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션 다이시 번리 감독(가운데)과 코칭스태프가 맨체스터 시티와 번리의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 30라운드 경기가 열린 이디하드 스타디움에서 킥오프 전 다 함께 오른 무릎을 꿇고 ‘흑인의 생명은 소중하다(Black lives matter)’ 운동에 동참하고 있다.
▲‘백인 목숨도 소중하다 번리(White Lives Matter Burnley)’라고 적힌 배너를 매단 경비행기가 맨체스터 시티와 번리의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 30라운드 경기가 열린 영국 맨체스터의 이디하드 스타디움 상공을 지나고 있다. 이날 경비행기가 달고 간 현수막의 표현은 인종차별 반대 운동을 비꼬는 말로 통한다.
▲뉴캐슬 유나이티드의 알랑 생막시맹이 영국 뉴캐슬 세인트 제임스 파크에서 열린 2019~2020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 30라운드 셰필드 유나이티드와의 경기에서 후반 10분 선제골을 넣은 뒤 인종차별에 항의하는 무릎 꿇기 세리머니를 하고 있다.
▲독일 분데스리가 2부리그 디나모 드레스덴과 그로이터퓌르트 선수들이 독일 드레스덴 루돌프-하비그 스타디움에서 열린 경기에 앞서 무릎을 꿇고 인종차별에 반대하는 시위를 하고 있다.
▲재개된 프리미어리그(EPL) 경기에서 맨체스터 시티와 아스널의 선수, 심판 등이 모두 ‘무릎 꿇기’를 하고 있다.
FIFA 인종차별에 예외
‘정치적 메시지’ 일절 금지했지만 제이든 산초 등의 세리머니에 수위 대폭 낮춰 상식적 대응 주문
지구촌으로 번지고 있는 인종차별에 대한 분노가 보수적인 국제축구연맹(FIFA)마저 움직이고 있다. FIFA는 2020년 5월 미국에서 백인 경찰의 강압적인 체포 과정에서 숨진 흑인 남성 조지 플로이드에게 연대감을 표현하는 선수들에게 징계보다는 상식적인 대응을 주문했다.
독일 분데스리가에선 제이든 산초(도르트문트)가 파더보른을 상대로 득점을 터뜨린 뒤 유니폼 상의를 벗고 ‘조지 플로이드를 위한 정의’라는 문구를 선보이는 세리머니를 펼쳤다. 유니폼 상의를 벗을 경우 자동으로 따라오는 경고를 넘어 추가 징계까지 각오한 행동이었다. 마르쿠스 튀랑(보루시아 묀헨글라트바흐)과 웨스턴 매케니(샬케04)도 각각 인종차별에 항의하는 의미로 무릎을 꿇고 추모 완장까지 차면서 징계가 예상됐다.
실제 독일축구협회는 선수들의 행동을 존중하면서도 ‘선수들은 장비나 몸에 어떤 정치적·종교적 구호나 의사 표시를 해서는 안 된다’는 FIFA 규정에 따른 징계를 검토했다. 그러나 FIFA가 수위를 대폭 낮춰 상식적인 대응을 주문하면서 상황이 달라지고 있다. 지금껏 FIFA가 그라운드에선 그 어떤 정치적 메시지도 금지했던 것과는 분명 다른 흐름이다.
일례로 FIFA는 2012 런던 올림픽 한·일전에서 ‘독도 세리머니’를 한 박종우의 행동이 우발적이었던 것을 인정하면서도 그에게 A매치 2경기 출전 정지와 3500스위스프랑의 벌금 징계를 내리는 등 관련 행동에는 선처가 없었다.
FIFA가 플로이드에 대한 추모 행위를 예외로 하는 것은 해당 선수들의 움직임이 정치적인 메시지라기보다는 인종차별에 대한 저항이라고 인정했기 때문이다. FIFA는 “규정에 따른 징계 적용 여부는 각국 단체의 권한”이라면서도 “상식과 주변 상황에 따른 적용을 권고한다. FIFA는 플로이드의 비극적인 사건에 대한 많은 축구 선수들의 우려를 이해한다. 우리는 모든 인종주의와 차별에 단호하게 대응하고 있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