血 : ①동물체의 몸 안을 돌며 영양물과 산소를 공급하는 역할을 하는 붉은빛의 액체, 혈액.〈코에서 ―가 나다. / 머리에 ―가 몰리다. / 매맞은 자리에 ―멍울이 맺혔다.〉 ②'혈통·혈연'의 뜻을 비유하여 이르는 말.〈―를 나눈 형제〉 ③'혈기'의 뜻을 비유하여 이르는 말.
(동아 새우리말 사전 p2358, 1994년 개정판)
피가 끓는다는 둥, 피가 마른다는 둥, 혹은 피도 눈물도 없다는 둥 우리는 의식적이든 무의식적이든 피와 관련된 비유를 좋아한다. 사람을 어떤 상태로든 흥분시키는, 그래서 민감할 수밖에 없는 피. 우리는 어쩔 수 없이 평생 피를 의식하며 살고 있다.
[ 피 ] 피에 관한 짧은 기행문
피는 참 부지런하다. 내 한 평생 심장이 멎을 때까지 동맥과 모세혈관, 정맥을 돌아다니며 산소와 영양분, 그리고 노폐물을 운반하는 배달부 역할을 톡톡히 하니 말이다. 그들이 하는 일은 우리가 상상하는 것보다 많고 힘들다.
하지만 불평 한 번 하지 않고 일사불란(一絲不亂)하게 분화되어 움직이는 모습들이란 가히 내 몸에 충성하는 붉은 물이라 하겠다. 개성이 많은 피, 그들만에 생활과 법칙이 존재하는데…. 피의 세계로 여행을 떠나보자.
배달부 혈액이 하는 일
물질운반 혈액의 가장 큰 기능은 물질의 운반이다. 혈액은 폐에서 받은 산소를 온몸의 조직세포에 운반해 주고 이산화탄소를 몸밖으로 내보낸다. 산소운반에는 혈액의 성분 중 적혈구가, 이산화탄소의 운반에는 적혈구와 혈장이 함께 일을 돕는다. 또한 혈액은 소장에서 흡수된 영양분을 간이나 림프관을 거쳐 몸의 각 조직세포로 운반한다. 각 조직에서 생성된 노폐물도 혈액이 운반해 신장으로 하여금 제거하도록 하고 있다. 몸의 내분비선에서 생성된 각종 호르몬 역시 혈액에 의해 필요한 조직으로 운반된다.
체온조절 혈관의 수축·이완작용은 체온조절에 큰 영향을 준다. 신체 각 부분의 신진 대사량과 몸밖에서 느끼는 온도가 달라지더라도 혈액은 혈관을 순환하면서 몸의 체온을 언제나 일정하게 유지시킨다.
생체보호 혈액은 외부로부터 들어오는 여러 가지 나쁜 세균들과 바이러스로부터 몸을 보호하는 역할을 한다. 밖에서 병원균이나 세균 등의 침입을 받으면 혈액 내에서 이에 대항하는 물질을 출동시켜서 이들을 물리친다.
혈액의 조직적인 구성원
모든 혈액 세포들은 골수의 조혈모(만들 造, 피 血, 엄마 母)라는, 피를 만들어 내는 엄마 세포에서 만들어진다. 혈액은 혈구와 혈장 성분으로 구성되어 있고, 혈구는 혈액의 약 45% 정도를 차지하고 있다. 혈구는 적혈구, 백혈구, 혈소판으로 분화되어 만들어진다. 한편 혈장은 혈액의 약 55% 정도이며 수분으로 되어 있다.
여기까지는 차 시동 켜기에 불과하다. 자. 그럼 혈액 구성의 구체적인 특징들을 여행하기 전에 안전 벨트를 착용하자.
물건을 나르는 트럭, 적혈구 (赤血球) 가운데가 움푹 들어간 둥근 도넛 모양의 세포로 핵이 없으며 혈구 중에서 가장 많은 수를 차지한다. 혈액 1㎣ 내에 들어 있는 적혈구의 양은 자그마치 400∼500만개. 그리고 골수에서 태어난 신생아 적혈구가 훗날 위의 왼쪽 뒤에 자리하는 비장에 묻히기까지의 생명력은 대략 120일이다. 그렇다면 적혈구가 붉은 이유는 무엇일까. 산소를 운반해주는 헤모글로빈(Hemoglobin : Hb - 혈색소) 속에 있는 단백질과 철분의 색소가 결합해 혈액을 붉게 만드는 것이다.
