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송 : 2009년 6월 6일 (토) 저녁 9시 40분, KBS 1TV
EP : 김재연
CP : 오강선
PD : 이석진
글, 구성 : 박미연
다큐멘터리 3일
5월 19일 늦은 오후. 예고도 없이 찾아든 손님이 일시보호소의 문을 두드렸다. 아이를 꼭 껴안고 찾아온 부부, 생활고를 견디다 못해 아이를 맡기려고 결국 여기까지 오게 됐다. 같은 시각, 벽 하나를 사이에 두고 한쪽에서는 새로운 가족이 막 탄생되려 한다. 입양을 위해 아이와 첫 만남이 이뤄지는 순간. 이곳에선 한낮 한시에도 만남과 헤어짐의 만감이 수없이 흘러간다. 기쁨보다 슬픔을 먼저 배운 아이들이 잠시 머무르는 둥지. 이들을 가슴으로 품어낸 24명 엄마들의 보금자리, 영아일시보호소의 3일에는 어떤 이야기가 담겨있을까.
● 짧은 시간, 따뜻한 만남 _ 영아일시보호소
갈 곳 없는 아이들이 짧게 3개월, 길게는 1년의 기간 동안 ‘잠시’만 지낼 수 있는 일시보호소. 광주 영아일시보호소에는 만 3세 이하의 기아, 미아, 미혼모 아동 및 결손가정 아이들 60명이 함께 생활하고 있다. 친부모에게 돌아가거나 새 가정을 만들기까지 아이들은 8명의 사무실 직원들과 24명의 ‘엄마’, 생활지도원 선생님의 보살핌 속 그 짧은 시간을 살아간다. 언제 들어오고 나갈지 모르는 이들에게 이곳에서의 하루하루는 특별한 순간이다.
● 가슴을 울리는 그 이름, ‘엄마’
한시도 눈을 뗄 수 없는 아이들이 함께하는 이곳의 하루는 전쟁과도 같다. 선생님 한 명이 24시간 격일로 6, 7명의 아이들을 돌봐야하는 고단한 일정. 하지만 아이들과 함께라면 항상 웃게 된다는 ‘엄마’라는 이들을 만나본다.
주부 백단의 노련한 엄마
밤낮없이 긴장해야하는 3층의 신생아방. 그 중 토끼방의 김수영 선생님은 실제 아이 둘을 길러낸 능숙한 엄마다. 막 3개월 된 별이의 떨어진 배꼽을 발견하고 함박웃음을 지어 보이는 그녀. 늦은 밤, 정성스레 배꼽을 봉투에 담아 일지에 붙이고 꼼꼼하게 아이의 하루를 담아낸다. 하루하루 자라나는 아이들을 보며 힘든 것도 잊는다는 그녀에게서 익숙한 엄마의 모습을 본다.
새침데기 젊은 엄마
1살 이상의 아이들과 아옹다옹 정신없이 지내는 2층. 아직 진짜 ‘엄마’가 돼보지 못한 젊은 선생님들 중 최혜미 선생님은 2층의 대표 미녀 엄마다. 늘 환하게 웃는 얼굴이지만 아이들을 혼낼 때는 호랑이 선생님 못지않은 그녀. 아이들이 어딜 가도 예쁨 받게 잘못된 습관을 고쳐주기 위함이란다. 아이들에게 사랑을 나누기엔 자신의 마음이 부족하기만 하다는 최혜미 선생님. 26살의 나이에 7명의 아이들 엄마로 살아가는 그녀의 이야기를 들어보았다.
“일곱 명의 아이들이 여섯 명의 아이들이 저 한명을 공유해야 되니까
제 사랑이 나눠지겠죠.
더 제가 에너지가 더 많아요 되고, 사랑이 더 많아야 돼요.” - 최혜미, 생활지도원
이제 시작인 신참 엄마
갓 돌이 지난 아이들 우유먹이기에 여념이 없는 종달새방을 방문했다. 손이 열 개라도 부족한 선생님의 도움요청! 취재진이 직접 아기 돌보기에 나섰다. 알고 보니 그녀는 여기서 자원봉사자로 시작, 일을 시작한 지 한 달도 안 된 신참 엄마. 과연 그녀는 아이들의 ‘엄마’ 자리를 잘 채워줄 수 있을까.
● 이별과 만남이 교차하는 곳, 일시보호소 상담실
갑작스런 이별
갓난아이를 품고 힘든 발걸음을 한 부부가 보호소의 상담실을 찾았다. 경제 불황 속 사업실패로 가족이 뿔뿔이 흩어져야하는 힘든 상황, 상담시간은 더욱 길어진다. 오는 길엔 3명이었던 한 가족은 결국 둘이 되어 쓸쓸히 돌아가게 될까.
“자기가 배 아파 낳은 자식인데... 마음 정리를 하시고
일시 보호소에 맡기시려고 하는 부분도 어려운 마음인 것 같아요.
경제적으로 너무 힘들다 보니까 심리적으로도 많이 약해진 상태에서
많은 걸 생각해보시는 것 같아요.” - 김새봄, 생활복지사
짧은 만남
보호소의 상담실은 때론 만남의 장소가 되기도 한다. 품 속의 아이를 물끄러미 바라보는 앳된 엄마. 보호소 옆에 자리한 미혼모 쉼터에 머물고 있는 어린 엄마는 곧 입양을 가게 될 준우와 마지막 시간을 보내고 있다. 보고 있어도 아이가 보고 싶다는 그녀의 심정을 들어보았다.
“(아이가) 나를 기억할까?” “기억 안 해도 마음 속에 항상 남아 있잖아.”
