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을 곳 외 5편
유 자 효
파리 센 강에 나타난
흰고래 벨루가
제 고장 북극해를 떠나
왜 이곳까지 왔을까
등뼈가 드러날 정도로 앙상하게 여위어
사람들이 주는 물고기도 마다하고
서서히 서서히 굶어 죽은 벨루가
죽을 곳을 찾아
따뜻한 남쪽
아름다운 센 강까지 온
눈부신 북극의
흰고래 벨루가
시간의 길이
행복은 짧고
불행은 길고
웃음은 짧고
눈물은 길고
만남은 짧고
이별은 길고
탄생은 짧고
죽음은 길고
삶은 짧고
추억은 길다
요양병원
이 고통의 끝이
치유가 아닌
이 입원의 끝이
퇴원이 아닌
이 슬픔의 끝이
기쁨이 아닌
이 노력의 끝이
성취가 아닌
생애 마지막 이사
문제는 정치
청년들을 정치판에 끌어들이는 것
그 청년들의 건방짐을 감당못해 내치는 것
여자 대통령에게 음담패설을 뒤집어씌워 내쫓는 것
생사기로의 바다에서 허덕이는 공무원을 월북이라며 내몰라라한 것
귀순해온 탈북자를 살인마라며 눈 가리고 사지로 돌려보낸 것
러시아가 우크라이나에 쳐들어간 것
그 여파로 세계 경제가 거세게 출렁이는 것
유세 중에 피살당한 일본의 전 총리까지
그 모두가 잘못된 정치탓이야
바보야
외신 사진
팔순의 미국 대통령 조 바이든이 러시아와 전쟁 중인 우크라이나의 수도 키이우를 불쑥 찾았다
40대의 우크라이나 대통령 볼로디미르 젤렌스키가 달려 나와 노(老) 대통령을 부둥켜 안았다
울음을 터뜨릴듯한 젤렌스키
‘아빠, 저 큰 애가 자꾸 날 때려요’
슬픔으로 가득한 바이든
‘걱정마, 아빠가 지켜줄게’
전사자 추모 벽 앞의 포옹이었다
형제여, 아직 늦지 않았다
지구가 울고 있다
얼음이 녹은 북극
먹이를 찾아 헤매다
바다에 빠져 죽은
앙상히 여윈 흰곰을 안고
지구가 울고 있다
지구가 울고 있다
얼지 않는 땅
먹이가 있는 바다가 멀어진 땅을 떠나
돌아오지 않는 펭귄들을 기다리며
지구가 울고 있다
지구가 울고 있다
캐나다에서, 스위스에서
점차 줄어드는 빙하
폭포처럼 쏟아지는 얼음물을 맞으며
지구가 울고 있다
해마다 줄어들어
자취를 감추어가는
이제는 사무치게 그리운 빙하
아름다운 지구가 울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