적혈구는 산소를 필요로 하는 모든 세포들에게 무료로 폐에서 공기중의 산소를 받아 운반해 주는 역할을 한다. 산소를 운반하는 밝은 붉은색의 헤모글로빈이 동맥을 통해 각 조직세포로 가서 산소를 공급해 주고, 노폐물의 하나인 이산화탄소를 받아오는 순간 색깔이 조금 더 붉은 카복시 헤모글로빈으로 바뀌게 된다. 정맥을 도는 피의 색깔이 검붉은 이유는 바로 적혈구가 카복시 헤모글로빈을 싣고 정맥을 달리기 때문이다. 적혈구는 한 개당 헤모글로빈이 100만개 이상 들어 있으므로, 가히 헤모글로빈을 나르는 트럭이라 할 수 있겠다.
우리 몸의 군대, 백혈구 (白血球) 적혈구와 달리 핵을 가지고 있는 세포 백혈구는 혈액 1㎣ 내에 약 4,000∼10,000개 정도가 들어 있다. 비록 수는 적지만 이들은 외부에서 침입한 세균들을 죽이는 우리 몸의 군대라 할 수 있다. 백혈구는 위족으로 아메바 운동을 하면서 혈관벽을 따라 이동하기도 하고, 혈관벽의 세포 틈 사이를 통해 혈관 밖으로 빠져나가기도 한다. 백혈구의 군사들을 소개하자면 과립구, 단구, 림프구로 이들은 막강한 조직력과 군사력을 갖고 있다. 과립구는 세균이 침입하면 곧장 그 곳으로 출동하여 침입자들을 전멸시킨다. 단구는 예전에 들어 왔던 적군인지 아닌지를 파악하고 신속하게 죽일 수 있도록 면역 시스템에 정보를 제공한다. 림프구는 세균에 감염된 세포를 찾아내 화학 물질로 죽이거나 항원의 침입으로 혈청 안에 형성되는 물질인 면역항체를 만들어 공격한다. 이들 모두는 다른 혈구들과 마찬가지로 조혈모 세포에서 만들어진다.
미장공, 혈소판 (血小板) 원형 또는 타원형으로 모양은 일정하지 않으며 혈액 1㎣ 내에 약 15∼40만개의 혈소판이 들어 있다. 혈소판은 주로 상처가 났을 때, 초기에 손상된 혈관벽으로 달려가 서로 엉겨 붙으면서 혈액응고인자를 불러낸다. 불러낸 혈액응고인자로 허물어진 벽을 시멘트와 벽돌로 미장하듯이 혈관벽을 미장한다. 피부에 가벼운 상처가 났을 때 가만히 두어도 피가 멎는 것은 바로 미장공 혈소판 때문이다.
혈장 (血漿) 혈장은 액체 성분으로 약 90%가 물이다. 그 속에는 생명 유지에 꼭 필요한 각종 단백질, 아미노산, 전해질, 탄수화물, 무기염류 등이 용해되어 있다. 그 안에 혈장 단백질은 운반작용과 혈압을 유지시킨다. 그리고 혈액응고인자는 지혈작용을 하고 글로불린은 면역작용을 한다.
혈액형 검사하기
'내 혈액형이 옛날엔 A형이었는데 지금은 B형이다.'라고 말하는 사람이 있다면 그 사람은 초등학교 시절 혈액 검사가 잘못됐거나 자신이 A형인지, B형인지 기억을 못하는 사람이다. 혈액형은 오직 부모로부터 유전되는 것으로 한 번 혈액형은 영원한 혈액형이 된다.
우리는 우리 몸의 건강상태를 파악하기 위해서 혈액검사를 받는다. 혈액검사를 하면 혈액 속에 어떤 물질이 어느 정도 있는지를 알게 된다. 혈액 속에 존재하는 혈구 성분이나 화학물질 또는 단백질 성분 등이 정상보다 많거나 적으면, 혹은 비정상적인 물질이 혈액에서 검출되면 우리 몸에 이상이 있음을 의미한다. 또한 우리가 혈액검사를 하는 이유는 수혈을 하기 위함인데 즉, 환자에게 맞는 혈액을 수혈해야 부작용을 일으키지 않는다. 예를 들어 A형인 사람은 혈청 중에 항B 항체를 가지며 이 항체를 B형 사람에게 수혈하면 즉시 반응하여 적혈구를 파괴시킨다. 수혈의 성공여부를 결정하는 가장 중요한 혈액형 ABO 혈액형. 이 혈액형은 자신이 가지지 않은 항원에 대한 항체가 혈청 내에 존재하기 때문이다.