- 미혼모들의 대화
반가운 재회
상담실에 반가운 손님이 찾아왔다. 엄마가 7개월 만에 성현이를 데려가기 위한 상담을 위해 보호소를 찾은 것이다. 그녀는 폭력적인 남편과 이혼 후, 함께 살 수 있는 여건을 마련하기 위해 보호소에 아이를 잠시 맡겼었다. 그리고 드디어 일주일 후, 이들은 다시 한 가족으로 함께 살아가게 된다.
“유치원 예약하러 가는데 진짜 좋았어요. 아, 이런 기분이구나...
아이를 데리고 가면 아침마다 유치원 보낼 때. 그때가 제일 좋은 것 같아요."
- 성현이 엄마
● 희망을 입양하다
가족의 탄생
벽 건너편에서 아이의 입소를 얘기하고 있을 무렵, 한쪽 상담실에서 한 부부가 새로운 가족을 찾고 있었다. 이윽고 선생님 품에 안겨 들어오는 생후 8일의 은비. 입양을 하고자 하는 예비부모와 아이, 그 첫 만남의 순간이다. 부모와 자식임을 증명하듯 예비아빠와 아이의 귓바퀴에 똑같이 난 작은 구멍, 이루공. 그 한 옴큼의 희망을 안고 이제 가족이 탄생하려 한다.
아픔도 입양 합니다
긴 속눈썹이 인형같이 예쁜 꼬마 예진이. 언어장애로 얼마 전까지 말 한마디도 쉽지 않았던 이 아이에게 곧 가족이 생긴다. 입양이 쉽지 않은 4살이란 나이와 장애를 뛰어넘어 운명처럼 예진이를 가족으로 받아들인 양부모. 이들은 더 익숙해지기 위해 종종 보호소를 찾아 아이와 시간을 보내고 있다. 그들에게 ‘진짜 가족’이 된다는 것은 어떤 의미일까.
“자신이 없는데 자식은 생각 속에서 키우는 게 아니고 키우면 그냥 키워져요...
욕심을 내려놓고 그냥 행복하게 평범하지만
남에게 좀 행복을 나눠줄 수 있는 그런 아이로 커 가면 좋겠다..."
- 예진이 예비 양부모
고개로 들어 올린 희망
한 달에 한 번 다녀가는 이동스튜디오가 보호소를 방문했다. 꽃단장하고 촬영에 열심인 아이들 중 눈에 띄는 외모의 한 아이를 만났다. 일명 ‘난쟁이병’이라 불리는 연골무형성증 장애가 있어 선생님의 손길을 더욱 필요로 하는 수지. 다음날, 취재진에게 반가운 소식이 전해졌다. 더딘 성장 탓에 8개월이 지나도록 고개 가누기를 못하던 수지가 기적처럼 머리를 들었다는 것이다. 다시 수지를 찾은 취재진. 자신의 힘으로 고개를 꼿꼿이 들고 있는 아이의 모습에서 희망을 발견한다.
“입양이라는 것도 힘든데 장애를 갖고 있다는 것. 부모님들이 생각했을 때
참 힘든 일이라고 생각할 수도 있고...
그리고 우리나라가 아직은 장애아에 대해서 외국처럼 시선들이 좋은 편은
아니잖아요. 그런데 어쩌다가 한번 씩 저희 장애아동이 들어 올 때 입양한
가정도 있거든요. 그런 거 보면서 수지도 약간은 아직 희망을 갖는 거죠.”
- 조진아, 생활지도원
● 집으로 가는 길
어린이집을 다니는 4인방의 꼬마 친구들 중 보호소에서 가장 오랜 시간을 보낸 재민이가 드디어 집으로 돌아가게 됐다. 미혼모였던 엄마가 정신적으로 약해진 후 일어났던 방임 때문에 처음 이곳을 찾았던 것이 1년 여 전. 차근차근 준비해온 엄마의 노력 끝에 드디어 가족의 품으로 돌아가게 된 것이다. 가는 발걸음도 즐겁도록 신발을 선물로 준비한 엄마. 가족과 함께 집으로 향하는 길은 어떠할까.
“사람 만나고 이렇게 헤어지는 게 자주 일어나니까... 가슴 아픈 일이죠.
재민이처럼 좋게 집에 가면 기쁜 눈물을 흘릴 수 있는데 입양 못 가서
다른 시설로 가거나 해외입양 갈 때. 좀 마음이 아픈 것 같아요.”
- 박미진, 생활지도원
72시간 동안 지켜본 일시보호소는 분명 ‘웃음’, ‘사랑’, ‘행복’으로 가득했다. 하지만 아이들과 이곳에서 만나지 않길 바란다고 말하는 선생님들. 이 아이들에게 정말 필요한 것은 무엇일까. 그리고 앞으로 어떻게 자라날 것인가. 마지막으로, 엄마를 자처한 선생님들의 소망을 들어보았다.
“여기 있는 동안 아이들은 끊임없이 만나겠죠. 만나고 헤어지고 이런 게
반복될 것 같아요. 여기서 만나는 건 좋은 일이 아니기 때문에 있는 아이들에게
최선을 다하겠지만 많이 안 만났으면 바라고 있어요.” - 최혜미, 생활지도원
“우리 아이들을 편견으로 대하지 않고 항상 따뜻한 마음으로 잘 보살펴 줄 수 있는
그런 가정으로 입양돼서 누구보다도 건강하고 튼튼하게 자라서
이 나라의 일꾼이 될 수 있는 사람으로 자라길 바라죠.” - 김수영, 생활지도원
“좋은 가정에 가서 예쁨 받고 행복하게 살았으면 좋겠어요.
그러면서 마음에 상처받지 않고 아이를 키우다보면
언젠가 알게 될 거 아니에요... 지금도 애들 보내면서 그런 생각해요.
아이들이 상처 안 받게 컸으면 좋겠다...” - 강은정, 생활지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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