창조에 시를 발표함
19세 : 엘비스 프레슬리, 가수 생활을 시작하다. 루소, 바랑부인과 동거를 시작하다.
20세 : 다이애나, 찰스 황태자와 결혼하다. 빌게이츠, 마이크로소프트사를 설립하다.
21세 : 스트브 잡스, 애플컴퓨터사를 설립하다.
22세 : 알리, 세계 헤비급 챔피언이 되다. 정약용, 과거에 급제하다.
23세 : 주말이 갑자기 의미가 있어지기 시작한다.
24세 : 마를린 몬로, 배우 생활을 시작하다.
25세 : 니체, 바젤대학 교수가 되다.
26세 : 제리 양, 야후를 설립하다. 월트디즈니, '마키 마우스'를 발표하다.
27세 : 로빈슨 크루소, 해변에 도착하다.
28세 : 김영삼, 국회의원에 당선. 윤동주, 후쿠오카 형무소에서 사망하다.
29세 : 펠레, 1000번째 골을 성공. 칼 마르크스,<공산당선언>을 쓰다.
30세 : 베토벤, '월광 소나타'를 발표하다.
31세 : 아직 29살이라고 우길 수 있다.
32세 : 군대에 지원해도 받아주지 않는다.
33세 : 예수, 십자가에서 돌아가시다. 숀코너리, 처음으로 007영화에 출연하다.
34세 : 정일권, 육군참모총장이 되다.
35세 : 석가모니, 도를 깨치다. 나폴레옹, 황제가 되다. 모짜르트 사망하다.
36세 : 마가렛 미첼 여사, <바람과 함께 사라지다>를 발표하다. 마돈나, 첫 아이의 엄마가 되다.
37세 : 가족을 위해서 캠코더를 산다.
38세 : 병으로 죽으면 엄청 약오른다.
39세 : 걸리버, 여행을 시작하다.
40세 : 헨리 포드, 포드사를 설립하다.
41세 : 이주일, 텔레비젼에 첫 출연하다.
42세 : 아이슈타인, 노벨 물리학상을 수상하다.
43세 : 퀴리부인, 노벨 화학상을 수상하다. 유진오, 대한민국 헌법을 기초하다
44세 : 박정희 소장, 5.16 혁명을 일으키다.
45세 : 히틀러, 독일의 지도자가 되다.
46세 : 간통죄에 많이 걸린다.
47세 : 대학을 졸업하고 몇년이 지났는지를 계산해야 알 수 있다.
48세 : 통계학적으로 돈을 제일 많이 번다.
49세 : '9'라는 말이 절실히 느껴진다.
50세 : 히틀러 2차 세계대전을 일으키다.
51세 : 태어난 지 반세기를 넘어선다.
52세 : 카드 한 벌과 수가 같다.
53세 : 숀 코너리, 마지막으로 007시리즈에 출연하다. 사담 후세인, 걸프전을 일으키다.
54세 : 라식 수술을 받을 수 있는 마지막 기회다.
55세 : 정년이 시작된다.
56세 : 손주가 자식보다 더 사랑스럽다. 노무현,한국화합 대통령당선
57세 : 윌리엄 와일러 감독, 영화 '벤허'를 만들다.
58세 : 캐롤 요셉 워틸라, 요한 바오로 2세 교황이 되다.
59세 : 올브라이트, 여성으로 처음으로 미국 국무장관이 되다.
60세 : 옐친, 러시아 초대 대통령 되다.
61세 : '경험'이라는 단어를 자주 사용한다.
62세 : 피카소, 21살의 프랑수와즈 질로를 만나 첫눈에 반한다
63세 : 미국에 사는 여인 아셀리 키, 인공 수정으로 출산에 성공하다.
64세 : 자신의 후임자를 찾아야 한다.
65세 : 교수들의 강제 퇴직 파티가 열린다.
66세 : 아라파트, 팔레스타인 대통령이 되다.
67세 : "이제 늙었어"라는 말을 하면 오히려 이상하게 들린다.
68세 : 안필준 전 보사부장관, 의학박사 학위 취득하다.
69세 : 테레사 수녀, 노벨평화상 수상하다.
70세 : 클린트 이스트우드, 마지막으로 영화 출연하다.
71세 : 짐을 들고 있으면 주변 사람이 욕을 먹는다.
72세 : 부시 전 미국 대통령, 스카이 다이빙에 성공하다.
73세 : 로널드 레이건, 미국 대통령에 재선되다.
74세 : 김대중, 대한민국 대통령에 당선되다.
75세 : 넬슨 만델라, 남아공화국 대통령에 당선되다. 괴테, 자서전 내다.
76세 : 기저귀를 차고 자야 맘이 편하다.
77세 : 윈스턴 처칠, 영국 수상에 재선되다.
78세 : 앞으로의 1년씩이 인생의 보너스로 느껴진다.
79세 : 프랑크 시나트라, 마지막 리사이틀 가지다.
80세 : 어디를 가나 값을 깍아 준다.
81세 : '長壽'라는 말이 어울린다.
82세 : 톨스토이, 가출하여 시골역에서 사망하다.
83세 : 괴테, <파우스트> 완성하다.
84세 : 보청기 없이는 아무것도 들을 수가 없다.
85세 : 프랑스에 사는 장 칼몽 할머니, 펜싱을 배우기 시작하다.
86세 : 짠 음식도 이제 신경 쓸 필요가 없다.
87세 : TV연속극이 본방송인지 재방송인지 알 수가 없다.
88세 : 사진첩에 있는 사람들 중 반은 기억할 수가 없다.
89세 : 파블로 피카소, 자화상을 완성하다.
90세 : 자식들 이름을 가끔씩 잊어버린다.
91세 : 샤갈, 마지막 작품을 발표하다.
92세 : 야생 버섯을 마음대로 먹어도 상관 없다.
93세 : 가끔씩 자신의 나이를 잊어버린다.
94세 : 다른 사람이 음식을 먹여준다.
95세 : 앞에서 얼쩡거리는 사람들이 자식들일 것이라고 생각한다.
96세 : 혼자 화장실에 갔다가는 되돌아 나올 수 없다
97세 : 큰 아들이 정년을 맞는다.
98세 : 알츠하이머에 걸리기에는 너무 늦었다.
99세 : 고지가 바로 저기다.
100세 : 장 칼몽 할머니, 자전거 타기를 즐기다.
107세 : 일본 쌍둥이 할머니 자매 중 킨 할머니 사망하다.
120세 : 장 칼몽 할머니. 건강을 위해 담배를 끊다.
121세 : 장 칼몽 할머니, 'Time's Mistress'라는 노래를 CD로 발표하다.
123세 : 살아 있으면 기네스북에 오른다
---원전 불명(인터넷에서 모셔온 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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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댓글 감사하게 읽었습니다. 건강하세요 .^^
남은 생을 어떻게 살아야 할지 잠시나마 생각해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