혈구형 검사 우리가 초등학교 때 줄서서 했던 검사가 바로 혈구형 검사이다. 적혈구에서 A항원이나 B항원이 있는지를 검사하는 방법으로 검사할 적혈구를 바늘로 콕 찔러 슬라이드 위에 항A와 항B로 떨어뜨려 놓고 여기에 시약을 붙여 응집 반응을 보는 것이다. 예를 들어 어느 사람의 적혈구가 항A와 응집을 보이고, 항B와는 응집을 보이지 않으면 이 사람의 혈액형은 A형이다. 그러나 여기에도 문제점이 있다. 이렇게 슬라이드 법으로 검사할 때 2분 이상 두면 판독할 때 건조되어 마치 응집이 생긴 것처럼 보이므로 잘못 판정되는 경우가 있다. 또한 항혈청과 적혈구의 비율이 맞지 않으면 비정상적인 반응이 나타날 수도 있다.
혈청형 검사 주사기를 사용하여 2㎖ 정도의 혈액을 눈 딱 감고 뽑는다. 혈청 내에 자연항체(A형이면 항B를 갖고 있다)를 검출해서 A혈구, B혈구에 검사자의 혈청을 떨어뜨리면 혈청이 분리되어 어떤 혈구에 응집반응을 보이는지를 알 수 있다. A형인 사람은 항상 혈청 중에 항B를, B형인 사람은 항A를, O형인 사람은 항A와 항B를 함께 가진다. AB형인 사람은 아무 항체도 없다. 예를 들어 어떤 사람이 항B와 응집이 일어났다면 그 사람의 혈액형은 A형이다. 혈청형 검사는 무엇보다도 확실한 혈액검사 방법이지만 번거로움이 있어 단체로 혈액 검사할 때는 효과적이지 못하다.
혈액형 이야기
우리에게 혈액형의 종류가 몇 가지냐고 물어 본다면 아마도 A형, B형, AB형, O형, 그리고 Rh형 정도로 답을 했을 것이다. 그러나 이것들은 500여 개나 되는 혈액형의 일부분이다. 혈액형이란 어떤 사람의 적혈구에 존재하는 항원을 의미한다. 즉, A형인 사람은 적혈구에 A라는 항원을 가진다는 뜻이고 AB형인 사람은 적혈구에 A와 B라는 항원을 가지며 O형인 사람은 A나 B항원이 모두 없다는 뜻이다. Rh 양성이라는 말은 적혈구에 D라는 항원을 가진 사람을 말하고 Rh 음성인 사람은 적혈구에 D라는 항원이 없다는 뜻이다. 사람의 혈액형이 수백 가지라는 말은 사람의 적혈구에 수백 가지의 항원이 존재한다는 말이 된다. 그렇다면 이렇게 많은 혈액형 중에 왜 일반적으로 ABO 혈액형과 Rh 혈액형만을 이야기하고 있는 것일까? 그 대답은 간단하다.
ABO 혈액형과 Rh 혈액형이 수혈하는 데 있어 가장 중요하기 때문이다. 500여 개의 혈액형들은 각각 항원·항체 반응에 차이를 보인다. 그러나 다행히 ABO 혈액형과 Rh 혈액형을 제외한 대부분의 혈액형 항원들은 면역성이 약하여 항체 형성을 잘 유발시키지 못한다. 이런 혈액형은 일반적이지 않기 때문에 수혈 혈액으로 쓸 수 없고 중요하지도 않다.
ABO 혈액형의 역사 사람의 혈액형이 알려진 것은 100년 전인 1900년이다. 비엔나 대학의 연구 조교였던 란트슈타이너(Landsteiner)가 어떤 사람의 혈청이 다른 사람의 적혈구를 응집시킨다는 사실은 발견하고 ABO식 혈액형이란 체계를 세상에 발표했다. ABO식 혈액형의 원리는 사람의 적혈구 표면에 있는 서로 다른 응집원을 A와 B로 나누고 혈청의 응집소를 항A, 항B로 분류한다. 각각의 응집원과 응집소를 섞어 응집이 일어나는 관계를 토대로 A, B, O, AB형으로 구분하는 것이다.
