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시장에서 한국어 강사 까지
김윤선
나는 초등학교를 겨우 졸업하고 국제시장 장똘뱅이가 되었다
어머니와 처음 헤어질 때 눈물이 빗물처럼 흘러 내렸고
내 또래 주인집 딸이 교복을 입고 학교에 다닐 때 속울음을 울었다
영하 13도의 양철 지붕 얼음 바람은 손발에 문신으로 새겼고
밤마다 바늘로 찔러 피를 짜내어도 가려워 잠을 잘수가 없었다
말도 잘 나오지 않는 촌순이가 입으로 어른들의 흉내를 내어야 했고
손님들의 주머니를 털어내는 수법을 배워야 했다
어쩌다 손님기분대로 가격을 깎아주지 않으면 장똘뱅이가 하며
어머니 같은 손님이 가슴에 못질을 해대던 순간
장사란 정직하면 안되고 하늘도 알아준다는 삼대 거짓말을 배워야 했다
어쩌다 손님이 아이들을 삼사명 데려와서 한 시간
옷을 입히고 색갈 칫수 모양 다 맞혀 골라 놓고
본전도 보지않는 하늘같은 손님들
질색해 버릴 것 같은 모욕을 삼키며
장사 똥은 개도 먹지 않는다는 주인 어머니 말씀
서당개 삼년이면 풍월을 울린다는 옛 말처럼
날이 갈수록 손님의 주머니를 우려내는 노련한 기술을 배웠다
사람의 기분을 감지하며 묘하게 손님의 구미에 맞게 끌어당긴다
세월을 속이고 또 속이고 강산이 변하여 어른이 되었고
생노병사로 해가 서산에 가뭇가뭇 가고 있다
겹겹이 쌓인 때를 씻으려고 잠자지 않고 갈고 닦아 글밭에 찾아왔는데
장터보다 더 악취를 맡아야 하는 충격 속에 숨이 멎어 버릴 것 같았다
스승님이라고 하늘처럼 믿고 왔던 글밭에
씻을수 없는 상처를 입고 문신처럼 새겨진 멍울이 아프기만 하다
죽는 날까지 내려놓고 비우고 용서하고 사랑하고 싶은데
남은 생은 물처럼 구름처럼 유유히 흘러가고 싶은데
살아있는 날까지 어둠에서 길을 잃고 헤매는 아픈이들에게
등불이나 켜주는 일이 내가 해야 할 일인가 보다
2007 『수필시대』등단. 『문학도시』 시 등단. 부산문인협회. 수필부산이사 불교문협 자문의원
부산동구예술협회회장. 제 7회 김장생문학공모전 “대상” 부산문학상 “대상” 실상문학상
“대상” 수필집: 『그릇』『잔잔한 기쁨』 『제3의꿈길에서』 『삶의 밤열차』 『밥과 바보』 외1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