Rh 혈액형의 역사 1940년 란트슈타이너의 제자인 위너(Wiener)는 사람의 적혈구에 벵골원숭이(Rhesus)와 같은 혈액형 인자가 있음을 발견했다. 이를 연구하여 벵골 원숭이의 이름을 따서 Rh 혈액형 체계를 발표했다. Rh 혈액형에도 항원은 C, D, E, c, e등 여러 종류가 있으나 그 중 면역반응이 가장 강한 D항원이 있고 없음에 따라 Rh(D) 양성과 음성으로 분류한다. 동양인의 경우 Rh(D) 음성은 대략 1% 미만이다. 참고로 백인은 16% 정도이다. 우리 나라는 전체의 0.1% 정도가 Rh(D) 음성이다.
혈액형의 유전 사람의 염색체는 부모로부터 각기 22쌍의 상염색체와 2개의 성염색체로 구성되어 있다. 성염색체는 여성의 경우 XX, 남성의 경우 XY 염색체를 갖고 있다. ABO 혈액형의 A와 B유전자처럼 동일 위치에 존재하는 유전자를 대립유전자라 하는데 자식은 부모로부터 각각의 대립유전자 중 하나씩을 받게 된다.
혈액형 유전에 따른 Yes or No!
AB형과 O형 사이에는 AB형이나 O형이 태어날 수 없다? O형인 아버지와 AB형인 어머니 사이에서 AB형의 자녀가 태어나서 친자확인소송을 했다면 망신살 뻗치기 전에 빨리 취하하라. 그 이유는 AB형이 CisAB형일 경우 AB형이나 O형도 태어날 수도 있기 때문이다. CisAB형인 사람은 자녀에게 A나 B유전자 중 하나만을 유전시키는 것이 아니라 AB유전자를 한꺼번에 유전시키므로 부모 둘 중 나머지 한 명의 혈액형에 관계없이 A와 B항원 모두 갖게 된다.
부모 모두가 Rh 양성일 때 Rh 음성인 자녀가 태어날 수 있을까? 물론이다. Rh 음성인 사람들의 대부분은 부모가 모두 Rh 양성이다. 왜일까? Rh 양성과 음성을 나누는 기준은 적혈구 표면에 D항원 유무에 의해서 결정된다. 22쌍의 상염색체 중 1번 상염색체가 Rh 혈액형을 통제한다. 즉 어느 한쪽 염색체에라도 D항원을 숨기는 유전자가 있는 사람은 Rh 양성을 나타내고 D항원을 통제하는 유전자가 양쪽 염색체 모두에게 없는 사람은 Rh 음성이다. 따라서 Rh 양성인 사람 중에는 양쪽 염색체 모두가 D항원을 통제하는 유전자 대신 한 쪽 염색체에만 D유전자가 있는 것이다. 이런 사람들끼리 결혼하면 25%의 확률로 Rh 음성인 자녀를 낳을 수 있다.
Rh 음성인 여성이 Rh 양성인 남성과 결혼하면 두 번째 아기는 위험하다? 그럴 수 있으나 예방이 가능하다. Rh 음성인 여성이 Rh 양성인 아기를 가질 경우 첫 임신할 때 태반을 통해 Rh 양성의 아기 혈액이 산모의 몸으로 소량 들어올 가능성이 있다. 그러면 산모의 몸은 이 Rh 양성인 아기의 혈액에 대해서 항체를 만들게 된다. 두 번째 임신 때도 Rh 양성인 아기를 갖게 되면 이미 만들어진 산모에 항체가 태반을 넘어 아기의 몸 속으로 들어가 아기의 적혈구를 공격하여 아기는 위험하다. 이런 문제를 예방하려면 첫 아기의 출산 후 3일 안에 산모에게 항-Rh 항체를, 산모에게 들어온 아기의 혈액량에 비례하여 투여하면 아기의 적혈구가 이 투여된 항체와 반응하여 산모의 몸이 Rh 양성의 혈액에 대한 항체를 만드는 것을 예방할 수 있다.
혈액형의 인종별 차이 인종별 ABO 혈액형의 빈도는 아래 〈표〉와 같이 다르게 나타난다. 한국인과 일본인은 A형이 가장 많고 미국인과 중국인은 O형의 빈도가 가장 많다.
[ 인종별 ABO 혈액형 빈도 - % ]
국가 A 형 O 형 B 형 AB 형
한국 34% 28% 27% 11%
중국 26% 42% 26% 11%
일본 38% 29% 22% 11%
독일 42% 43% 11% 4%
남아프리카 인디안 0% 100% 0% 0%
오스트레일리아 원주민 56% 44% 0% 0%
캐나다 38% 48% 10% 4%
미국-흑인 42% 45% 10% 3%
미국-백인 29% 49% 18% 4%